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RA 지침 완화…2차전지 산업에 득일까 실일까
[반도체 이을 K산업 2차전지]②
美 IRA법 전기차 보조금 관련 세부 지침 발표
광물 조건 완화에 보조금 혜택 가능성 늘어
세부 지침 완화로 진입 쉬워져 경쟁 심화 우려
해결해야 할 과제 ‘안정적 광물 조달 루트 확보’
[이코노미스트 마켓in 김연서 기자] 2차전지 산업이 고성장을 거듭하면서 향후 배터리 산업 전망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국내 신용평가사들은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수혜 등의 영향으로 국내 2차전지 업체들이 향후 성장세를 이어갈 것으로 전망했다. 다만 높은 광물 수입 의존도와 중국 등 타국과의 경쟁 심화 문제는 해결해야 할 과제로 보인다.
IRA 세부 지침 완화…“배터리 3사 세액공제액 10조원 넘을 것”
미국 정부는 지난달 31일(현지시간) IRA법의 전기차 보조금 관련 세부 지침을 발표했다. 미 재무부는 4월 18일부터 전기차에 들어가는 배터리의 50% 이상이 북미산 부품이거나 미국과 자유무역협정(FTA)을 맺은 나라에서 가공한 광물을 40% 이상 사용할 경우 전기차 최대 7500달러(약 1000만 원)의 보조금을 받을 수 있다고 밝혔다.
국내 신평사들은 광물 조건 완화 등에 따른 보조금 혜택 가능성 증가와 투자부담 완화를 전망했다. 한국신용평가는 지난 17일 개최한 웨비나에서 “국내 업체의 경우 반드시 미국에서 양극재 등을 생산할 필요가 없어졌기 때문에 투자부담이 완화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오윤재 한국신용평가 선임연구원은 “양극재가 부품이 아닌 광물로 분류되면서 국내 업체도 IRA 조건을 충족하기가 쉬워졌다”며 “IRA 세부 지침상 부품은 북미 제조가 필수이지만 광물은 아니다. 즉 FTA 미체결 국가에서 채굴하더라도 FTA 체결국인 한국에서 제조하면 보조금 대상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한신평에 따르면 LG에너지솔루션, 삼성SDI, SK온 등 국내 배터리 3사가 2023년부터 2025년까지 받을 수 있는 누적 세액공제액은 10조원이 넘을 전망이다. 배터리 셀의 경우 키로와트시(kWh)당 35달러의 세액 공제를 받을 수 있다. 특히 최근 공격적으로 미국 설비를 증설 중인 LG에너지솔루션이 상당한 규모의 세액공제를 받을 것으로 보인다.
한편 IRA 세부 지침 완화로 인해 일본·중국 등의 진입 역시 쉬워지면서 경쟁이 심화될 수 있다는 문제점도 있다. 업계에 따르면 최근 일본은 미국과의 광물협정을 통해 FTA 체결국과 동일한 지위를 획득했으며, 중국의 최대 배터리 기업 CATL은 테슬라 포드와 합작 공장을 설립할 계획이다. 이외에도 노스볼트·FREYR 등 2차전지 기업과 VW·포드·테슬라 등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기업들이 셀 공장을 직접 건설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나이스신용평가는 11일 발간한 보고서에서 북미 시장에서의 장기적 경쟁 심화 가능성을 지적했다. 박종일 나이스신용평가 기업평가본부 선임연구원은 “IRA의 생산세액공제라는 강력한 인센티브는 선도 기업보다 비용 경쟁력이 열위한 후발 진입자들에게 더욱 매력적”이라며 “미국 시장이 2차전지 후발 기업들에게 경쟁력 축적을 위한 기회의 장으로 부상하면 국내 기업들에겐 부정적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치열해지는 배터리 업계 경쟁… 대규모 공급과잉 발생 가능성은
일각에선 국내 배터리 관련 업체들이 공격적으로 투자를 진행하고 있어 과도한 설비증설로 인한 공급과잉이 발생하는 것은 아닌지 우려가 나온다.
