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두는 던졌는데…‘절반의 성공’ 그친 행동주의펀드
KT&G·태광산업·JB금융·BYC 등
안건 대부분 부결, 이사회 교체 실패
주가는 롤러코스터…‘먹튀’ 우려 여전
[이코노미스트 마켓in 허지은 기자] 정기 주주총회 시즌에 ‘파란’을 예고했던 행동주의펀드들이 낙제점을 받았다. KT&G(033780), 태광산업(003240), JB금융지주(175330), BYC(001460) 등 행동주의펀드가 점찍은 기업 대부분은 주총에서 펀드가 아닌 회사 측의 압도적 승리로 끝났다. 주주 행동주의를 표방하며 소액 주주들의 공감을 얻어내는 데엔 성공했지만, 결국 이익 실현을 목표로 할 수밖에 없는 펀드의 한계가 드러난 결과라는 평가도 나온다.
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마무리된 3월 주총 시즌에서 트러스톤자산운용, 안다자산운용, 플래쉬라이트캐피탈파트너스(FCP), 얼라인파트너스, 밸류파트너스 등 행동주의펀드들은 표 대결에서 대부분 고배를 마셨다.
지난달 31일 진행된 태광산업 주총에서 트러스톤자산운용이 주주 제안한 액면분할, 주당 1만원 현금배당, 자사주 매입 등 3개 안건은 모두 부결됐다. 같은달 24일 진행된 BYC 주총에서도 트러스톤은 액면분할, 배당확대, 자사주 매입, 감사위원 선임 등의 안건을 상정했지만 표 대결에서 패했다.
안다자산운용과 FCP의 공격을 동시에 받은 KT&G 역시 지난달 28일 열린 주총에서 현 이사회 측의 안건이 모두 통과되며 압승을 거뒀다. 안다자산운용과 FCP는 각각 현금배당 7867원과 1만원을 제안했지만, 투표 결과 KT&G 이사회가 제안한 현금배당 5000원이 출석의결권 수의 68.1%의 동의를 얻어 통과됐다. FCP가 제시한 1조2000억원 규모 자기주식 매입안 역시 출석의결권 수의 33.6%의 동의를 얻는 데 그쳤다.
SM엔터테인먼트 지배구조 개선에 목소리를 높이며 주목받은 얼라인파트너스가 참전한 JB금융지주 주총 결과도 싱겁게 끝이 났다. JB금융은 지난달 30일 진행한 주총에서 이사회가 제안한 ▲재무제표 및 이익배당 승인 ▲정관 변경 ▲사외이사 선임 ▲감사위원이 되는 사외이사 선임 ▲감사위원 선임 ▲이사 보수 한도 승인 등이 원안대로 가결됐다.
소액주주들과 힘을 모았던 밸류파트너스자산운용 역시 KISCO홀딩스(001940) 주총에서 고배를 마셨다. KISCO홀딩스의 경우 행동주의펀드 밸류파트너스자산운용과 소액주주연대가 제시한 주총 안건을 거절하면서 밸류파트너스 측이 가처분 소송을 제기, 법원이 이를 인용하면서 반전이 점쳐졌으나 결국 회사 측이 제안한 안건만이 주총 문턱을 넘었다.
다만 남양유업(003920) 주총에서는 이변이 나왔다. 지난달 31일 열린 주총에서 차파트너스자산운용이 추천한 심혜섭 변호사가 상근 감사로 선임하는 안이 찬성 12만표로 통과됐다. 반면 남양유업 경영진이 추천한 심호근 남양유업 상근감사 재선임 안건은 부결됐다. 차파트너스가 제안한 4개 안건 중 감사 선임의 건을 제외한 나머지 3건은 부결됐지만, ‘오너 리스크’에 지친 소액주주들의 표가 이변을 만들어낸 셈이다.
목소리 커진 행동주의 캠페인…평가는 엇갈려
올해 행동주의펀드들의 성과는 ‘절반의 성공’으로 요약된다. 주총을 앞두고 자사주 매입, 배당 확대, 지배구조 개선 등을 제안하며 소액주주들의 지지를 얻어냈지만 최종적으로 주총 문턱에서 이들의 표 집결엔 실패했다. 이 과정에서 주가가 단기 급등하면서 시세 차익을 얻으려는 불개미들이 뛰어들었다. 결과적으로 행동주의펀드가 부르짖은 중장기 기업 개선보다는 단타꾼들의 배만 불린 격이 됐다.
행동주의펀드의 ‘먹튀’ 우려도 꼬리표처럼 따라붙는다. 펀드는 이익 추구를 최우선 가치로 둘 수밖에 없기에 주가를 인위적으로 부양한 뒤 이를 매도해 차익을 실현할 거란 우려다. 실제 SM과 오스템임플란트, KT&G 등 행동주의펀드가 전면에 나선 기업들의 주가는 크게 흔들렸다. 대부분 행동주의펀드의 참전 이후 주가가 급등하고, 주총 이후 급락하는 패턴을 보였다.
