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VB 불길', 어디까지 갈까…연준 보폭 줄였다
[SVB 파산 나비효과] ① 위기 찾아온 크레디트스위스(CS), UBS 인수로 전세계 '안도'
연준, '베이비스텝'…“美 은행 시스템, 건강하고 탄력적”
[이코노미스트 김정훈 기자] 글로벌 금융시장의 위기 신호일까. 1983년 설립된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이 40년 만에 파산하며 전세계 금융권이 불안에 떨고 있다. ‘SVB쇼크’에 따른 유동성 불안 여파가 미국은 물론, 전 세계로 확산될 수 있어서다.
특히 지난해부터 위기 조짐을 보인 세계 최대 규모의 투자은행(IB) 크레디트스위스(CS)는 ‘SVB쇼크’ 직격타를 맞으며 휘청인 상황이다. 다행히 CS는 같은 스위스 은행에 인수되며 한시름 덜게 됐지만 시장 불안감은 여전하다. 연방준비제도(Fed)가 이달 금리를 또 인상했다는 점도 금융권 불안감을 키운다. ‘SVB쇼크’발 불길이 어디로 향할지 전세계 금융권의 귀추가 주목되는 상황이다.
56조원 ‘뱅크런’에 휘청…금융시장 불안감↑
지난 10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금융당국은 SVB의 폐쇄를 명령했다. ‘뱅크런’(고객들의 대거 예금 인출) 발생으로 SVB 내부에 심각한 유동성 위기가 찾아왔기 때문이다. SVB 파산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워싱턴뮤추얼은행에 이은 역대 두번째 규모의 미국 은행 파산이다. SVB의 파산관재인인 미 연방예금보험공사(FDIC)는 SVB를 예금 사업부와 자산관리 사업부로 쪼개서 매각할 예정이다.
미국 실리콘밸리 스타트업들의 자금줄 역할을 해오던 SVB의 파산은 많은 기업들 재정에 악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진짜 문제는 ‘SVB쇼크’발 불길이 어디로 향하느냐다.
이미 작은 불길은 시작됐다. SVB와 유사한 시스템이라는 이유로 미 당국은 암호화폐 전문은행 시그니처은행을 폐쇄 조치했다. 또한 SVB의 지주회사인 SVB파이낸셜그룹은 지난 17일 나스닥으로부터 상장 폐지를 통보받았다. 현재 이 그룹은 파산보호를 신청한 상태다. 미국 내 다른 은행들의 주가도 크게 떨어지며 자칫 투자 위축으로 이어질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그리고 SVB, 시그니처은행 규모와 비교가 되지 않는 스위스의 글로벌 투자은행 CS의 위기로 글로벌 금융시장 불안감이 커졌다. CS의 규모 등으로 볼 때 파산 시 SVB 붕괴 때보다 글로벌 금융시장에 더 큰 혼란을 초래할 것이 분명했기 때문이다. CS 주가는 SVB 폐쇄 조치가 내려진 지난 10일 이후 지난 17일까지 약 30% 급락했고 20일에는 무려 60% 폭락했다.
사실 CS는 지난해부터 위기설이 끊이지 않던 상황이었다. 지난해 한국계 투자자 빌 황의 아케고스 캐피털 투자 실패로 CS는 약 50억 달러(약 7조원)의 손실을 입었다. 이에 주가는 급락했고 최고경영자가 교체됐다. 여기에 미국과 프랑스에서 탈세, 돈세탁 등의 문제도 터졌다.
결국 2021년에 이어 지난해까지 CS는 2년 연속 적자를 냈다. 세계 9위 은행에 어울리지 않는 성적표다. 지난해부터 주가가 계속 하락하자 슈퍼리치들의 뱅크런도 이어졌다. 여기에 ‘SVB쇼크’로 유동성에 문제가 생긴 CS는 더이상 버틸 체력이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다행히 지난 20일(현지시간) 같은 스위스 은행인 UBS가 32억3000만 달러(약 4조2000억원)에 CS를 인수하며 전세계가 안도했다. 재닛 옐런 미국 재무장관과 제롬 파월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은 UBS의 CS 인수에 대해 즉각 환영 성명을 냈고 토머스 조던 스위스 중앙은행 총재도 “양사의 합병으로 위기가 진정될 것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UBS의 CS 인수로 글로벌 금융시장은 당장 급한 불은 끄게 됐다. ‘SVB쇼크’ 불길이 전세계 금융시장으로 퍼질 가능성이 낮아진 셈이다. 문남중 대신증권 연구원은 “UBS의 CS 인수로 유럽 은행권과 금융산업 전체로의 유동성 위기 전이 가능성은 일단락됐다”며 “금융시장 불안을 잠재우고 증시는 안도를 바탕으로 반등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럼에도 유동성 불안감은 여전하다. UBS가 CS를 인수하는 과정에서 CS 채권 160억 스위스프랑(약 22조6000억원) 규모의 신종자본증권이 전액 상각 처리됐다. 하루 아침에 채권 가치가 휴지조각이 된 것이다. 이러면 글로벌 채권시장이 흔들리는 것은 물론, 불똥이 국내 채권시장으로 옮겨질 가능성도 있다.
