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락 보고서’ 내는 독립리서치…"모든 스몰캡 탐방하겠다"[이코노 인터뷰]
밸류파인더 이충헌 대표 인터뷰
지난해 123개 기업 탐방
하락 리포트 최초 발간
독립리서치 목표는 ‘생존’
수익 내는 독립리서치사 2~3곳 불과
[이코노미스트 마켓in 홍다원 기자] “독립리서치의 목표는 ‘생존’이다” “보고서를 내는 곳은 많아도 주가가 빠진 종목과 그 이유에 대해 이야기하는 곳은 없다. 밸류파인더는 차별성을 가지고 시장에서 살아남고 싶다”
하루에도 수십 개의 증권사 리포트가 쏟아지지만 90% 이상은 ‘매수’ 의견이다. 증권사와 기업이 이해관계가 얽혀 있다 보니 매도 의견을 쉽게 내기 어려워서다. 증권사는 법인 영업과 펀드 매니저 등을 통해 수익을 창출한다. 만약 부정적인 의견을 내면 정보를 확보해야 하는데 해당 기업 IR 행사에 초청받지 못하는 등 제약이 있다. 증권사가 먼저 ‘공매도’, ‘기업 고평가’ 등 예민하지만 투자자들이 관심이 많은 의견을 풀기도 어렵다.
보다 자유로운 의견을 낼 수 있는 독립리서치 회사(IRP·Independent Research Provider)가 등장한 이유다. 이들은 증권사에서 내기 어려운 ‘돌직구’ 의견을 내는가 하면 읽기 쉬운 보고서로 개인 투자자들을 사로잡고 있다.
밸류파인더도 독립리서치 회사다. 이충헌 밸류파인더 대표는 독립리서치의 목표는 ‘생존’ 이라면서 개인 투자자들에게 다가가기 위해 오늘도 기업을 탐방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코노미스트는 최근 이 대표를 만나 독립리서치 회사의 포부와 고충을 들어봤다.
밸류파인더는 독립리서치 중에서도 차별화를 위해 열을 올리고 있다. 시가총액 5000억원 미만의 중소형주를 중심으로 종목을 발굴한다. 나노신소재, 아프리카TV, 심텍 등 현재 시가총액 8000억원~1조원 대의 기업들도 시총 1000억원 미만이던 시절이 있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이 대표는 스몰캡 보고서를 내는 이유로 “스몰캡은 증권사에서도 비중이 적고 정보가 제한적”이라면서 “들여다보지 않는 종목을 발굴할 수 있는 게 독립리서치의 장점이자 역할”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가 종목 발굴을 위해 가장 집중하고 있는 것은 ‘기업 탐방’이다. 밸류파인더는 지난해 총 123개의 기업을 방문했다. 이틀에 한 기업을 탐방한 셈이다. 유안타증권과 IBK투자증권을 거쳐 PB로 일했던 시절엔 애널리스트가 아니다보니 기업 방문 거절을 당한 적도 있다. 이 대표는 “밸류파인더 보고서가 에프앤가이드에 등록되고 인지도와 신뢰성이 점점 쌓이면서 탐방하기 수월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탐방 이후에는 보고서를 작성한다. 보통 증권사에서 한 쪽짜리 보고서를 내는 경우가 많다면 밸류파인더 보고서는 보통 네 쪽 이상이다. 투자자들이 다 아는 종목이라면 한 페이지로도 설명할 수 있지만, 스몰캡 기업은 투자자들에게 생소한 경우가 많아서다. 보고서에 기업 매출과 비중, 주요 거래처와 관련 업황까지 담다 보면 길어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특히 업계 최초로 ‘하락 보고서’를 냈다. 종목을 팔라는 ‘매도’ 의견을 내기 어려운 상황에서 주가가 하락한 종목을 분석한 보고서는 이례적이다. 밸류파인더는 ‘밸류파인더의 하락종목 A/S’ 라는 제목으로 지난 4월부터 총 10개의 기업을 분석했다.
보고서를 들여다보면 투자자들이 이해하기 쉽게 Q&A 방식으로 쓰여져 있다. 기업 IR 담당자들이 직접 말하는 기업 업황이나 리스크 등을 들을 수 있다. 이 대표는 “사실 주가가 상승한 리포트는 누구나 낼 수 있다. 투자자들이 궁금해하는 건 ‘하락’ 이라고 생각한다. 시장 기대 수익률보다 주가가 하락한 기업을 선정해 왜 하락했는지 보고서를 작성하고 있다. IR 담당자들에겐 해당 기업의 강점과 약점, 개선점을 꼭 묻는 편”이라고 밝혔다.
