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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리콘밸리 ‘자금줄’ 파산…줄도산 우려 커진다

파산 은행 자산 규모 2000억 달러 이상
미국 파산 은행 중 규모 두 번째로 커
스타트업 청산 위기…“정부 개입해야”

미국 캘리포니아주에 있는 실리콘밸리은행(SVB) 본사 전경 [사진 연합뉴스]
[이코노미스트 선모은 기자] 미국 스타트업의 자금줄 역할을 했던 실리콘밸리은행(SVB)이 파산했다. 이 은행의 자산 규모는 2000억 달러 이상으로, 미국에서 파산한 은행 중 두 번째로 규모가 크다. 문제는 SVB로부터 자금을 받아온 기업들에 파산 여파가 미칠 수 있다는 점이다. 세계 여러 규제당국은 사태를 주시하며 대응에 나섰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미국 캘리포니아주 금융보호혁신국은 최근 불충분한 유동성과 지급불능을 이유로 SVB를 폐쇄했다. 파산 관재인으로 미국 연방예금보험공사(FDIC)를 임명했다. FDIC는 신규 법인인 샌타클래라 예금보험국립은행(DINB)을 세워 SVB의 예금을 이전하고, 보유 자산을 매각할 예정이다.

FDIC에 따르면 지난해 말을 기준으로 SVB의 자산은 2090억 달러다. 미국에서 16번째로 큰 대출 기관이다. 벤처캐피털로부터 유동성을 공급받는 테크 업체들과 헬스케어 기업들의 44%가량이 SVB를 이용한다. 전문가들은 재무구조가 열악해 다른 재원을 마련하기 어려운 스타트업이 줄도산하고, 수천명이 정리해고될 것을 우려하고 있다.

이번 사태의 여파는 다른 국가로도 번지고 있다. SVB는 캐나다와 중국, 덴마크, 독일, 인도, 이스라엘, 스웨덴에 지점을 두고 있다. 블룸버그 등에 따르면 SVB 영국 지점은 파산 선언을 앞두고 있다. 이미 거래를 중단했고, 신규 고객도 받지 않고 있다. 영국 내 180여 개의 정보기술(IT) 업체들은 제레미 헌트 영국 재무장관에게 개입을 촉구하는 서한을 보냈다. 여기에는 수많은 기업이 하룻밤 새 강제청산할 수 있다는 우려가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캐나다의 기술 개발 기업들도 우려를 내비치고 있다. 광고 기술 개발 업체인 ‘어큐티 애즈’는 보유 현금의 90%를 SVB에 넣어뒀다. 이 기업은 따라 월요일인 13일 증시가 개장하기 앞서 금요일인 10일 거래 중지를 요구하기도 했다. SVB 캐나다 지점은 앞서 현지 기술 산업에 자금 공급을 확대하기 위해 대출 규모를 2배가량 늘린 것으로 전해졌다. 중국의 SVB 합작법인은 자금을 안정적으로 운영하고 있다며 고객 달래기에 나섰다.

한편, 국민연금이 SVB가 속한 SVB금융그룹의 주식을 지난해 말 기준 10만795주 보유하고 있던 것으로 나타났다. 당시 이 주식은 2300만 달러(약 304억원) 정도의 가치였으나, 최근 들어 주가가 절반가량 하락한 상황이다. 국민연금은 이 주식의 가격이 하락할 때 추가 매입하며 ‘저가매수’에도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전문가들은 파산 여파가 금융권 전체로 확산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한다. SVB가 스타트업에 특화한 은행이라 다른 금융기관과는 차이가 있어서다. 그런데도 정부가 빠르게 사태 진화에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월요일 증시가 개장하기 전 정부가 자금 손실을 막아야 한다는 의미다. 이와 관련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사태와 관련해 개빈 뉴섬 캘리포니아 주지사와 대책을 논의했다. 재닛 옐런 재무장관도 관계 기관과 만나 회의를 이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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