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우아빠, ‘중고인간’은 없던데요?…당근알바 쓰는 사장님 만나보니 [ET 체험기]
유튜버 승우아빠 ‘당근알바 비하’ 논란…현장은?
“플랫폼 다양해지고 매너온도 확인 가능해 편리”
하루가 멀다 하고 새로운 메타버스(3차원 가상세계) 서비스와 인공지능(AI) 기술이 등장하고 있습니다. 디지털 기기도 고도화된 기능을 장착하고 소비자를 찾고 있죠. 정보기술(IT)은 변화하기 때문에 일상에 더욱 밀접해졌습니다. 일상을 파고든 IT, 변화가 익숙지 않은 당신을 대신해 이코노믹 트렌드(Economic Trend·ET)를 직접 체험합니다. IT 기술을 기반으로 미래 경제를 만들고 있는 ‘오늘의 ET’를 생생하게 전달하겠습니다. [편집자]
[이코노미스트 송재민 기자] “크게 다른 점은 없던데요? 우리 입장에선 사람 구할 데가 많으면 좋죠.”
성남시 분당구에서 편의점을 운영하는 A 씨는 17일 기자와 만나 당근알바 서비스를 이용해 아르바이트(알바) 직원을 구한 경험을 소개하며 이 같이 말했다. 알바 직원을 구할 수 있는 ‘접점’이 늘어서 되레 편하다는 설명이다. A 씨는 당근알바 뿐 아니라 다른 알바 중개 플랫폼도 동시에 이용 중이라고 한다. 특별한 차이점이 있었는지 묻자 잠시 뜸을 들이다 “잘 모르겠다”고 답했다. 그리곤 이내 고개를 갸웃거리며 “아, 사용하기가 편하긴 하다”고 말했다.
‘중고인간’은 최근 165만 구독자를 보유한 요리 유튜버 ‘승우아빠’가 지난 1일 당근마켓의 구인·구직 서비스를 두고 비하한 발언으로 인해 생겨난 단어다. 그는 식당 개업을 준비하는 다른 유튜버가 당근알바를 통해 알바 직원을 구한다고 하자 “당근에다가 내면 중고들만 들어오겠지”라고 말했다. 이어 “정상적인 루트로 내시고”라며 조언했다. 3일 진행한 인터넷 방송에선 “왠지 사람도 중고 같잖아요”라는 문제 발언을 되풀이했다.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당근마켓에서 구직활동을 하면 중고 인간이 되는 것이냐”며 그를 비판했다. 그간 당근알바를 이용한 소비자들의 반발을 샀고, 해당 채널은 구독자가 4만명 가까이 줄기도 했다. 논란이 지속되자 승우아빠는 장문의 사과문을 게재한 바 있다.
당근알바를 사용하면 ‘중고인간’이 되는걸까. 실제 당근알바를 통해 구인·구직을 하는 소상공인들의 생각은 어떨지 기자가 직접 찾아가봤다. 가게에서 만난 다양한 소상공인의 말은 “당근알바를 통해 구한 알바와 승우아빠가 ‘정상적인 루트’ 여길만한 플랫폼을 통해 구한 이는 차이가 없다”로 정리된다. 또 ‘서비스 측면에서 더 편한 지점도 상당하다’는 의견도 많았다.
기자가 만난 소상공인들은 당근알바로 알바에 지원했다가 면접을 보지 않는 지원자도 분명 존재한다고 했다. 그러나 이 같은 이른바 ‘노쇼’는 당근알바라고 특별하게 나타난 현상은 아니라고 입을 모았다. 되레 “당근알바로 지원한 이들은 비교적 젊어 우리 카페와 잘 맞다”고 말한 점주를 만나기도 했다. 당근마켓의 주요 기능인 중고거래와 동네 커뮤니티의 이용자 중 다수는 ‘젊은층’이다. 이들이 자연스럽게 애플리케이션(앱) 내 알바 구직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는 셈이다.