“수익성 확보 위해 투자자 맞춤 콘텐츠 지속적으로 출시”
하락 보고서를 내면 주가가 하락한 기업이라고 ‘낙인’이 찍히다 보니 과정은 쉽지 않았다. 거절한 기업도 다수다. 이 대표는 “주가 하락 원인은 사실 수급 때문일 수 있고 회사 자체의 가치는 변하지 않았을 수도 있다”면서 “오히려 기업의 개선점을 짚어 주고 투자자들에게 알릴 수 있는 기회이기 때문에 꾸준히 기업과 만날 생각이다”고 설명했다.
실제 지난 2021년 12월 법인 전환 후 1년 반 만에 유의미한 성과도 내고 있다. 지난해 제도권 증권사인 KB증권과 협업을 진행했다. KB증권 ‘프라임 클럽’ 유료 고객에게 밸류파인더가 발간한 전용 중소형주 탐방 리포트를 제공했다. 밸류파인더는 신뢰성을 높여 투자자 맞춤형 콘텐츠는 물론 새로운 콘텐츠를 지속적으로 제공하겠다는 계획이다.
고충도 있다. 현재 제도권에 들어오지 않은 유사투자자문업이다보니 ‘주식 리딩 방 아니냐’는 오해도 받았다. 수익성에 대한 고민도 꾸준하다. 독립리서치 회사가 10곳 정도 있어도 실제 수익을 내는 회사는 2~3곳에 불과하다. 장기적인 수익성 확보는 다양한 보고서를 내고 성장하기 위해 필수적이다. 이 대표가 독립리서치 목표는 생존이라고 말한 이유다.
이 대표는 “사실 애널리스트는 해당 기업을 분석하는 사람이지 기업의 주가를 정확히 맞히는 사람은 아니다”면서 “소신 있는 보고서와 접근하기 어려운 기업에 대한 양질의 보고서를 내기 위해선 회사가 커져야 하고 결국 수익성에 대한 고민을 꾸준히 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번 주에도 부산으로 기업 탐방을 갈 생각이다. 존재하는 모든 스몰캡 기업을 탐방하는 것이 목표다. 그는 “사실 독립리서치 회사는 10년 전에도 있었다. 그러나 사라진 회사들이 많고 밸류파인더도 생존하기 위해 콘텐츠에 대한 고민과 수익화를 꾸준히 하고 있는 것”이라면서 “투자자들도 응원의 목소리를 내 주셨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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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에도 수십 개의 증권사 리포트가 쏟아지지만 90% 이상은 ‘매수’ 의견이다. 증권사와 기업이 이해관계가 얽혀 있다 보니 매도 의견을 쉽게 내기 어려워서다. 증권사는 법인 영업과 펀드 매니저 등을 통해 수익을 창출한다. 만약 부정적인 의견을 내면 정보를 확보해야 하는데 해당 기업 IR 행사에 초청받지 못하는 등 제약이 있다. 증권사가 먼저 ‘공매도’, ‘기업 고평가’ 등 예민하지만 투자자들이 관심이 많은 의견을 풀기도 어렵다.
보다 자유로운 의견을 낼 수 있는 독립리서치 회사(IRP·Independent Research Provider)가 등장한 이유다. 이들은 증권사에서 내기 어려운 ‘돌직구’ 의견을 내는가 하면 읽기 쉬운 보고서로 개인 투자자들을 사로잡고 있다.
밸류파인더도 독립리서치 회사다. 이충헌 밸류파인더 대표는 독립리서치의 목표는 ‘생존’ 이라면서 개인 투자자들에게 다가가기 위해 오늘도 기업을 탐방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코노미스트는 최근 이 대표를 만나 독립리서치 회사의 포부와 고충을 들어봤다.
