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홀로 성장한 현대차, 곳간에 378조 채운 삼성
[이코노미스트 데이터랩 보고서-4대그룹 재무돋보기]①
매출 늘었지만 비용 증가에 수익성 둔화 뚜렷
4대그룹 총영업익 107조8415억…전년比 7.3%↓
현대차 외 모두 역성장…이익잉여금 일제히 증가
다사다난(多事多難). 2022년을 가장 잘 표현한 사자성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풍토병(엔데믹)화로 경제 정상화에 대한 기대가 높았지만 현실은 달랐다. 각국 정부가 코로나19로 인한 소비 침체를 막기 위해 풀었던 막대한 자금이 살인적인 물가상승(인플레이션)으로 돌아왔고,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은 물류비용과 원자잿값의 폭등으로 이어졌다. 이 때문에 국내 경제를 지탱하고 있는 삼성과 SK, 현대차, LG 등 주요 4대 그룹 역시 직격타를 맞았다. 매출은 늘었지만 수익성은 둔화됐고, 재고자산과 부채가 크게 증가하며 재무건전성이 악화됐다. 하지만 이러한 와중에도 4대 그룹은 연구개발(R&D)과 투자에 적극적으로 나서며 미래 경쟁력 확보에 사활을 걸었다. 올해 역시 경기침체가 더욱 뚜렷해질 것이란 부정적 전망이 나오는 가운데 4대 그룹이 위기를 기회로 바꾸고 다시금 도약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편집자]
[이코노미스트 마켓in 이건엄 기자] 국내 4대그룹이 작년 힘든 한해를 보냈다. 현대자동차그룹만 유일하게 실적개선을 보였을 뿐 삼성과 SK, LG그룹이 일제히 수익성 둔화를 겪었다. 전반적인 매출은 늘었지만 물가상승에 따른 물류비와 원자잿값 폭등이 부정적 영향을 미친 것이다.
반면 4대그룹 곳간에 쌓인 현금은 지난 1년 사이 75조원 이상 불어나며 750조원을 돌파했다. 특히 삼성의 경우 이익잉여금이 378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나 4대 그룹 중 유일하게 두자릿대 증가율을 기록했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삼성과 SK, 현대차, LG 등 국내 4대 그룹의 지난해 총 영업이익(비금융 상장사 기준)은 107조8415억원으로 전년(116조3338억원) 대비 7.3% 감소했다. 매출은 1348조4309억원으로 같은 기간(1130조8967억원) 대비 19.2% 늘었다.
현대차·기아 쌍끌이로 위기 극복
세부적으로 보면 4대 그룹 중 현대차그룹만 유일하게 영업이익이 늘었다. 덕분에 SK에 내줬던 재계 2위 자리(영업이익 기준)도 다시 탈환했다. 현대차그룹의 지난해 총 영업이익은 23조7416억원으로 전년(18조6164억원) 대비 27.5% 증가했다. 현대건설과 현대제철을 비롯한 건설·철강 계열사들이 부진했지만 현대자동차와 기아, 현대모비스 등 자동차 계열사들의 활약이 이를 상쇄했다. 매출은 306조6986억원에서 373조7115억원으로 21.8% 늘었다.
실제 현대차와 기아는 지난해 각각 9조8198억원, 7조2331억원의 영업이익을 거뒀다. 이는 전년 대비 47%, 42.8% 늘어난 수치로 그룹 전체 영업이익 중 71.8%에 해당된다. 양사에 부품을 공급하는 현대모비스와 현대위아 역시 2조265억원, 2121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하며 순항했다.
자동차 반도체 공급이 정상화되면서 기존 계약 물량이 빠르게 소진됐고 실적 개선으로 이어졌다는 분석이다. 특히 미국과 유럽 등 글로벌 시장에서 현대차그룹의 전기차가 호평 받으며 판매량이 크게 늘어난 것도 긍정적으로 작용했다. 반면 현대건설과 현대제철은 원자재값 폭등 여파를 피하지 못하며 지난해 영업이익이 5749억원, 1조6165억원으로 같은 기간 대비 23.7%, 34% 줄었다.