연준이 금리를 올린 것도 향후 불안감을 키우는 요소다. 연준은 23일(현지시간)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서 기준금리를 0.25% 포인트 인상했다. 시장에서는 그동안의 공격적인 금리 인상이 금융 불안을 야기한 측면이 있어 연준이 금리를 동결할 수 있다는 시각이었지만 예상은 빗나갔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SVB 사태는 미국의 금리 인상이라는 거시경제 환경의 변화로 자금 조달이 취약한 금융기관들이 언제든 위기에 빠질 수 있다는 것을 말해준다”며 “다만 이번 기준금리 인상은 어느정도 예상됐던 부분이라 시장에 극심한 불안감을 주지는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와 관련 연준은 FOMC 회의 후 성명서에서 “미국의 은행 시스템은 건강하고 탄력적”이라며 은행 관련 움직임이 경제를 침체할지 말하기에는 너무 이르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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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지난해부터 위기 조짐을 보인 세계 최대 규모의 투자은행(IB) 크레디트스위스(CS)는 ‘SVB쇼크’ 직격타를 맞으며 휘청인 상황이다. 다행히 CS는 같은 스위스 은행에 인수되며 한시름 덜게 됐지만 시장 불안감은 여전하다. 연방준비제도(Fed)가 이달 금리를 또 인상했다는 점도 금융권 불안감을 키운다. ‘SVB쇼크’발 불길이 어디로 향할지 전세계 금융권의 귀추가 주목되는 상황이다.
56조원 ‘뱅크런’에 휘청…금융시장 불안감↑
지난 10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금융당국은 SVB의 폐쇄를 명령했다. ‘뱅크런’(고객들의 대거 예금 인출) 발생으로 SVB 내부에 심각한 유동성 위기가 찾아왔기 때문이다. SVB 파산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워싱턴뮤추얼은행에 이은 역대 두번째 규모의 미국 은행 파산이다. SVB의 파산관재인인 미 연방예금보험공사(FDIC)는 SVB를 예금 사업부와 자산관리 사업부로 쪼개서 매각할 예정이다.
미국 실리콘밸리 스타트업들의 자금줄 역할을 해오던 SVB의 파산은 많은 기업들 재정에 악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진짜 문제는 ‘SVB쇼크’발 불길이 어디로 향하느냐다.
이미 작은 불길은 시작됐다. SVB와 유사한 시스템이라는 이유로 미 당국은 암호화폐 전문은행 시그니처은행을 폐쇄 조치했다. 또한 SVB의 지주회사인 SVB파이낸셜그룹은 지난 17일 나스닥으로부터 상장 폐지를 통보받았다. 현재 이 그룹은 파산보호를 신청한 상태다. 미국 내 다른 은행들의 주가도 크게 떨어지며 자칫 투자 위축으로 이어질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그리고 SVB, 시그니처은행 규모와 비교가 되지 않는 스위스의 글로벌 투자은행 CS의 위기로 글로벌 금융시장 불안감이 커졌다. CS의 규모 등으로 볼 때 파산 시 SVB 붕괴 때보다 글로벌 금융시장에 더 큰 혼란을 초래할 것이 분명했기 때문이다. CS 주가는 SVB 폐쇄 조치가 내려진 지난 10일 이후 지난 17일까지 약 30% 급락했고 20일에는 무려 60% 폭락했다.
사실 CS는 지난해부터 위기설이 끊이지 않던 상황이었다. 지난해 한국계 투자자 빌 황의 아케고스 캐피털 투자 실패로 CS는 약 50억 달러(약 7조원)의 손실을 입었다. 이에 주가는 급락했고 최고경영자가 교체됐다. 여기에 미국과 프랑스에서 탈세, 돈세탁 등의 문제도 터졌다.
결국 2021년에 이어 지난해까지 CS는 2년 연속 적자를 냈다. 세계 9위 은행에 어울리지 않는 성적표다. 지난해부터 주가가 계속 하락하자 슈퍼리치들의 뱅크런도 이어졌다. 여기에 ‘SVB쇼크’로 유동성에 문제가 생긴 CS는 더이상 버틸 체력이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다행히 지난 20일(현지시간) 같은 스위스 은행인 UBS가 32억3000만 달러(약 4조2000억원)에 CS를 인수하며 전세계가 안도했다. 재닛 옐런 미국 재무장관과 제롬 파월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은 UBS의 CS 인수에 대해 즉각 환영 성명을 냈고 토머스 조던 스위스 중앙은행 총재도 “양사의 합병으로 위기가 진정될 것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UBS의 CS 인수로 글로벌 금융시장은 당장 급한 불은 끄게 됐다. ‘SVB쇼크’ 불길이 전세계 금융시장으로 퍼질 가능성이 낮아진 셈이다. 문남중 대신증권 연구원은 “UBS의 CS 인수로 유럽 은행권과 금융산업 전체로의 유동성 위기 전이 가능성은 일단락됐다”며 “금융시장 불안을 잠재우고 증시는 안도를 바탕으로 반등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럼에도 유동성 불안감은 여전하다. UBS가 CS를 인수하는 과정에서 CS 채권 160억 스위스프랑(약 22조6000억원) 규모의 신종자본증권이 전액 상각 처리됐다. 하루 아침에 채권 가치가 휴지조각이 된 것이다. 이러면 글로벌 채권시장이 흔들리는 것은 물론, 불똥이 국내 채권시장으로 옮겨질 가능성도 있다.
연준이 금리를 올린 것도 향후 불안감을 키우는 요소다. 연준은 23일(현지시간)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서 기준금리를 0.25% 포인트 인상했다. 시장에서는 그동안의 공격적인 금리 인상이 금융 불안을 야기한 측면이 있어 연준이 금리를 동결할 수 있다는 시각이었지만 예상은 빗나갔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SVB 사태는 미국의 금리 인상이라는 거시경제 환경의 변화로 자금 조달이 취약한 금융기관들이 언제든 위기에 빠질 수 있다는 것을 말해준다”며 “다만 이번 기준금리 인상은 어느정도 예상됐던 부분이라 시장에 극심한 불안감을 주지는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와 관련 연준은 FOMC 회의 후 성명서에서 “미국의 은행 시스템은 건강하고 탄력적”이라며 은행 관련 움직임이 경제를 침체할지 말하기에는 너무 이르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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