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인도 당한 ‘신종 빚투 폰지’…CFD가 뭐길래
SG 폭락 연루된 차액결제거래(CFD)
적은 증거금으로 레버리지 투자 가능
외국계 증권사로 인식, 투자자 혼란 가중
김주현·이복현, 26일 오후 회의서 논의
[이코노미스트 마켓in 허지은 기자] 소시에테제네랄(SG) 증권 창구에서 시작된 폭락 사태 여진이 계속되는 가운데 이번 사태의 원인으로 차액결제거래(CFD·Contract for Difference)가 지목돼 논란이 커지고 있다. CFD는 전문투자자만 활용할 수 있는 고위험 투자기법으로 기초자산을 직접 보유하지 않아도 적은 증거금으로 레버리지 효과를 노릴 수 있다. 전형적인 ‘고위험, 고수익’ 전략이지만, 실패 시 대규모 손실로 이어질 가능성도 크다.
이번 폭락 사태에는 연예인, 의사, 변호사 등 고액 자산가들 소유의 CFD 계좌들이 대거 동원된 것으로 알려졌다. 가수 임창정도 주가조작 세력에 30억원을 맡겼다가 수십억원의 손해를 봤다고 주장했고, 알려지지 않은 개인 투자자들의 손실은 눈덩이처럼 불어날 전망이다. 금융당국과 검찰은 종목별 매매 현황을 살피고 주가조작과 관련한 조사 및 수사를 예고하고 나섰다.
26일 주식시장에선 CFD 반대매매로 인해 3거래일 연속 하한가로 직행한 종목들이 속출했다. 이날 유가증권시장에서 삼천리(004690)는 개장과 함께 하한가로 직행했고 서울가스(017390), 대성홀딩스(016710), 코스닥 시장의 선광(003100) 등도 3일 연속 하한가로 장을 마쳤다. 앞서 하한가를 기록한 다우데이타(032190)(-19.34%), 세방(004360)(-25.72%) 등도 두자릿 수 하락률로 거래를 마감했다.
이들 종목은 CFD 계좌에서 대규모 매도 물량이 쏟아지며 급락세를 이어갔다는 공통점이 있다. 삼천리의 경우 하한가인 17만1000원에 99만2627주에 달하는 매도 물량이 쌓였지만 거래가 거의 체결되지 못한 채 장이 종료됐다. 대성홀딩스(189만8345주), 서울가스(71만4370주), 선광(166만7771주) 등도 대기 물량이 그대로 남은 채 거래를 마쳤다.
그런데 문제가 된 종목의 매도 상위 창구가 모두 SG증권으로 드러나면서 작전 세력의 ‘신종 폰지(신규 투자자의 돈으로 기존 투자자에게 이자나 배당금을 지급하는 방식의 다단계 금융사기)’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해당 종목은 대부분 자산가치가 많고, 주가는 저평가된 가치주로 지난 1~3년간 별다른 호재 없이도 주가가 2~5배씩 급등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작전 세력이 주가를 인위적으로 부양한 뒤 역사적 고점에서 대규모 차익실현에 나섰다는 의혹이다.
다단계로 모집한 CFD 계좌, 주가 조작 이용됐나
CFD란 실제로 주식을 매수하지 않고도 주가의 변동에 따른 차익만 취하는 장외파생상품이다. 증거금은 40~100% 수준으로 최대 2.5배까지 레버리지를 일으킬 수 있다. 가령 주당 5만원 짜리 주식 1만주를 투자하려면 5억원이 필요하지만 증거금률 40% CFD 계좌를 이용하면 2억원만 있으면 된다. 나머지 3억원은 CFD 계좌가 있는 증권사에서 빌려 주식을 사고 차익에 대한 수익만 취하게 된다.