재계 1위 삼성은 지난해에도 50조원 이상의 영업이익을 거두며 압도적인 저력을 보여줬지만 반도체 업황 악화와 조선 사업 실적 개선이 더디게 이뤄지면서 수익성이 크게 둔화됐다. 삼성의 12개 계열사의 지난해 총 영업이익은 51조2792억원으로 전년(56조4942억원) 대비 9.2% 줄었다. 매출은 423조1775억원을 기록해 같은 기간(376조3206억원) 대비 12.5% 늘었다.
삼성의 영업이익이 줄어든 것은 기둥 역할을 맡고있는 삼성전자의 부진과 관련이 깊다. 삼성전자의 주력 사업인 메모리 반도체가 단가 하락 여파를 직격타로 맞은 것이다. 실제 삼성전자의 영업이익은 51조6339억원에서 지난해 43조3766억원으로 16% 줄어들면서 그룹 전체 실적을 흔들었다. 삼성전기는 지난해 영업이익이 20.4% 급감한 1조1828억원에 그쳤다. 적자를 이어가고 있는 삼성중공업도 지난해 8544억원의 손실을 기록했다.
다만 삼성SDI와 삼성물산,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영업이익이 크게 늘며 충격을 완화할 수 있었다. 삼성SDI의 경우 전기차 보급이 본격적으로 이뤄지면서 수혜를 입어 지난해 1조8080억원의 영업이익을 거뒀다. 이는 전년 대비 69.4% 증가한 수치다. 삼성물산과 삼성바이오로직스도 각각 2조5285억원, 9836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해 111.4%, 83.1% 성장했다. 삼성물산은 건설부문의 안정된 수주 포트폴리오와 상사 부문의 트레이딩 실적에 힘입어 수익성이 개선됐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수주 확대 및 공장 가동률 상승, 바이오에피스 100% 자회사 편입에 따른 외형 확대 등이 긍정적 요인으로 작용했다.
현대차에 재계 2위 자리 뺏긴 SK
SK그룹도 삼성과 마찬가지로 메모리 반도체 수요 위축 여파로 영업이익이 크게 줄었다. SK그룹의 지난해 총 영업이익은 22조595억원으로 전년(23조799억원) 대비 4.4% 감소했다. D램과 낸드플래시 등 메모리 반도체 단가가 크게 하락하며 그룹 내 캐시카우 역할을 하는 SK하이닉스의 수익성이 둔화된 것이다. 매출은 314조7507억원으로 같은 기간 대비 32.1% 늘었다.
실제 SK하이닉스의 지난해 영업이익은 6조8094억원으로 전년(12조4103억원)대비 45.1% 급감했다. SK이노베이션(3조9173억원·124.9%↑)과 SK텔레콤(1조6121억원·16.2%↑) 등 핵심 계열사들이 안정적인 실적을 냈지만 SK하이닉스에 가해진 충격을 완화하기엔 다소 역부족이었다. 이밖에 SK케미칼(2305억원·58.5%↓)과 SK바이오사이언스(1150억원·75.7%↓), SK바이오팜(적자전환) 등도 부진한 성적표를 받아들며 그룹 전체 실적에 부정적 요인으로 작용했다.
4대 그룹 중 수익성 둔화가 가장 두드러진 곳은 LG다. LG그룹의 지난해 영업이익은 총 10조7612억원으로 전년(18조1434억원) 대비 40.7% 급감했다. 배터리 사업을 맡고 있는 LG에너지솔루션과 LG전자의 전장사업 등 미래 먹거리 분야에서는 일정 수준의 성과를 냈으나 주력인 가전과 디스플레이, 생필품 등은 소비 위축 여파를 버티지 못하고 휘청였다. 같은 기간 매출은 209조6656억원에서 236조7913억원으로 12.9% 증가했다.
