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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탑방보보스’ 김종율 “실력자에겐 하락기가 투자 적기”[이코노 인터뷰]

기획부동산·문제 있는 강사 많아…“1년간은 공부해야”
금융위기 앞두고 토지·경매에 관심, 투자시기 급하면 안 돼

김종율 보보스부동산연구소 대표가 ‘이코노미스트’를 만나 자신의 토지투자에 대한 노하우에 대해 얘기하고 있다. [사진 신인섭 기자]

[이코노미스트 민보름 기자] 벌써 몇 달 째 아파트 미분양과 주택가격 하락 기사가 언론 지상을 장식하고 있다. 부동산이란 카테고리는 언제가 될지 모를 봄날까지 투자자들의 포트폴리오에서 사라지는 걸까. 

여기 각종 반론과 악성 댓글이 달릴 것을 각오하고 인터뷰에 나선 이가 있다. ‘옥탑방 보보스’ 김종율 보보스부동산연구소 대표는 ‘위기가 곧 기회’라면서 지금 같은 부동산 침체기에도 여전히 부동산 투자를 권하고 있다. 이런 용기는 그동안 치열한 강남 학원시장에서 쌓아온 이름값 덕에 생긴 것일지도 모른다. 김 대표의 특화 분야인 토지와 상가는 아파트 등 주택에 비하면 정보 접근성이 낮고 파이가 작아 이처럼 대중성을 얻은 강사는 희소한 편이다. 

김 대표는 그럼에도 독자들에게 “스스로 공부해야 한다”고 몇 번이고 강조했다. 주변에서 ‘일확천금’의 꿈을 안고 무작정 투자를 했다 안타까운 지경에 처한 사례를 다수 목격했던 탓이다. 그럼에도 지금 같은 불황기에 기회가 있을지, 투자자들이 주의할 점은 무엇인지 김 대표만의 투자 노하우를 ‘이코노미스트’가 들어봤다.

Q. 언제부터 토지투자에 관심을 갖게 됐나.

A. 2006년에서 2007년은 집값이 굉장히 많이 오른 시기다. 당시 ‘이런 상승장을 받쳐주려면 수요가 있어야 하는데 계속 이렇게 오를 수만은 없다’는 생각이 들더라. 그 때 집값 하락에 대비해 공부해야겠다고 결심한 것이 세 가지가 있는데 첫 번째가 경매였고 두 번째가 토지, 세 번째가 지방이었다. 특히 주택시장이 안 좋았던 2013년까지 수도권에서 경매로 토지를 많이 낙찰 받았다. 유통회사를 다니며 부동산 개발에 대한 정보를 익혔고 법무팀에서 부실자산 매각 과정을 보고 배웠던 경험이 투자에 큰 도움이 됐다. 

Q. 토지투자는 잘 하면 높은 수익을 낼 수 있다지만, 노년층에는 안 좋은 기억을 가진 분들이 많은 것 같다. 

A. 맞다. 특히 기획부동산 때문인 경우가 많다. 대표적으로 개발예정지 근처에 보전산지 같은 임야를 속아서 잘못 사들이거나 개발이 가능한 땅이지만 시세에 비해 턱없이 높게 매입하는 경우 등이 있다. 예를 들면 7~8년 전 향남역세권개발사업 대상지 근처 농지를 기획부동산에서 평(3.3㎡)당 200만원에 팔았는데 지금까지도 시세가 150만원밖에 안 된다. 

부동산 강사 중에도 이런 기획부동산 출신이 있어, 문제 있는 물건을 수강생에게 떠넘기기도 한다. 수강생에게 토지를 매입하라고 추천하면서 본인도 지분 투자를 하는 것처럼 속이는 경우도 있기 때문에 주의해야 한다. 이런 일이 성행하다보니 개인적으로 괜히 오해를 받을까봐 투자 컨설팅을 하지 않는다. 

