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진이네 불라면’ 불닭…‘K-빨간맛’ 대표 주자로 우뚝 선 비결은 [1000억 식품의 비밀]
국물라면 전성시대에 내놓은 ‘불맛 볶음면’
출시 10년만에 삼양식품 매출 67% 차지해
[이코노미스트 김서현 기자] “매운데 맛있어. 어떻게 된 거지?” 최근 인기리에 방영되고 있는 tvN 예능 ‘서진이네’가 선보인 신메뉴, 불라면을 맛본 바깔라르 현지인·여행객들이 하나같이 보이는 반응이다.
서진이네 불라면은 이미 한차례 시장을 뜨겁게 달군 전력이 있다. 그 주인공은 바로 한국인이 죽고 못사는 라면, 삼양식품의 ‘불닭볶음면’이다.
불닭브랜드는 지난해 내수 매출액만 1300억원을 기록했다. 이에 해외 매출액을 더하면 합계 매출액은 6100억원에 달한다. 지난 2012년 출시된 이 제품은 약 10년만에 삼양식품 전체 매출의 67%를 차지할 정도로 기업을 먹여살리는 효자 제품이 됐다.
“스트레스가 바로 풀리는 맛”…한국식 ‘맛있게 매운 소스’의 탄생
불닭시리즈는 불닭볶음면 신화의 주역으로 불리는 김정수 삼양식품 부회장의 아이디어로 탄생했다.
지난 2011년 빨간 국물라면이 대부분이었던 국내 라면 시장, 김 부회장은 우연히 방문한 명동의 음식점에서 젊은이들이 땀을 뻘뻘 흘리면서도 “스트레스가 풀린다”며 매운맛 음식을 먹는 모습을 목격했다. 이에 매운맛에 대한 수요를 직감한 김 부회장은 강력한 매운맛, 국물 없는 볶음면, 호불호 없이 즐길 수 있는 닭고기 맛 세 가지를 기준으로 한 새로운 라면 개발을 지시했다.
당시만 해도 매운맛 볶음면이라는 카테고리는 다소 생소했다. 김 부회장은 이 세 가지 목표를 제품에 녹여내기 위해 마케팅 부서·연구소 직원들과 함께 전국의 유명한 불닭, 불곱창, 닭발 맛집을 탐방해 직접 시식했다. 또 세계 여러 국가의 고추를 연구하며 한국식 ‘맛있게 매운 소스’ 개발에 몰두했다. 매운소스 2톤(t)과 닭 1200마리가 투입된 1년여 간 여정 끝에, 불닭볶음면이 첫 발을 뗐다.
하지만 불닭볶음면의 초반 흥행은 부진했다. 너무 매워서 도저히 사람이 먹을 수 없는 수준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그렇게 저격한 소비자층이 바로 매운맛을 좋아하는 매니아층이다. 결국 불닭볶음면은 중독성 강한 매운맛으로 입소문이 나면서 3달 만에 월 매출이 7~8억원에서 2배를 찍었다. 이어 1년 만에 월 30억원대의 매출을 기록하기에 이르렀다.
영국 남자에 BTS까지, '불라면 챌린지' 열풍
불닭볶음면은 내수시장뿐 아니라 글로벌 입맛도 사로잡았다. 불닭브랜드의 해외 매출은 전체의 66.6%인 6057억원에 달한다. 또 삼양식품의 전체 해외 매출액과 견줬을 때 80%에 가까운 4800억원이 불닭볶음면에서 나오는 것으로 확인됐다.
불닭볶음면이 해외에서 인기를 끌기 시작한 것은 2016년 하반기부터다. 채널 ‘영국 남자’를 운영하는 유튜버 조쉬가 불닭볶음면 먹기에 도전하는 영상을 올린 것을 시작으로, 전세계적으로 ‘불닭볶음면 챌린지(Fire Noodle Challenge)’가 유행처럼 번지기 시작했다.
화룡점정은 방탄소년단이 찍었다. 멤버 지민이 즐겨 먹는 제품으로 불닭볶음면이 꼽혔기 때문이다. 이에 최근 멤버 정국까지 불닭볶음면과 너구리를 합친 ‘불구리’ 레시피를 공유하며 전 세계 팬덤에 제품의 인기가 날로 확산되는 모양새다.
삼양은 이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수출 초기부터 KMF 할랄 인증을 획득하여 세계 무슬림 인구의 60% 이상이 살고있는 동남아 지역에 쉽게 수용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했다.
또 각 국가 소비자들의 입맛을 반영한 현지 맞춤형 제품들을 꾸준히 확대했다. 미주지역에선 인기 핫소스 ‘하바네로’를 접목한 ‘하바네로라임불닭볶음면’, 매운맛에 익숙하지 않은 현지인들을 겨냥한 ‘콘불닭볶음면’을 출시했다. 올해 초 일본 맞춤형 제품 야키소바불닭볶음면을 선보이기도 했다.
삼양식품은 올해 수출 제품 포트폴리오 다변화, 지역별 영업마케팅 강화, 연구개발(R&D) 투자를 통해 글로벌 성장세를 이어갈 계획이다.
삼양식품 관계자는 “건면, 냉동, 소스 등으로 제품 포트폴리오를 다변화해 라면에 집중된 매출 구조 개선에 나설 것”이라며 “냉동식품 라인업을 키워 해외 냉동식품시장에 진출하고, 수출 전용 브랜드 발굴에 나설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올해 초 대대적인 조직개편을 단행해 해외지역별 영업마케팅본부, 해외 물류 전담조직을 신설했다”며 “이를 바탕으로 향후 중동아프리카, 유럽 등 주요 신시장에서는 주류 채널 입점 확대에 집중하고 미주, 아시아 등 기반을 다진 핵심 수출국에선 지역 내 국가별 맞춤형 전략으로 시장 점유율을 확대해나가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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