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 ‘가맹 택시 우대’ 소문, 결국 사실로…공정위 제재에 ‘행정소송’ 대응
공정위 “가맹 택시에 콜 몰아줬다”…과징금 257억원 부과
1km 미만은 ‘일반’에 배치…불공정행위로 가맹 택시 늘려
카카오모빌리티 “골라잡기 해소 목적 배차 로직…제재 유감”
[이코노미스트 정두용 기자] 카카오모빌리티가 가맹 택시에 호출(콜)을 몰아준다는 ‘소문’이 정부 조사 결과 사실로 드러났다. 다만 회사 측은 “배차 로직은 가맹 우대를 목적으로 하지 않는다”며 반발했다.
공정거래위원회(공정위)는 14일 카카오모빌리티가 택시 호출 애플리케이션(앱) 카카오T를 통해 중형택시 배차 알고리즘을 은밀히 조작했다고 밝혔다. 자회사 등이 운영하는 가맹 택시를 우대한 행위에 대해 시정명령을 내리고, 과징금 257억원(잠정)을 부과했다. 과징금 부과액은 2022년 말까지의 잠정 매출액을 기준으로 산정됐다. 공정위 측은 “2022년 결산 및 최종 심의일인 8일까지 추가 매출액 등을 반영하면 과징금이 변동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카카오모빌리티는 이에 대해 “공정위 심의 과정에서 인공지능(AI) 배차 로직이 승객의 귀가를 도와 소비자 편익을 증진한 효과가 확인됐음에도 결과에 반영되지 않았다”며 “택시 업계의 영업 형태를 고려한 사실관계 판단보다 일부 택시 사업자의 주장에 따라 제재 결정이 내려져 매우 유감”이라고 밝혔다. 회사는 행정소송 제기를 포함한 다양한 방안을 강구할 계획이다.
‘콜 몰아주기’ 소문, 3년 만에 사실로 확인
이번 공정위의 제재는 카카오모빌리티의 ‘콜 몰아주기’ 의혹이 처음으로 불거진 후 약 3년 만에 나온 조사 결과를 토대로 한다. 2020년 1월 당시 택시 사업자 단체 4곳이 공정위에 ‘카카오모빌리티의 불공정행위가 의심된다’는 신고를 접수했다. 제기한 문제의 핵심은 ‘호출 분배’에 있다.
카카오모빌리티는 카카오T를 통해 가맹 택시(카카오T블루)와 일반 택시를 대상으로 호출 중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콜을 가맹 택시에 몰아주는 식으로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다는 점이 문제로 제기됐다. 카카오T블루는 카카오모빌리티의 100% 자회사인 케이엠솔루션(대구·경북 외 지역)과 카카오모빌리티가 지분을 투자한 디지티모빌리티(대구·경북 지역)가 운영하고 있다.
공정위 측은 “카카오모빌리티는 카카오T 앱 내 일반 호출에서 자신의 가맹 기사를 우대하는 배차행위를 했다”며 “자신의 가맹 택시인 ‘카카오T블루’ 수를 늘리기 위한 운영”이라고 했다. 그간 의혹으로 제기됐던 ‘콜 몰아주기’ 행위가 실제로 일어났다고 본 셈이다.
일반호출은 승객이 택시 탑승을 앱에서 요청하면, 가맹 및 비가맹(카카오T 앱을 사용하는 기사 중 가맹을 제외한 기사) 모두 콜을 받을 수 있다. 공정위는 카카오모빌리티가 지난 2019년 3월 20일 가맹 택시 서비스를 시작할 때부터 지금까지 불공정 행위를 벌였다고 결론 냈다. 카카오모빌리티가 일반호출 서비스 시장에 진출한 시점은 2015년 3월이다.
공정위 측은 “카카오모빌리티가 가맹 기사에게 일반호출을 우선 배차하는 방법으로 콜을 몰아주거나, 수익성이 낮은 1km 미만 단거리 배차를 제외·축소하는 알고리즘을 은밀히 시행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가맹 기사의 운임 수입이 상대적으로 비가맹 기사보다 높아졌고, 이는 비가맹 기사가 가맹이 되려는 유인으로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공정위는 구체적으로 카카오모빌리티가 ▲2019년 3월 20일부터 2020년 4월 중순까지 픽업 시간(ETA·택시가 승객에게 도착하는 예상 시간)이 가까운 기사에게 배차하는 로직 운영 ▲수락률을 이용한 우선 배차 행위 ▲가맹 기사의 1km 미만 단거리 배차 제외·축소 행위 ▲가맹 기사에 우선 배차하는 행위 등을 가맹 택시 수를 늘리는 확실한 사업 확대의 수단으로 활용했다고 봤다. 또 이 같은 수단으로 인한 자사 사업 확대 효과를 임직원이 인식했다는 정황도 조사 과정 중 포착했다.
