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VB 엎친데 CS 덮친 금융시장…급한 불은 껐다지만 변동성 어쩌나
CS·퍼스트리퍼블릭도 ‘불안’
정부·중앙은행 공조로 긴급 자금 수혈
채권·환율 등락 거듭…당분간 보합권 전망
은행주 불안 여전, 위험회피 심리 지속할 듯
[이코노미스트 마켓in 허지은 기자] 금융시장을 뒤흔든 실리콘밸리은행(SVB) 사태 여진이 지속되고 있다. SVB가 파산한지 이틀만에 암호화폐 전문은행 시그니처은행이 연쇄 파산한 가운데 크레디트스위스(CS), 퍼스트리퍼블릭 등 유럽, 미국의 대형은행들로 유동성 위기가 번지면서다. 각국 정부와 중앙은행을 주축으로 긴급 유동성 지원에 나서고 있지만 ‘제2의 SVB’가 나타날 수 있다는 긴장감은 지속하고 있다.
주식시장 역시 SVB 사태 흐름을 주시하며 관망세를 이어가고 있다. 은행주의 경우 투자심리 악화로 하락세를 보이고 있지만 시장 전체적으로는 견조한 모습이다. 다만 추가로 유동성 위기에 빠진 은행이 나올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만큼 한동안 채권, 원·달러 환율, 증시 등 금융시장의 변동성은 높아질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 나온다.
20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 10일(이하 현지시각) 발생한 SVB 파산 사태 이후 시그니처은행이 연이어 문을 닫으면서 위험자산회피 심리가 커지고 있다. 사태 초기에는 미국 연준이 금리 인상을 멈출 것이란 기대감에 증시가 일부 반등했지만, 이 기대감이 꺾이면서 증시가 하락했고 이후 상승과 하락을 오가는 중이다.
뉴욕증시의 3대 지수도 방향성을 잡지 못하고 오락가락하는 모습이다. 지난 17일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는 1.1% 하락했고,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는 1.19% 떨어졌다. 나스닥지수는 0.74% 하락 마감했다. 주간으로 보면 나스닥(4.4%), S&P500(1.43%)는 오르고 다우(-0.15%) 역시 약보합에 그쳤지만 여전히 상황을 예단하기는 이르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수십조’ 지원도 어림없다…CS·퍼스트리퍼블릭 불안 지속
스위스 2위 은행인 CS에 대해 스위스 당국이 긴급 유동성 지원으로 진화에 나섰지만 금융시장의 우려는 이어지고 있다. 지난 17일 스위스 취리히 증시에서 CS 주가는 전일 대비 6.94% 내린 2.01달러에 장을 마쳤다. 전날 CS 주가가 하루만에 19.15% 상승하며 8일간 이어진 하락세를 벗어나는 듯 했지만 하루만에 주가는 다시 반락했다. 최근 한달(2월 21일~3월 17일) 주가 하락률은 -31.16%에 달한다.
CS 주가는 스위스 국립은행(SNB)이 최대 500억 스위스프랑(약 70조3000억원)규모 유동성 지원 계획을 밝히면서 반짝 반등했다. 그러나 CS의 재무건전성에 적신호가 켜진 상황에서 당국의 유동성 지원은 일시적인 숨통에 그칠 거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최근 공개된 CS의 2022년 연례보고서에는 그룹 재무회계, 내부통제에 ‘중대한 약점’이 발견된 것으로 전해졌다. 잇단 투자 손실로 지난해 4분기엔 무려 1380억 스위스프랑(약 194조원)의 유동성 자산이 빠져나간 것으로 나타났다.
퍼스트리퍼블릭 은행의 신용등급도 추락하고 있다. S&P 글로벌은 퍼스트리퍼블릭 은행의 발행인 등급을 기존 ‘A-’에서 ‘BB+’로 4단계 낮췄고, 무디스 역시 기업 신용등급을 기존 ‘Baa1’에서 투자주의 등급인 ‘B2’로 7단계나 하향 조정했다. S&P의 ‘BB+’, 무디스의 ‘B2’ 등급은 모두 정크(투기)등급으로 평가된다. 무디스는 앞서 SVB 파산 이후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미국 은행에 대한 전망을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조정하기도 했다.
실제 이러한 우려는 미국의 다른 지방 은행주들에도 영향을 주고 있다. 지난 17일 댈러스에 본사가 있는 코메리카 주가는 8.44% 급락 마감했다. 트레이크시티의 자이언즈뱅코프(-6.67%), 클리블랜드의 키코프(-6.11%), 텍사스 웨스트레이크의 찰스슈왑(-2.54%) 등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대형은행들의 지원에도 퍼스트리퍼블릭 은행의 신용등급이 강등되면서 다른 지방 은행들로 위기가 번질 수 있다는 우려도 커지는 모양새다.