LG그룹에서 가장 부진한 성적표를 받아든 곳은 LG디스플레이다. 글로벌 TV 판매가 급감하면서 액정표시장치(LCD)와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등 TV 패널 수요도 함께 줄었고 결국 적자를 피하지 못했다. LG디스플레이는 지난해 2조850억원의 손실을 내며 적자전환했다. LG전자도 영업이익이 2조4061억원에서 1조9414억원으로 21.1% 줄었다. 전장사업이 흑자행진을 이어가며 모바일의 빈자리를 훌륭히 메꿨지만 수요 위축과 물류비 상승으로 수익성이 악화됐다.
LG화학은 석유화학 제품 수요 둔화와 재고 손실 영향으로 영업이익이 5조264억원에서 2조9957억원으로 40.4% 감소했다. 연말 배터리부문 성과급 등 일회성 비용도 수익성 악화에 한몫했다. 여기에 LG생활건강도 면세점을 포함한 해외 사업이 부진하면서 영업이익이 크게 줄었다. 특히 미국법인 영업권손상차손으로 1900억원의 일회성 영업외비용까지 더해져 실적이 악화됐다. LG생활건강은 지난해 7111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는데 이는 전년(1조2896억원) 대비 44.9% 줄어든 수치다.
다만 LG이노텍과 LG에너지솔루션이 견조한 성장을 이어가며 손실에 따른 충격을 그나마 완화할 수 있었다. LG이노텍과 LG에너지솔루션의 지난해 영업이익은 각각 1조2718억원, 1조2137억원으로 0.6%, 57.9% 증가했다.
수익성 둔화에도 곳간은 두둑
이처럼 수익성 둔화가 뚜렷해진 4대그룹이지만 곳간에 현금은 차곡차곡 쌓았다. 4대그룹의 지난해 말(12월 31일) 기준 이익잉여금은 총 753조4416억원으로 전년 말(678조2248억원) 대비 11.1% 증가했다. 1년 새 75조원이 넘는 돈을 추가로 비축한 셈이다. 같은 기간 당기순이익은 93조4261억원에서 98조6935억원으로 5.6% 증가했다. 향후 대규모 인수합병(M&A) 시 활용할 수 있는 실탄이 확보됐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라는 분석이다. 다만 주주가치 제고 측면에서는 적극적인 배당에 나서지 않는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가장 많은 현금을 쌓은 그룹은 삼성그룹이다. 350조원이 넘는 현금을 비축하며 다른그룹을 압도했다. 삼성이 보유한 이익잉여금만 4대그룹 전체의 50%를 넘었다. 특히 증가율도 15.5%로 4대그룹 중 유일하게 두자릿대를 기록했다. 삼성의 지난해 말 기준 이익잉여금은 378조758억원이다. 이 중 90%에 가까운 이익잉여금이 삼성전자(337조9464억원)로부터 나왔다.
2위는 현대차그룹으로 이익잉여금은 184조906억원이었다. 지난해 호실적을 바탕으로 20조원에 가까운 돈을 신규로 비축하며 저력을 보여줬지만 삼성과 비교하면 절반을 조금 넘는 수준이다. 다만 삼성전자에 대부분의 이익잉여금이 몰려있는 삼성과 달리 현대차그룹은 현대차(79조9536억원)와 기아(36조3208억원), 현대모비스(36조9793억원)가 비교적 균등하게 현금을 확보하고 있다.
4대 그룹 중 가장 많은 상장 계열사를 거느리고 있는 SK그룹은 115조4059억원의 이익잉여금을 비축했다. 이는 전년 말 대비 4% 증가한 것으로 4대 그룹 중 증가폭이 가장 작았다. 현금창출능력이 뛰어난 SK하이닉스의 실적 부진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 같은 기간 SK하이닉스의 이익잉여금은 55조7841억원에서 56조6853억원으로 1.6% 늘어나는 데 그쳤다. 22조4637억원의 이익잉여금을 기록한 SK텔레콤도 전년 말(22조4373조)와 비교해 큰 변화가 없었다.
