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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래서 카카오와 달랐구나…10년 무사고 네이버 IDC ‘각 춘천’ [가봤어요]

카카오 127시간, 네이버 12시간…같은 원인 다른 결과
“모든 서비스 중단 결코 없다…데이터 백업도 완료”
10년 무중단 ‘각 춘천’ 운영 노하우, 임대 서버 적용

강원도 춘천 동면에 위치한 네이버 자체 데이터센터 ‘각 춘천’의 본관 입구. [사진 네이버]

[이코노미스트 정두용 기자] 원인은 같지만, 결과는 달랐다. 카카오는 127시간 33분, 네이버는 12시간. 지난해 10월 15일 SK C&C 판교 데이터센터(IDC)에 불이 나면서 멈췄던 서비스가 완전히 정상화되기까지 걸린 시간이다. 범위에서도 차이가 났다. 카카오는 대다수 서비스가 ‘먹통’이 된 반면, 네이버는 ‘기사 댓글 이용 불가’ 정도로 장애 범위가 한정적으로 나타났다.

네이버가 국내 인터넷 기업 최초로 2013년 6월 강원도 춘천 동면 구봉산 자락에 설립한 자체 데이터센터(이하 ‘각 춘천’)를 최근 찾았다. 이 시설은 판교 IDC 화재로 인한 피해가 카카오 대비 적었던 이유를 명확하게 보여줬다. 각 춘천은 설립 이래 10년간 ‘무중단·무사고·무재해’ 기록을 이어오고 있다. 네이버는 직접 데이터센터를 세우고 운영하며 쌓은 다양한 역량을 임대 서버에도 적용, 안전성을 담보해왔다.

네이버의 안정성 ‘집착’…각에 녹아든 기술력

각 춘천 시설 곳곳에서 안정적 운영을 위한 회사의 다양한 노력의 흔적들이 묻어났다. 시설의 연속성을 위한 기술 적용부터 상주 인원의 전문성까지. 어떤 부분에선 ‘집착’이 느껴지기도 했다. 노상민 네이버클라우드 데이터센터장은 지난 10일 각 춘천에서 열린 설립 10주년 기념 기자간담회를 통해 “주요 서비스의 경우 장애 대처의 골든타임 이내에 복구해야 한다는 사명감을 가지고 있다”며 “서비스가 죽으면 안 되고, 데이터를 잃어버려서는 안 된다는 것이 네이버클라우드의 사명감”이라고 말했다.

정수환 네이버클라우드 정보기술(IT)서비스본부장은 이 같은 사명감이 잘 묻어난 사례로 ‘이중화 조치’를 꼽았다. 그는 “각 춘천뿐 아니라 운영 중인 모든 IDC에 이중화 조치를 이미 적용한 상태고, 이를 기반으로 어떤 상황에서든 ‘모든 서비스 중단’이 벌어지지 않을 정도의 안전망을 마련했다”며 “특정 IDC에서 문제가 발생하더라도 다른 IDC가 최대한 빠르게 서비스를 재개할 수 있는 기술을 가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정수환 네이버클라우드 IT서비스본부장(왼쪽)과 노상민 네이버클라우드 데이터센터장이 지난 10일 각 춘천에서 열린 10주년 기념 기자간담회에서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사진 네이버]

네이버는 이중화 대상을 서비스·데이터는 물론 IDC까지 포함해 안정화 체계를 구축했다. 정 본부장이 화재·지진·정전 등의 예기치 못한 상황이 벌어져 한 IDC의 운영이 중단되는 상황에서도 ‘네이버의 모든 서비스 중단은 없다’고 단언한 이유다.

네이버의 이 같은 안전망 운영은 정부 조사에서도 잘 드러난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과기정통부)는 SK C&C 판교 IDC 화재 후 각각 회사별로 장애 발생 원인·대응 상황 등을 조사해 지난해 12월 발표했다. 해당 자료에 따르면 네이버는 IDC 간 이중화 조치를 적용하고 있어 피해가 상대적으로 적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판교 IDC에서 담당하던 서비스를 다른 IDC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쇼핑(상품 리뷰 미노출) ▶뉴스(일부 기사 댓글 이용 불가) ▶파파고(발음 듣기 기능 오류) 등의 일부 기능 오류가 발생한 데 그쳤다.

반면 카카오는 네이버와 달리 IDC 간 이중화 조치가 미흡했다. 대기 서버를 동작 서버로 만들기 위한 권한관리 기능인 ‘운영 및 관리도구’의 이중화가 판교 IDC 내에서만 이뤄졌다. 다른 IDC 간 이중화가 이뤄지지 않아 서비스 장애 복구가 지연된 것으로 나타났다. 운영 역량 차이와 사전 대비 여부가 서비스 장애 범위·복구 시간을 갈랐던 셈이다.

‘기록 보관소’ 역할에도 충실…기술 역량 내재화

네이버는 서비스의 연속성 담보뿐 아니라 데이터 손실 최소화를 목표로 IDC를 운영하고 있다. 네이버는 10년 전 각 춘천의 설립 취지로 ‘사용자가 만든 데이터는 영원히 후대에 전해져야 한다’를 내걸기도 했다. 네이버는 데이터센터가 ‘기록’을 위한 보존소라는 점을 잊지 않기 위해 이름도 각(閣)으로 정했다. 고려시대 팔만대장경을 보관한 합천 해인사의 ‘장경각’ 정신을 계승한다는 취지다.

