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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욱 의원 “깡통전세 피해 속출에 국회도 법안 마련 나서”[이코노 인터뷰]

[죽음의 전세사기] ④ 김병욱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원회 수석부의장
“HUG가 보증하지 않은 주택에 대해서도 구제 방안 필요”

서울 국회의원회관 5층에서 김병욱 더불어민주당 성남분당을 국회의원이 이코노미스트와 인터뷰하고 있다. [사진 김병욱의원실]

[이코노미스트 박지윤 기자] 전세사기와 깡통전세 피해가 속출하는 문제를 예방하고 피해자를 구제하기 위해 국회도 법안 마련에 나섰다.

현재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원회 수석부의장을 맡고 있는 김병욱 더불어민주당 성남분당을 국회의원은 지난해 12월 말 서민의 전세 보증금을 보호하는 역할을 하는 전세보증보험의 법적 근거를 마련하는 법안을 발의하기도 했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 정관으로 운영하는 전세보증보험의 시행 근거를 법률에 명시해 안정적이고 지속가능한 제도적 기반을 마련하기 위해서다. 지난 2월에는 국회 국토위 국토법안소위에서 악생임대인 공개, 임대차 중개시 확인설명 의무 강화 법안을 통과시켰고, 최종적으로 국회 본회의도 통과하는 데 힘쓰기도 했다.

김병욱 의원은 보수 우세지역인 분당을 지역에서 더불어민주당 최초로 재선에 성공한 의원이다. 경남 산청에서 태어나 부산에서 학창 시절을 보낸 김 의원은 대학 졸업 후 한국증권업협회(현 금융투자협회)에서 근무한 ‘증권맨’ 출신이다. 자본시장과 금융, 경제정책에 대한 전문지식을 갖춘 인물이다.


김 의원을 ‘이코노미스트’가 만나 전세사기를 막기 위한 제도적 상황에 대해 물어봤다.

Q. 현재 야당 정책위원회 수석부의장으로서 어떤 역할을 수행하고 있나.

상임위원회에서 여당과 야당이 이견이 있을 때, 이를 조율하고 합리적인 방향을 모색해 법안 통과에 이를 수 있도록 하는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또 더불어민주당과 당내 대선 후보가 과거부터 지켜온 가치와 지향점을 정책적으로 잘 가다듬는 역할을 수행한다. 정책도 단기적 관점과 장기적 관점으로 만들어내야 하는데 이 중 현안의 정책 수립을 연구원에서 주로 담당하고 있다. 

이제 국회의원 7년차를 넘어 내년이면 8년차가 된다. 각 정당의 대표 국회의원들이 만나다보면 사실 접점이나 타협점을 찾기 어렵다. 그런데 정책을 중심으로 논의를 하다 보면 그 간극이 줄어들면서 타협의 가능성이 커진다. 정책을 중심으로 여야가 서로 협의하는 문화가 더 확산하면 좋겠다.

Q.인천에서 전세사기 피해자가 숨지는 안타까운 사고가 있었고, 최근 전세사기 문제 해결을 위한 토론회가 열렸다. 국회의 역할이 무엇이라고 보나.

우리나라는 월세, 전세, 자가 등 여러 가지 주거 형태가 있다. 또 자가도 대출을 끼고 집을 산 사람과 전세를 끼고 매입한 사람으로 나눌 수 있다. 특히 전세는 전 세계에서 우리나라에만 있는 꽤 괜찮은 제도라고 생각한다. 

한국만의 독특하고 특색있는 주거 문화인 전세는 상당한 의미가 있는 제도다. 전세가 너무 많아서 문제가 있다는 지적도 있는데 그래도 ‘내 집 마련’을 위한 다리 역할을 해주는 긍정적인 측면이 있다. 우리나라 국민 대부분은 첫 번째 소원으로 내집마련을 꼽지 않을까. 그래서 전세 제도를 잘 개선하고 발전시킬 필요가 있다. 월세로만 살게 되면 자금을 모아서 전세를 얻고 전세를 통해 내 집을 마련하는 꿈을 이루는 것은 어렵지 않나. 

