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금 금리, 시원찮네”…자산가들 이미 채권으로 발 돌려
[기준금리 인하 대비하라] ③ 5% 넘던 정기예금 금리 3% 중반으로
금·달러 투자는 신중하게
[이코노미스트 윤형준 기자] 연말까지만 해도 자금이 쏠렸던 정기예금의 인기가 시들해졌다. 기준금리가 두차례 연속 동결되는 등 시장금리 인하 조짐이 본격화하면서 정기예금 잔액도 덩달아 줄어든 것이다. 자산가들은 이미 채권, 주가연계증권(ELS), 주식 등 예금을 대체할 만한 상품으로 눈길을 돌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지난 10일 기준 5대 시중은행(KB국민은행·신한은행·하나은행·우리은행·NH농협은행)의 대표 정기예금 상품 금리는 1년 만기 연 3.37~3.8% 수준이다. 지난해 10~11월께 4% 후반에서 5% 초반이었던 것과 대조적이다. 당시에는 저축은행의 경우 6% 중반 상품도 어렵지 않게 발견할 수 있었다.
실제 신규 가입도 크게 줄어들었다. 5대 은행의 지난 3월 말 기준 정기예금 신규 가입금액은 38조3958억원으로 집계됐다. ‘예테크’(예금+재테크)의 인기가 최고조였던 지난해 10월 말의 81조9735억원에 비해 반토막이 난 것이다. 5대 은행 정기예금 잔액도 3월 말 805조3384억원으로 지난해 11월 말 827조2986억원과 비교하면 20조원 넘게 빠졌다.
이처럼 정기예금의 인기가 사그라들고 있는 건 시중은행 수신금리가 내림세기 때문이다. 한국은행이 4월 금융통화위원회에서도 기준금리를 3.5%로 동결하고, 미국도 인상 종료가 예상돼 연내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도 커졌다. 시장금리의 경우, 대개 기준금리보다 선행하므로 정기예금의 매력도는 더 떨어질 전망이다.
진짜 부자들은 ‘채권’과 ‘ELS’ 택했다
그렇다면 현재 부자들도 관심을 갖고 투자하는 매력 있는 재테크처는 어딜까. 고액자산가들의 자산을 관리해주는 프라이빗뱅커(PB)들은 일제히 채권과 ELS를 꼽았다.
김남용 신한은행 PWM방배센터 팀장은 경기 침체가 예고되는 가운데 ‘절세채권’이 가장 유리한 선택지라고 강조했다. 표면금리에 따라 얻는 이자소득과 채권가격 변동에 따른 자본소득이 함께 발생하는 채권의 특성을 이용하는 것이다.
김 팀장은 “저금리 때 발행된 국채나 지방채를 매입하면 표면금리는 1~2% 정도인데 금융소득 종합과세 시에는 이 부분만 과세가 돼 세금 상 유리하다”라며 “가령 1만원짜리 채권이라면 현재는 9500~9600원 수준이기 때문에 비과세 매매 차익도 생긴다”고 설명했다. 종합적으로 이율을 환산하면 약 3.5~4%의 이율을 볼 수 있는 것이다.
개별 채권은 금액이 커 접근이 힘든 고객의 경우 채권 상장지수펀드(ETF)를 찾는 경우도 많아졌다.
이은경 우리은행 TCE강남센터 PB팀장은 “최근에는 만기 2~3년짜리 채권을 편입한 ‘만기 매칭형 채권 ETF’가 다양하게 나오고 있다”며 “만기까지 보유하면 원리금을 돌려받을 수 있는 상품”이라고 설명했다. 향후에 금리가 인하되면 ETF 가격 자체가 올라갈 것이므로 중간에 매도하더라도 추가 수익을 기대할 수 있다는 강점이 있다.
ELS로 투자처를 옮긴 자산가들도 많이 늘어났다. ELS는 계약 만기일까지 기초자산의 가격이 정해진 수준 밑으로 떨어지지 않으면 약속한 수익을 지급하는 파생상품이다.
