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위로만 연간 70만t…뉴질랜드 ‘제스프리’ 팩하우스 [가봤어요]
오직 ‘1등급’ 키위만 전 세계 수출
100% 뉴질랜드 농가서 키위 재배
경쟁력 ‘맛·품질·영양’...브랜드 가치 제고
[이코노미스트(뉴질랜드)=송현주 기자] 4월 초 방문한 뉴질랜드 타우랑가에 있는 제스프리의 ‘팩하우스(포장저장시설)’에는 전 세계에서 워킹홀리데이의 비자를 받은 다국적 노동자들이 키위 품질 검사에 한창이다. 이들은 키위 하나씩을 양손에 들고 너무 익어 물렁하거나, 물러터진 부분이 없는지 등을 검열한다. 키위들은 360도 돌아가는 기계를 옮겨지며 크기, 색깔, 표면의 흠집, 중량 등을 자외선 선별기를 통해 또 한 번 검열받는다.
기계의 오판을 대비해 작업자들이 2차 검열을 거쳐, ‘1등급’으로 분류된 키위들만이 기계로 자동 선별해 박스에 담는다. 박스에는 제스프리의 라벨이 붙여진다. 이 라벨에는 어느 농가의 어느 구역에서 수확된 키위인지 추적이 가능한 고유 번호가 기재되어 있다.
루핀더 싱 운영 관리 매니저는 “키위는 온도에 민감한 후숙 과일이기 때문에 운송 시 선박 안에서 수시로 온도를 측정하며 이러한 모든 과정을 실시간 모니터링을 통해 제어한다”며 “효율적인 품질 관리를 위해 포장, 선별 등 작업에 자동화 시스템을 점차 도입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프리미엄 키위 브랜드’라는 전략을 유지하기 위해 농가들은 키위 수확 전 당도·수분·경도 등 철저한 검사를 거친다. 바로 키위 숙성도를 측정하는 ‘힐즈 연구소(Hills Laboratory)’를 통해서다. 연구소에서는 하루에 각 키위 농가에서 무작위로 따온 키위 90개를 균일한 크기로 잘라 6시간 가량 건조시킨 후 수분을 검사한다.
키위가 머금고 있는 수분이 빠져나간 후 남아있는 탄수화물이 당도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수분을 뺀 건물이 원래의 생물체에서 차지하는 비율인 '건물률(乾物率)'은 키위 품질을 예측하는데 매우 중요하다. 평균적으로 그린키위는 17~20%, 썬골드키위는 20~24%의 건물률을 나타낸다. 당도를 측정하는 브릭스(Brix, 당도 테스트)는 썬골드키위 16~17브릭스, 그린키위 15~16브릭스가 돼야한다. 이 테스트를 통과하지 못하면 판매가 불가능하다.
존 리브 베이오브플렌티 지역 매니저는 “4월에 보통 각 농가에서 키위를 재배하는데, 이때 약 60~70명의 인원이 여러 지역 농가에 가서 샘플을 채취한다”며 “이때 샘플 된 키위의 30프로 정도만 통과된다. 통과를 못하게 되면 판매조차 안되고 1등급은 수출, 2등급은 내수 판매용으로 분류된다”고 말했다.
제스프리는 100% 뉴질랜드 농가 소유 기업이다. 현재는 2800여 명의 뉴질랜드 농가와 그 외 지역 1500여 명의 농가가 1년에 약 2억 트레이(70만톤(t))의 키위를 생산하고 있다. 제스프리는 전 세계 재배 농가에 선진화된 키위 재배 기술을 전수하고 농가와 계약해서 과일을 사들이는 것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농가의 재배 기술을 향상하고, 재배 과정부터 품질을 관리하는 통합관리시스템을 통해 프리미엄 과일을 지속적으로 판매하고 있다.
농가 안에서도 자율적으로 커뮤니티가 만들어져 재배 기술 및 정보를 활발하게 공유하고 있다. 재배 과정에서 얻은 노하우를 제스프리에게 역으로 전달하며 더 좋은 퀄리티의 키위를 개발할 수 있도록 기술 개발을 돕기도 하며, 상호보완적인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제스프리는 세계 최대 키위 브랜드로 자리매김하기 위해 지속적인 연구·개발(R&D)을 통해 새로운 시장 개척에도 힘쓰고 있다. 새로운 품종의 키위를 개발하려면 아주 오랜 시간이 걸리며 약 20년 정도를 연구·개발에 투자하는 경우도 있다. 썬골드키위의 경우 자연 교배 프로그램을 통해 10여년에 걸쳐 개발한 품종이다.
2010년 키위 궤양병(PSA, Psuedomonas Syringae pv Actinidiae)로 인해 뉴질랜드 키위 농가들은 큰 위기에 처했고, 2012년 7월까지 뉴질랜드 키위 과수원의 무려 절반 정도가 손실을 입은 바 있다. 이 시기에 출시된 ‘썬골드키위’는 궤양병균에 강한 내성이 있어 농가들의 손실 없이 재배될 수 있었는데, 기존의 ‘골드키위’보다 더욱 과즙이 풍부해 소비자들로부터 인기를 얻고 있다.
현재 신(新) 품종 키위로 ‘루비레드키위’가 개발된 상태다. 전체적으론 오렌지 빛을 띠면서 가운데 부분만 붉은 키위다. ‘루비레드키위’는 현재 싱가포르, 일본 등 일부 마켓에서만 판매 중이며 국내에는 아직 출시되지 않았다. 올해를 포함해 가까운 시일 내에도 출시될 계획은 없다. 이 외에도 껍질째 한입에 먹을 수 있는 ‘키위베리’, ‘매운맛 키위’ 등을 연구·개발하고 있다.
이러한 노력의 결과 제스프리 세계 시장 점유율은 약 30%로 1위이며 글로벌 연 매출은 2021년 기준 40억 뉴질랜드달러로, 한화로 약 3조2900억원 수준이다. 국내 키위 시장에서 제스프리 점유율은 80%이며, 지난해 기준 매출 약 2220억원이다. 한국의 경우 전 세계 국가 중 중국, 일본, 스페인에 이어 네 번째로 큰 시장이며 지난해 기준 약 1250만 트레이(4만3000만톤)를 판매했다.
제스프리는 전 세계 소비자들이 제스프리 키위를 맛보게 하는 것이 가장 큰 목표다. 글렌 에로우 스미스 농가관계관리 부문 총괄 책임은 “제스프리의 경쟁력은 단연 ‘맛’과 ‘품질’이다”라며 “제스프리는 건강하고 맛있는 키위를 통해 전 세계 소비자들이 키위를 통해 건강한 라이프스타일을 누리게 하고 글로벌 식품 시스템을 더욱 건강하게 변화시키는 것을 궁극적인 목표”라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소비자들이 건강을 위해 섭취하는 과일·채소 카테고리에 제스프리 키위가 많은 비중을 차지하도록 건강과 관련된 이점을 소비자들에게 지속 어필할 예정이다. 제스프리 키위를 먹으면 건강해질 뿐만 아니라 즐겁고, 활기찬 일상을 보낼 수 있다는 메시지를 꾸준히 전달해나가겠다는 계획이다.
그는 “어느 국가에서든 소비자들이 균일한 퀄리티의 키위를 맛볼 수 있도록 철저한 품질 관리를 하고 있으며 ‘제스프리’ 브랜드하면 믿고 먹을 수 있도록 모든 제품에 균등한 맛을 보장하기 위해 노력해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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