같은 지역에서 카페를 운영하는 B 씨는 “당근알바를 통해 사람을 구하게 된 건 평소에도 당근마켓을 자주 이용했기 때문”이라며 “새로 앱을 깔거나 회원가입을 하는 등의 과정이 없어 부담이 덜했다”고 말했다. 김 씨 역시 당근알바를 포함한 다른 플랫폼에도 동시에 모집 공고를 올리고 있다. B 씨는 “20대 딸이 당근알바 서비스를 써보라고 알려줬다”며 웃었다. 본인이 50대임에도 불편함없이 사용할 정도로 기능이 잘 갖춰져 있다고 했다.
작은 반찬가게를 운영하는 40대 C 씨도 당근알바를 통해 알바를 구하고 있다. 그는 당근알바가 오래 일할 사람을 찾기에 좋다고 말했다. C 씨는 “동네를 거점으로 가게와 구직자를 연결해주니 더 책임감을 가지고 일하는 것 같다”며 “제 매너온도가 상대에게도 보여지니까 저도 지원자에게 평가받는다는 마음이 든다”고 멋쩍게 웃었다.
매너온도는 당근마켓 내에서 통용되는 ‘신뢰의 바로미터’다. 처음 당근마켓에 가입하면 기본적으로 36.5도를 부여 받는다. 이후 당근마켓으로 거래를 할 때 좋은 거래후기를 받으면 온도가 높아지고, 비매너 평가나 신고를 받으면 떨어진다. 당근마켓 이용자들에게 매너온도는 상당히 중요하다. 온도가 낮으면 아예 거래를 하지 않는 경우도 있다.
알바를 구하는 소상공인 입장에서도, 일할 곳을 찾는 지원자 입장에서도 매너온도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매너온도가 높을수록 신뢰할 수 있는 사람이고, 매너온도가 낮을수록 주의를 기울여야 할 사람으로 여겨지기 때문이다. 당근마켓에서 쌓아온 평가가 당근알바의 구인·구직으로도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가 마련된 셈이다.
이 외에도 당근알바 탭에 들어가 알바 공고를 누르면 응답률과 서비스 시작 시점 등을 확인할 수 있다. 더불어 ‘지원자의 한 마디’를 볼 수 있다. 알바 자리를 찾는 사람들도 지원을 결정하는 데 있어 고려할 수 있는 정보를 제공하는 셈이다. 지원자는 실제 근무를 하지 않고도 후기를 남길 수 있다는 점도 눈에 띈다. 이 점 때문에 “합격은 못했지만, 연락도 면접도 너무 친절하셨어요”와 같은 구직자 입장에서 귀한 정보도 쉽게 접할 수 있다.
반대의 평가도 이뤄진다. 면접을 진행하거나 함께 근무를 한 후 ‘추천서’처럼 후기를 남길 수 있다. ‘시간 약속을 잘 지켜요’, ‘약속한 근무 기간을 채웠어요’ 등 키워드로만 간편하게 리뷰하는 기능도 있다. 자영업자와 지원자가 상호 평가한다는 신선한 개념이 서비스로 구현돼 있다.
당근알바에선 다른 곳에서 찾아보기 힘든 재미있는 일자리들도 보인다. 기자의 거주지 주변에선 ‘○○동에서 ○○동으로 쇼파 이동 도와 주실 분’이라는 알바를 구하는 이도 있다. 시급은 3만원. 글을 올린 지 4시간이 지나자 지원자는 6명에 달했다. 이외에도 ‘공방 정리 도와주세요! 혼자 하다가 지쳤어요’같이 소일거리로 일손을 빌리는 일자리도 종종 올라온다.
