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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PO’로 판 키우는 와인수입사…완주 가능할까

[‘우와’한 와인시장]② IPO 도전, 몸집 키우기
나라셀라, 업계 최초 코스닥 상장 추진
상장 시점·공모 규모 조율…불안한 증시 발목

국내 와인수입사 나라셀라가 국내 와인 업계 최초 코스닥 상장을 준비하고 있다. 나라셀라는 국내 최초로 누적 판매 1000만병을 돌파한 칠레의 ‘몬테스 알파’를 단일 독점하는 수입사로 잘 알려져 있다. [사진 나라셀라]

[이코노미스트 송현주 기자] 국내 와인 수입사들이 둔화된 성장세에도 몸집 키우기에 공을 들이는 모양새다. 기업공개(IPO) 등을 통해 확보한 실탄으로 사업 포트폴리오를 적극적으로 확대해 나가겠다는 복안이다. 

아직까지 상장 시점과 공모 규모 등 구체적인 사항은 정해지지 않았다. 최근 2~3년간 와인 시장이 주춤하면서 최대한 기업 가치를 높게 평가 받기 위해 상장 시기를 저울질 중이다. 몸값을 제대로 받기 어려워진 상황에서 무리한 상장은 오히려 독이 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올해 증시 분위기는 지난해와 비교해 나아진 것이 없는 상황이다. 올 들어서 IPO 시장에서 대어로 꼽히던 컬리, 오아시스 등이 줄줄이 상장을 철회했다. [사진 게티이미지]

연기된 나라셀라 IPO…저울질 눈치


업계에 따르면 나라셀라는 와인 업계 최초로 코스닥 상장을 준비하고 있다. 1990년 와인 수입 전문회사로 설립된 나라셀라는 현재 120여개 브랜드, 1000여종에 달하는 다양한 와인의 공급권을 가진 와인 수입 유통사다. 국내 최초로 누적 판매 1000만병을 돌파해 ‘국민 와인’이라고도 불리는 칠레의 ‘몬테스 알파’를 단일 독점하는 수입사로 잘 알려져 있다.

당초 이번 달 기관 수요예측과 일반 청약 등 상장 절차를 준비했지만 이를 다음 달 중순으로 미뤄 진행한다. 나라셀라의 총 공모 예정 주식 수는 총 145만주, 희망 공모가 밴드는 기존 2만2000~2만6000원에서 2만~2만4000원으로 9.1%(하단 기준) 하향했다. 최대 공모 규모는 약 348억원(공모가 2만4000원 기준)이다. 대표 주관사는 신영증권이다. 공모 후 예상 시가총액은 1417억~1674억원 수준으로 예상된다.

나라셀라는 공모가 고평가 논란이 제기되면서 상장을 미룬 것으로 알려졌다. 당초 비교그룹에 세계적인 고가 소비재 브랜드 루이비통모에헤네시(LVMH)를 포함해 고평가 논란이 제기되기도 했다. 하지만 지난 10일 수정한 증권신고서에서는 LVMH를 제외했다.

나라셀라 관계자는 “상장을 통해 국내 최고 와인 유통사로 도약하는 한편 바람직한 와인문화 발전을 업계 선두에서 견인하는 와인 문화 선도기업으로 자리 잡고자 한다”며 “와인 수입 및 공급에 그치지 않고 와인과 관련된 다양한 문화적 가치를 전파해나가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나라셀라의 증시 1호 입성을 계기로 금양인터내셔날, 아영FBC, 신세계 L&B 등 수입사들의 상장 추진 가능성이 제기됐다. 연내를 목표로 상장을 추진했던 금양인터내셔날은 현재 상장 시기를 고민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아영FBC, 신세계 L&B 등도 상장에 나설 가능성이 높게 점쳐졌지만 현재는 불확실한 상태다. 아영FBC와 신세계 L&B 측은 현재 IPO 계획에 대해 정해진 것이 없다고 밝혔다. 신세계 L&B 관계자는 "현재 IPO와 관련해 추진 계획은 전혀 없다"라고 전했다.


고성장하던 와인 시장 성장세 주춤


국내 와인 시장의 성장세가 꺾인 것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그동안 고성장 해오던 와인 시장의 부진이 업체들의 상장에 대한 고민을 깊게 만들고 있다는 분석이다. 실제 관세청 수출입무역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와인 수입액은 5억8126만 달러(약 7187억원)로 이는 전년(5억5981만 달러)보다 3.8% 증가했다.

반면 와인 수입량은 역성장 추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 3년 간 와인 수입량은 연평균 18%씩 증가했으나 지난해에는 전년보다 7.3% 줄어들었다. 올해 1분기 수입량 역시 역성장할 것으로 추정된다. 이는 지난해 글로벌 와인 생산 업체들이 인건비, 물류비 상승 등의 영향에 기인해 출고가격을 큰 폭으로 올린 데다 고환율, 경기 둔화 영향으로 수요가 위축되고 있어서다. 

이 여파로 지난해 주요 와인 수입업체 매출액은 소폭 성장했으나 수익성은 악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신세계 L&B와 금양인터내셔날의 지난해 영업이익률은 전년 동기 대비 각각 5%포인트와 6.4%포인트 하락했다. 매출액이 소폭 성장하긴 했지만 영업이익이 오히려 감소한 영향이다. 같은 기간 매출액은 각각 3.2%와 5.2% 증가하는 데 그쳤다. 나라셀라 역시 지난해 매출액은 1072억원으로 전년보다 21.2% 증가했으나 영업이익은 120억원으로 전년보다 6.7% 하락했다. 

이 같은 기류는 와인수입·유통업체들이 증시 시장에서 기업 가치를 제대로 책정 받을 수 있을지에 대한 의구심을 키우고 있다.  최근 IPO 시장이 부진한 점 역시 우려로 작용하고 있다. 올해 증시 분위기는 지난해와 비교해 나아진 것이 없는 상황이다. 올 들어 IPO 시장에서 대어로 꼽히던 컬리, 오아시스 등이 줄줄이 상장을 철회했다. 냉각된 시장 상황에서 제대로 된 기업가치를 인정받기 어렵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업계 한 관계자는 “증시 시장 불황이 이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기업이 원하는 만큼의 가치를 평가받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실적도 하락하는 상황에서 앞으로 시장 상황마저 부진할 것으로 예상된다면 당장의 상장보다 향후 추이를 지켜보는 것이 맞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여기에 코로나19로 급성장했던 만큼 역기저 효과가 커 앞으로 와인 시장 부진도 이어질 거란 관측이 나온다. 업계 한 관계자는 “글로벌 와인 생산 업체들은 포도 생산량 급감, 인건비, 원부자재 가격 상승 등을 이유로 가격 불안정 현상이 이어지고 있다”며 “고환율, 경기 둔화 영향으로 당분간 와인 수요가 위축될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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