카카오모빌리티는 그간 ‘승객의 편의’를 위해 수락률을 기준으로 배차 로직을 짜 운영했다고 해명해왔다. 공정위는 이에 대해 “수락률 기준은 비가맹 기사에게 구조적으로 불리하게 설계됐다”며 “평균 수락률이 가맹 기사는 약 70~80%이고 비가맹 기사는 약 10%인 바, 카카오모빌리티는 두 기사 그룹 간 수락률에 원천적으로 차이가 있음을 사전에 인지하고 이를 의도적으로 이용했다”고 전했다. 또 공정위는 카카오모빌리티가 AI 추천 우선 배차 방식을 도입하기 전, 서울지역에서 해당 시스템으로 배차 건수가 가맹 기사와 비가맹 기사 간 얼마나 차이가 나는지 테스트하는 등 ‘치밀한 준비’를 거쳤다고 했다.
공정위 “카카오모빌리티, 시장지배적 지위 남용”
공정위는 이 같은 배차 행위가 카카오모빌리티가 ‘일반호출 시장에서 압도적인 시장지배적 지위를 남용한 것’이라고 봤다. 자신의 가맹 기사를 우대한 행위가 택시 가맹 서비스 시장으로 그 지배력이 전이됐다고 분석했다. 이에 따라 시장의 경쟁을 제한했고, 이는 다시 일반호출 시장의 경쟁을 제한하는 식의 악영향을 미쳤단 설명이다.
실제로 택시 가맹 서비스 시장에서 카카오T블루의 지배력은 지속해 강화됐다. 카카오T블루의 가맹 택시 점유율은 2019년 14.2%에서 2021년 73.7%로 크게 증가했다. 공정위는 이에 따라 가맹 택시 모집이 어려워진 경쟁사업자들이 시장에서 배제될 우려가 발생했다고 봤다.
일반호출 시장의 지배력이 유지·강화된 원인도 ‘불공정한 배차’에 기인한다는 게 공정위 측 입장이다. 카카오T의 중개 건수 점유율은 2019년 92.99%에서 2021년 94.46%로 높아졌다. 이 같은 시장 지배력을 기반으로 한 회사의 불공정 행위가 승객의 호출 수수료와 기사의 앱 이용료 인상 가능성을 높인 요인이 됐다는 설명이다.
공정위는 이 같은 부정적 효과를 해소하기 위해 카카오모빌리티에 ▲카카오T 앱 배차 로직에서 차별적인 요소 제거 ▲수락률에 기반한 배차를 하는 경우, 수락률을 공정하게 산정 등을 시정조치로 내렸다.
카카오모빌리티 즉각 반발…“사용자 편익 증대 목적”
카카오모빌리티는 이 같은 공정위의 제재 결정에 대해 “심의 과정에서 AI 배차 로직을 통한 승차 거부 해소 및 기사의 영업 기회 확대 효과가 확인됐음에도, 사실관계에 대한 오해가 제대로 해소되지 못한 채 제재 결정이 내려졌다”며 “일부 택시 사업자의 주장이 그대로 받아들여지고 일방적으로 재단된 점도 유감스럽다”는 입장을 전했다.
그간 운영해온 배차 로직의 운영 목적이 택시 업계의 고질적 문제인 ‘단거리 승차거부’와 ‘승차난’ 문제를 해소에 있다는 설명이다. 회사는 특히 “업계 최초의 ‘승차 거부 없는 택시’를 만들어 간다는 사명감으로 골라잡기 없이 묵묵히 전 국민의 빠른 귀가를 책임져 온 전국 가맹 기사들의 노력이 외면당한 것 같다”고 했다.
공정위가 문제로 본 배차 로직에 대해선 “가맹 우대를 목적으로 하지 않는다”며 “사용자 편익 증대가 최우선 가치”라고 해명했다. 배차 수락률은 승객과 기사의 매칭이 이뤄져야 하는 플랫폼에서 사용자 편익 증대를 위한 기준이라는 설명이다. 콜을 골라잡지 않도록 택시 기사에게 동기를 부여하는 기능이라는 입장이다. 그런데도 공정위가 가맹 택시 도입 초기에 일시적으로 진행했던 테스트 내용을 근거로 우대를 판단한 점이 ‘유감’이라고 했다.
또 ‘가맹 기사에 대한 일반호출 우선배차’와 ‘1km 미만 단거리 배차 제외·축소’ 역시 당시 일시적으로 시도해본 수십 가지의 테스트 중 일부라고 해명했다. 현재의 배차방식과는 전혀 무관한 제도라는 설명이다.
카카오모빌리티 측은 “2019년에 시도된 다양한 배차 로직 중 비가맹에 불리한 일부만을 떼어내어 ‘가맹택시를 우대했다’고 판단한 점은 이해하기 어렵다”며 “1km 미만 단거리 배차 제외 및 축소 역시 가맹 우대가 아닌, 모든 기사의 운행상 비효율을 막기 위한 조치”라고 전했다.
또 현재 운영 중인 배차 로직은 가맹·비가맹 여부와 무관하게 ‘콜을 성실히 수행하는 기사’라면 누구나 배차 성공률 기준을 달성할 수 있는 기술이 적용됐다고 설명했다. 회사 측은 “가맹·비가맹 택시는 콜 골라잡기를 해소하기 위해 도입된 자동 배차가 적용되는지 선택배차”라며 ‘구조적 차이로 인해 비가맹택시가 가맹택시와의 배차수락률 차이를 극복할 수 없다’는 공정위의 판단은 오해라고 전했다. 회사는 향후 행정소송 제기를 포함해 이 같은 오해를 바로잡기 위한 다양한 방안을 시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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