현재 CFD 거래를 지원하는 국내 증권사는 한국투자증권, NH투자증권, KB증권, 삼성증권, 메리츠증권, 하나증권, 신한투자증권 등 13개다. 국내 증권사는 고객과 CFD 계약을 맺은 뒤 외국계 증권사에 매매를 위탁한다. 이때 외국계 증권사에서 최종 거래가 이뤄지기 때문에 거래 내역엔 금융투자(기관)이 아닌 외국인에 의한 거래로 분류된다. 대규모 매도 물량이 나온 SG증권 역시 국내 증권사 5곳과 CFD 계약을 맺고 있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고위험 투자인만큼 CFD 거래는 전문투자자만 이용할 수 있지만, 2019년 전문투자자 자격 요건이 완화되면서 거래 규모가 급증했다. 금융위원회는 지난 2019년 전문투자자 자격 요건을 최근 5년중 1년 이상 월말 평균 잔고 5000만원 이상 이면서 ▲본인 1억원 또는 부부 합산 1억5000만원 ▲회계사·변호사·세무사·금융투자분석사 등 전문가 ▲부부합산 재산가액 중 부동산 제외 5억원 등 3개 요건 중 1개를 충족하도록 완화한 바 있다.
증권업계에선 이번 사태도 CFD 계좌를 이용한 신종 주가 조작으로 보고 있다. 주가조작 세력은 변호사, 회계사, 의사, 연예인 등 고소득자 명의로 CFD 계좌를 개설해 수년에 걸쳐 주가 부양에 나섰다. 휴대전화와 노트북에 설치된 트레이딩시스템을 원격으로 조종해 수익을 냈고, 이중 일부를 수익금으로 지급하며 투자자들을 모집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다 금융당국의 조사 사실이 알려지며 지난 24일부터 대규모 물량을 매도한 것으로 추정된다.
실제 가수 임창정은 JTBC와의 인터뷰에서 주가조작 세력에 30억원을 투자했다가 손실을 봤다고 밝혔다. 임창정은 자신과 아내 명의로 된 증권사 계정에 각각 15억원을 입금했고, 신분증까지 맡겨 대리 투자에 가담했다. 또 임창정은 작전세력이 운영하는 방송 채널에 출연했고, 이들이 인수한 골프장에도 투자했지만 주가 조작과는 관련이 없다고 해명했다. 임창정은 “제가 주식을 모르니 (그쪽에서) 그렇게 했다”며 “이틀전에 20억원짜리 계좌가 내일부터 마이너스가 찍힐 거다”라고 말했다.
금융당국도 이번 사태를 집중 조사할 방침이다. 김주현 금융위원위원장,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이날 오후 정부서울청사에서 정례회의를 열고 SG증권 발(發) 주가 폭락 사태 등을 논의할 예정이다. 앞서 이복현 금감원장은 전날 임원회의에서 “과도한 레버리지 투자로 인한 손실 위험이 증가할 우려가 있다”며 “불공정거래 혐의 개연성이 있는 종목에 대해서는 신속히 조사에 착수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코노미스트(https://economist.co.kr) '내일을 위한 경제뉴스 이코노미스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번 폭락 사태에는 연예인, 의사, 변호사 등 고액 자산가들 소유의 CFD 계좌들이 대거 동원된 것으로 알려졌다. 가수 임창정도 주가조작 세력에 30억원을 맡겼다가 수십억원의 손해를 봤다고 주장했고, 알려지지 않은 개인 투자자들의 손실은 눈덩이처럼 불어날 전망이다. 금융당국과 검찰은 종목별 매매 현황을 살피고 주가조작과 관련한 조사 및 수사를 예고하고 나섰다.
26일 주식시장에선 CFD 반대매매로 인해 3거래일 연속 하한가로 직행한 종목들이 속출했다. 이날 유가증권시장에서 삼천리(004690)는 개장과 함께 하한가로 직행했고 서울가스(017390), 대성홀딩스(016710), 코스닥 시장의 선광(003100) 등도 3일 연속 하한가로 장을 마쳤다. 앞서 하한가를 기록한 다우데이타(032190)(-19.34%), 세방(004360)(-25.72%) 등도 두자릿 수 하락률로 거래를 마감했다.
이들 종목은 CFD 계좌에서 대규모 매도 물량이 쏟아지며 급락세를 이어갔다는 공통점이 있다. 삼천리의 경우 하한가인 17만1000원에 99만2627주에 달하는 매도 물량이 쌓였지만 거래가 거의 체결되지 못한 채 장이 종료됐다. 대성홀딩스(189만8345주), 서울가스(71만4370주), 선광(166만7771주) 등도 대기 물량이 그대로 남은 채 거래를 마쳤다.