LG그룹은 4대 그룹 중 이익잉여금 규모가 가장 작았다. LG그룹의 지난해 말 기준 이익잉여금은 75조8693억원으로 전년 말 대비 4.5% 증가했다. 이는 4대 그룹 전체 이익잉여금 중 10.1%에 해당하는 수치다. 지난해 적자 전환한 LG디스플레이의 이익잉여금이 8조5415억원에서 5조3598억원으로 37.3% 급감했지만 LG이노텍(2조9692억원·45%↑)과 LG에너지솔루션(1조1545억원·242%↑) 등이 막대한 현금을 쌓으며 상쇄했다.
ⓒ이코노미스트(https://economist.co.kr) '내일을 위한 경제뉴스 이코노미스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코노미스트 마켓in 이건엄 기자] 국내 4대그룹이 작년 힘든 한해를 보냈다. 현대자동차그룹만 유일하게 실적개선을 보였을 뿐 삼성과 SK, LG그룹이 일제히 수익성 둔화를 겪었다. 전반적인 매출은 늘었지만 물가상승에 따른 물류비와 원자잿값 폭등이 부정적 영향을 미친 것이다.
반면 4대그룹 곳간에 쌓인 현금은 지난 1년 사이 75조원 이상 불어나며 750조원을 돌파했다. 특히 삼성의 경우 이익잉여금이 378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나 4대 그룹 중 유일하게 두자릿대 증가율을 기록했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삼성과 SK, 현대차, LG 등 국내 4대 그룹의 지난해 총 영업이익(비금융 상장사 기준)은 107조8415억원으로 전년(116조3338억원) 대비 7.3% 감소했다. 매출은 1348조4309억원으로 같은 기간(1130조8967억원) 대비 19.2% 늘었다.
현대차·기아 쌍끌이로 위기 극복
세부적으로 보면 4대 그룹 중 현대차그룹만 유일하게 영업이익이 늘었다. 덕분에 SK에 내줬던 재계 2위 자리(영업이익 기준)도 다시 탈환했다. 현대차그룹의 지난해 총 영업이익은 23조7416억원으로 전년(18조6164억원) 대비 27.5% 증가했다. 현대건설과 현대제철을 비롯한 건설·철강 계열사들이 부진했지만 현대자동차와 기아, 현대모비스 등 자동차 계열사들의 활약이 이를 상쇄했다. 매출은 306조6986억원에서 373조7115억원으로 21.8% 늘었다.
실제 현대차와 기아는 지난해 각각 9조8198억원, 7조2331억원의 영업이익을 거뒀다. 이는 전년 대비 47%, 42.8% 늘어난 수치로 그룹 전체 영업이익 중 71.8%에 해당된다. 양사에 부품을 공급하는 현대모비스와 현대위아 역시 2조265억원, 2121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하며 순항했다.
자동차 반도체 공급이 정상화되면서 기존 계약 물량이 빠르게 소진됐고 실적 개선으로 이어졌다는 분석이다. 특히 미국과 유럽 등 글로벌 시장에서 현대차그룹의 전기차가 호평 받으며 판매량이 크게 늘어난 것도 긍정적으로 작용했다. 반면 현대건설과 현대제철은 원자재값 폭등 여파를 피하지 못하며 지난해 영업이익이 5749억원, 1조6165억원으로 같은 기간 대비 23.7%, 34% 줄었다.
재계 1위 삼성은 지난해에도 50조원 이상의 영업이익을 거두며 압도적인 저력을 보여줬지만 반도체 업황 악화와 조선 사업 실적 개선이 더디게 이뤄지면서 수익성이 크게 둔화됐다. 삼성의 12개 계열사의 지난해 총 영업이익은 51조2792억원으로 전년(56조4942억원) 대비 9.2% 줄었다. 매출은 423조1775억원을 기록해 같은 기간(376조3206억원) 대비 12.5% 늘었다.
