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죠다쉬·써지오바렌테 어디갔어?”…‘Y2K 패션’ 데님 열풍의 주역들 [망했어요]
1980년대 주름잡던 1세대 청바지 브랜드
고가 청바지...신분상승 패션템으로 자리매김
게스, 켈빈클라인 등 공습에…1990년대 철수
[이코노미스트 송현주 기자] 19세기부터 본격적으로 입기 시작한 청바지. 올해 주요 패션 브랜드의 2023 봄·여름(SS) 패션쇼에서 데님(청바지 천)이 등장하면서, 국내 청바지의 계보로 불리는 '죠다쉬'와 '써지오 바렌테'이 추억 속에서 재소환되고 있다.
한때 ‘메이커’로 젊은 세대들에게 ‘멋과 부의 상징’으로 추앙받던 이 청바지 브랜드는 현재 국내에선 모두 사라졌지만, ‘Y2K(1900년대 후반부터 2000년대 초까지 유행한 밀레니얼)’ 스타일로 재해석되고 있다. 청바지는 19세기 미국 서부 개척시대 일명 골드러시에 처음 등장했다. 당시 금광 광부들은 툭하면 찢어지는 작업복 때문에 골머리를 앓고 있었는데, 인근에서 천막용 천을 생산하던 남성이 질긴 천막 원단을 사용해 작업복을 만들었고 여기서 청바지가 탄생했다.
청바지는 국내에 1980년대부터 본격적으로 들어오기 시작했다. ‘리바이스’를 비롯해 지금은 찾아볼 수 없는 ‘죠다쉬’와 ‘써지오바렌테’가 당시 2030세대들에게 큰 관심을 받았다. 미국의 유명한 청바지 상표인 죠다쉬의 청바지는 1982년 첫 출시됐다. 반도패션(현 LG패션)이 1982년 10월부터 1987년까지 5년동안 죠다쉬와 기술제휴를 체결, 반도패션의 판매망을 통해 시판하기 시작하면서부터다.
죠다쉬 청바지는 당시 10~20대 연령층의 최고 패션 아이템이었다. 시장에서 파는 이름 없는 청바지와는 달랐던 죠다쉬 청바지의 당시 가격대는 7만∼9만원 수준으로 청바지의 주요 소비층이었던 1020세대 젊은이들에겐 ‘신분’을 상징하는 패션템으로 불리기도 했다. 특히 가난한 학생의 아이템이었던 청바지를 패션과 부의 아이템으로 만들어주며 청바지 브랜드로서는 최초로 짝퉁 브랜드 양산의 주역이 되기도 했다.
죠다쉬 하면 ‘말머리 로고’와 뒷주머니에는 빨간딱지가 대표적인 포인트였다. 요즘으로 따지면 돌체앤가바나의 금장택과 비슷한 프리미엄급 브랜드를 나타내는 상징이나 다름 없었다. 이후 1990년대 초까지 국내 시에서 팔렸지만 급격한 인기 하락에 돌연 자취를 감췄다.이엑스엘월드가 2015년 미국 본사 조르다체엔터프라이지즈와 국내 전개권에 대한 계약을 체결, 2018년 12월까지 3년 6개월로 시장성과에 따라 장기적으로 사업을 전개했지만 1980년대 당시의 인기를 따라갈 순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죠다쉬는 현재 국내에선 철수한 상태지만 일부 이커머스를 통해 직수입해 판매되고 있다. 미국에서는 세계적인 모델들을 동원해 제품을 판매 중이다.
당시 죠다쉬가 큰 인기를 끌자, 좀 더 저렴한 가격대로 승부수를 띄운 ‘써지오 바렌테’가 등장했다. 1980년대 초 삼도물산에서 미국 잉글리쉬 타운사와 기술제휴로 국내에 ‘써지오 바렌테’를 출시한 것이다. 국내 OEM 의류산업의 수출꾼으로서 의류제조와 생산의 큰 인프라와 노하우를 가지고 있었던 1960년에 설립된 삼도물산은 '써지오 바렌테'를 통해 당시 처음 선보인 스트라이프가 들어간 청바지를 선보였다.
그동안 본 적 없던 8090세대 남자,여자들의 패션 청바지핏을 바꾼 브랜드이기도 하다. 당시 배우 이화란과 이종원이 출연한 광고로 1991년까지 최고의 인기를 찍었다. 써지오 바렌테의 가격대는 4~6만원대로 당시 죠다쉬의 청바지 제품보다는 저렴한 편에 속했다. 독특한 물소뿔의 문양의 뒷주머니를 연상하게 하는 이 브랜드 역시 1990년대 초 급격한 매출 하락에 본격적인 브랜드 철수를 알렸다.
삼도물산은 1995년 12월 사업 다각화 실패로 인해 법정관리에 들어간 바 있다. 이후 법정관리에 들어간 이후 부채 상환을 위해 2000년 본사 건물 매각과 700명의 인원감축 등 경영정상화를 위한 노력을 기울였다. 이후 2008년 에프씨지가 써지오 바렌테의 국내 판권을 들여오며 재판매에 나섰지만 판매 부진을 이유로 다시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1990년대 초에는 게스, 켈빈클라인, 마리떼 프랑소와저버 등 직수입 또는 라이센스 형태의 프리미엄 청바지 브랜드들이 속속 등장하면서 국내 1세대 청바지 브랜드들의 경쟁력이 급락한 영향으로 보인다. 최근 1~2년 내 ‘마리떼프랑소와 저버’, ‘리’, ‘랭글러’, ‘트루릴리젼’ 등은 Y2K 트렌드를 적극 반영해 리브랜딩 등을 거치고 있다. 업계에선 이들 브랜드들이 부활할 순 없지만 당시 트렌드를 재해석한 아이템들이 나오고 있다고 설명했다.
패션업계 한 관계자는 “‘Y2K’ 패션 열풍이 불며 기성 세대에겐 그 시절 향수를 추억하게 하고 젊은 세대는 경험하지 못한 추억과 시대에 대한 향수를 느끼게 하고 있다”며 “같은 브랜드의 제품은 없지만 다양한 핏의 제품들이 출시되며 비슷한 제품들로 재해석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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