당근마켓은 2015년 동네 주민 간 중고거래 플랫폼에서 시작해 지역 사회 커뮤니티 앱으로 외연을 넓혀가고 있다. 당근알바 서비스는 2021년 10월부터 본격화됐다. 당근마켓에 따르면 2022년 하반기 당근알바에 올라온 구인 게시글 수는 상반기 대비 1.5배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 업계 관계자는 “승우아빠의 당근마켓 구인·구직 서비스에 대한 비하 발언은 당근마켓 이용자들에 대한 비난과도 같다”며 “당근마켓의 누적 가입자수가 3300만명에 달하는 만큼 많은 이들이 부적절한 발언에 구독취소 등의 행동을 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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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코노미스트 송재민 기자] “크게 다른 점은 없던데요? 우리 입장에선 사람 구할 데가 많으면 좋죠.”
성남시 분당구에서 편의점을 운영하는 A 씨는 17일 기자와 만나 당근알바 서비스를 이용해 아르바이트(알바) 직원을 구한 경험을 소개하며 이 같이 말했다. 알바 직원을 구할 수 있는 ‘접점’이 늘어서 되레 편하다는 설명이다. A 씨는 당근알바 뿐 아니라 다른 알바 중개 플랫폼도 동시에 이용 중이라고 한다. 특별한 차이점이 있었는지 묻자 잠시 뜸을 들이다 “잘 모르겠다”고 답했다. 그리곤 이내 고개를 갸웃거리며 “아, 사용하기가 편하긴 하다”고 말했다.
‘중고인간’은 최근 165만 구독자를 보유한 요리 유튜버 ‘승우아빠’가 지난 1일 당근마켓의 구인·구직 서비스를 두고 비하한 발언으로 인해 생겨난 단어다. 그는 식당 개업을 준비하는 다른 유튜버가 당근알바를 통해 알바 직원을 구한다고 하자 “당근에다가 내면 중고들만 들어오겠지”라고 말했다. 이어 “정상적인 루트로 내시고”라며 조언했다. 3일 진행한 인터넷 방송에선 “왠지 사람도 중고 같잖아요”라는 문제 발언을 되풀이했다.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당근마켓에서 구직활동을 하면 중고 인간이 되는 것이냐”며 그를 비판했다. 그간 당근알바를 이용한 소비자들의 반발을 샀고, 해당 채널은 구독자가 4만명 가까이 줄기도 했다. 논란이 지속되자 승우아빠는 장문의 사과문을 게재한 바 있다.
당근알바를 사용하면 ‘중고인간’이 되는걸까. 실제 당근알바를 통해 구인·구직을 하는 소상공인들의 생각은 어떨지 기자가 직접 찾아가봤다. 가게에서 만난 다양한 소상공인의 말은 “당근알바를 통해 구한 알바와 승우아빠가 ‘정상적인 루트’ 여길만한 플랫폼을 통해 구한 이는 차이가 없다”로 정리된다. 또 ‘서비스 측면에서 더 편한 지점도 상당하다’는 의견도 많았다.
기자가 만난 소상공인들은 당근알바로 알바에 지원했다가 면접을 보지 않는 지원자도 분명 존재한다고 했다. 그러나 이 같은 이른바 ‘노쇼’는 당근알바라고 특별하게 나타난 현상은 아니라고 입을 모았다. 되레 “당근알바로 지원한 이들은 비교적 젊어 우리 카페와 잘 맞다”고 말한 점주를 만나기도 했다. 당근마켓의 주요 기능인 중고거래와 동네 커뮤니티의 이용자 중 다수는 ‘젊은층’이다. 이들이 자연스럽게 애플리케이션(앱) 내 알바 구직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는 셈이다.
같은 지역에서 카페를 운영하는 B 씨는 “당근알바를 통해 사람을 구하게 된 건 평소에도 당근마켓을 자주 이용했기 때문”이라며 “새로 앱을 깔거나 회원가입을 하는 등의 과정이 없어 부담이 덜했다”고 말했다. 김 씨 역시 당근알바를 포함한 다른 플랫폼에도 동시에 모집 공고를 올리고 있다. B 씨는 “20대 딸이 당근알바 서비스를 써보라고 알려줬다”며 웃었다. 본인이 50대임에도 불편함없이 사용할 정도로 기능이 잘 갖춰져 있다고 했다.
