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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션기업 LF가 품은 부동산 신탁사, 어떻게 1위 올라섰나[이코노Y]

패션기업 LF, 2019년 코람코자산신탁 1898억원에 인수
코람코, 인수 4년 만에 부동산 신탁업계 매출 1위 차지
LF 전체 실적서 26% 비중, 실적 효자 노릇 톡톡

헤지스, 닥스 등을 전개하는 패션기업 LF는 지난 2019년 코람코자산신탁을 1898억원에 인수했다. [사진 각 사]
[이코노미스트 마켓in 김채영 기자] 지난해 부동산 경기 침체 속에서 신탁사들 대부분이 고배를 마신 가운데 코람코자산신탁이 전통 강자인 한국토지신탁과 한국자산신탁을 제치고 처음으로 업계 매출 1위를 차지했다. 

업계에선 신탁사들이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에 여전히 큰 비중을 두고 있던 반면 코람코자산신탁은 리스크 관리 차원에서 과거부터 리츠를 늘려 놓은 덕이었다고 분석한다. 코람코자산신탁이 지난 2019년 패션기업 LF에 인수되고 처음으로 ‘1등 성적표’를 거머쥔 만큼 두 회사 간의 시너지가 현실화되고 있단 분석도 나온다.

코람코 지난해 매출 1972억원, 전통강자 한토신·한자신 제치고 1위

금융투자협회 전자공시서비스에 따르면 지난해 별도 기준 코람코자산신탁의 매출은 전년보다 1% 증가한 1972억원을 기록해 처음으로 업계 매출 1위 자리에 올랐다. 같은 기간 업계 1, 2위를 다투던 한국토지신탁과 한국자산신탁은 아쉬운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한국토지신탁 매출은 8% 감소한 1882억원, 한국자산신탁은 1662억원을 기록해 각각 업계 2위, 3위에 자리했다.

영업이익은 더 큰 폭으로 차이가 났다. 코람코자산신탁의 영업이익은 906억원으로 전년보다 112% 증가한 반면 한국토지신탁은 491억원으로 전년대비 44% 감소, 한국자산신탁은 1011억원으로 11% 떨어졌다. 

코람코자산신탁 측은 호실적의 주요 요인으로 리스크 관리를 꼽았다. 코람코자산신탁 관계자는 “국내 14개 신탁사 중 부동의 1위, 2위였던 한국토지신탁과 한국자산신탁 실적이 부동산 PF 시장 경색으로 좋지 않았다”며 “코람코는 리스크 관리 차원에서 부동산 PF 비중을 줄이고 리츠 늘렸는데 현재 22개 상장 리츠 중 공모가를 웃도는 리츠 4개 중 2개가 코람코 리츠”라고 설명했다.

코람코자산신탁의 호실적에 모회사 LF도 함박웃음을 짓고 있다. 지난해 기준 코람코자산신탁이 LF의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6%로 LF의 ‘실적 효자’ 노릇을 톡톡히 하고 있다. 지난해 연결 기준 LF의 영업이익은 1852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6.55% 늘었다. 당기순이익은 1773억원으로 30.22% 급증했다. LF 측은 “리오프닝(경제활동 재개)에 따른 패션 식품 부문 매출 증가와 부동산 금융 및 식품 자회사 실적 개선에 따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사업 포트폴리오 확장 원한 LF, ‘색’ 지키고 싶다던 코람코 창업자

LF는 현재 코람코자산신탁의 지분 67.08%를 보유 중이며 코람코자산신탁이 전체 실적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6%다. [사진 각 사]
헤지스, 닥스 등을 전개하는 패션기업 LF는 지난 2019년 코람코자산신탁을 1898억원에 인수했다. 기존 패션사업과 연결성은 떨어지지만 새로운 캐시카우를 확보하고자 부동산 금융업에 과감한 투자를 했고, 현재 코람코자산신탁의 지분 67.08%를 보유 중이다.

코람코자산신탁의 창업자인 이규성 전 재정경제부 장관은 지난 2018년 만 79세의 나이로 퇴임하기 전 LF에 회사를 매각했다. 당시 키움증권이 한화투자증권이 보유 중이던 코람코자산신탁의 지분 9.94%를 인수하면서 유력한 인수 후보로 부상했지만 패션기업 LF가 최종 인수자로 낙찰됐다.

당시 LF도 의류산업 침체와 경쟁심화 등으로 실적 부진을 겪으며 사업 포트폴리오를 확장하려 했고, 이 전 회장은 회사의 색을 지키고 리츠나 부동산 신탁 사업에 필요한 든든한 자금력이 있는 회사에 매각 의지가 있었던 것이 맞물리면서 매각협상이 진행됐다. 

LF는 지난 2014년 생활문화기업으로 도약하겠다는 의미를 담아 LG패션에서 LF로 사명을 바꾼 뒤 사업 영역을 뷰티, 식품, 방송, 부동산 등으로 넓혀나가고 있다. [사진 LF]


코람코자산신탁 인수는 LF가 추구하는 ‘의식주 라이프스타일 생활기업’ 가치와도 잘 맞아떨어진다. LF는 지난 2014년 생활문화기업으로 도약하겠다는 의미를 담아 LG패션에서 LF로 사명을 바꾼 뒤 사업 영역을 뷰티, 식품, 방송, 부동산 등으로 넓혀나가고 있다. 코람코자산신탁이 의식주 중 ‘주’ 부문을 담당하며 든든한 축으로 거듭나고 있단 평가다.

LF 관계자는 “코람코자산신탁을 인수하고 첫 해에는 회계 및 부채 처리 등으로 영업이익이 크지 않았는데 2021년부터 LF의 영업이익에 많은 보탬이 되고 있다”며 “기존에 주력하던 패션사업이 트렌드에 민감한 반면 부동산 금융 사업은 완전히 다른 매커니즘으로 움직이기 때문에 리스크 헷지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코람코자산신탁은 장기적으로 LF가 의식주 라이프스타일 생활기업으로 거듭나는데 중요한 퍼즐 역할을 하고 있고, 가장 긍정적 시너지를 내는 자회사 중 하나”라고 덧붙였다.

코람코자산신탁 측도 LF와의 긍정적 시너지를 체감하고 있다. 코람코자산신탁 관계자는 “회사의 창업자가 장관 출신이었던 만큼 회사가 공기업 느낌이 강했는데 LF에 인수되고 나서는 패션기업의 창의적이고 활동적인 분위기가 섞이게 돼 좋다”며 “헤지스, 닥스 등 브랜드 할인도 80%가량 되는 등 내부에서도 만족도가 높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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