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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처업계가 ‘복수의결권’ 도입을 원하는 이유[이코노Y]

‘벤처기업법 개정안’…업계, 2월 임시국회 통과 촉구
지분 희석 방지·창업자 가치 유지…안정적 투자 유치 가능
주주평등원칙 반하고 악용 가능성 있어 법사위 계류중

이영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이 지난 1월 26일 서울 여의도 수출입은행에서 열린 수출 중소기업 간담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사진 연합뉴스]

[이코노미스트 송재민 기자] 벤처·스타트업 업계의 숙원 과제인 복수의결권 제도를 도입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의 벤처 공약 중 하나이기도 한 복수의결권 제도는 개정안 논의로부터 3년이란 시간이 흘렀지만 현재 국회에서 1년 넘게 장기 계류 중이다. 벤처업계는 성명서를 내며 복수의결권 도입 법안의 2월 임시국회 통과를 촉구하는 성명서를 발표하기도 했다. 벤처·스타트업 업계가 복수의결권 제도를 원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벤처기업협회 등 혁신벤처단체협의회는 지난 6일 “복수의결권은 혁신성장을 꿈꾸는 벤처기업이 대규모 투자유치로 인한 지분 희석에도 안정적인 혁신활동을 보장받을 수 있는 제도”라며 법안의 조속한 통과를 촉구했다. 

복수의결권은 주식 한 주당 2개 이상의 의결권을 가질 수 있게 하는 제도다. 모든 주주는 주주평등 원칙에 따라 1주당 하나의 의결권만 가질 수 있다. 그러나 복수의결권 제도 아래선 1주당 10배 혹은 20배 이상의 의결권을 갖는 주식 발행이 가능해진다. 

복수의결권 제도는 창업자의 경영권을 보호하고 투자를 유도한다. 스타트업이 사업을 키우기 위해 투자를 받다 보면 창업자의 지분이 자연스럽게 줄어들게 된다. 지분 희석으로 경영권을 유지하지 못할 경우 기업의 성장에 악영향을 끼칠 것을 우려해 만들어진 제도다. 창업자의 경영이념이나 경영능력으로 인한 가치가 외부 자본에 의해 훼손되지 않도록 방어하는 데 쓰인다. 

지난 2021년 나스닥(뉴욕증권거래소) 상장에 성공한 김범석 쿠팡 이사회 의장은 보유 주식에 1주당 29배의 의결권을 부여받았다. 당시 쿠팡은 상장 이후에도 적대적 인수합병(M&A)에 대한 우려 없이 경영권을 유지할 수 있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당시 김 의장은 기자간담회에서 쿠팡이 국내 증시가 아닌 미국 시장을 선택한 것엔 차등의결권을 활용할 수 있다는 점도 영향을 끼쳤다고 언급한 바 있다.

구글이나 페이스북(메타) 등 미국 실리콘밸리 기업들도 복수의결권을 활용했다. 구글 모회사 알파벳은 클래스A 주식에는 1주 1의결권, 클래스B 주식에는 1주 10의결권을 부여하고 있다. 알파벳A 주식은 우리나라의 보통주와 같은 개념이고 알파벳B 주식은 상장되지 않은 주식이다. 이를 바탕으로 구글 공동창업자 래리 페이지와 세르게이 브린은 11.4% 지분율로 51.1%의 의결권을 행사하고 있다. 

국내 스타트업 업계는 복수의결권을 허용해달라는 의견을 국회에 지속적으로 피력해왔다. 복수의결권이 포함된 ‘벤처기업 육성에 관한 특별조치법’(벤처기업법) 개정안은 현재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법사위)에서 계류된 상태다. 2021년 말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를 통과한 법안은 법사위 내 반대 의견에 부딪혀 문턱을 넘지 못했다. 

복수의결권 도입에 반대하는 이들은 해당 제도가 창업주 개인의 이익이나 재벌 세습에 악용될 가능성이 있다는 점을 지적한다. 실질적으로 벤처기업을 유니콘 기업으로 육성하는 데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비판도 있다. 그러나 벤처업계는 성명문을 통해 “개정안이 아직 발생하지도 않은 미래의 우려로 인해 계류 중인데, 법안에는 우려하는 사안에 대한 안전장치가 마련되어 있다”고 반박했다.

이영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은 지난 9일 ‘2022년 국내 유니콘기업 현황’을 발표하며 복수의결권 도입에 속도를 내겠다고 발언한 바 있다. 이 장관은 “스타트업에 필요한 자금을 적시에 공급하기 위해 벤처캐피탈에 투자촉진 인센티브를 부여하고 기술보증규모도 확대했다”며 “민간벤처모펀드, 복수의결권 도입도 조속히 추진해 유니콘이 지속적으로 탄생할 수 있는 벤처생태계를 조성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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