[사진 게티이미지뱅크]

그런데 열심히 귀중하게 모은 전세 자금을 송두리째 날리거나 전세사기를 당하는 일이 계속해서 벌어지고 있다. 나도 서울 구로구에 있는 보증금 1400만원 짜리 전셋집에서 신혼생활을 시작한 경험이 있다. 그 전까지는 하숙집이나 월셋집에 살았었다. 그 전세 자금 1400만원은 진짜 한푼 두푼 소중하게 모은 돈이었다. 그때를 생각하면서 전세사기 문제 해결에 대한 사명감을 갖게 된다. 

경제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사람 입장에서는 전세보증금이 곧 전재산이다. 그 전세 자금을 모으는 과정에서 흘린 땀과 노력이 고스란히 담겨 있는데 집주인이 돌려주지 않는다든지 사기를 당해서 한푼도 못 받는다면 상상만 해도 끔찍한 일이다. 전세사기 문제는 국회와 행정부에서 나서서 반드시 해결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Q. 전세사기를 사전에 예방하기 위해 논의 중인 방안이 있다면?

임차인들이 정보가 부족한 상태에서 전세 계약을 체결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국회에서 정보의 비대칭성을 완화하기 위한 대책을 마련할 방침이다. 현재 임대인이 내놓은 집에 대한 정보 제공을 강화하는 방안을 논의 중이다. 임대인의 신용도를 노출할 경우 지나치게 사적인 영역을 침해할 수 있기 때문에 임대를 놓은 물건에 대한 정보를 공개하는 것이다. 임차인들이 봤을 때 ‘내가 전세입자로 들어가도 괜찮은 물건인지’를 알 수 있도록 정보를 주는 방안이다. 

전세 보증을 담당하는 HUG의 보증 책임을 강화하는 방안도 국회에서 검토하고 있다. HUG에서 전세보증금에 대한 반환보증을 서줄 때 과연 이 전세 계약이 상식에 맞고 합리적인지 더 꼼꼼하고 세밀하게 확인할 필요가 있다. HUG 보증제도를 악용해서 전세사기를 일으키는 사기꾼들이 등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HUG 보증제도가 자칫하면 그들의 먹잇감이 될 수도 있기 때문에 좋은 취지가 희석되지 않도록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3월 15일 서울 국회의원회관 5층에서 김병욱 더불어민주당 성남분당을 국회의원이 이코노미스트와 인터뷰하고 있다. [사진 김병욱의원실]

Q. 전세사기로 인한 피해를 겪고 있는 사람들을 구제하는 방안으로는 어떤 지원 대책을 검토하고 있나.

지금 당장 전세사기 피해자들을 구제할 수 있는 파격적인 방안으로는 공공기관이나 정부가 피해금을 일단 돌려주고 집주인이나 전세사기를 일으킨 사람에게 구상권을 청구하는 방식이 있다. 이렇게 하면 100% 피해를 입은 임차인들을 구제할 수 있다. 하지만 국가 예산이 충분하지 않은 점과 임차인 과실 여부를 살펴봐야 하는 등 조금 더 고민할 부분이 남아있다.

일단 HUG가 전세보증금반환 보증을 실시한 주택에 대해서는 100% 임차인들이 보증금을 돌려받을 수 있어야 한다. 대신 HUG가 감당할 수 있는 규모를 초과할 경우 부실화할 수 있기 때문에 중장기적으로 부실을 예방할 수 있는 장치를 만들어야 할 것이다. 단기적으로는 현재 전세보증금반환을 요청하는 건수가 많이 늘어나고 있기 때문에 당장 보증을 해줄 여력이 부족한 상황이다.

그래서 HUG 자본금을 확충을 하는 방안이 단기적으로 꼭 필요하다. 중장기적으로는 보증을 해줄 때 여러 가지 관점으로 꼼꼼히 심사를 해서 HUG 보증을 이용한 사기가 발생하지 않도록 하는 예방 대책도 만들어야 한다.

반면, HUG가 보증을 서지 않은 주택에서 전세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한 피해자들을 지원하는 방안은 조금 더 고민이 필요하다. 가장 좋은 방법은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나 HUG 등 국가나 공공기관에서 먼저 세입자들에게 보증금을 돌려주고, 나중에 임대인이나 사기꾼에게 돈을 받아내는 것이다. 임대보증금 일부를 신탁을 하는 방안 등 여러 가지 아이디어들도 나오고 있는데 아직 조금 면밀히 살펴야 할 부분이 있다.

