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치작전’ 끝났나…2030, 다시 집 사기 시작했다
서울·경기서 2030세대 아파트 매매 비중 35% 돌파
젊은 세대, ‘집값 학습효과’에 매수성향 높아
[이코노미스트 민보름 기자] 30대 직장인 A씨는 올해 말 결혼을 앞두고 매수할 신혼집을 알아보고 있다. 처음엔 예비 배우자와 전셋집을 구해 거주하면서 시장을 관망하기로 했지만 지난달부터 수중에 현금과 특례보금자리론 등 정책금융을 이용해 서울 내에 비교적 저렴한 소형 구축 아파트를 장만하기로 결정했다.
A씨 커플은 포털사이트 부동산 지도와 호갱노노 등 프롭테크 자료를 참고한 후 현장 방문을 통해 입지와 구조를 꼼꼼히 분석하며 매수할 만한 아파트를 고를 계획이다.
A씨는 “당장은 부동산 시장이 침체됐다고 하지만 혹시 모를 집값이나 전세 보증금 상승을 걱정하며 지내기보다 속 편하게 아파트를 매수해 내 집에서 살려고 한다”면서 “양가에서도 ‘그냥 집을 장만하는 게 낫지 않겠냐’는 입장이셔서 매매를 알아보고 있다”고 말했다.
9일 ‘이코노미스트’ 취재에 따르면 전국적으로 아파트 거래가 바닥을 찍고 증가하고 있는 가운데 20대 이하와 30대 젊은 수요층이 최근 수도권 주택시장의 반등을 이끌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수도권 집값이 급락하면서 이들 젊은 세대에게 접근성이 높아진 데다, 2021년까지 이어진 주택시세 및 전세가 급등에 따른 학습효과가 더해지면서 청년층의 아파트 매수 비중이 높아지는 추세다.
한국부동산원 ‘매입자 연령대별 아파트 매매거래’ 통계를 분석한 결과, 이미 지난 3월 서울과 경기에서 20대 이하와 30대 아파트 비중이 35%를 돌파했다.
서울에선 지난해 6월 24.8%까지 떨어졌던 이들 청년층 매수 비중이 올해 1월 30% 대를 회복한 뒤 2월 34.7%, 3월 35.9%를 기록하며 꾸준히 높아지고 있다. 거래량 역시 30대에서 올해 1월 305건, 2월 699건, 3월 1059건으로 빠르게 늘고 있다.
경기에서도 청년층 매수 비중 상승세가 가파르다. 지난해 7월 30.2%까지 내려갔던 20대 이하와 30대 매수 비중은 올해 2월과 3월 36.4%, 36.2%를 나타내며 부동산 급등기였던 2021년 수준을 회복했다.
특히 일자리가 주변에 많은 일명 ‘직주근접’에 적합한 지역의 인기가 많았다. 서울에선 마포, 경기에선 수원이 대표적이다. 지난 3월 서울 마포구 아파트의 청년층 매수 비중은 46.7%였고, 같은 기간 수원에선 44.1%를 기록했다. 서울에선 노원, 강서에서 청년 매수비중이 각각 43%, 50%로 나타나는 등 집값이 저렴한 지역 인기도 많았다.
이 같은 ‘2030’ 세대의 아파트 매수 성향은 장기적인 흐름으로 이어질 전망이다. 이들이 한창 취업, 결혼 등으로 집을 구할 시기에 지난 집값 및 전세가 상승을 겪으며 ‘내 집 마련’의 필요성을 절감했기 때문이다.
부동산 중개 플랫폼 직방이 이용자 726명을 대상으로 지난달 18일부터 이달 2일까지 설문을 진행한 결과 20~30대 응답자 중 절반이 넘는 54.5%가 “앞으로 부동산에 투자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예전에는 신혼부부가 전세를 살며 집 장만을 위한 준비를 하는 것이 당연하게 여겨졌지만, 현재 젊은 층 인식은 어떻게든 내 집에서 신혼을 시작하는 것이 좋고 한 채를 더 살 수도 있다는 식으로 변화했다”고 설명했다.
이 연구위원은 “집값 급등으로 인한 계층 분화를 경험한 젊은 세대들은 주거안정을 위해 주택 매수의 필요성을 절감한 데다, ‘내 집 한 채는 마련해야 한다’는 5060 부모 세대의 교육을 받아 일찍이 대단지 소형 아파트 위주로 적극적인 매수 의지를 보이고 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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