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int

'튀는 제목, 평범치 않은 종목픽'…달라야 산다, 변화하는 리서치

[새로운 리서치가 온다]③
비상장 기업 리포트 발간하고 드라마 패러디 제목도
챗GPT, AI 기술 활용한 투자정보 서비스도 제공
“차별화보다 중요한 건 리포트 신뢰도’”란 지적

국내 증권사들이 리서치 차별화를 꾀하기 위해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다. [게티이미지뱅크]
[이코노미스트 마켓in 김채영 기자] “리서치가 살아야 주식시장이 산다.”

한때 ‘증권사의 꽃’이라 불렸지만 증시에 찬바람 불고 증권사 실적이 악화되면 늘 구조조정 1순위에 오르는 부서가 바로 리서치센터다. 증권사 안에서는 기관투자자들로부터 주식중개 업무를 따내기 위한 지원부서 정도로 여겨지기 때문이다. 개인 고객들에게는 기업에 대한 분석과 투자정보를 제공해주면서 정보의 비대칭 현상을 해소해주는 긍정적인 역할을 해왔지만 이마저도 유튜브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 정보유통채널이 다양해지면서 퇴색되고 있다. 

이처럼 환경이 바뀌자 증권사 리서치센터도 적극적으로 변화를 모색하고 있다. 상장사에 국한됐던 분석 대상을 비상장사로 넓히는가 하면 투자의 주요 트렌드인 ESG(환경, 사회, 지배구조)나 세상을 바꿀만한 신기술에 대해 집중 분석한 보고서를 내는 등 영역 확대에 나섰다. 

비상장기업 보고서, ESG 리서치 발간…‘챗GPT’가 알려주는 투자정보까지

DB금융투자는 업계 최초로 비상장기업 분석 보고서를 발간했다. 그간 총 114개의 비상장기업을 분석했다. [사진 DB금융투자]
금융시장 불확실성과 변동성이 심화하는 가운데 증권사 리서치센터가 전문성 강화와 콘텐츠 차별화를 위한 새로운 분석 서비스를 제공하는 데 열을 올리고 있다. DB금융투자 리서치센터는 비상장 기업에 대한 리포트를 100개 넘게 냈고, 유니콘 기업 육성 등에도 힘을 쏟고 있다. 공시 의무가 없어 정보 접근이 제한적인 유망 비상장사를 리포트를 통해 발굴하기 위해서다.
 
DB금융투자는 업계 최초로 비상장기업 분석 보고서를 발간했다. 그간 총 114개의 비상장기업을 분석했다. DB금융투자가 분석 한 기업 중 카카오뱅크(323410), 네패스아크(330860), 디어유(376300), 맥스트(377030) 등 25개 기업이 상장에 성공했다.

KB증권 리서치센터는 2021년 3월 ESG솔루션팀을 신설해 ESG 리서치를 제공하고 있다. 같은 해 10월에는 대형 유망 비상장기업 분석을 위한 신성장기업솔루션팀 신설했고, 지난해 1월에는 대체자산으로 디지털자산까지 커버하는 멀티에셋팀을 구성한 바 있다.
 
ESG 리서치에서는 세계 5위의 네덜란드 석유에너지 기업 ‘쉘’을 비롯해 다수의 해외우수기업 사례를 소개하고, 한국형 녹색금융 분류체계 ‘K-택소노미’ 등 ESG 관련 이슈에 대한 분석을 꾸준히 내놓고 있다. 또한 2020년부터 기관영업부문과 함께 매년 기업고객 대상으로 ESG포럼을 개최하고 있다.
 
신성장기업솔루션팀은 ‘케비어’(케’이비 ‘비’상장 ‘어’벤저스)라는 별칭의 자료를 통해 이커머스, 모빌리티, 핀테크, 바이오, 그린 에너지 등 다양한 성장 산업의 비상장 유망 기업에 대한 분석 리서치를 제공하고 있다. 세미나와 기업설명회 등을 통해 WM, IB 부문에서의 영업 활동과 투자기회 창출을 지원한다. ‘케비어’는 제1호 보고서로, 국내 최대 온라인 플랫폼 ‘무신사’를 시작으로 21호 우주분야 전문기업 ‘컨텍’까지 발간됐다.  
 
‘지금 우리 교육은’ 등 이색 제목 단 보고서도…MZ세대 타깃

교보증권은 색다른 제목과 디자인을 적용한 리서치 보고서를 발간하고 있다. [사진 교보증권] 
MZ세대(1980년대 초~2000년대 초 출생자) 개인투자자들을 사로잡기 위한 ‘쉬운 리포트’, ‘이색 리포트’도 발간되고 있다. 토스증권은 기존 기업분석 보고서 틀을 깨고 ‘콘텐츠화’된 리포트를 확대하고 있다. 주요 고객인 개인투자자의 눈높이에 맞춰 트렌드에 맞는 섹터를 조망하거나 어려운 용어 대신 쉬운 용어를 사용해 거시경제 환경을 알기 쉽게 풀어내는 시도를 이어가고 있다. 

