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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대 단체 ‘균열’…대한상의 독주 언제까지

[2023 경제5단체 현주소]②
대통령 특사 최태원 회장, 유럽 3개국서 부산 엑스포 유치 ‘지원’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도약…재계 대표 자리 굳힐까

한국 기업의 입장을 대변해온 경제 5단체(전국경제인연합회·대한상공회의소·한국경영자총협회·한국무역협회·중소기업중앙회)가 격동의 시간을 보내고 있다.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는 처음으로 정치인 출신 회장 직무대행 시대를 맞았고, 양대 경제 단체 중 하나인 대한상공회의소(대한상의)는 2030 부산 세계박람회(엑스포) 유치 지원에 나서며 현 정부와 적극 교감하고 있다. 이를 두고 재계에선 “사실상 양대 경제 단체 구도가 깨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전경련과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 통합설이 제기되는 가운데, 한국 수출 부진 속 한국무역협회(무역협회)의 역할론이 힘을 받고 있다. 네 번 연임에 성공한 김기문 회장의 중소기업기중앙회(중기중앙회)도 관심을 끌고 있다. ‘이코노미스트’가 경제 5단체의 현주소를 짚어본 이유다. [편집자]
윤석열 대통령이 2월 1일 경상북도 구미시 SK 실트론을 방문,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실리콘 웨이퍼 생산 시설을 시찰하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이코노미스트 이창훈 기자] 재계에선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지난 2021년 4대 그룹 총수 중 처음으로 대한상공희의소(대한상의) 회장을 맡은 이후 대한상의 위상이 높아졌다는 평가가 중론이다. 재계 관계자는 “과거 경제 5단체가 이른바 ‘맏형’인 전경련 중심으로 움직였다면, 현재 경제 5단체를 사실상 이끄는 단체는 대한상의라는 평가가 많다”며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대한상의가 전경련을 대신해 정부와 연관된 각종 경제계 행사를 주도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재계 관계자는 “윤석열 대통령이 취임한 이후 가장 많이 만난 국내 재계 인물은 최태원 회장”이라며 “대한상의가 윤 정부가 공을 들이고 있는 부산 엑스포 유치를 적극 지원하고 있어, 일부에선 윤 정부와 대한상의를 두고 ‘밀월 관계’라는 말도 있다”고 했다.

대한상의, 최태원 회장 체제서 ‘도약’

실제 부산 엑스포 민간유치위원장을 맡고 있는 최태원 회장은 부산 엑스포 유치 지원에 적극 나서고 있다. 대한상의에 따르면 최태원 회장은 2월 28일부터 3월 5일까지 대통령 특사 자격으로 유럽 3개국(스페인, 포르투갈, 덴마크)을 방문, 부산 엑스포 유치 지원 활동을 벌였다. 그간 민간유치지원장으로 부산 엑스포 유치 지원을 이어간 최 회장이 처음 특사 자격으로 지원 사격에 나선 것이다. 대한상의는 “최 회장 특사 지명으로 부산 박람회 유치에 대한 우리 정부의 확고한 의지를 전달하고 교섭 시에도 힘을 더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 

최태원 회장은 2월 28일(현지시간) 스페인 마드리드 총리 궁에서 페드로 산체스 스페인 총리와 면담을 갖고 부산 엑스포 유치에 대한 스페인의 지지를 요청하는 윤석열 대통령의 친서를 전달했다. 이 자리에서 최 회장은 “부산 엑스포가 기술 발전을 보여주는 단기간 이벤트로 그쳐서는 안 될 것”이라며 “부산 엑스포는 인류 공동 문제에 대한 해결책을 제시하는 장이 될 것이고, 이를 다음 개최국에 전수해 지속적으로 인류 발전에 기여하고자 노력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산체스 총리는 “최태원 특사의 스페인 방문을 환영한다”며 “부산 엑스포 유치에 대한 한국의 노력과 엑스포 개최지로서 부산이 가진 역량을 잘 알고 있다”고 화답했다. 

최 회장은 또한 2일(현지시간) 덴마크 코펜하겐을 방문해 메테 프레데릭센 덴마크 총리를 예방하고 윤석열 대통령 친서를 전했다. 3일(현지시간)에는 포르투갈 리스본 총리공관에서 안토니우 코스타 포르투갈 총리와 면담하고, 부산 엑스포 유치 등에 대해 논의했다. 대한상의에 따르면 지난해 6월 부산 엑스포 유치를 위해 교섭 활동에 나선 우리 기업들은 1년도 되지 않는 시간에 84개국을 방문, 유치 지지를 호소했다. 교섭 국가만 130개국으로, 방한 외빈 대상 교섭을 포함하면 약 450회 달하는 교섭 성과를 거뒀다는 게 대한상의 측의 설명이다. 재계 관계자는 “부산 엑스포 유치는 윤석열 대통령이 무게감을 갖고 추진하는 주요 사안 중 하나”라며 “최 회장이 이끌고 있는 대한상의가 재계 대표격으로 부산 엑스포 유치 지원 활동을 주도하고 있다는 평가에는 이견이 없어 보인다”고 진단했다.

尹 정부‧대한상의, 밀월 관계?…일부선 “원 팀” 평가도 

정치권과 재계 안팎에선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대한상의 위상이 높아지고 있는 것을 두고 “윤석열 대통령과 최태원 회장의 친분이 두텁다”는 뒷말이 많다. 정치권 사정에 밝은 한 관계자는 “윤석열 대통령과 최태원 회장은 충암고 동창으로, 최 회장이 신일고로 전학가기 전까지 충암고에서 고교 시절을 보낸 사이”라며 “윤석열 대통령이 충암고에 갖는 애정이 남다르다는 얘기가 많다”고 귀띔했다. 재계 관계자는 “윤석열 정부가 들어선 이후 최 회장이 이끄는 대한상의 영향력이 커지면서 최 회장이 윤 대통령과 가까운 사이라는 말이 많았다”며 “대한상의가 올해 초 스위스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에서 ‘한국의 밤’을 처음으로 주관하는 등 최 회장 체제의 대한상의가 재계를 대표하고 있다는 점을 부정하긴 어려울 것”이라고 주장했다. 

실제 정치권에선 윤 대통령과 최 회장의 친분을 근거로 이른바 ‘SK 봐주기’ 의혹이 제기되기도 했다. 지난 2월 20일 국회에서 열린 정무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김성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한기정 공정거래위원장에게 “최 회장이 윤석열 대통령과 충암고 동창이어서 공정위가 봐주고 있는 게 아니냐는 이야기가 있다”고 질의했다. 공정위가 SK그룹의 대기업집단 지정 과정에서 킨앤파트너스 등 4개사에 대한 자료를 누락하고 제출한 혐의에 대해 경고 처분만 내리고 고발하지 않았는데, 이를 두고 봐주기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는 것이다. 당시 민병덕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SK에 대해서 공정위가 매우 봐주고 있는 게 아니냐”며 “윤 대통령이 최 회장을 가장 자주 만난다는 이야기도 있던데 이런 것 때문은 아니냐”고 질의했다. 이에 대해 한기정 공정거래위원장은 “사실과 다르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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