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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장 기업’ 네이버·카카오의 뒷걸음질…닮은 듯 다른 대응책 [기승전-플랫폼]

‘성장 지표’ 영업이익률 감소 두드러져
역대급 매출에도 영업익 전년 比 하락
한국형 GPT 출시 선언…기존 사업 재편

‘사람 모인 곳에 돈이 돈다.’ 예부터 입에서 입으로 전해져 온 ‘시장 원칙’ 중 하나입니다. 숱한 사례와 경험으로 증명된 이 명료한 문장은 하루가 다르게 변화하는 지금에도 유효한 듯합니다. ‘사람이 모이는 곳’은 스마트폰 등장과 정보통신기술(ICT)의 발전으로 현실 공간에서 온라인으로 옮겨 갔고, 여전히 돈을 돌게하고 있죠. 기차를 타고 내리는 정거장을 의미하는 ‘플랫폼’은 ICT 시대를 마주하며 상상할 수 있는 거의 모든 서비스가 도달하는 ‘종착역’으로 변화하고 있습니다. 매력을 높여 사람들의 발길을 붙잡으려는 플랫폼 기업의 생리를 ‘경제적 관점’에서 들여다보겠습니다. 매주 월요일 오전, 당신이 머무는 종착역을 연재합니다. [편집자]


[이코노미스트 정두용 기자] 국내 대표 성장 기업으로 꼽히는 네이버·카카오가 약 4년 만에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감소했다. 양사 모두 2022년 연간 매출이 크게 오르며 외연 확장에는 성공했지만, 성장성 평가 지표인 영업이익률은 지속해 낮아졌다.

네이버·카카오는 광고 매출 의존도가 높은 플랫폼 기업이다. 네이버는 포털 검색, 카카오는 메신저로 핵심 서비스에는 차이가 있으나 디지털 광고 시장의 호·불황에 따라 실적이 엇갈리는 추이를 보인다. 2022년에는 세계 경제 불황 등으로 광고 시장이 둔화하면서 양사의 영업이익도 뒷걸음질 쳤다.

네이버·카카오는 수익성 악화 조짐에 대응해 크게 ▶기존 사업 재편 ▶신규 매출원 마련 등을 추진하겠다고 발표했다. 양사는 공통적으로 세계 정보기술(IT) 시장을 강타한 챗GPT(ChatGPT)와 유사한 서비스 마련을 강조하고, 해외 시장 공략 등을 통한 성장 동력 마련을 핵심 전략으로 내걸었다. 다만 성장성 확보를 위한 세부 전략의 접근 방식에선 다소 차이를 보인다.

4년 만에 영업이익 감소…진짜 문제는 영업이익률

네이버와 카카오는 각각 지난 10일, 17일 2022년도 연간 실적을 잠정 집계해 발표했다. 네이버는 연결기준 매출 8조2201억원, 영업이익 1조3047억원을 올렸다. 2021년 대비 매출은 20.6% 증가하며 큰 폭으로 성장, 사상 최대치를 찍었다. 그러나 영업이익은 1.6% 감소했다. 2022년 4분기 매출은 2조2717억원, 영업이익 3365억원을 기록했다.

카카오 역시 연결기준 매출은 전년 대비 15.8% 증가한 7조1071억원으로, 사상 최대치를 달성했다. 다만 연간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2.4% 감소한 5805억원을 기록했다. 2022년 4분기 매출은 1조7744억원, 영업이익은 1004억원으로 집계됐다.

양사 모두 콘텐츠를 기반으로 한 글로벌 사업에서 성과가 나타나 외연 확장에는 성공했으나, 수익성은 챙기지 못했다. 네이버·카카오 모두 전년 대비 연간 영업이익이 감소한 것은 약 4년 만이다. 그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해 비대면 문화가 확산하면서 영업이익이 줄곧 상승해 왔다. 그러나 지난해엔 거리두기 정책이 완화되는 등 비대면 서비스 수요가 줄었고, 글로벌 경기 위축까지 이어지면서 영업이익 감소가 나타났다.

네이버의 연간 영업이익은 2017년 1조1792억원 2018년 9425억원으로 줄어든 바 있다. 2019년에는 1조1550억원을 기록, 다시 1조원대를 회복했다. 코로나19 유행이 본격화된 시기인 2020년(1조2153억원)과 2021년(1조3255억원)에는 별다른 부침없이 성장했다.

카카오 역시 이와 비슷한 추이를 보였다. 회사의 연간 영업이익은 2017년 1654억원에서 2018년 729억원으로 감소한 바 있다. 2019년 2068억원으로 회복한 뒤 ▶2020년 4559억원 ▶2021년 5949억원을 기록하며 뚜렷한 성장세를 보였다.

시장에선 지난해 영업이익 규모 감소보다 양사의 ‘영업이익률 하락’이 더 큰 문제라고 진단한다. 성장성 평가 지표인 영업이익률이 최근 눈에 띄게 하락했기 때문이다. 네이버의 경우 2021년 3분기 20.25%를 기록하던 영업이익률이 같은 해 4분기엔 18.22%로 떨어졌다. 2022년에 들어서선 ▶1분기 16.36% ▶2분기 16.43% ▶3분기 16.05% ▶4분기 14.8%로 좀처럼 반등하지 못했다.