특히 토스증권의 보고서들은 ‘초보개미(신규 개인투자자)’로부터 인기가 높다. 토스증권에 따르면 토스증권의 고객 70%가 20대와 30대인 MZ세대로 나타났다. 기존 증권사들이 매일 혹은 주기적으로 발간하는 기업·산업 분석 보고서와 같은 투자정보 서비스인 ‘오늘의 발견’ 콘텐츠 1개당 평균 조회수는 수십만 뷰에 이른다. 

교보증권은 색다른 제목과 디자인을 적용한 리서치 보고서를 발간하고 있다. 교보증권이 지난 1분기에 발간한 △카테고리 킬러로 성장한다(유통·화장품) △제약 바이오가 왜 이럴까(제약·바이오) △펴고 채우고 당기고(미용) △지금 우리 교육은(교육) 등의 보고서가 기존 보고서와 색다른 제목으로 시선을 끌고 있다. 

교보증권은 보고서 주제에 맞는 이미지로 투자자에게 각인시키고자 작년 말 디자이너 겸 유튜브 PD를 영입해, 보고서 주제에 맞춰 표지에 드라마를 패러디하거나 애니메이션을 적용해 친숙하고 차별화된 디자인도 선보이고 있다. 

미래에셋증권은 최근 챗GPT를 활용한 종목 시황 요약 서비스를 업계 최초로 선보였다. [사진 미래에셋증권 홈페이지 캡쳐]
증권사들은 생성 인공지능(AI) 신기술을 활용한 투자 정보 요약 및 정리하는 서비스도 확대하고 있다. 광범위한 정보 속 필요한 부분만 골라내는 작업은 투자자 요구에도 부합해 실용성이 높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미래에셋증권은 최근 챗GPT를 활용한 종목 시황 요약 서비스를 업계 최초로 선보였다. 이 서비스는 투자자별 관심 종목을 선별해 시황 데이터와 최근 중요 뉴스가 결합된 내용을 제공한다. 한국투자증권은 AI에 기반해 출시한 리서치 서비스 ‘에어(AIR·AI Research)’를 통해 리서치 센터가 발굴하지 못한 500개가 넘는 종목을 발굴했다.

KB증권은 AI가 미국 상장회사들의 공시정보를 분석해 제공하는 ‘KB로보뉴스’를 제공하고 있고, 삼성증권은 현업에서 활동 중인 애널리스트의 생김새와 목소리 등을 복제한 ‘버추어애널리스트’를 개발해 주간 시장 전망과 투자 리포트를 전달 중이다. 

중요한건 ‘리포트 신뢰도’…SG증권발 주가폭락 사태로 또다시 도마

증권사 리서치센터들이 다양한 방식의 변화를 시도하는 가운데 중요한 건 ‘차별화’가 아닌 ‘신뢰도’란 지적도 나온다. 오랜 고질병으로 꼽혀 온 보고서의 낮은 신뢰도를 회복하는 게 우선이란 것이다. 최근 외국계 증권사 소시에테제네랄(SG)증권발 주가폭락 사태가 사회적 이슈로 번지고 있어 리포트 신뢰도의 중요성이 다시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증권회사들의 리포트 차별화 노력도 필요하지만 중요한 것은 ‘제대로 된 기업 분석 리포트를 내는 것’”이라며 “잠재력 있는 상장회사를 지속적으로 발굴해 투자자와 연결해주는 의무도 잊지 말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올해 들어 지난 4월 말까지 매도 리포트가 단 4건 밖에 나오지 않을 정도로 증권업계의 고질적 병폐가 지속되고 있다”며 “개인투자자의 기존 업계 보고서에 대한 불신이 토스증권이나 카카오페이증권 등 후발주자들의 보고서 인기로 이어지는 경향도 있어 보인다”고 밝혔다.

ⓒ이코노미스트(https://economist.co.kr) '내일을 위한 경제뉴스 이코노미스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많이 본 뉴스

1“손흥민 아니었어?”…토트넘 팬이 뽑은 올해의 선수는

2‘법원 전산망 해킹’ 개인정보 유출…北 소행 결론

3홍준표 “좌우 공존하는 선진대국시대…마지막 꿈일지도”

4유승민 “野 25만원 특별법은 위헌…민주당의 악성 포퓰리즘”

5주유소 기름값 내림세…휘발유 가격 7주 만에 내려

6정부, 법원에 '의대증원' 자료 49건 제출…내주 집행정지 결정

7홍천서 올해 첫 진드기 SFTS 사망자 발생

8비트코인, 전일 대비 3.2%↓…6만 달러 위태

9대주주 주식 양도차익, 1인당 평균 13억 넘어

실시간 뉴스

1“손흥민 아니었어?”…토트넘 팬이 뽑은 올해의 선수는

2‘법원 전산망 해킹’ 개인정보 유출…北 소행 결론

3홍준표 “좌우 공존하는 선진대국시대…마지막 꿈일지도”

4유승민 “野 25만원 특별법은 위헌…민주당의 악성 포퓰리즘”

5주유소 기름값 내림세…휘발유 가격 7주 만에 내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