연준의 속도 조절, 시장 안도감 키울까
시장의 눈은 오는 22일 열릴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로 쏠리고 있다. SVB 사태의 배경이 연준의 고강도 긴축에 따른 테크(Tech) 기업들의 자금 경색에서 촉발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번 FOMC에서 금리 동결 가능성도 어느 때보다 커진 상황이다. 문남중 대신증권 연구원은 “금리 동결 시 금융 안정을, 0.25%포인트 인상 시 물가통제라는 명분이 바탕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증권가에선 한동안 위험자산회피 심리가 이어지겠으나, 그렇다고 안전자산 가격이 급등하지도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최근 금융 리스크 확산으로 미국의 긴축이 속도 조절을 넘어 종료될 수 있다는 기대감이 커지면서다. 이 경우 증시 상단을 짓누르던 긴축 우려가 해소되면서 증시 반등의 기폭제가 될 수도 있다는 설명이다.
문 연구원은 “SVB 사태 이전에 시장은 3월 FOMC에서 0.5%포인트 인상을 점쳤다. 이런 상황에서 0.25%포인트 금리 인상은 안도감을 충분히 던져줄 수 있다”며 “3월은 SVB 사태로 펀더멘탈과 괴리가 커진 미국 기술주 인덱스 및 정보기술(IT), 경기소비재, 배터리, 전기차, 반도체 등의 주가 하락에 따른 투자 기회로 삼아야 한다”고 말했다.
환율의 경우 엔화 강세, 달러 약세가 전망된다. 권아민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미국의 마지막 금리인상 이후 미국채 금리 하락세는 비교적 뚜렷하다. 미국채 변동성 지표인 ‘MOVE' 지수는 코로나19 당시보다도 급등했다”며 “SVB 파산 및 CS 이슈로 달러화는 물론 엔화 등 안전자산에도 견조한 지지력을 제공하고 있다. 단기적으로는 신흥국 통화인 원화보다 안전자산 선호 수혜를 받는 일본 엔화 강세가 나타날 수 있다”고 봤다.
권 연구원은 “다만 길게 보면 이번 사태는 미국 내 금융 리스크 확대와 이로 인한 연준의 긴축 스탠스 변화가 더욱 핵심”이라며 “적어도 중국의 리오프닝 효과가 유효한 올해 중반까지는 순환적인 달러화 약세 압력이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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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식시장 역시 SVB 사태 흐름을 주시하며 관망세를 이어가고 있다. 은행주의 경우 투자심리 악화로 하락세를 보이고 있지만 시장 전체적으로는 견조한 모습이다. 다만 추가로 유동성 위기에 빠진 은행이 나올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만큼 한동안 채권, 원·달러 환율, 증시 등 금융시장의 변동성은 높아질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 나온다.
20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 10일(이하 현지시각) 발생한 SVB 파산 사태 이후 시그니처은행이 연이어 문을 닫으면서 위험자산회피 심리가 커지고 있다. 사태 초기에는 미국 연준이 금리 인상을 멈출 것이란 기대감에 증시가 일부 반등했지만, 이 기대감이 꺾이면서 증시가 하락했고 이후 상승과 하락을 오가는 중이다.
뉴욕증시의 3대 지수도 방향성을 잡지 못하고 오락가락하는 모습이다. 지난 17일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는 1.1% 하락했고,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는 1.19% 떨어졌다. 나스닥지수는 0.74% 하락 마감했다. 주간으로 보면 나스닥(4.4%), S&P500(1.43%)는 오르고 다우(-0.15%) 역시 약보합에 그쳤지만 여전히 상황을 예단하기는 이르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수십조’ 지원도 어림없다…CS·퍼스트리퍼블릭 불안 지속
스위스 2위 은행인 CS에 대해 스위스 당국이 긴급 유동성 지원으로 진화에 나섰지만 금융시장의 우려는 이어지고 있다. 지난 17일 스위스 취리히 증시에서 CS 주가는 전일 대비 6.94% 내린 2.01달러에 장을 마쳤다. 전날 CS 주가가 하루만에 19.15% 상승하며 8일간 이어진 하락세를 벗어나는 듯 했지만 하루만에 주가는 다시 반락했다. 최근 한달(2월 21일~3월 17일) 주가 하락률은 -31.16%에 달한다.