카카오 역시 영업이익률이 10%를 넘지 못하면서 ‘제조업 수준’에 머물고 있다. 세계 빅테크의 영업이익률은 통상 20~30% 수준이다. 카카오의 영업이익률은 ▶2021년 3분기 9.66% ▶2021년 4분기 5.97%를 기록한 바 있다. 지난해엔 ▶1분기 9.61% ▶2분기 9.38% ▶3분기 8.09% ▶4분기 5.65%를 올렸다.
네이버(왼쪽)와 카카오 로고. [사진 각 사]

한국형 GPT 서비스 도전…수익성 강화 고삐

네이버·카카오는 이 같은 수익성 악화 조짐에 대응해 ‘생성형 인공지능(Generative AI)’을 대응책으로 꼽았다. 네이버는 연간 실적 발표 후 이어진 컨퍼런스콜(투자자 설명회)을 통해 “최근에 많은 주목을 받는 생성형 AI 같은 새로운 검색 트렌드에 대한 대응책을 준비 중”이라며 “올 상반기 내로 네이버만의 업그레이드된 검색 경험인 ‘서치GPT’를 선보이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다.

최수연 네이버 대표는 서치GPT의 수익성과 관련해 “현재 챗GPT 관심은 높지만 비용효율화 면에서는 검토할 과제들이 많다”며 “네이버가 구축해 놓은 초거대 AI 하이버클로바가 계속 발전해 나가고 유료 기업 간 거래(B2B) 시장도 열리고 있어 GPT에 대한 다양한 투자 통해서 수익화를 모색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카카오 역시 컨퍼런스콜을 통해 “초거대 AI 모델이 혁신적인 아이디어에 의해 차별화하는 것이 아니라 모델의 크기가 품질을 좌우하고, 결과적으로 풍부한 자본과 기술력을 지닌 글로벌 기업에 절대적으로 유리한 싸움”이라며 “연내 AI 기반 버티컬 서비스를 빠르게 선보이며 비용 경쟁력이 있는 AI 역량을 높이겠다”고 설명했다.

네이버·카카오 모두 챗GPT와 같은 초거대 AI 등장이 IT기업에 위기이자, 기회로 봤다. 양사는 이에 맞춰 ‘한국형 서비스’를 마련, 신규 먹거리를 확보할 방침이다. 챗GPT는 현재 영어에는 비교적 정확한 답변을 내놓지만, 한글에선 부족한 모습을 보인다. 이 같은 지점을 그간 쌓아온 데이터와 AI 기술력으로 해결, 신규 매출원을 확보한다는 취지다.

홍은택 카카오 대표는 “글로벌 기업과 같은 선상에서 경쟁하기보다 카카오브레인이 가진 한국어 특화 AI 모델인 코GPT를 활용해 우리가 잘 할 수 있는 버티컬 AI 서비스에 집중하겠다”고 강조했다. 최 대표 역시 “생성형 AI 단점으로 꼽히는 신뢰성과 최신성 부족, 해외 업체들의 영어 기반 개발 모델을 한국어로 번역함으로써 발생하는 정확성 저하를 자사 기술로 해결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수연 네이버 대표(오른쪽)가 마니시 샨드라 포시마크 창업자와 2023년 1월 9일(현지시간)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진행된 사내 행사에서 대화를 나누고 있다. [사진 네이버]

네이버는 이와 함께 ▶네옴시티 수주 ▶개인 간 거래(C2C) 플랫폼 글로벌 확장 등을 주요 전략으로 꼽았다. 회사는 최근 북미 최대 패션 C2C 플랫폼 포시마크를 13억1000만 달러(약 1조6610억원)에 인수한 바 있다. 지난해 11월 사우디아라비아 정부 인사가 네이버 사옥을 방문하며 수주 타진이 본격적으로 대외에 알려진 ‘네옴시티’ 프로젝트는 약 700조원을 들여 북서부 홍해 인근 황야에 신규 도시를 설립하는 대형 사업이다.

카카오는 ▶SM엔터테인먼트와 사업 시너지 창출 ▶콘텐츠 플랫폼 글로벌 확장을 강조했다. 카카오는 최근 SM엔터테인먼트의 지분 9.05%를 확보하고, 2대 주주로 등극했다. 카카오그룹 내 콘텐츠 생태계를 담당하는 카카오엔터테인먼트는 최근 자체적으로 구축한 지식재산권(IP) 벨류체인의 가치를 인정받아 사우디아라비아국부펀드(PIF)와 싱가포르투자청(GIC)에서 각각 약 6000억원씩 투자를 유치한 바 있다.

양사는 이와 함께 기존 사업 재편을 통한 수익성 강화도 추진한다. 네이버는 오는 3월 8일부터 그간 제한이 없었던 네이버플러스 멤버십 포인트 추가 적립 혜택 구간을 300만원 한도로 변경한다. 이 같은 수익성 개선 전략이 커머스 전반에서 나타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서정연 신영증권 연구원은 최근 보고서를 통해 “네이버 쇼핑 부문 수수료는 업계 최저 수준으로 플랫폼 장악력을 감안했을 때 마진을 높여 갈 여지가 충분한 상황”이라고 했다.

카카오는 광고 부문 강화를 내걸었다. 카카오 측은 “비즈보드를 비롯한 주요 상품의 고도화와 함께 톡 채널의 강화, 카카오톡 내 친구 탭과 오픈 채팅 탭 등 신규 광고면 확대를 통해서 올해 하반기부터 성장률을 다시 회복하는 걸 목표로 하고 있다”며 “카카오톡에서 오픈 채팅 사용성이 강화되면, 단순히 실시간 대화 목록을 확인할 뿐만 아니라 탐색 활동이 활발해질 것으로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홍은택 카카오 대표.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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