한국신용평가는 글로벌 배터리 수급 전망을 종합해보면 대체로 국내업체에 유리하다고 평가했다. 한신평은 국내 업체들이 북미 시장에서 크게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북미 시장의 경우 상대적으로 전기차 비중이 낮아 향후 성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한신평은 2025년까지 북미시장에서 배터리 수요가 공급보다 큰 상태가 지속될 것이라 전망했다.
오 연구원은 “생산설비는 미국 현지 공장을 지금 한창 짓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설비가 준공되는 2025년까지는 현지 생산물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국내 업체들이 미국 생산 비중을 크게 확대하고 있어서 향후에는 북미시장이 국내 업체에 미치는 긍정적인 영향이 더욱 커질 것으로 판단된다”고 설명했다.
나신평은 단기적으로 미국 2차전지 시장 내 국내 기업들의 점유율 증가를 예상했다. 전방 산업인 전기차 구매 확대로 2차전지 수요는 증가하는 한편, 중국 기업들의 시장 참여가 제한됨에 따라 한동안 공급은 상대적으로 제한적일 수밖에 없어서다.
박 연구원은 “상대적으로 경험과 역량이 뛰어난 일본 기업들의 경우 파나소닉을 제외하면 미국 내 사업 기반이 부족하다”며 “노스볼트·ACC 등 최근 유럽 내 다수 출현하고 있는 신생 기업들은 아직 레퍼런스조차 전무한 상황”이라고 밝혔다.
국내 업체들이 LFP 배터리 점유율이 낮고 광물 수입 의존도가 높다는 지적도 나왔다. LFP배터리는 최근 중국 CATL 등이 주로 생산하는 2차전지로 가격경쟁력이 높다는 장점이 있다. 이에 국내 2차전지의 가격경쟁력에 대해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배터리의 주요 원재료인 리튬, 니켈 등 광물의 경우 지역적 편재성과 중국의 제련 프로세스 독점 등으로 인해 조달 리스크가 높은 상황이다.
오 연구원은 “LFP배터리가 가격경쟁력을 바탕으로 삼원계배터리 시장을 대체 혹은 유의미한 수준으로 잠식하기는 어려우며, 이를 감안하여 완성차 업체들도 엔트리급 전기차 모델에만 LFP배터리 채용을 검토하고 있다”며 “핵심 광물조달 루트를 안정적으로 확보하는 것이 국내 2차전지 업체들이 해결해야 할 과제”라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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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RA 세부 지침 완화…“배터리 3사 세액공제액 10조원 넘을 것”
미국 정부는 지난달 31일(현지시간) IRA법의 전기차 보조금 관련 세부 지침을 발표했다. 미 재무부는 4월 18일부터 전기차에 들어가는 배터리의 50% 이상이 북미산 부품이거나 미국과 자유무역협정(FTA)을 맺은 나라에서 가공한 광물을 40% 이상 사용할 경우 전기차 최대 7500달러(약 1000만 원)의 보조금을 받을 수 있다고 밝혔다.
국내 신평사들은 광물 조건 완화 등에 따른 보조금 혜택 가능성 증가와 투자부담 완화를 전망했다. 한국신용평가는 지난 17일 개최한 웨비나에서 “국내 업체의 경우 반드시 미국에서 양극재 등을 생산할 필요가 없어졌기 때문에 투자부담이 완화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오윤재 한국신용평가 선임연구원은 “양극재가 부품이 아닌 광물로 분류되면서 국내 업체도 IRA 조건을 충족하기가 쉬워졌다”며 “IRA 세부 지침상 부품은 북미 제조가 필수이지만 광물은 아니다. 즉 FTA 미체결 국가에서 채굴하더라도 FTA 체결국인 한국에서 제조하면 보조금 대상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한신평에 따르면 LG에너지솔루션, 삼성SDI, SK온 등 국내 배터리 3사가 2023년부터 2025년까지 받을 수 있는 누적 세액공제액은 10조원이 넘을 전망이다. 배터리 셀의 경우 키로와트시(kWh)당 35달러의 세액 공제를 받을 수 있다. 특히 최근 공격적으로 미국 설비를 증설 중인 LG에너지솔루션이 상당한 규모의 세액공제를 받을 것으로 보인다.