그런데 문제가 된 종목의 매도 상위 창구가 모두 SG증권으로 드러나면서 작전 세력의 ‘신종 폰지(신규 투자자의 돈으로 기존 투자자에게 이자나 배당금을 지급하는 방식의 다단계 금융사기)’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해당 종목은 대부분 자산가치가 많고, 주가는 저평가된 가치주로 지난 1~3년간 별다른 호재 없이도 주가가 2~5배씩 급등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작전 세력이 주가를 인위적으로 부양한 뒤 역사적 고점에서 대규모 차익실현에 나섰다는 의혹이다.
다단계로 모집한 CFD 계좌, 주가 조작 이용됐나
CFD란 실제로 주식을 매수하지 않고도 주가의 변동에 따른 차익만 취하는 장외파생상품이다. 증거금은 40~100% 수준으로 최대 2.5배까지 레버리지를 일으킬 수 있다. 가령 주당 5만원 짜리 주식 1만주를 투자하려면 5억원이 필요하지만 증거금률 40% CFD 계좌를 이용하면 2억원만 있으면 된다. 나머지 3억원은 CFD 계좌가 있는 증권사에서 빌려 주식을 사고 차익에 대한 수익만 취하게 된다.
현재 CFD 거래를 지원하는 국내 증권사는 한국투자증권, NH투자증권, KB증권, 삼성증권, 메리츠증권, 하나증권, 신한투자증권 등 13개다. 국내 증권사는 고객과 CFD 계약을 맺은 뒤 외국계 증권사에 매매를 위탁한다. 이때 외국계 증권사에서 최종 거래가 이뤄지기 때문에 거래 내역엔 금융투자(기관)이 아닌 외국인에 의한 거래로 분류된다. 대규모 매도 물량이 나온 SG증권 역시 국내 증권사 5곳과 CFD 계약을 맺고 있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고위험 투자인만큼 CFD 거래는 전문투자자만 이용할 수 있지만, 2019년 전문투자자 자격 요건이 완화되면서 거래 규모가 급증했다. 금융위원회는 지난 2019년 전문투자자 자격 요건을 최근 5년중 1년 이상 월말 평균 잔고 5000만원 이상 이면서 ▲본인 1억원 또는 부부 합산 1억5000만원 ▲회계사·변호사·세무사·금융투자분석사 등 전문가 ▲부부합산 재산가액 중 부동산 제외 5억원 등 3개 요건 중 1개를 충족하도록 완화한 바 있다.
증권업계에선 이번 사태도 CFD 계좌를 이용한 신종 주가 조작으로 보고 있다. 주가조작 세력은 변호사, 회계사, 의사, 연예인 등 고소득자 명의로 CFD 계좌를 개설해 수년에 걸쳐 주가 부양에 나섰다. 휴대전화와 노트북에 설치된 트레이딩시스템을 원격으로 조종해 수익을 냈고, 이중 일부를 수익금으로 지급하며 투자자들을 모집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다 금융당국의 조사 사실이 알려지며 지난 24일부터 대규모 물량을 매도한 것으로 추정된다.
실제 가수 임창정은 JTBC와의 인터뷰에서 주가조작 세력에 30억원을 투자했다가 손실을 봤다고 밝혔다. 임창정은 자신과 아내 명의로 된 증권사 계정에 각각 15억원을 입금했고, 신분증까지 맡겨 대리 투자에 가담했다. 또 임창정은 작전세력이 운영하는 방송 채널에 출연했고, 이들이 인수한 골프장에도 투자했지만 주가 조작과는 관련이 없다고 해명했다. 임창정은 “제가 주식을 모르니 (그쪽에서) 그렇게 했다”며 “이틀전에 20억원짜리 계좌가 내일부터 마이너스가 찍힐 거다”라고 말했다.
금융당국도 이번 사태를 집중 조사할 방침이다. 김주현 금융위원위원장,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이날 오후 정부서울청사에서 정례회의를 열고 SG증권 발(發) 주가 폭락 사태 등을 논의할 예정이다. 앞서 이복현 금감원장은 전날 임원회의에서 “과도한 레버리지 투자로 인한 손실 위험이 증가할 우려가 있다”며 “불공정거래 혐의 개연성이 있는 종목에 대해서는 신속히 조사에 착수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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