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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기 목표 집착으로 몰락한 ‘프로야구의 별’ [신경수의 조직문화]

'지금보다는 내일, 내일보다는 모레'
“지속성장 위해 장기적 플랜 가져야”
세계 100대 기업 엔론, 회계부정 파산

추운 겨울이 지나고, 드디어 프로야구의 계절이 돌아왔다. [사진 게티이미지]

[신경수 SGI지속성장연구소장] 프로야구의 계절이 찾아왔다. 지난해에는 인천을 기반으로 한 SSG랜더스가 우승을 했는데, 올해는 또 어떤 팀이 한국시리즈를 제패할 것인지 프로야구 팬의 한 사람으로서 자못 기대가 된다. 이번엔 지난해 우승팀 SSG의 원조가 되는 삼미슈퍼스타즈에 얽힌 조직 이야기를 꺼내볼까 한다. 

프로야구 출범 이듬해인 1983년 우리나라 야구계에 혜성 같은 존재가 등장했다. 장명부라는 이름의 재일동포 투수다. 인천을 기반으로 한 삼미슈퍼스타즈에서 장명부는 입단 첫해인 1983년도에 한국 프로야구 역사상 최다승인 30승을 기록했다.

여기에 44경기에 선발 등판해 36경기를 완투했고 427이닝 투구라는 전대미문의 기록도 달성했다. 그러나 장명부는 다음해인 1984년도에 13승 20패를 기록했고 그 다음해가 되는 1985년도에는 11승25패를 기록하면서 팀에서 방출되고 말았다. 도대체 1983~1985년도에 장명부에게는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무슨 일이 있었길래 그는 천당과 지옥을 오고 간 것일까? 

롯데 자이언츠 부산 사직구장. [사진 롯데 자이언츠]

삼미슈퍼스타즈, 구단주 과욕으로 '통합 3위→연패'

당시의 사정을 간략히 요약해 보면 다음과 같다. 프로야구가 출범한 첫해인 1982년 삼미슈퍼스타즈는 6개 구단 중에서 제일 꼴찌를 기록했다. 그러자 구단주는 ‘야구명가 삼미탄생’이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일본에서 장명부를 데려오기로 결심을 한다.

그리고 이 결정은 대성공으로 이어졌다. 삼미는 프로야구 출범 2년째인 1983년에 전기 후기리그 모두 2위까지 올라가게 되는 쾌거를 이루었다는데, 그 중심에는 장명부라는 투수가 있었다. 장명부는 당시 44경기에 36경기를 완투했다. 장명부가 이렇게 많이 등판하게 된 데는 상당한 금액의 인센티브가 작용했다고 한다. 

단기성과에 집중한 덕분일까? 삼미는 장명부의 활약에 힘입어 1983년도에 전후기 통합 3위까지 올라가게 된다. 그러나 지나치게 장명부에 의존한 나머지 다른 멤버들의 육성은 등한시하게 되는데, 이 상황에서 장명부의 어깨에 문제가 발생한다. 무리한 등판으로 인해 장명부의 어깨가 고장난 것이다. 다른 투수들의 육성이 이뤄지지 못한 상황에서 장명부가 하락세로 돌아서자 팀도 같이 연패를 기록하게 된다. 장명부 개인에게는 안타까운 일이지만 단기성과에 집착한 구단주의 과욕으로 인해 팀도 개인도 모두 파산한 꼴이 되어 버린 것이다. 

미국 프로야구 경기 중 포수와 투수가 경기 성공을 축하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세계적 수준의 운동선수들은 지금 플레이하고 있는 현재의 경기에만 집중하지 않는다. 체지방을 확인하고, 식이요법을 실시하며, 건강수칙을 지키고, 전반적인 라이프 스타일을 모니터링 한다. 음주, 흡연, 늦게 자고, 늦게 일어나는 것 등의 나쁜 습관은 자제하고, 혈압, 콜레스트롤 수치, 심장박동 같은 주요 건강지표를 체크한다. 지금보다는 내일, 내일보다는 모레를 위한 미래성과를 위해 오늘을 관리한다. 그러나 불행히도 삼미도 장명부도 그렇게 하지 못했다. 

“단기성과 보다 지속성장 고민해야”

기업도 마찬가지다. 지나치게 단기성과에만 집착해서는 곤란하다. 물론 지금 살아야 미래가 있다는 말을 부정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기업은 장기적 플랜을 가지고 접근해야 한다. 지금 당장의 생계유지보다는 지속적인 성장을 위한 고민에 더 몰입해야 한다. 때문에 이를 위해 필요한 중장기적 관점의 시야를 갖는 것이 더 중요하다. 단기적 관점의 접근은 당장은 배를 채울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반대로 미래가 없다는 사실을 삼미의 사례가 말해주고 있다.

세계적인 경영대가 게리하멜(Gary Hamel)은 과거 엔론의 몰락과 관련된 기고문에서 “엔론을 몰락하게 만든 가장 중요한 요인은 지나친 단기성과 집중과 이에 따른 부작용 때문이었다”고 말했다. 당시 엔론은 매출 목표에 따른 인센티브 시스템을 운영했는데, 그 시스템이 영업인력이 창출하는 매출에만 의존하고 있었던 점을 지목한 것이다. 

즉 근본적인 사업의 건실함이나 수익성은 고려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러다보니 직원들 모두가 단기적인 수익을 올릴 수 있는 방법이나 행동에만 매달리는 현상이 조직내부에 만연했다는 것이다. 세계 100대 기업에 이름을 올렸던 엔론은 결국 전대미문의 회계부정 사건으로 파산했다.

1월 회계연도가 시작하는가 싶더니 벌써 1분기도 지나갔다. “목표달성을 위한 전력질주의 시작”이라는 슬로건들이 여기저기 보일 것이다. 그러나 장명부의 사례를 반면교사로 삼아 지나치게 단기적인 목표달성에만 매달리는 일은 없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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