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中 갈등에 TSMC가 최대 수혜?…중국 반도체 빠진 자리 대만 메워
중국 시장 점유율 30→11%
대만 9.5→19%, 1위 올라서
3위 한국 1.8%p 증가에 그쳐…대만에 추월
[이코노미스트 이병희 기자] 미국과 중국의 통상 마찰이 이어지면서 글로벌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업체 TSMC가 가장 큰 수혜를 봤다는 해석이 나온다. 미국 반도체 시장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던 중국 업체들의 점유율이 빠지면서 그 빈자리를 TSMC 등 대만 업체들이 채웠다는 것이다.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가 2018년 미‧중 통상 갈등 이후 미국 반도체 수입시장을 대상으로 주요국 점유율을 분석한 결과를 보면 중국 기업의 시장점유율은 급감하고 대만과 베트남 기업의 점유율이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반도체 시장에서 2018∼2022년 중국의 시장점유율(수입액 기준)은 30.2%에서 11.7%로 18.5%p 감소했다. 반면 대만은 9.5%에서 19.2%로 시장점유율이 배로 뛰었다. 베트남은 7.3%p 높아졌다. 우리 기업들의 시장점유율은 1.8%p 늘어나는 데 그쳤다. 미국 시장에서 나라별 점유율을 변동 추이를 보면 4위에 머물렀던 대만에 1위로 올라섰고, 3위 자리를 유지한 한국은 대만에 추월당했다.
미국은 최근 국가안보와 자국 반도체 공급망을 강화한다는 명분으로 중국에 대한 견제 수위를 높여왔다. 중국산 수입에 대해 2018년에만 3차례에 걸쳐 10~25%의 추가 관세를 부과했고 이듬해에도 이런 기조를 이어갔다. 또 미국산 기술이나 소프트웨어를 직접 이용해 만든 부품·장비 등의 대중 수출은 제한하는 등 수입과 수출에 제동을 걸었다.
중국 기업이 직격탄을 맞으며 시장에서 힘을 잃는 사이 대만 업체들은 틈새를 비집고 빠르게 성장했다. 전경련은 미국의 반도체 최대 수입품목(33.4%)인 ‘컴퓨터 등의 부품’에서 중국의 입지가 약해진 사이 대만과 베트남은 이를 기회로 점유율을 늘리며 반사이익을 누린 것으로 나타났다고 전했다. ‘컴퓨터 등의 부품’에서 미국의 대중 수입액은 ‘2018∼2022년 96억7000달러 감소했는데, 같은 기간 대만의 수입액은 75억6000만 달러로 327% 증가했다. 베트남 수입액은 35억1000만 달러를 기록했다.
대만의 미국 반도체 시장 영향력 확대를 TSMC의 성장으로 평가할 수 있는 것은 그만큼 TSMC의 존재감이 크기 때문이다. 대만은 10여개에 달하는 반도체 기업을 보유하고 있다. 하지만 업체 간 시장 점유율 격차는 큰 편이다. 1위인 TSMC가 글로벌 파운드리 시장에서 58%의 점유율을 기록하고 있는데, 대만 2위 기업이면서 글로벌 3위인 UMC의 시장점유율은 6% 수준이었다.
추광호 전경련 경제산업본부장은 “미·중 통상 갈등과 미국 반도체 수입시장 재편에 따른 최대 수혜국은 대만과 베트남”이라며 “글로벌 공급망 재편을 활용해 국내 반도체 생산 기반을 강화하고 반도체 수출 품목을 다변화하는 전환점으로 삼아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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