양일우 삼성증권 ESG연구소 팀장은 “수익률은 펀드의 기본적인 목표다. 한국 행동주의 펀드의 수익률은 2021년 이후 높아진 경향이 있지만, 대부분 지분 매입 경쟁 있었던 경우였다”라며 “한국 증시엔 저평가된 기업은 많지만, 최대주주 지분율이 높은 편이기 때문에 초기 성장기를 지나면 행동주의 펀드의 확산이나 수익률이 투자자들의 기대에 미치지 못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이상헌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주주행동주의가 전문성과 책임성을 갖지 않은 채 단기 수익만을 추구하기 위한 목적으로 추진될 경우, 다른 주주의 이익을 침해하거나 회사에 손해를 야기시킬 수 있다”며 “(배당 확대, 자사주 매입 등 주주환원 정책도) 기업의 미래 성장을 위해 활용해야 할 자원을 주주에게 전달하면서 기업의 장기적 성장을 저해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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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마무리된 3월 주총 시즌에서 트러스톤자산운용, 안다자산운용, 플래쉬라이트캐피탈파트너스(FCP), 얼라인파트너스, 밸류파트너스 등 행동주의펀드들은 표 대결에서 대부분 고배를 마셨다.
지난달 31일 진행된 태광산업 주총에서 트러스톤자산운용이 주주 제안한 액면분할, 주당 1만원 현금배당, 자사주 매입 등 3개 안건은 모두 부결됐다. 같은달 24일 진행된 BYC 주총에서도 트러스톤은 액면분할, 배당확대, 자사주 매입, 감사위원 선임 등의 안건을 상정했지만 표 대결에서 패했다.
안다자산운용과 FCP의 공격을 동시에 받은 KT&G 역시 지난달 28일 열린 주총에서 현 이사회 측의 안건이 모두 통과되며 압승을 거뒀다. 안다자산운용과 FCP는 각각 현금배당 7867원과 1만원을 제안했지만, 투표 결과 KT&G 이사회가 제안한 현금배당 5000원이 출석의결권 수의 68.1%의 동의를 얻어 통과됐다. FCP가 제시한 1조2000억원 규모 자기주식 매입안 역시 출석의결권 수의 33.6%의 동의를 얻는 데 그쳤다.
SM엔터테인먼트 지배구조 개선에 목소리를 높이며 주목받은 얼라인파트너스가 참전한 JB금융지주 주총 결과도 싱겁게 끝이 났다. JB금융은 지난달 30일 진행한 주총에서 이사회가 제안한 ▲재무제표 및 이익배당 승인 ▲정관 변경 ▲사외이사 선임 ▲감사위원이 되는 사외이사 선임 ▲감사위원 선임 ▲이사 보수 한도 승인 등이 원안대로 가결됐다.
소액주주들과 힘을 모았던 밸류파트너스자산운용 역시 KISCO홀딩스(001940) 주총에서 고배를 마셨다. KISCO홀딩스의 경우 행동주의펀드 밸류파트너스자산운용과 소액주주연대가 제시한 주총 안건을 거절하면서 밸류파트너스 측이 가처분 소송을 제기, 법원이 이를 인용하면서 반전이 점쳐졌으나 결국 회사 측이 제안한 안건만이 주총 문턱을 넘었다.
다만 남양유업(003920) 주총에서는 이변이 나왔다. 지난달 31일 열린 주총에서 차파트너스자산운용이 추천한 심혜섭 변호사가 상근 감사로 선임하는 안이 찬성 12만표로 통과됐다. 반면 남양유업 경영진이 추천한 심호근 남양유업 상근감사 재선임 안건은 부결됐다. 차파트너스가 제안한 4개 안건 중 감사 선임의 건을 제외한 나머지 3건은 부결됐지만, ‘오너 리스크’에 지친 소액주주들의 표가 이변을 만들어낸 셈이다.
목소리 커진 행동주의 캠페인…평가는 엇갈려
올해 행동주의펀드들의 성과는 ‘절반의 성공’으로 요약된다. 주총을 앞두고 자사주 매입, 배당 확대, 지배구조 개선 등을 제안하며 소액주주들의 지지를 얻어냈지만 최종적으로 주총 문턱에서 이들의 표 집결엔 실패했다. 이 과정에서 주가가 단기 급등하면서 시세 차익을 얻으려는 불개미들이 뛰어들었다. 결과적으로 행동주의펀드가 부르짖은 중장기 기업 개선보다는 단타꾼들의 배만 불린 격이 됐다.
행동주의펀드의 ‘먹튀’ 우려도 꼬리표처럼 따라붙는다. 펀드는 이익 추구를 최우선 가치로 둘 수밖에 없기에 주가를 인위적으로 부양한 뒤 이를 매도해 차익을 실현할 거란 우려다. 실제 SM과 오스템임플란트, KT&G 등 행동주의펀드가 전면에 나선 기업들의 주가는 크게 흔들렸다. 대부분 행동주의펀드의 참전 이후 주가가 급등하고, 주총 이후 급락하는 패턴을 보였다.
양일우 삼성증권 ESG연구소 팀장은 “수익률은 펀드의 기본적인 목표다. 한국 행동주의 펀드의 수익률은 2021년 이후 높아진 경향이 있지만, 대부분 지분 매입 경쟁 있었던 경우였다”라며 “한국 증시엔 저평가된 기업은 많지만, 최대주주 지분율이 높은 편이기 때문에 초기 성장기를 지나면 행동주의 펀드의 확산이나 수익률이 투자자들의 기대에 미치지 못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이상헌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주주행동주의가 전문성과 책임성을 갖지 않은 채 단기 수익만을 추구하기 위한 목적으로 추진될 경우, 다른 주주의 이익을 침해하거나 회사에 손해를 야기시킬 수 있다”며 “(배당 확대, 자사주 매입 등 주주환원 정책도) 기업의 미래 성장을 위해 활용해야 할 자원을 주주에게 전달하면서 기업의 장기적 성장을 저해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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