작은 반찬가게를 운영하는 40대 C 씨도 당근알바를 통해 알바를 구하고 있다. 그는 당근알바가 오래 일할 사람을 찾기에 좋다고 말했다. C 씨는 “동네를 거점으로 가게와 구직자를 연결해주니 더 책임감을 가지고 일하는 것 같다”며 “제 매너온도가 상대에게도 보여지니까 저도 지원자에게 평가받는다는 마음이 든다”고 멋쩍게 웃었다.
매너온도는 당근마켓 내에서 통용되는 ‘신뢰의 바로미터’다. 처음 당근마켓에 가입하면 기본적으로 36.5도를 부여 받는다. 이후 당근마켓으로 거래를 할 때 좋은 거래후기를 받으면 온도가 높아지고, 비매너 평가나 신고를 받으면 떨어진다. 당근마켓 이용자들에게 매너온도는 상당히 중요하다. 온도가 낮으면 아예 거래를 하지 않는 경우도 있다.
알바를 구하는 소상공인 입장에서도, 일할 곳을 찾는 지원자 입장에서도 매너온도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매너온도가 높을수록 신뢰할 수 있는 사람이고, 매너온도가 낮을수록 주의를 기울여야 할 사람으로 여겨지기 때문이다. 당근마켓에서 쌓아온 평가가 당근알바의 구인·구직으로도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가 마련된 셈이다.
이 외에도 당근알바 탭에 들어가 알바 공고를 누르면 응답률과 서비스 시작 시점 등을 확인할 수 있다. 더불어 ‘지원자의 한 마디’를 볼 수 있다. 알바 자리를 찾는 사람들도 지원을 결정하는 데 있어 고려할 수 있는 정보를 제공하는 셈이다. 지원자는 실제 근무를 하지 않고도 후기를 남길 수 있다는 점도 눈에 띈다. 이 점 때문에 “합격은 못했지만, 연락도 면접도 너무 친절하셨어요”와 같은 구직자 입장에서 귀한 정보도 쉽게 접할 수 있다.
반대의 평가도 이뤄진다. 면접을 진행하거나 함께 근무를 한 후 ‘추천서’처럼 후기를 남길 수 있다. ‘시간 약속을 잘 지켜요’, ‘약속한 근무 기간을 채웠어요’ 등 키워드로만 간편하게 리뷰하는 기능도 있다. 자영업자와 지원자가 상호 평가한다는 신선한 개념이 서비스로 구현돼 있다.
당근알바에선 다른 곳에서 찾아보기 힘든 재미있는 일자리들도 보인다. 기자의 거주지 주변에선 ‘○○동에서 ○○동으로 쇼파 이동 도와 주실 분’이라는 알바를 구하는 이도 있다. 시급은 3만원. 글을 올린 지 4시간이 지나자 지원자는 6명에 달했다. 이외에도 ‘공방 정리 도와주세요! 혼자 하다가 지쳤어요’같이 소일거리로 일손을 빌리는 일자리도 종종 올라온다.
당근마켓은 2015년 동네 주민 간 중고거래 플랫폼에서 시작해 지역 사회 커뮤니티 앱으로 외연을 넓혀가고 있다. 당근알바 서비스는 2021년 10월부터 본격화됐다. 당근마켓에 따르면 2022년 하반기 당근알바에 올라온 구인 게시글 수는 상반기 대비 1.5배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 업계 관계자는 “승우아빠의 당근마켓 구인·구직 서비스에 대한 비하 발언은 당근마켓 이용자들에 대한 비난과도 같다”며 “당근마켓의 누적 가입자수가 3300만명에 달하는 만큼 많은 이들이 부적절한 발언에 구독취소 등의 행동을 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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