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로 살던 집, 경매로 넘어간다면?[경매TALK]
대항력 있어도 손해…특별법 제정으로 우선매수권·주거연속성 지원
[이코노미스트 민보름 기자] ‘전세사기’ 또는 ‘깡통전세’가 사회문제로 확산되면서 주택이 경매로 넘어가더라도 임차인이 전세보증금을 지킬 수 있는 방안에 대한 논의가 활발하다.
특히 전세가율(주택가격 대비 전세보증금 비율)이 높은 다세대·연립 임차인 일부는 대항력을 갖추고 있어도 재산 상 손해를 볼 수 있어 대책이 필요한 실정이었다.
정부가 지난 27일 내놓은 ‘전세사기 피해자 지원 및 주거안정 방안’은 이 같은 사례에 대한 지원 방안을 상당부분 담고 있다.
정부는 2년간 한시특별법인 ‘전세사기 피해자 지원 및 주거안정 특별법’을 제정해 ▲대항력을 갖추고 확정일자를 받은 상태에서 ▲임차주택에 대한 경공매가 진행되고 ▲전세사기 의도가 있다고 판단되는 ▲서민 임차주택 등 6개 요건을 충족하는 피해 임차인에 대한 지원방안을 마련했다.
통상 임차인은 다른 부채로 인해 해당 부동산에 근저당이 설정된 날짜보다 일찍 전입신고를 함으로써 임차거주권을 주장할 수 있는 대항력을 확보하거나, 선순위로 보증금에 대한 우선변제권을 확보할 수 있다.
즉 우선변제권을 통해 경매 진행 시 배당요구를 함으로써 주택 매각금액에서 전세보증금을 선순위를 받을 수 있고 배당요구를 하지 않은 경우에도 주택을 낙찰 받은 새 집주인에게 거주권을 행사할 수 있다.
그러나 매각금액이 전세보증금보다 낮으면 임차인은 배당요구를 하더라도 보증금 전액을 받지 못하게 된다. 임대인의 세금체납액이 많을 경우에도 세금이 전세보증금보다 우선시되므로 임차인이 손해를 볼 가능성이 크다. 지금처럼 주택경기가 불황인 시기엔 아예 낙찰자가 나타나지 않는 물건도 있다.
경매 업계에 따르면 전세사기가 화제로 부상하기 전에도 이 같은 문제가 흔한 다세대·연립주택을 임차했다가 ‘울며 겨자 먹기’로 거주하던 주택 경매에 응찰해 비싼 값에 낙찰 받는 피해자들이 발생했다. 자산의 상당부분을 차지하는 임차보증금을 지키거나 주거 안정을 보장받기 위해서다.
정부 발표에 따르면 앞으로 시행될 특별법에 따라 전세사기 피해자로 인정받은 임차인은 임차주택을 낙찰 받을 수 있는 ‘우선매수권’을 활용할 수 있다. 이 과정에서 임차인은 경공매 유예를 통해 준비기간을 확보할 수 있고 물건을 낙찰 받은 뒤엔 유리한 조건으로 디딤돌 대출이나 특례보금자리론 등 정책금융을 제공받을 수 있다.
정부는 임대인의 세금체납액이 전액 환수될 때까지 우선 경매되는 주택에 대해 낙찰가 전액을 징수하던 것에서 전체 체납액을 각 주택마다 안분해 분리 환수하도록 세금 환수방식을 바꾼다.
임차인이 매수를 원치 않으면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우선매수권을 대신 행사해 임차 주택을 매입한 뒤 피해자가 계속 거주할 수 있도록 공공임대로 제공한다.
이번 정부 대책에 따라 전세사기를 당한 임차인들은 집이 경매에 넘어가더라도 우선매수권을 통해 임차주택을 경쟁 없이 매입하거나 집을 낙찰 받지 않아도 살던 집에 계속 거주할 수 있게 됐다. 사기 임대인의 세금 체납 때문에 보증금 전액을 떼이는 일도 당분간 사라진다.
그러나 대항력이 없거나 전세사기 피해자로 인정받지 못한 임차인들은 이번 대책에 따라 피해 구제를 받을 수 없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민간시장에서 사기를 완벽하게 차단하기를 어렵기 때문에 현재로서는 전세사기 재발방지 방안부터 시행하고 추가문제를 보완, 수정하는 것이 최선”이라면서 “그럼에도 전세사기 피해자에게 당장의 주거안정은 큰 도움이 되기에 이번에 발표된 내용은 긍정적인 정책시도로 평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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