김하진 하나은행 서압구정골드클럽 PB팀장은 “고객들이 예상 수익률이 더 떨어지기 전에 정기예금에서 ELS로 조금씩 넘어오고 있는 상황”이라며 “안전성향 고객들은 기초자산으로 미국 스탠다드앤드푸어스(S&P500)지수 단독인 상품을 선호하며, 배리어가 75~80%로 낮아서 조기상환할 수 있는 ELS들이 인기”라고 말했다.
김성희 NH농협은행 NH 올100자문센터 WM전문위원도 “요즘 시장의 밸류에이션(가치 대비 주가)이 저점이라는 걸 아는 고객들의 ELS 진입이 늘어났다”며 “올해는 경기 침체가 예상된다지만 2~3년 후에는 회복될 것으로 예상하고 투자 매력을 많이 느끼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1분기에 오르지 않은 주식을 주목하라”
금리 인하 가능성이 가시화되면서 주식 자체에 대한 관심도 움트고 있다.
김현섭 국민은행 한남PB센터장은 “요즘엔 고객들이 반도체·헬스케어·2차전지 등의 국내 주식에 관심을 두고 있다”며 “2차전지의 경우 너무 많이 올랐기 때문에 분할 매수를 권하고 있다”고 밝혔다.
여대영 우리은행 TCE시그니처센터 PB팀장은 올 1분기 들어서도 오르지 않거나 오히려 마이너스 수익률이 난 종목들에 주목할 것을 조언했다. 에너지·금융·헬스케어·필수소비재 등이 꼽힌다. 그는 “나스닥은 올해 들어 16% 넘게 올랐지만, 이런 경기 방어주가 많이 담긴 다우존스 쪽은 거의 오른 게 없다”며 “2분기에는 다우존스 전망이 좋지 않을까 싶다”라고 진단했다.
PB들은 금과 달러 투자에 대해선 신중한 의견을 표했다.
김현섭 센터장은 “금은 가격이 많이 오른 상태긴 하나, 금리 하락 가능성에 가격이 상승할 여력이 있다고 생각해 매수하는 고객들이 꽤 있다”며 “달러의 경우 아직은 강세다 보니 당장 1300원 이상에서 사는 분들이 많지는 않다”고 말했다.
이은경 팀장은 “달러는 지금 당장 수익을 내기보다는 통화 분산 차원으로 상품 가입을 권하고 있다”며 “금은 투자를 재개하고자 한다면 비중을 급격히 늘리는 것보다는 달러의 움직임을 보고 투자하는 게 적절하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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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연합회에 따르면 지난 10일 기준 5대 시중은행(KB국민은행·신한은행·하나은행·우리은행·NH농협은행)의 대표 정기예금 상품 금리는 1년 만기 연 3.37~3.8% 수준이다. 지난해 10~11월께 4% 후반에서 5% 초반이었던 것과 대조적이다. 당시에는 저축은행의 경우 6% 중반 상품도 어렵지 않게 발견할 수 있었다.
실제 신규 가입도 크게 줄어들었다. 5대 은행의 지난 3월 말 기준 정기예금 신규 가입금액은 38조3958억원으로 집계됐다. ‘예테크’(예금+재테크)의 인기가 최고조였던 지난해 10월 말의 81조9735억원에 비해 반토막이 난 것이다. 5대 은행 정기예금 잔액도 3월 말 805조3384억원으로 지난해 11월 말 827조2986억원과 비교하면 20조원 넘게 빠졌다.
이처럼 정기예금의 인기가 사그라들고 있는 건 시중은행 수신금리가 내림세기 때문이다. 한국은행이 4월 금융통화위원회에서도 기준금리를 3.5%로 동결하고, 미국도 인상 종료가 예상돼 연내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도 커졌다. 시장금리의 경우, 대개 기준금리보다 선행하므로 정기예금의 매력도는 더 떨어질 전망이다.
진짜 부자들은 ‘채권’과 ‘ELS’ 택했다
그렇다면 현재 부자들도 관심을 갖고 투자하는 매력 있는 재테크처는 어딜까. 고액자산가들의 자산을 관리해주는 프라이빗뱅커(PB)들은 일제히 채권과 ELS를 꼽았다.
