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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아파트, 급매물 다 팔리고 반등…‘반짝 효과’일까?

정부 규제완화·대출금리 인하 등으로 급매물 소진
고금리·경제악화 여전…미분양 증가시 주택시장 경착륙 우려

서울 남산에서 바라본 아파트 단지 전경. [사진 연합뉴스]

[이코노미스트 이승훈 기자] 대대적인 부동산 규제 완화 등의 영향으로 가격이 크게 빠진 대단지와 소형 저가 아파트를 중심으로 급매물이 소진되고 있다. 얼어붙었던 부동산 시장이 조심스럽게 반등 움직임을 보이고 있지만 주택가격 하락세가 당분간 지속할 것이라는 전망도 제기된다. 

17일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1월 서울 아파트 실거래가지수’는 전월 대비 0.81% 상승해 지난해 6월(0.23%) 이후 7개월 만에 상승전환한 것으로 나타났다. ‘노도강’(노원·도봉·강북구) 지역이 있는 동북권이 1.69% 올라 서울 5개 권역 중 가장 큰 상승폭을 보였다. 이어 마포·은평구 등이 있는 서북권이 1.61%, 강남4구가 있는 동남권은 1.61% 상승한 것으로 조사됐다. 반면 종로·용산구 등이 위치한 도심권은 1.34%, 영등포·양천·강서·구로구 등이 있는 서남권은 0.20% 각각 하락했다.

서울 아파트 시장은 지난해 금리 인상 등의 여파로 극심한 거래 절벽이 심화했다. 하지만 올해 1월 강남3구와 용산구를 제외한 전역이 규제지역에서 풀리고 각종 규제완화가 시행되면서 급매 거래가 늘기 시작했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지난 1월 서울 아파트 거래량은 1419건으로 작년 6월(1066건) 이후 처음으로 월 거래량이 1000건을 넘었다. 2월 계약 건은 이달 15일 기준 2166건이 신고되며 이미 2000건을 넘었고, 아직 신고 기간이 남아 더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실거래가지수가 소폭 오른 것은 올 들어 직전 거래가 보다 높은 가격에 팔린 상승 거래가 늘어났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실제 서울 아파트 시장은 작년 4분기 대비 오른 가격에 거래된 비중이 과반을 넘어선 것으로 집계됐다. 부동산R114가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자료를 분석한 결과, 올해 들어 직전 분기 대비 상승한 거래는 52.2%(277건)였다. 하락 거래 42.2%(224건), 가격 변동이 없었던 거래는 5.6%(30건)로 조사됐다.

상승 거래 비중은 ▲마포(77.3%) ▲강동(69.8%) ▲강남(65.2%) ▲송파(63.3%) 순으로 높았다. 이들 지역 내 대단지에서 최근 급매물 소진 후 가격이 올라 거래된 것으로 분석됐다. 특히 9~15억원 이하, 6억원 이하 구간에서는 5% 초과해 오른 거래 비중이 30%를 넘어섰다. 가격 하락 폭이 컸던 강동, 송파구 대단지 급매물을 비롯해 보금자리·특례보금자리론 대상이 되는 노원, 도봉구의 소형, 재건축 아파트의 거래가 이어진 영향으로 풀이된다.

고금리·미분양 증가 등 영향…추가하락 예상 

시장에서는 주택경기가 다시 살아나는 것이 아니냐는 기대감이 나오고 있지만 기관과 전문가들은 아직은 추가하락을 예상하고 있는 분위기다. 

나이스신용평가는 주택가격 하락세가 지속되면서, 이로 인해 주택시장이 경착륙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권신애 나신평 금융평가본부 책임연구원은 지난 16일 열린 온라인 세미나에서 “일각에서 주택경기 바닥론이 제기되지만, 향후 주택가격은 추가 하락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권 연구원은 “기준금리 추가 인상 가능성이 여전히 존재하는 가운데 상당 기간 높은 수준의 금리가 유지될 것”이라며 “향후에도 주택 구매자의 대출 및 구매 여력 개선이 어려울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소득 대비 주택가격 배율(PIR)이 과거 장기 평균보다 매우 높은 만큼 주택가격 하락을 통한 정상화가 진행될 것으로도 예상했다. 나신평에 따르면 과거 PIR은 전국 3∼4배, 서울 8∼9배 수준을 유지했다. 그러나 최근 전국 5∼6배, 서울 13∼14배 수준으로 크게 상승했다

또한 전국적으로 미분양 아파트가 빠르게 늘어나고 있는 것도 추가 하락을 예상케 한다. 부동산R114 자료에 따르면 올해 1월 기준 전국 미분양 아파트는 총 7만5359가구로 전년 동월(2만1727가구) 대비 3.5배(5만3632가구)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권 연구원은 “부동산 개발 사업자들이 정부 지원을 기대하면서 과도한 고분양가를 고수하는 경우 미분양 물량의 지속적인 증가가 주택가격의 하방 압력을 가중해 경착륙 가능성을 키울 수 있다”고 지적했다. 

김인만 부동산 연구소 소장은 “그 동안 워낙 빠르게 떨어졌 것과 비교하면 반등을 한 것은 맞지만 이것을 대세 상승으로 보기는 어려울 것 같다”고 해석했다. 이어 “과도한 집값 상승에 대한 피로감이 있는데다, 여전히 금리는 높고 경제 불확실성은 더 커지고 있다”며 “일시적인 조정은 있을 수 있겠지만 하락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문도 연세대학교 정경대학원 금융부동산학과 교수는 “대세하락을 막기에는 역부족”이라며 “1·3대책 등의 반짝 효과로 보이고 특례보금자리론이 다 소진되고 나면 수요는 급격하게 줄어들 가능성도 높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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