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 넷플릭스, K-콘텐츠로 어쨌든 성장…韓 덕 보고도 ‘꼼수’
넷플릭스 1분기 성적표 ‘조촐한 성장’…‘더 글로리’로 실적 방어
K-콘텐츠로 아시아서 성장, 비영어권 톱10 시청 시간 40% 차지
국내서 올린 수익 87% 해외로…매출원가 이용해 조세회피 정황
[이코노미스트 정두용 기자]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대명사가 된 넷플릭스의 2023년도 1분기 성적표는 ‘조촐한 성장’으로 압축된다. 가입자와 매출은 소폭 증가했고, 영업이익은 감소했다. 성장 폭은 월가 예상치에 못 미쳤다.
일각에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세계 곳곳에서 풍토병화(엔데믹)되고 있음에도 성장을 이뤘다는 점에 주목하기도 한다. K-콘텐츠 인기로 곤두박질치던 실적을 간신히 끌어올렸다는 견해다. K-콘텐츠 인기는 당초 3월 확대하기로 한 ‘계정 공유 유료화’ 정책을 미룰 수 있던 배경으로도 꼽힌다. 계정 공유 유료화는 넷플릭스가 내건 수익성 강화 전략이다. 회사는 해당 정책 확대 시점을 일단 올 2분기로 정했다.
K-콘텐츠 인기에 힘 입어로 실적 방어에 성공, 가입자의 거센 비판을 당장 마주할 필요가 없어졌단 분석이 나온다. 넷플릭스는 그런데도 국내 법인세를 내지 않기 위해 ‘꼼수’를 부리고 있단 지적을 받고 있다. K-콘텐츠 인기를 몸소 누리고 있음에도 국내서 올린 수익을 해외에 유출하고 있단 비판이 제기된다.
“더 글로리로 올 1분기 성장”
넷플릭스는 2023년 1분기 실적을 최근 발표했다. 이 기간 매출은 81억6000만 달러(약 10조7800억원)를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3.7% 증가한 수치다. 신규 가입자는 175만명 증가해 총 2억3250만명이 됐다. 월가는 205만~240만명이 증가하리라 봤다.
가입자·매출이 올랐으나, 영업이익은 감소했다. 넷플릭스는 올해 1분기 17억1400만 달러(약 2조2500억원)의 영업이익을 거뒀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13.08% 감소한 수치다. 이에 따라 올해 1분기 영업이익률도 지난해 1분기 25%에서 4%포인트 감소한 21%로 나타났다. 넷플릭스 측은 실적을 발표하며 콘텐츠 투자비 증대와 달러 가치 변동에 영향을 받았다고 했다. 달러 강세에 따라 해외 매출의 환산액이 줄어 실적에 악영향을 미쳤단 설명이다.
비대면 문화 확산에 따라 폭발적 성장을 거듭하던 넷플릭스는 엔데믹 전환이 본격화된 지난해 상반기에 117만명의 가입자를 잃었다. 하반기엔 이를 만회하면서 연간 기준으론 가입자가 약 900만명 순증했다. 다만 연간 900만명 가입자 증가는 넷플릭스가 글로벌 사업을 본격화한 이래 가장 적은 수치다.
월가 예상치를 밑돌긴 했지만, 넷플릭스는 올해 1분기 성장을 이뤄냈다. 엔데믹 전환 등 대외 불확실성 증대 속에서도 성과를 낸 셈이다. 매출·가입자 증가 배경 중 하나로 단연 K-콘텐츠 인기가 꼽힌다. 올해 ▲정이 ▲길복순 ▲더 글로리 파트2 등이 인기를 끌었다. 특히 비영어권 TV부문에서 K-콘텐츠 성과가 두드러진다. 지난해 12월 말부터 올해 3월까지 이 부문 톱(TOP)10에 오른 한국 콘텐츠는 누적 시청 12억4232만 시간을 기록했다. 전체(30억1256만 시간) 시청 시간의 41%를 K-콘텐츠가 담당한 셈이다.
넷플릭스도 K-콘텐츠 성과를 언급했다. 회사는 주주 서한을 통해 ‘더 글로리’를 1분기에 선보인 오리지널 신작 중 비영어권 TV 부문 인기작으로 소개했다. 또 액션·스릴러 부문 성공작으로 영화 ‘길복순’을 꼽았다. 특히 더 글로리에 대해선 “비영어권 TV부문 역대 5위를 기록한 콘텐츠”라고 치켜세웠다. 회사는 이 밖에도 실적을 이끈 콘텐츠로 ▲아우터 뱅크스 ▲유 ▲지니 앤드 조지아 ▲머더미스터리 등을 언급하며 “후속작도 능력을 보였다”고 설명했다.
K-콘텐츠는 주로 아시아 지역에서 인기 콘텐츠 순위 상위권에 오른다. 넷플릭스는 올해 1분기 아시아 지역에서 신규 가입자 150만명을 확보했다. OTT업계 관계자는 “K-콘텐츠가 넷플릭스의 실적 방어에 큰 역할을 했다는 점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을 것”이라고 평했다.
