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미스트 이병희 기자] 미국 자동차기업 포드가 튀르키예 배터리 생산공장 합작사업 파트너로 SK온 대신 LG에너지솔루션(LG엔솔)을 택했다. 당초 SK온이 LG엔솔보다 앞서 포드와 양해각서를 체결하고 합작 사업을 논의했지만, 자금 사정 등으로 투자 논의가 지지부진해지자 새로운 파트너를 찾은 것이다.

LG엔솔은 22일 포드, 튀르키예 기업 코치와 튀르키예 전기차 배터리 생산 합작 법인 설립 추진을 위한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밝혔다. 3사는 튀르키예 앙카라 인근 바슈켄트(Başkent)에 2026년 양산을 목표로 약 24GWh(기가와트시) 규모의 배터리 공장 건설을 추진하기로 했다. 3사는 향후 시장 상황에 따라 공장 규모를 최대 45GWh까지 늘릴 계획이다.

합작공장에서 생산된 배터리는 포드의 주력 상용차에 탑재될 예정이다. 포드는 코치와 튀르키예 합작사인 ‘포드 오토산’(Ford-Otosan)을 설립해 연 45만대 규모의 상용차를 생산하고 있다. 해당 물량 절반가량은 유럽에서 판매되는데, 향후 LG엔솔이 유럽 전기상용차 시장 점유율을 확대하는 발판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LG엔솔 역시 튀르키예 합작공장 설립 배경에 대해 유럽 전기 상용차 시장 주도권을 선점하고자 하는 미래 전략과 품질·성능 측면에서 경쟁력 있는 배터리를 안정적으로 공급받고자 하는 포드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졌다고 설명했다. 실제 포드는 지난해까지 8년 연속 유럽 상용차 판매 1위를 기록한 바 있다.

권영수 LG엔솔 최고경영책임자(CEO)는 “앞으로 역량을 더욱 강화해 포드, 코치와 함께 유럽의 전기차 전환을 가속화하고 지속 가능한 미래를 위한 협력을 한층 공고히 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유럽 시장 공략을 노렸던 SK온은 지난해 3월 먼저 포드-코치와 튀르키예 배터리 합작법인 설립 추진 MOU를 체결하며 앞서 나갔지만, 진출 시기를 뒤로 미루는 모양새가 됐다. 당초 SK온과 포드, 코치 3사는 총 3조∼4조원을 투자해 합작법인을 설립할 계획이었는데, 경기 침체와 고금리, 자금난 등의 문제가 겹치며 투자 논의가 정체됐고 결국 이달 초 MOU를 공식 종료했다.

SK온, 유럽 대신 美 집중
그렇다고 SK온이 포드와 완전히 손을 놓은 것은 아니다. 유럽 공략 계획을 뒤로 한 대신 미국 시장에 집중하는 분위기다. SK온은 최근 포드와 미국 켄터키주와 테네시주에 설립한 전기차 배터리 생산 합작법인 블루오벌SK에 약 2조 원을 2차로 출자한다고 밝혔다.

SK이노베이션은 자회사인 SK온이 미국 자회사 SK배터리아메리카(SKBA)의 주식 1만5800주를 약 2조504억 원에 추가 취득한다고 21일 공시했다. SKBA는 자금을 블루오벌SK에 출자하기로 했다.

블루오벌SK는 SK온과 포드가 함께 만든 전기차 배터리 합작법인이다. SK온은 블루오벌SK 합작공장 건설에 총 5조1000억 원을 투자한다고 지난해 9월 밝힌 바 있다. 1차로 8976억원을 지난해 출자했는데, 이번에 2조원 규모로 추가 투자를 진행하는 것이다. 2027년 12월까지 사업 진척에 따라 출자가 순차적으로 이뤄질 예정이다.

블루오벌SK는 미국 켄터키주와 테네시주에 배터리 생산기지 3곳을 세우고 있다. 연간 총 129GWh(기가와트시) 규모로, 포드의 대표 전기차 픽업트럭 모델인 ‘F-150 라이트닝’ 약 120만 대에 탑재할 수 있는 규모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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