카카오, 네이버-하이브 동맹 부러웠나…에스엠과 손 잡고 ‘IP 전쟁’ 본격화
카카오, 에스엠의 지분 9.05% 확보…2대 주주 등극
카카오 플랫폼에 에스엠 IP 더해 시너지 극대화
네이버-하이브 전선에 맞대응…글로벌 정면 승부
[이코노미스트 송재민 기자] 카카오가 에스엠(SM엔터테인먼트)의 2대 주주로 등극하며 엔터테인먼트(이하 엔터) 시장의 판도를 흔들고 있다.업계에선 이번 카카오의 에스엠 지분 확보가 ‘네이버-하이브 동맹’에 대응하기 위한 전략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글로벌 경쟁 카드로 에스엠과의 협력을 꺼내들고, 지적재산권(IP) 전쟁 구도에서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한 취지라는 견해다.
카카오는 에스엠의 지분 9.05%를 확보, 2대 주주가 됐다고 7일 밝혔다. 에스엠이 제3자 배정 유상증자 형태로 발행하는 123만주 규모의 신주를 인수하고, 전환사채 인수를 통해 114만주를 확보한다. 카카오는 이번 지분 확보에 총 2172억원을 썼다.
카카오는 이번 투자로 엔터 사업의 경쟁력 강화, 글로벌 시장을 정조준했다. 카카오 역시 투자 이유로 ‘세계 시장 공략’을 꼽았다. 회사 측은 “‘비욘드 코리아’ 비전 실현을 위해 인지도 높은 글로벌 실력파 아티스트들이 소속된 에스엠 엔터테인먼트와 손잡고 음악과 콘텐츠 사업 경쟁력 강화에 더욱 속도를 낼 것”이라고 했다.
‘비욘드 코리아’는 카카오가 지난해 3월 꼽은 미래 10년 핵심 키워드다. K-컬처 열풍을 주도하고 글로벌 엔터 선도 기업으로 자리매김, 세계 시장에서 성과를 내겠단 취지다. 카카오엔터테인먼트는 최근 사우디아라비아 국부펀드와 싱가포르 투자청으로부터 약 1조2000억원의 역대 최대 규모 투자를 유치하며 글로벌 사업 추진을 위한 초석을 마련하기도 했다.
글로벌로 이어지는 카카오 VS 네이버 IP 경쟁
카카오가 에스엠 지분을 확보하면서 글로벌 시장을 중심에 두고 네이버와의 K-팝(POP) 경쟁 구도가 형성됐다. 카카오는 이미 웹툰·웹소설·영상 등 콘텐츠 산업 전반에서 네이버와 글로벌 경쟁을 벌이고 있다. 전선을 K-팝으로 확대하면서 양사의 경쟁력 확보는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대형 엔터사와 먼저 손을 잡은 곳은 네이버다. 네이버는 지난 2021년 하이브에 자사 팬 플랫폼 브이라이브를 영업 양도하고 위버스컴퍼니 지분 49.0%를 취득했다. 네이버는 하이브와의 콘텐츠 동맹을 통해 자사 플랫폼과 하이브가 보유한 IP를 결합하는 식으로 시너지를 내고 있다. 네이버웹툰은 이 같은 협력 구조를 기반으로 방탄소년단(BTS)과 엔하이픈(ENHYPEN)을 주인공으로 한 웹툰을 해외에 공개한 바 있다. 해당 콘텐츠는 단숨에 세계 팬들의 이목을 사로잡았다. 자사 플랫폼 인기 콘텐츠 상위권에 들면서 ‘IP 결합 콘텐츠’의 파급력을 증명한 바 있다.
카카오 역시 이 같은 효과를 에스엠과 협력에서 찾고 있다. 네이버가 하이브와의 동맹을 통해 시도한 사업을 에스엠과 함께 진행해 성과를 올리겠단 접근이다.
카카오가 에스엠을 글로벌 성장 파트너로 지목한 이유도 IP에 있다. 에스엠은 그간 자체적으로 세계관을 구축해 왔다. 아이돌 스토리 IP 마련에 공을 들여온 만큼 카카오의 웹툰·웹소설·영상 제작 능력과 시너지를 낼 수 있는 요소가 많은 것으로 평가된다. 탄탄한 글로벌 팬덤 역시 사업적 성공 확률을 높일 요소로 꼽힌다.
에스엠은 엑소·NCT·에스파 등 인기 아티스들을 보유하고 있을 뿐 아니라 ‘광야’(KWANGYA) 세계관을 활용해 IP 수명을 장기화하고 있다. 또한 그룹 내 유닛 활동 뿐 아니라 그룹간 유닛 활동을 통해서도 콘텐츠 수익을 다각화하는 전략을 펼쳐왔다.
이번 투자와 함께 카카오·카카오엔터·에스엠은 3자간 업무 협약을 체결했다. 3사는 글로벌 오디션을 통한 K팝 아티스트를 공동기획하고 해외 현지에서 글로벌 매니지먼트 사업을 동반 추진할 방침이다. 글로벌 음반·음원 제작 유통 등 음악 사업 협력과 카카오의 인공지능(AI) 기술을 융합한 미래 신사업도 선보인다.
에스엠은 이번에 조달하는 자금을 SM 3.0 전략 추진을 위한 ▶글로벌 음악 퍼블리싱 사업 ▶글로벌 사업 확대 ▶국내외 레이블 인수 등에 공격적으로 투자할 계획이다. 에스엠은 앞서 미래 사업계획인 ‘SM3.0’을 발표하고 IP 생산과 글로벌 사업화 전략 구조 개선 등 비전을 공개했다. 그간 총괄 프로듀서로 활약하던 이수만 최대주주를 배제한 미래에 대한 청사진을 그려오던 에스엠은 본격적으로 SM3.0 체계 추진에 속도를 낼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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