K-콘텐츠 덕 봤지만…“법인세 내기는 싫어”
넷플릭스가 ‘계정 공유 유료화’ 정책의 확대 적용 시점을 올 2분기로 미룰 수 있던 배경으로 ‘K-콘텐츠 인기’가 꼽히는 이유다. 회사는 앞서 수익성 감소에 대응해 지난해 10월 광고를 보는 대신 가격이 저렴한 요금제(월 6.99달러·국내 5500원)를 도입하기도 했다. 계정 공유 유료화는 광고 요금제 이후 나온 수익 개선 방안이다. 캐나다·뉴질랜드·스페인·포르투갈 등 약 10개 국가에서 계정 비밀번호 공유 금지를 시범적으로 적용한 바 있다. 올해 3월 이를 본격적으로 확대한다는 계획을 밝히기도 했다.
회사는 그러나 올해 1분기 실적을 발표하며 “(계정 공유 유료화) 확대 시기를 1분기 말에서 2분기로 바꿨다”고 알렸다. 앞서 적용한 캐나다·뉴질랜드·스페인·포르투갈 시장에서의 수익성 개선 효과에 “만족한다”고도 했다. 캐나다 시장에서 가입자가 순증하는 효과 확인했다는 점을 들어 ‘이용자 반발’에 의한 일정 변경은 아니라고도 전했다.
OTT업계 관계자는 이를 두고 “월가 기대에 미치지는 못했지만, 넷플릭스 자체적으론 1분기 실적을 비교적 긍정적으로 평가한 모양새”라며 “수익성 개선이 필요한 상황이지만, 소비자의 반발을 감수하면서까지 당장 계정 공유 유료화를 당장 진행하지 않아도 된다고 판단한 셈”이라고 해석했다. 그는 넷플릭스 1분기 실적 성장에 K-콘텐츠 인기가 미친 영향에 대해선 “절대 무시하지 못할 요소”라고도 평했다.
넷플릭스는 그러나 K-콘텐츠가 제작되는 한국 시장에서 ‘꼼수’를 부리고 있단 지적을 받는다. 한국 시장만 보더라도 넷플릭스는 하루 110만명이 넘게 이용하는 거대 플랫폼이다. 한국 시장에서 지난해에만 7733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이 같은 수익의 상당수를 해외에 유출하고 조세를 회피하고 있단 비판이 나온다. 넷플릭스가 지난해 국내에 낸 법인세는 33억원에 불과하다.
더불어민주당 변재일 국회의원은 이 같은 회사의 행태를 두고 “(넷플릭스가 국내 시장에서) 매년 매출액 대비 매출원가 비중을 높여왔다”며 “2022년에는 87% 이상으로 책정하며 국내에서 벌어들인 수익을 해외로 이전시키고 매출액 대비 법인세 비중마저 줄이고 있다”고 밝혔다.
넷플릭스 본사의 매출액 대비 매출원가(해외 이전 수수료) 비중은 지속 감소해 지난해 60%를 기록했다. 그러나 한국 시장에선 이를 지속해 높여왔다. 국내 매출원가 비중은 ▲2019년 70.5% ▲2020년 81.1% ▲2021년 84.5% ▲2022년 87.6%로 대폭 인상해 왔다.
변 의원은 “콘텐츠 비용이 대부분인 매출원가의 비중 격차가 넷플릭스 본사와 국내 간 20% 이상 나는 것”이라며 “2022년 넷플릭스가 국내에서 벌어들인 매출액 7733억원 중 6772억원이 해외 그룹사로 송금됐다”고 했다. 2019년부터 2022년까지 매출은 4.2배 증가했지만, 본사에 수수료 명목으로 보낸 비용(매출원가)은 5.2배 증가한 셈이다.
변재일 의원실은 넷플릭스의 해외 결산보고서와 국내 감사보고서를 분석한 결과를 토대로 이 같은 회사의 행태를 지적했다. 변 의원은 “넷플릭스는 국내에서 막대한 수익을 올리면서 매출액의 대부분을 해외로 이전하고, 법인세는 회피하고 있다”며 “넷플릭스의 행위는 ‘국내 경제에 기여하고 있다’는 그간의 주장과는 달리 한국을 착취의 대상으로 보고 있다고 밖에 볼 수 없다”고 말했다.
넷플릭스는 지난해 이탈리아·일본에서도 매출원가를 이용해 법인세를 적게 납부하는 조세회피 방식을 지적받은 바 있다. 넷플릭스는 이탈리아·일본의 시정조치 결과에 대해 승복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탈리아엔 합의금을 냈고, 일본 추징금을 납부했다. 국내에서는 국세청이 2021년 넷플릭스에 대한 세무조사에서 조세회피 혐의로 800억원 세금을 추징했으나, 이에 불복해 조세심판원에 심판청구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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