CS 주가는 스위스 국립은행(SNB)이 최대 500억 스위스프랑(약 70조3000억원)규모 유동성 지원 계획을 밝히면서 반짝 반등했다. 그러나 CS의 재무건전성에 적신호가 켜진 상황에서 당국의 유동성 지원은 일시적인 숨통에 그칠 거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최근 공개된 CS의 2022년 연례보고서에는 그룹 재무회계, 내부통제에 ‘중대한 약점’이 발견된 것으로 전해졌다. 잇단 투자 손실로 지난해 4분기엔 무려 1380억 스위스프랑(약 194조원)의 유동성 자산이 빠져나간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퍼스트리퍼블릭 은행을 둘러싼 시장 불안도 여전하다. 17일 뉴욕증시에서 퍼스트리퍼블릭 은행 주가는 전일 대비 32.80% 폭락한 23.03달러에 마감했다. 전날 뱅크오브아메리카(BofA)와 JP모건 등 미국 대형은행 11곳이 퍼스트리퍼블릭 은행에 총 300억달러(약 39조원)의 자금을 긴급 수혈한다는 소식에 주가가 상승했지만, 하루만에 다시 급락 마감했다. 지난 8일 115달러 수준이던 주가는 9일만에 5분의 1토막이 됐다.
퍼스트리퍼블릭 은행의 신용등급도 추락하고 있다. S&P 글로벌은 퍼스트리퍼블릭 은행의 발행인 등급을 기존 ‘A-’에서 ‘BB+’로 4단계 낮췄고, 무디스 역시 기업 신용등급을 기존 ‘Baa1’에서 투자주의 등급인 ‘B2’로 7단계나 하향 조정했다. S&P의 ‘BB+’, 무디스의 ‘B2’ 등급은 모두 정크(투기)등급으로 평가된다. 무디스는 앞서 SVB 파산 이후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미국 은행에 대한 전망을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조정하기도 했다.
실제 이러한 우려는 미국의 다른 지방 은행주들에도 영향을 주고 있다. 지난 17일 댈러스에 본사가 있는 코메리카 주가는 8.44% 급락 마감했다. 트레이크시티의 자이언즈뱅코프(-6.67%), 클리블랜드의 키코프(-6.11%), 텍사스 웨스트레이크의 찰스슈왑(-2.54%) 등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대형은행들의 지원에도 퍼스트리퍼블릭 은행의 신용등급이 강등되면서 다른 지방 은행들로 위기가 번질 수 있다는 우려도 커지는 모양새다.
연준의 속도 조절, 시장 안도감 키울까
시장의 눈은 오는 22일 열릴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로 쏠리고 있다. SVB 사태의 배경이 연준의 고강도 긴축에 따른 테크(Tech) 기업들의 자금 경색에서 촉발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번 FOMC에서 금리 동결 가능성도 어느 때보다 커진 상황이다. 문남중 대신증권 연구원은 “금리 동결 시 금융 안정을, 0.25%포인트 인상 시 물가통제라는 명분이 바탕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증권가에선 한동안 위험자산회피 심리가 이어지겠으나, 그렇다고 안전자산 가격이 급등하지도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최근 금융 리스크 확산으로 미국의 긴축이 속도 조절을 넘어 종료될 수 있다는 기대감이 커지면서다. 이 경우 증시 상단을 짓누르던 긴축 우려가 해소되면서 증시 반등의 기폭제가 될 수도 있다는 설명이다.
문 연구원은 “SVB 사태 이전에 시장은 3월 FOMC에서 0.5%포인트 인상을 점쳤다. 이런 상황에서 0.25%포인트 금리 인상은 안도감을 충분히 던져줄 수 있다”며 “3월은 SVB 사태로 펀더멘탈과 괴리가 커진 미국 기술주 인덱스 및 정보기술(IT), 경기소비재, 배터리, 전기차, 반도체 등의 주가 하락에 따른 투자 기회로 삼아야 한다”고 말했다.
환율의 경우 엔화 강세, 달러 약세가 전망된다. 권아민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미국의 마지막 금리인상 이후 미국채 금리 하락세는 비교적 뚜렷하다. 미국채 변동성 지표인 ‘MOVE' 지수는 코로나19 당시보다도 급등했다”며 “SVB 파산 및 CS 이슈로 달러화는 물론 엔화 등 안전자산에도 견조한 지지력을 제공하고 있다. 단기적으로는 신흥국 통화인 원화보다 안전자산 선호 수혜를 받는 일본 엔화 강세가 나타날 수 있다”고 봤다.
권 연구원은 “다만 길게 보면 이번 사태는 미국 내 금융 리스크 확대와 이로 인한 연준의 긴축 스탠스 변화가 더욱 핵심”이라며 “적어도 중국의 리오프닝 효과가 유효한 올해 중반까지는 순환적인 달러화 약세 압력이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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