삼성의 영업이익이 줄어든 것은 기둥 역할을 맡고있는 삼성전자의 부진과 관련이 깊다. 삼성전자의 주력 사업인 메모리 반도체가 단가 하락 여파를 직격타로 맞은 것이다. 실제 삼성전자의 영업이익은 51조6339억원에서 지난해 43조3766억원으로 16% 줄어들면서 그룹 전체 실적을 흔들었다. 삼성전기는 지난해 영업이익이 20.4% 급감한 1조1828억원에 그쳤다. 적자를 이어가고 있는 삼성중공업도 지난해 8544억원의 손실을 기록했다.
다만 삼성SDI와 삼성물산,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영업이익이 크게 늘며 충격을 완화할 수 있었다. 삼성SDI의 경우 전기차 보급이 본격적으로 이뤄지면서 수혜를 입어 지난해 1조8080억원의 영업이익을 거뒀다. 이는 전년 대비 69.4% 증가한 수치다. 삼성물산과 삼성바이오로직스도 각각 2조5285억원, 9836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해 111.4%, 83.1% 성장했다. 삼성물산은 건설부문의 안정된 수주 포트폴리오와 상사 부문의 트레이딩 실적에 힘입어 수익성이 개선됐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수주 확대 및 공장 가동률 상승, 바이오에피스 100% 자회사 편입에 따른 외형 확대 등이 긍정적 요인으로 작용했다.
현대차에 재계 2위 자리 뺏긴 SK
SK그룹도 삼성과 마찬가지로 메모리 반도체 수요 위축 여파로 영업이익이 크게 줄었다. SK그룹의 지난해 총 영업이익은 22조595억원으로 전년(23조799억원) 대비 4.4% 감소했다. D램과 낸드플래시 등 메모리 반도체 단가가 크게 하락하며 그룹 내 캐시카우 역할을 하는 SK하이닉스의 수익성이 둔화된 것이다. 매출은 314조7507억원으로 같은 기간 대비 32.1% 늘었다.
실제 SK하이닉스의 지난해 영업이익은 6조8094억원으로 전년(12조4103억원)대비 45.1% 급감했다. SK이노베이션(3조9173억원·124.9%↑)과 SK텔레콤(1조6121억원·16.2%↑) 등 핵심 계열사들이 안정적인 실적을 냈지만 SK하이닉스에 가해진 충격을 완화하기엔 다소 역부족이었다. 이밖에 SK케미칼(2305억원·58.5%↓)과 SK바이오사이언스(1150억원·75.7%↓), SK바이오팜(적자전환) 등도 부진한 성적표를 받아들며 그룹 전체 실적에 부정적 요인으로 작용했다.
4대 그룹 중 수익성 둔화가 가장 두드러진 곳은 LG다. LG그룹의 지난해 영업이익은 총 10조7612억원으로 전년(18조1434억원) 대비 40.7% 급감했다. 배터리 사업을 맡고 있는 LG에너지솔루션과 LG전자의 전장사업 등 미래 먹거리 분야에서는 일정 수준의 성과를 냈으나 주력인 가전과 디스플레이, 생필품 등은 소비 위축 여파를 버티지 못하고 휘청였다. 같은 기간 매출은 209조6656억원에서 236조7913억원으로 12.9% 증가했다.
LG그룹에서 가장 부진한 성적표를 받아든 곳은 LG디스플레이다. 글로벌 TV 판매가 급감하면서 액정표시장치(LCD)와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등 TV 패널 수요도 함께 줄었고 결국 적자를 피하지 못했다. LG디스플레이는 지난해 2조850억원의 손실을 내며 적자전환했다. LG전자도 영업이익이 2조4061억원에서 1조9414억원으로 21.1% 줄었다. 전장사업이 흑자행진을 이어가며 모바일의 빈자리를 훌륭히 메꿨지만 수요 위축과 물류비 상승으로 수익성이 악화됐다.