김남용 신한은행 PWM방배센터 팀장은 경기 침체가 예고되는 가운데 ‘절세채권’이 가장 유리한 선택지라고 강조했다. 표면금리에 따라 얻는 이자소득과 채권가격 변동에 따른 자본소득이 함께 발생하는 채권의 특성을 이용하는 것이다.
김 팀장은 “저금리 때 발행된 국채나 지방채를 매입하면 표면금리는 1~2% 정도인데 금융소득 종합과세 시에는 이 부분만 과세가 돼 세금 상 유리하다”라며 “가령 1만원짜리 채권이라면 현재는 9500~9600원 수준이기 때문에 비과세 매매 차익도 생긴다”고 설명했다. 종합적으로 이율을 환산하면 약 3.5~4%의 이율을 볼 수 있는 것이다.
개별 채권은 금액이 커 접근이 힘든 고객의 경우 채권 상장지수펀드(ETF)를 찾는 경우도 많아졌다.
이은경 우리은행 TCE강남센터 PB팀장은 “최근에는 만기 2~3년짜리 채권을 편입한 ‘만기 매칭형 채권 ETF’가 다양하게 나오고 있다”며 “만기까지 보유하면 원리금을 돌려받을 수 있는 상품”이라고 설명했다. 향후에 금리가 인하되면 ETF 가격 자체가 올라갈 것이므로 중간에 매도하더라도 추가 수익을 기대할 수 있다는 강점이 있다.
ELS로 투자처를 옮긴 자산가들도 많이 늘어났다. ELS는 계약 만기일까지 기초자산의 가격이 정해진 수준 밑으로 떨어지지 않으면 약속한 수익을 지급하는 파생상품이다.
김하진 하나은행 서압구정골드클럽 PB팀장은 “고객들이 예상 수익률이 더 떨어지기 전에 정기예금에서 ELS로 조금씩 넘어오고 있는 상황”이라며 “안전성향 고객들은 기초자산으로 미국 스탠다드앤드푸어스(S&P500)지수 단독인 상품을 선호하며, 배리어가 75~80%로 낮아서 조기상환할 수 있는 ELS들이 인기”라고 말했다.
김성희 NH농협은행 NH 올100자문센터 WM전문위원도 “요즘 시장의 밸류에이션(가치 대비 주가)이 저점이라는 걸 아는 고객들의 ELS 진입이 늘어났다”며 “올해는 경기 침체가 예상된다지만 2~3년 후에는 회복될 것으로 예상하고 투자 매력을 많이 느끼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1분기에 오르지 않은 주식을 주목하라”
금리 인하 가능성이 가시화되면서 주식 자체에 대한 관심도 움트고 있다.
김현섭 국민은행 한남PB센터장은 “요즘엔 고객들이 반도체·헬스케어·2차전지 등의 국내 주식에 관심을 두고 있다”며 “2차전지의 경우 너무 많이 올랐기 때문에 분할 매수를 권하고 있다”고 밝혔다.
여대영 우리은행 TCE시그니처센터 PB팀장은 올 1분기 들어서도 오르지 않거나 오히려 마이너스 수익률이 난 종목들에 주목할 것을 조언했다. 에너지·금융·헬스케어·필수소비재 등이 꼽힌다. 그는 “나스닥은 올해 들어 16% 넘게 올랐지만, 이런 경기 방어주가 많이 담긴 다우존스 쪽은 거의 오른 게 없다”며 “2분기에는 다우존스 전망이 좋지 않을까 싶다”라고 진단했다.
PB들은 금과 달러 투자에 대해선 신중한 의견을 표했다.
김현섭 센터장은 “금은 가격이 많이 오른 상태긴 하나, 금리 하락 가능성에 가격이 상승할 여력이 있다고 생각해 매수하는 고객들이 꽤 있다”며 “달러의 경우 아직은 강세다 보니 당장 1300원 이상에서 사는 분들이 많지는 않다”고 말했다.
이은경 팀장은 “달러는 지금 당장 수익을 내기보다는 통화 분산 차원으로 상품 가입을 권하고 있다”며 “금은 투자를 재개하고자 한다면 비중을 급격히 늘리는 것보다는 달러의 움직임을 보고 투자하는 게 적절하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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