밸류파인더는 독립리서치 중에서도 차별화를 위해 열을 올리고 있다. 시가총액 5000억원 미만의 중소형주를 중심으로 종목을 발굴한다. 나노신소재, 아프리카TV, 심텍 등 현재 시가총액 8000억원~1조원 대의 기업들도 시총 1000억원 미만이던 시절이 있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이 대표는 스몰캡 보고서를 내는 이유로 “스몰캡은 증권사에서도 비중이 적고 정보가 제한적”이라면서 “들여다보지 않는 종목을 발굴할 수 있는 게 독립리서치의 장점이자 역할”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가 종목 발굴을 위해 가장 집중하고 있는 것은 ‘기업 탐방’이다. 밸류파인더는 지난해 총 123개의 기업을 방문했다. 이틀에 한 기업을 탐방한 셈이다. 유안타증권과 IBK투자증권을 거쳐 PB로 일했던 시절엔 애널리스트가 아니다보니 기업 방문 거절을 당한 적도 있다. 이 대표는 “밸류파인더 보고서가 에프앤가이드에 등록되고 인지도와 신뢰성이 점점 쌓이면서 탐방하기 수월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탐방 이후에는 보고서를 작성한다. 보통 증권사에서 한 쪽짜리 보고서를 내는 경우가 많다면 밸류파인더 보고서는 보통 네 쪽 이상이다. 투자자들이 다 아는 종목이라면 한 페이지로도 설명할 수 있지만, 스몰캡 기업은 투자자들에게 생소한 경우가 많아서다. 보고서에 기업 매출과 비중, 주요 거래처와 관련 업황까지 담다 보면 길어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특히 업계 최초로 ‘하락 보고서’를 냈다. 종목을 팔라는 ‘매도’ 의견을 내기 어려운 상황에서 주가가 하락한 종목을 분석한 보고서는 이례적이다. 밸류파인더는 ‘밸류파인더의 하락종목 A/S’ 라는 제목으로 지난 4월부터 총 10개의 기업을 분석했다.
보고서를 들여다보면 투자자들이 이해하기 쉽게 Q&A 방식으로 쓰여져 있다. 기업 IR 담당자들이 직접 말하는 기업 업황이나 리스크 등을 들을 수 있다. 이 대표는 “사실 주가가 상승한 리포트는 누구나 낼 수 있다. 투자자들이 궁금해하는 건 ‘하락’ 이라고 생각한다. 시장 기대 수익률보다 주가가 하락한 기업을 선정해 왜 하락했는지 보고서를 작성하고 있다. IR 담당자들에겐 해당 기업의 강점과 약점, 개선점을 꼭 묻는 편”이라고 밝혔다.
“수익성 확보 위해 투자자 맞춤 콘텐츠 지속적으로 출시”
하락 보고서를 내면 주가가 하락한 기업이라고 ‘낙인’이 찍히다 보니 과정은 쉽지 않았다. 거절한 기업도 다수다. 이 대표는 “주가 하락 원인은 사실 수급 때문일 수 있고 회사 자체의 가치는 변하지 않았을 수도 있다”면서 “오히려 기업의 개선점을 짚어 주고 투자자들에게 알릴 수 있는 기회이기 때문에 꾸준히 기업과 만날 생각이다”고 설명했다.
실제 지난 2021년 12월 법인 전환 후 1년 반 만에 유의미한 성과도 내고 있다. 지난해 제도권 증권사인 KB증권과 협업을 진행했다. KB증권 ‘프라임 클럽’ 유료 고객에게 밸류파인더가 발간한 전용 중소형주 탐방 리포트를 제공했다. 밸류파인더는 신뢰성을 높여 투자자 맞춤형 콘텐츠는 물론 새로운 콘텐츠를 지속적으로 제공하겠다는 계획이다.
고충도 있다. 현재 제도권에 들어오지 않은 유사투자자문업이다보니 ‘주식 리딩 방 아니냐’는 오해도 받았다. 수익성에 대한 고민도 꾸준하다. 독립리서치 회사가 10곳 정도 있어도 실제 수익을 내는 회사는 2~3곳에 불과하다. 장기적인 수익성 확보는 다양한 보고서를 내고 성장하기 위해 필수적이다. 이 대표가 독립리서치 목표는 생존이라고 말한 이유다.
이 대표는 “사실 애널리스트는 해당 기업을 분석하는 사람이지 기업의 주가를 정확히 맞히는 사람은 아니다”면서 “소신 있는 보고서와 접근하기 어려운 기업에 대한 양질의 보고서를 내기 위해선 회사가 커져야 하고 결국 수익성에 대한 고민을 꾸준히 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번 주에도 부산으로 기업 탐방을 갈 생각이다. 존재하는 모든 스몰캡 기업을 탐방하는 것이 목표다. 그는 “사실 독립리서치 회사는 10년 전에도 있었다. 그러나 사라진 회사들이 많고 밸류파인더도 생존하기 위해 콘텐츠에 대한 고민과 수익화를 꾸준히 하고 있는 것”이라면서 “투자자들도 응원의 목소리를 내 주셨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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