네이버 관계자는 “서비스의 연속성뿐 아니라 데이터 보관 측면에서도 다양한 기술적 조치를 적용했다”며 “사용자가 만든 데이터는 그들의 자산이라고 인식, 이를 지키기 위한 사명감으로 지속적인 투자를 집행한 결과”라고 말했다. 이어 “댓글 ‘좋아요’ 수와 같은 일부 데이터는 비용 등의 문제로 이중화가 미흡할 수 있지만, 고객 자산으로 여길 수 있는 글·사진 등의 주요 데이터는 현재 모두 백업(Backup)된 상태로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네이버가 구축한 플랫폼은 다양한 정보가 오가는 공간이다. 1초에 7400개 검색어가 입력되고, 2500개 메일이 수·발신된다. 네이버 마이박스(MYBOX)에 등록되는 이미지는 450건에 달한다. 블로그·카페·지식iN 등의 서비스에서 생성되는 콘텐츠와 각종 언론사가 발행하는 지면 신문과 온라인 기사들도 주요 정보로 기록되고 있다.
강원도 춘천 동면에 위치한 네이버 자체 데이터센터 ‘각 춘천’ 전경. [사진 네이버]

각 춘천은 축구장 7배 크기인 5만4229㎡ 부지(약 1만6000평)에 건립된 시설로, 약 900페타바이트(Petabyte)의 데이터양을 보관할 수 있다. 이는 900만권을 소장한 국립중앙도서관 만개에 해당하는 정보다. 지하 3층, 지상 2층 규모의 관리동(본관)과 지하 2층 지상 3층의 서버관 3개 동으로 구성됐다. 네이버는 이 같은 시설을 통해 이용자가 만드는 데이터를 보관하고, 실시간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네이버클라우드는 10년 전부터 데이터의 중요성을 인식, 각 춘천의 설계·구축·운영 전 단계에 걸쳐 전담 인력을 양성했다. 외부에 의존하지 않는 데이터센터 운영체계 확보를 목표로 시설을 운영했다. 전기·기계·제어·통신 분야에서 기술 역량을 내재화하고, 설비와 서비스 운영에 필요한 시스템 역시 독자적으로 개발했다.

노 센터장은 “자체 개발한 장애 감지도구 WMS(Web Monitoring System)는 기존 상용 시스템에서 파악하지 못했던 장애 전조증상 등을 잡아낼 수 있다”며 “이와 같은 다양한 시스템을 자체적으로 개발했고, 친환경 공조 시스템 등 운영에 관한 기술도 특허 등으로 확보한 상태”라고 말했다.

‘안정적 운영’ 목표로 투자 지속

각 춘천에는 운영 연속성을 담보할 수 있는 다양한 기술들도 적용됐다. 각 춘천의 모든 건물은 국내에 건설된 원자력 발전소의 내진 설계과 동일한 수준으로, 규모 6.5 이상을 견딜 수 있다.

정전으로 인한 서버 가동 중지 역시 대비책을 마련해 운영 중이다. 한국전력에서 제공하는 모든 전력은 자체 확보한 다이나믹 전원공급장치(UPS)를 통해 서버에 공급된다. 다이나믹 UPS는 배터리 구성이 없는 발전기 일체형 UPS다. 정전 발생 시 내부 정전 보상 장치 인덕션 커플링을 통해 회전 에너지를 전기에너지로 전환한다. 이를 통해 유사시 약 5~7초간 전원 공급이 가능하다. 5~7초 사이 일체형 비상용 발전기가 자동 기동, 전기를 생성해 공급한다. 각 춘천 지하엔 60만 리터 규모의 경유 탱크가 보관돼 있다. 이는 약 70시간 이상 전력 중단 없이 데이터센터를 가동할 수 있는 규모다.
각 춘천 지하에 설립된 다이내믹 UPS실 전경. [사진 네이버]

노 센터장은 “단 1초의 전력 공급에 지연도 없어야 하는 데이터센터 특징을 반영해 마련한 시설”이라며 “UPS는 한국전력의 전기가 이상 없이 들어와도 낙뢰 등 외부 요인을 자동으로 감시, 1년에 5~7회 자동으로 가동될 정도의 민감도를 갖춘 장비”라고 설명했다.

회사는 이와 함께 업무연속성계획(BCP)도 마련했다. 대설(大雪)·풍수해·테러·전염병 등에 대한 대응조치 매뉴얼을 마련, 직무별 개인행동 요령은 물론 보고 체계·부서별 대응 방안 등을 상세하게 규정했다. BCP 모의훈련은 1년에 2회 진행된다. 이와 함께 데이터센터 내 다양한 장소에서 발생하는 화재에 대한 진압 및 대피, 인명 구조훈련을 위해 춘천소방서와 연 1회 민관합동훈련을 진행하고 있다. 운영 안정성 점검 훈련은 월 1~2회 진행 중이다. 이 같은 대응 훈련은 지난 10년간 약 200회 이뤄졌다.

정 본부장은 “안정성이 취약한 부분이 발견된다고 하더라도 투자가 없으면 개선이 어려운데, 네이버는 데이터 중요도를 인식해 연간 큰 비용을 IDC 운영에 투입하고 있어 지속적인 발전이 가능했다”며 “향후 클라우드 산업의 근간인 미래형 IDC를 통해 글로벌에서도 경쟁력 있는 클라우드 비즈니스를 전개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네이버는 두 번째 자체 데이터센터인 ‘각 세종’을 올해 2분기 내 준공을 완료하고 3분기에 본격적인 가동을 목표로 삼고 있다. 각 세종은 각 춘천의 6배 규모로 지어지는 하이퍼스케일 IDC로 기획된 시설이다.
각 춘천 서버실 전경. [사진 네이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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