Q. 전세 제도를 기반으로 한 일명 ‘갭투자’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전세를 끼고 집을 사는 ‘갭투자’는 한국의 고유한 주거 문화가 만들어낸 새로운 투자다. 전세 제도는 긍정적으로 볼 필요가 있지만 부동산 하락기에 갭투자한 주택에 거주하는 세입자가 피해를 입을 수 있는 부작용도 상존한다.

갭투자를 하는 이유는 부동산 상승기에 차익거래를 목표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 사실 부동산, 주식, 채권 등 모든 자산을 통틀어 투자를 할 때는 본인의 판단으로 인한 책임이 뒤따른다. 무위험 수익률이 정해진 은행 예금을 제외한 모든 투자는 위험이 따른다. 어떤 투자를 무조건 옳다, 그르다라고 판단할 수는 없다. 본인의 자금 여력과 경제 상황에 맞게 투자해야 한다.

일단 집값이 어떻게 될지 모르니 전세를 끼고 집을 사놓은 뒤에, 돈을 모아 전세입자에게 돈을 돌려주고 자신이 실제로 거주하는 것은 선의의 갭투자라고 볼 수 있다. 이런 경우는 내 집 마련을 위한 발판이 될 수 있기 때문에 갭투자를 무조건 나쁘다고 생각하고 싶지 않다.

하지만 갭투자를 통해 다주택을 보유하는 것은 막을 필요가 있다. 주거 목적이 아니라 다주택을 보유하려는 투기 목적의 수단으로 사용되는 갭투자에 대해서는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 부동산 하락기에 세입자가 피해를 볼 가능성이 있는 데다 특히 요즘같은 고금리 시대에는 이를 감당하기 어려울 수 있기 때문이다.

1990년대 지어진 1기 신도시인 경기도 고양시 일산신도시 전경 [사진 고양시]

Q. 최근 ‘1기 신도시 특별법’을 조속히 추진해야 한다는 의견을 많이 냈는데 현재 당면 과제가 있다면? 

조만간 국회 법안소위에서 내가 직접 발의한 법안과 정부가 제출한 법안 등을 병합 심의할 예정이다. 본격적으로 노후도시 재정비 관련 법안을 논의한다. 국토교통부에서는 1기 신도시 재정비에 대한 마스터플랜을 2년 동안 만들어서 내년 3월까지 내놓으려고 했는데 더불어민주당에서 2년은 너무 길고 1년 6개월 안에 내놓자고 제안했다.

곧 국토부와 5개 신도시 지방자치단체장들과 함께 1기 신도시 정비계획을 구축할 예정이다. 각 도시별로 정비계획을 수립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사실 법안을 만들고 나서 마스터플랜을 수립하는 단계로 나갈 가능성이 컸는데, 이번엔 법안 발의와 각 도시별 마스터플랜을 동시에 구축하게 됐다. 그만큼 1기 신도시 재정비에 대한 의견을 빨리 모을 수 있어 정책 추진 속도를 올릴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지금이 1기 신도시 재정비를 논의하기 가장 적절한 시기라고 생각한다. 부동산 시장이 불안정하고 하향 안정기에 접어들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부동산 시장 특성상 집값이 오르는 상승기에는 재건축 정책을 논의하기 더 힘들어진다. 부동산 안정기에 국회와 정부, 지자체가 머리를 맞대고 노후화하고 있는 신도시를 재정비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노후화한 1기신도시에 거주하는 주민들의 불편함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재정비가 반드시 필요하다.

우리가 미래 도시를 그릴 때는 디지털화, 콤팩트화, 스마트화, 탄소중립화 등 다양한 부분을 고려해야 한다. 30년 전에 지어진 1기 신도시는 이 같은 최근 주거수요가 반영이 되지 않은 상황이다. 미래 주택을 공급할 때도 녹지나 그린벨트를 훼손하기보다 인프라가 잘 갖춰져 있는 곳에 용적률을 약간 상향해서 양질의 주택을 만드는 것이 합리적이다. 지금이 1기 신도시를 재정비할 시기로 적합하기 때문에 내년 초까지는 마스터플랜을 세우는 것을 마무리해야 한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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