한편 IRA 세부 지침 완화로 인해 일본·중국 등의 진입 역시 쉬워지면서 경쟁이 심화될 수 있다는 문제점도 있다. 업계에 따르면 최근 일본은 미국과의 광물협정을 통해 FTA 체결국과 동일한 지위를 획득했으며, 중국의 최대 배터리 기업 CATL은 테슬라 포드와 합작 공장을 설립할 계획이다. 이외에도 노스볼트·FREYR 등 2차전지 기업과 VW·포드·테슬라 등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기업들이 셀 공장을 직접 건설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나이스신용평가는 11일 발간한 보고서에서 북미 시장에서의 장기적 경쟁 심화 가능성을 지적했다. 박종일 나이스신용평가 기업평가본부 선임연구원은 “IRA의 생산세액공제라는 강력한 인센티브는 선도 기업보다 비용 경쟁력이 열위한 후발 진입자들에게 더욱 매력적”이라며 “미국 시장이 2차전지 후발 기업들에게 경쟁력 축적을 위한 기회의 장으로 부상하면 국내 기업들에겐 부정적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치열해지는 배터리 업계 경쟁… 대규모 공급과잉 발생 가능성은
일각에선 국내 배터리 관련 업체들이 공격적으로 투자를 진행하고 있어 과도한 설비증설로 인한 공급과잉이 발생하는 것은 아닌지 우려가 나온다.
한국신용평가는 글로벌 배터리 수급 전망을 종합해보면 대체로 국내업체에 유리하다고 평가했다. 한신평은 국내 업체들이 북미 시장에서 크게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북미 시장의 경우 상대적으로 전기차 비중이 낮아 향후 성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한신평은 2025년까지 북미시장에서 배터리 수요가 공급보다 큰 상태가 지속될 것이라 전망했다.
오 연구원은 “생산설비는 미국 현지 공장을 지금 한창 짓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설비가 준공되는 2025년까지는 현지 생산물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국내 업체들이 미국 생산 비중을 크게 확대하고 있어서 향후에는 북미시장이 국내 업체에 미치는 긍정적인 영향이 더욱 커질 것으로 판단된다”고 설명했다.
나신평은 단기적으로 미국 2차전지 시장 내 국내 기업들의 점유율 증가를 예상했다. 전방 산업인 전기차 구매 확대로 2차전지 수요는 증가하는 한편, 중국 기업들의 시장 참여가 제한됨에 따라 한동안 공급은 상대적으로 제한적일 수밖에 없어서다.
박 연구원은 “상대적으로 경험과 역량이 뛰어난 일본 기업들의 경우 파나소닉을 제외하면 미국 내 사업 기반이 부족하다”며 “노스볼트·ACC 등 최근 유럽 내 다수 출현하고 있는 신생 기업들은 아직 레퍼런스조차 전무한 상황”이라고 밝혔다.
국내 업체들이 LFP 배터리 점유율이 낮고 광물 수입 의존도가 높다는 지적도 나왔다. LFP배터리는 최근 중국 CATL 등이 주로 생산하는 2차전지로 가격경쟁력이 높다는 장점이 있다. 이에 국내 2차전지의 가격경쟁력에 대해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배터리의 주요 원재료인 리튬, 니켈 등 광물의 경우 지역적 편재성과 중국의 제련 프로세스 독점 등으로 인해 조달 리스크가 높은 상황이다.
오 연구원은 “LFP배터리가 가격경쟁력을 바탕으로 삼원계배터리 시장을 대체 혹은 유의미한 수준으로 잠식하기는 어려우며, 이를 감안하여 완성차 업체들도 엔트리급 전기차 모델에만 LFP배터리 채용을 검토하고 있다”며 “핵심 광물조달 루트를 안정적으로 확보하는 것이 국내 2차전지 업체들이 해결해야 할 과제”라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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