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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받는 월급으로 차 사기 쉽지 않네요”

[차값이 무서워]①
국산차 평균 3511만원·수입차 7834만원
현대·기아 등 신차 평균 판매 가격 상승

현대차 대리점. [연합뉴스]

[이코노미스트 이지완 기자] 직장인 김모(36)씨는 지난해 10월 그랜저 구매를 위한 계약을 체결했다. 이후 한 달 뒤(2022년 11월) 신형 그랜저가 출시되면서 가격(2.5 가솔린 프리미엄 기준)이 300만원 이상 올랐다. 여기에 할부 금리까지 작년보다 5%포인트(p) 이상 올라 신차 구매 부담은 더욱 늘어났다. 김씨는 “둘이 벌고 있지만 대출 이자, 생활비 등을 따져보면 현 상황에서 신차를 구매하기 버겁다”고 말했다. 결국 김씨는 판매점으로부터 차량 출고가 가능하다는 연락을 받았지만 시기를 미루기로 했다.

평범한 직장인, 신차 구매는 사치

최근 자동차 업계에는 ‘카플레이션’(Carflation)이라는 신조어가 생겼다. ‘자동차’(Car)와 ‘인플레이션’(Inflation)의 합성어다. 원자재 가격 상승과 초과 수요 발생 등으로 자동차 가격이 치솟은 현상을 말한다.

최근 2년간 지표를 보면 소비자들의 차량 구매 부담이 실제로 늘었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KAMA)에 따르면 지난해 상반기 기준 승용차 평균 판매가격은 국산차가 3511만원, 수입차가 7834만원으로 집계됐다. 전년(2021년 말) 대비 국산차는 234만원, 수입차는 717만원 오른 것이다.

평범한 직장인은 자동차 구매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통계청이 최근 발표한 대한민국 임금근로일자리 소득(보수, 2021년 기준) 결과에 따르면 임금근로자의 평균월급은 전년 대비 4.1%(13만원) 늘어난 333만원으로 나타났다. 비영리기업과 중소기업 소속 임금근로자의 평균월급은 각각 335만원, 266만원이었다.

통계청의 조사 결과대로라면 중소기업 소속 임금근로자의 평균연봉은 3000만원 초·중반대가 된다. 월급의 절반 이상이 지출(생활비, 월세, 대출 이자 등)이라고 가정하면 사실상 신차 등의 구매는 불가능에 가깝다.

여기에 덩달아 치솟은 금리도 소비자들이 차량 구매를 망설이게 했다. 지난해 초만 하더라도 신차 할부 금리(36개월 기준)는 연 2~3%에 불과했지만 올해 5~8%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일부 캐피탈사의 자동차 할부는 여전히 11% 수준을 웃돌고 있다. 신차 구매 시 적용되는 할부 금리는 계약이 아닌 출고 시점을 기준으로 한다.

차량 구매에 대한 소비자들의 부담이 늘어나면서 신차 및 중고차의 등록 대수가 감소세가 이어지고 있다. 자동차 관련 통계 조사 업체인 카이즈유데이터연구소에 따르면 지난해 신차 등록 대수는 168만5028대로 전년 동기(173만5036대)와 비교해 2.9%(5만8대) 줄었다. 같은 기간 중고차 등록 대수는 380만2454대로 전년 동기(394만4501대) 대비 3.6%(14만2047대) 감소했다.

최근 신차 및 중고차 등록 대수가 줄어든 것은 제조사의 공급 부족 때문이 아니다. 지난해 고금리 등의 여파로 소비자 구매심리가 위축됐기 때문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내구재 소비심리는 지난해 3월 기준 95포인트에서 같은 해 7월 89포인트로 6포인트 줄었다. 100 이상이면 소비자의 주관적 기대심리가 낙관적, 이하면 비관적이라는 의미다.

업계 관계자는 “반도체 부족 사태 등으로 시장 구조가 공급자 우위로 전환되면서 차량 구매를 위한 가격선이 상승했다”며 “반도체 부족 사태는 예년보다 완화된 상황이지만 판매 가격 및 금리 인상 부담 등의 여파로 차량 출고를 미루는 소비자가 늘어나는 추세”라고 말했다.

자동차 판매 가격 왜 이렇게 올랐나

업계에서는 자동차 평균 구매 가격이 증가한 가장 큰 이유로 현대자동차와 기아의 평균 판매 가격 상승을 꼽는다. 현대차와 기아는 국내 자동차 시장(국산 및 수입 포함)에서 73%의 점유율(지난해 기준)을 차지했다. 현대차와 기아의 판매 가격 상승은 전체 시장에 영향을 끼칠 수밖에 없다는 뜻이다.

현대차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이 회사의 승용차 평균 판매 가격은 5031만원으로 전년 동기(4758만원) 대비 273만원(5.7%) 증가했다. 기아의 지난해 승용차 평균 판매 가격은 3434만원으로 전년 동기(3366만원)와 비교해 68만원(2%) 올랐다. 같은 기간 현대차와 기아의 RV의 판매 가격은 각각 4640만원, 4355만원으로 집계됐다. 전년 동기 대비 현대차는 9.5%(402만원), 기아는 5.4%(225만원) 올랐다.

이외에도 첨단 기능 탑재와 전기차 및 SUV 판매 증가 등도 자동차 평균 판매 가격 상승을 이끌었다는 분석이다. 요즘 출시되는 신차에는 자율주행 레벨2 이상의 주행보조 기능, 무선통신(OTA) 서비스 등 다양한 신기술이 탑재되고 있다. 자동차가 단순한 이동수단이 아닌 움직이는 스마트 기기라고 불리는 이유다.

전기차 신규 등록 대수는 지난해 16만4482대로 전년 동기(10만402대)와 비교해 63.8%(6만4080대) 늘었다. 배터리 탑재 등으로 전기차 판매 가격은 일반 내연기관보다 1000만원 이상 높게 형성된다. 지난해 SUV의 신규 등록 대수는 전년 동기(69만6899대) 대비 5.4%(3만7674대) 늘어난 73만4573대로 집계됐다. SUV는 세단보다 큰 차체를 갖는 탓에 제작 시 내·외장재 등이 더 많이 필요하다. 모델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통상적으로 500만원 이상 가격이 비싼 이유다.

이호근 대덕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물가와 인건비 상승분이 워낙 높았고, 첨단 및 안전 기술이 다수 추가되면서 차량 가격이 전반적으로 많이 올라갔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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