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치 향수 ‘조·바·딥’ 정돈 사야죠”...소장 욕구 자극하는 ‘비싼 향기’ [민지의 쇼핑백]
아이돌 사용하는 니치 향수 따라 소비하는 MZ세대
스몰 럭셔리 대표 제품…명품 립스틱보다 만족감 높아
MZ세대 구매 커지자, 향수 브랜드 모델에 아이돌 등장
MZ세대 사이에서 향수계 명품으로 불리는 ‘니치 향수’가 특별한 쇼핑템으로 여겨지고 있다. ‘니치’는 이탈리아어 니키아(Nicchia)에서 유래된 말로 ‘틈새’를 의미한다. 니치 향수는 조향사가 틈새 고객, 즉 소수의 제한된 소비자를 위해 만든 프리미엄 향수다. 가격은 일반 향수보다 3~5배 정도 비싸, 한 병당 20만~30만원을 호가한다.
가격은 비교적 비싸지만 니치 향수에 대한 MZ세대 관심은 크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인 인스타그램에 해시태그 ‘#니치향수’로 검색되는 게시물만 해도 10만5000장이 넘을 정도다.
구매량도 늘었다. 딥티크, 바이레도 등 니치 향수를 수입하고 판매하는 신세계인터내셔날 매출 자료에 따르면 올해 향수 브랜드 매출은 지난해 같은 달 대비 43%가 껑충 띄었다. 이중 전체 매출 비중의 80%는 MZ세대가 차지했다. 현대백화점 올해 향수 매출 증가율 역시 44.7%를 기록했다. 특히 이중 니치 향수 브랜드의 매출은 61.5%가 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확대하는 MZ세대 구매는 ‘니치 향수를 뿌리는 사람은 센스 있는 사람’이라는 인식과 이어진다. 특히 인기 아이돌 가수가 자신이 사용하는 향수를 소개하는 자리에서 니치 향수를 꼽으면서 10대 팬들에게까지 영향을 미쳤다.
BTS 멤버 지민은 조말론의 오렌지블라썸 제품을, 또 다른 멤버 진은 딥티크의 필로시코스를 쓰는 것으로 알려졌고, 가수 마마무의 솔라 역시 자신의 일상생활을 담는 유튜브 영상을 통해 딥티크의 제라늄 오도라타 제품을 소개했다. 이외에도 가수 아이브의 멤버 장원영이 자신의 첫 입문 향수로 프라다의 캔디를 사용했다는 것을 공개하면서 10대 사이에서 아이돌이 쓰는 값비싼 향수에 대한 동경 심리가 생겨난 것이다.
용돈을 모아 딥티크 향수를 산 10대 김다현 씨는 “군 입대한 석진 오빠(BTS 멤버 진)와 같은 향을 공유하고 싶었다”며 “책상 한켠에 BTS 앨범들과 석진 오빠 사진을 두고 그 가운데에 딥티크 향수를 뒀다”고 말했다.
블랙핑크 제니, 뉴진스 민지 등 향수 모델로
니치 향수는 향수 중에서는 비싼 제품이지만, 수백만원이 드는 명품 가방과 옷보다는 저렴하다는 점에서도 MZ세대가 접근하기 쉽다. 사치스러운 느낌을 주면서도 가격이 수십만원대에 그쳐서 만족감을 가지고 소비하는 ‘스몰 럭셔리’(Small Luxury) 제품인 셈이다. 지금까지 스몰 럭셔리 대표 상품으로 4~5만원대의 명품 브랜드 립스틱이 꼽혔지만, 이제는 20만~30만원대의 니치 향수로 트렌드가 변화한 셈이다.
특히 니치 향수는 우드, 무화과 향 등 개성 있는 향을 풍기기 때문에 남들에게 니치 향수를 뿌렸음을 은근히 알릴 수 있는 효과가 있어 더욱 인기다. 명품 립스틱은 입술에 바르면, 겉으로 명품 립스틱을 사용했다는 티가 확실하게 나타나지 않는 것과는 다른 점이다.
향수 소비에 지갑을 과감하게 여는 MZ세대가 많아지면서 향수 브랜드 모델도 과거 고급스러운 분위기를 풍기는 중년 여성 중심에서 이제는 세련되고 톡톡 튀는 개성을 드러내는 아이돌 가수로 바뀌었다. 젊은 소비자층이 여성스럽고 우아한 향수 이미지보다 독특하면서도 매력적인 향수 이미지를 선호하면서다.
실제 지난해 국내 뷰티 브랜드 탬버린즈는 블랙핑크 제니를 모델로 발탁해 제니의 향수 컬렉션 캠페인을 전개해 관련 제품 품절대란을 일으켰고, 샤넬 뷰티는 뉴진스 민지를 공식 앰버서더로 채택하고 최근 민지가 샤넬 향수를 뿌리며 장난치는 영상을 공개하기도 했다.
국내 뷰티업계 관계자는 “예전 향수 광고를 생각하면 몸매가 드러나는 실크 드레스를 입은 성숙한 여성 배우의 모습이 많았다면 이제는 광고부터 달라졌다”며 “MZ세대 소비자를 겨냥한 아이돌 가수를 모델로 기용하고 화보나 뮤직비디오를 촬영하듯 개성 넘치는 영상미를 강조하곤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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