개발계획만 보고 너무 일찍 투자에 들어가서 돈이 묶여버리는 경우도 있다. 수서역세권개발사업이나 부천종합운동장 역세권 도시개발사업도 원래 계획보다 10년 넘게 미뤄졌다. 투자자들은 개발계획이 발표되면 일단 마음이 급해지는데, 되도록 장기적으로 보며 마음을 느긋하게 가지고 투자해야 한다. 

현업 투자자로서 여전히 부동산 현장을 자주 방문하는 김종율 대표는 일 평균 1만3000보씩 걷는다. [사진 신인섭 기자]

Q. 보통 투자자들은 매물을 일찍 선점해야 한다는 입장이지 않나.

A. 호재가 있다고 무작정 들어가서는 안 된다. 다른 사람이 모르는 개발 호재를 미리 알아서 일찍 들어간다고 해서 무조건 돈을 버는 것은 아니다. 개발에 시차가 있기 때문이다.

부동산과 주식시장의 가장 큰 차이가 무엇인지 아는가. 주식은 호재를 발표하고 실제 실행을 안 하면 제재를 받지만, 부동산은 그런 규제가 없다는 것이다. 정부에서 몇년 안에 개발을 끝내겠다고 개발계획을 발표했는데, 사업시행자가 없어 이후 무산되거나 미뤄지는 경우도 많다. 행정계획에는 ‘의욕치’가 많이 들어가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과거 정부가 미군기지를 평택으로 2006년까지 이전하겠다는 발표를 했었다. 군사기지 공사를 3~4년 내에 끝내겠다고 계획한 것이다. 하지만 결국 미군기지 이전은 2011년으로 연기됐다가 다시 2016년으로 미뤄졌다. 그 과정에서 그 지역 부동산은 초토화됐다. 

Q. 그러면 어떤 시기에 어떤 토지를 매입해야 하나?

A. 앞의 평택 미군기지 사례의 경우 2011년에서 2012년 쯤에는 공사가 꽤 진행돼 외부에서도 건물이 올라오는 것이 보이기 시작했다. 이럴 때는 매입해도 좋은 시기다. 

사업시행자가 정해진 다음에는 개발사업이 빠르게 진행되기 때문에 투자에 들어가도 좋다. 2012년 7월께로 기억하는데, 당시 고덕국제도시에 삼성전자가 들어온다고 발표를 했다. 이럴 때는 서둘러야 한다. 고덕신도시 자체적으로 토지조성 공사를 하고 있었고 SRT도 역사 공사를 하고 있는 상황에서 삼성이 산업용지 계약을 한 것이기 때문이다. 

Q. 지금 같은 불황기에도 투자에 관심 있는 독자들에게 조언을 한다면.

A. 토지는 주택과 달리 개발호재에 따라 개별 지역 위주로 움직인다. 지금처럼 아파트 경기가 주춤할 때도 새로 도로가 생기는 곳 인근 토지에는 공장이나 산업단지 수요가 생길 수 있다. 그럼에도 부동산 경기가 안 좋다는 이유로 시장 참여자가 적기 때문에 공부만 잘 돼 있으면 오히려 좋은 투자기회를 얻을 수 있다. 정보에 급하게 휩쓸리지 않으니 신중한 결정도 할 수 있게 된다. 실제로 2011년에 입찰자가 단 두 명 밖에 없었던 토지를 경매로 낙찰받은 적이 있는데, 이후 좋은 가격에 매도할 수 있었다. 옥석을 가릴 수 있는 안목만 있다면 부동산 침체기는 이렇게 경쟁자 없이 투자해서 수익을 볼 수 있는 시기다. 

무엇보다 투자자 스스로가 공부를 열심히 하는 것이 중요하다. 기획부동산 피해자 중에는 현장에 한 번도 가보지 않고 계약하는 경우가 많다. 제대로 투자를 하겠다면 강사나 다른 사람의 말을 믿기보다는 1년 이상 공부하면서 실력을 갖추고 나서야 투자를 하겠다는 굳은 결심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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