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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재학교·과학고 졸업생’ 의대진학 줄어들까 [임성호의 입시지계]

임성호 종로학원 대표
정부 반도체 집중 육성정책…영재학교·과학고 선호도↑
졸업후 의대 진학엔 강력 제재…“입학 시점부터 각서 써“

한국과학영재학교. [사진 연합뉴스] 
[임성호 종로학원 대표] 국내 영재학교, 과학고는 전국 28개교에서 정원내 기준 2427명을 선발한다. 영재학교 8개교에서 789명, 20개 과학고에서 1638명으로 전체 선발비중은 과학고가 67.5%를 차지한다. 남녀 제한이 없지만 남학생 비율이 영재학교는 85.1%, 과학고는 77.8%로 압도적이다. 

영재학교, 과학고는 지난해부터 정부의 반도체, 첨단학과 이공계 집중 육성정책으로 선호도가 높아질 수 있는 상황이다. 현재 연세대, 고려대, 성균관대, 한국과학기술원 등 전국 11개 대학에서 삼성전자, SK하이닉스, LG디스플레이와 연계해 과를 개설하고 있다. 

전체 550명 중 삼성전자가 420명(76.4%), SK하이닉스가 100명(18.2%), LG디스플레이가 30명(5.5%)을 차지하고 있다. 이들 대학 학과를 졸업하면 취업보장, 학비면제, 장학금, 해외연수, 노트북, 테블릿PC 등 교육실험용 최신기기 지급, 생활비 지원 등의 파격적 혜택이 주어진다.

현재 영재학교, 과학고 학생들은 졸업 후 2022학년도 기준으로 한국과학기술원에 546명, 서울대 478명, 연세대 215명, 포항공대 158명 등으로 이들 4개 대학에서만 1397명이 합격하고 있다. 사실상 영재학교, 과학고 전체 모집정원 2427명의 절반 이상이다. 

정부의 반도체 관련 학과 집중 육성, 대기업과 연계, 반도체 관련 학과 증설 등의 정책으로 영재학교, 과학고 선호도는 높아질 요인이 분명하게 발생했다. 

반면 영재학교, 과학고 졸업생들은 졸업 후 의대 진학에 강력ㅓ한 제재를 받는다. 우선 입학 시점부터 의대에 진학하지 않겠다는 각서를 써야 한다. 그리고 의대 진학 목표 시에는 기숙사, 독서실 등 학교시설 이용에 제한을 받고, 의대 진학 시 기존에 받았던 장학금 등의 모든 금액을 반납해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매년 영재학교, 과학고 졸업생들이 의대 진학을 많이 하고 있다는 내용의 언론기사와 국회, 각 사회단체들의 비판적 지적들이 나오고 있다. 

영재학교 8개교의 평균 경쟁률은 6.3대1이다. 대구과학고가 7.9대1로 가장 높고, 광주과학고가 4.0대1로 가장 낮다. 영재학교는 전국단위 선발이고, 영재학교, 과학고 명칭을 혼용에서 사용하고 있다. 

영재학교는 매년 5월에 원서접수가 시작되고, 영재학교 선발에서 불합격 시 과학고에 지원할 수 있고, 과학고에 불합격하면 자사고 지원, 자사고에서도 불합격 시 일반고에 최종 진학하게 된다. 전체 고교 선택에 4번의 기회가 주어진다. 

과학고 지원자는 이러한 구조로 사실상 영재학교에 지원했다가 불합격한 학생들이 상당수를 차지할 수 밖에 없다. 전국 20개 과학고 평균경쟁률은 3.5대1이다. 경기북과고가 8.0대1로 가장 높고, 경북과고 1.9대1로 가장 낮다. 과학고는 지역단위에 소재하는 학교에만 지원 가능하다.

영재학교는 중학교 국·영·수·사·과 전과목 내신 성적을 제출해야 하고, 내신성적 또한 90점 이상 A, 80점 이상 B 등 절대평가 점수뿐만 아니라 전과목 원점수(100점 만점), 해당 학교 과목별 평균점수, 표준편차, 과목별 응시 학생수 등의 정밀 자료가 모두 제출된다. 

영재학교 학생들은 대학 수준의 수학, 과학 과목이 편성·운영된다. 이러한 최고 수준의 학습 프로그램을 소화할 수 있는 학생을 선발하기 위해 학교내신 성적 등 서류심사 뿐만 아니라 수학, 과학 학업능력에 대한 평가가 선발과정에 포함된다. 

여기에 불합격한 학생들이 그대로 과학고에 지원하는 패턴이다. 과학고는 영재학교와 달리 전과목 내신이 아닌 수학, 과학 절대평가 A~E등급만 제출하고, 수학, 과학 심층면접을 한다. 결과적으로 과학고 학생 또한 전과목 학교내신이 원점수 100점 만점에 가까운 학생, 여기에 수학, 과학에서 최고 수준의 학습 능력까지 평가받은 학생들이다. 

의대 입시는 수시 60%, 정시 40% 정도의 구조이다. 영재학교, 과학고에는 학교내신 위주의 수시 전형에 우수한 학생들이 모여있어 내신 교과 성적으로는 불리할 수도 있다. 의대 수시 내신 합격선은 1.5등급 내외이다.

정시로 의대에 입학하기 위해서는 절대평가 영어에서는 90점 이상의 1등급 확보, 수능에서 국어 45문항, 수학 30문항, 탐구 2과목 40문항(각 20문항)으로 전체 115문항 중 4~6문제 정도 틀려야 지방권 의대까지 가능하다. 

국·수·탐에서 4~6문제만 틀린다는 것은 전과목 최우수 학생이 아니고서는 불가능하다. 이미 영재학교, 과학고 학생들은 입학 당시부터 전과목에서 최상위권 학생들이다. 수시 논술전형은 시험문제 자체가 심화수준의 수학 문제들이다. 영재학교, 과학고 학생들이 가장 좋아하는 패턴의 문제들이다. 

아무리 의대 진학에 프레스를 한다 하더라도 마음만 먹으면 충분히 의대 진학이 가능한 학생들이다. 정부 이공계 육성정책이 대기업 연계 수준, 인원 증설에서만 국한되지 않고 의사들에 준하는 파격적 혜택이 주어지지 않는 이상 의대 진학을 현재와 같은 방식으로 제재한다 하더라도 막을 수는 없다. 

2022년 공시기준으로 서·연·고(서울대·연세대·고려대) 이공계 재학생들 중 1400여명이 대학을 자퇴했고, 카이스트 등 이공계 특수목적 대학에서도 200명 이상 학생들이 자퇴하고 있다. 영재학교 학생들은 매년 9% 가까이 의대에 진학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영재학교, 과학고 수준의 학생은 학교를 다니면서도 마음만 먹으면 수능 준비가 가능하고, 수시 논술에서도 자신있고, 대학진학 이후에도 자퇴 후 의대 등에 진학하는 루트가 명확하게 보이고 있다. 

반도체, 첨단학과 우수 인재들의 보다 더 파격적인 처우, 의료관련 분야 진출을 이공계 우수 인재로 인식하지 않는 점 또한 지금 단계에서는 재고의할 필요성이 있다. 우수한 학생들이 영재학교, 과학고에 진학 후 다양한 분야에서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여건 마련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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