LG화학은 석유화학 제품 수요 둔화와 재고 손실 영향으로 영업이익이 5조264억원에서 2조9957억원으로 40.4% 감소했다. 연말 배터리부문 성과급 등 일회성 비용도 수익성 악화에 한몫했다. 여기에 LG생활건강도 면세점을 포함한 해외 사업이 부진하면서 영업이익이 크게 줄었다. 특히 미국법인 영업권손상차손으로 1900억원의 일회성 영업외비용까지 더해져 실적이 악화됐다. LG생활건강은 지난해 7111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는데 이는 전년(1조2896억원) 대비 44.9% 줄어든 수치다.
다만 LG이노텍과 LG에너지솔루션이 견조한 성장을 이어가며 손실에 따른 충격을 그나마 완화할 수 있었다. LG이노텍과 LG에너지솔루션의 지난해 영업이익은 각각 1조2718억원, 1조2137억원으로 0.6%, 57.9% 증가했다.
수익성 둔화에도 곳간은 두둑
이처럼 수익성 둔화가 뚜렷해진 4대그룹이지만 곳간에 현금은 차곡차곡 쌓았다. 4대그룹의 지난해 말(12월 31일) 기준 이익잉여금은 총 753조4416억원으로 전년 말(678조2248억원) 대비 11.1% 증가했다. 1년 새 75조원이 넘는 돈을 추가로 비축한 셈이다. 같은 기간 당기순이익은 93조4261억원에서 98조6935억원으로 5.6% 증가했다. 향후 대규모 인수합병(M&A) 시 활용할 수 있는 실탄이 확보됐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라는 분석이다. 다만 주주가치 제고 측면에서는 적극적인 배당에 나서지 않는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가장 많은 현금을 쌓은 그룹은 삼성그룹이다. 350조원이 넘는 현금을 비축하며 다른그룹을 압도했다. 삼성이 보유한 이익잉여금만 4대그룹 전체의 50%를 넘었다. 특히 증가율도 15.5%로 4대그룹 중 유일하게 두자릿대를 기록했다. 삼성의 지난해 말 기준 이익잉여금은 378조758억원이다. 이 중 90%에 가까운 이익잉여금이 삼성전자(337조9464억원)로부터 나왔다.
2위는 현대차그룹으로 이익잉여금은 184조906억원이었다. 지난해 호실적을 바탕으로 20조원에 가까운 돈을 신규로 비축하며 저력을 보여줬지만 삼성과 비교하면 절반을 조금 넘는 수준이다. 다만 삼성전자에 대부분의 이익잉여금이 몰려있는 삼성과 달리 현대차그룹은 현대차(79조9536억원)와 기아(36조3208억원), 현대모비스(36조9793억원)가 비교적 균등하게 현금을 확보하고 있다.
4대 그룹 중 가장 많은 상장 계열사를 거느리고 있는 SK그룹은 115조4059억원의 이익잉여금을 비축했다. 이는 전년 말 대비 4% 증가한 것으로 4대 그룹 중 증가폭이 가장 작았다. 현금창출능력이 뛰어난 SK하이닉스의 실적 부진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 같은 기간 SK하이닉스의 이익잉여금은 55조7841억원에서 56조6853억원으로 1.6% 늘어나는 데 그쳤다. 22조4637억원의 이익잉여금을 기록한 SK텔레콤도 전년 말(22조4373조)와 비교해 큰 변화가 없었다.
LG그룹은 4대 그룹 중 이익잉여금 규모가 가장 작았다. LG그룹의 지난해 말 기준 이익잉여금은 75조8693억원으로 전년 말 대비 4.5% 증가했다. 이는 4대 그룹 전체 이익잉여금 중 10.1%에 해당하는 수치다. 지난해 적자 전환한 LG디스플레이의 이익잉여금이 8조5415억원에서 5조3598억원으로 37.3% 급감했지만 LG이노텍(2조9692억원·45%↑)과 LG에너지솔루션(1조1545억원·242%↑) 등이 막대한 현금을 쌓으며 상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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