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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반도체 영광 발판 놓기?…대규모 혜택 지원에 삼성전자 3000억 투자

경쟁‧견제 이겨낸 삼성, 이번엔 직접 투자
일본, 대기업 드림팀 라피더스 만들고 TSMC 유치

반도체 초격차 지원 위해 삼성전자 생산 현장 방문한 추경호 부총리 (서울=연합뉴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장관이 7일 반도체 초격차 지원을 위해 경기도 평택 삼성전자 평택캠퍼스를 방문, 반도체 생산 현장을 둘러보면 관계자의 설명을 듣고 있다. 2023.4.7 [기획재정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photo@yna.co.kr/2023-04-07 10:53:05/ <저작권자 ⓒ 1980-2023 ㈜연합뉴스. 무단 전재 재배포 금지.>

[이코노미스트 이병희 기자] 일본이 반도체 강국으로의 영광을 재현할 수 있을까. 최근 일본 정부가 반도체 기업 투자에 대한 세제 혜택을 제공하고 글로벌 기업이 잇따라 투자를 결정하면서 이목이 쏠리고 있다.

니혼게이자이신문 등 일본 언론은 삼성전자가 300억엔(약 3000억원) 이상을 투자해 일본 요코하마시에 첨단 반도체 디바이스 시제품 라인을 만든다고 전날 보도했다. 이르면 2025년 가동하는 게 목표다. 경색됐던 한‧일 관계가 부드러워지고 경제계에서도 협력의 분위기가 무르익으면서 치열한 경쟁을 벌였던 반도체 교차 투자도 이뤄지는 셈이다.

재계 관계자는 “삼성전자의 반도체 투자가 사실이라면 결코 작은 규모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삼성전자가 미국에 건설 중인 파운드리 공장이나 국내 투자 계획 등에는 한참 못 미치지만, 구체적인 투자액이 적지 않다는 것이다. 삼성전자가 반도체 라인 건설을 위한 보조금을 신청해 일본 정부로부터 허가받으면 100억엔(약 1000억원)가량의 보조금을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과거 우리나라와 일본은 반도체 분야에서 결코 가까운 사이는 아니었다. 반도체 강국 중 하나였던 일본의 견제 때문이었다. 하지만 글로벌 메모리 반도체 시장점유율 3위에 올랐던 일본의 엘피다가 2010년대 들어 벌어진 글로벌 D램 가격경쟁(2차 치킨게임)에서 막대한 적자를 감당하지 못하고 문을 닫으면서 우리나라의 직접적인 일본 경쟁 상대가 사라졌다. 일본 정부가 공적자금을 투입했지만, 엘피다는 위기를 버티지 못했고 결국 마이크론에 흡수됐다. 당시 삼성전자도 막대한 타격견뎌내면서 세계 1위 메모리 업체의 지위를 유지할 수 있었다.

지난 2019년 일본이 우리나라를 화이트리스트(수출 절차 간소화 우대국 명단)에서 배제하면서 반도체 산업이 타격을 받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기도 했다. 일본 정부가 자국에서 소재 등을 수입하는 한국 기업들이 깐깐한 심사와 허가를 받도록 한 것이다. 소재, 부품, 장비 등 이른바 소부장 도입 절차가 최장 90일가량 늦어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면서 생산 차질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기도 했다. 당시 삼성전자 등 우리 기업은 반도체에서 일본산 소재·부품 의존도가 높았는데, 수출에 직격탄을 맞을 수 있다는 해석이었다. 하지만 수입처 다각화 등 우리 기업들은 또다시 위기를 이겨냈다.

삼성전자의 첨단 반도체 거점 신설과 관련한 투자는 이런 갈등을 뒤로 하고 일본이 강점을 가진 소재‧제조 장치 업체와 공동 연구를 통해 첨단 반도체 생산기술을 개발하게 된다는 데 의미가 있다. 재료 개발이나 검증 등에서도 일본 공급업체와 협력할 전망이다.
일본 반도체기업 라피더스의 히가시 데쓰로 회장 모습. [사진 로이터/연합뉴스]

日대기업 반도체 연합 ‘라피더스’에 대규모 지원 
일본의 이런 태도 변화는 비단 한국에만 국한한 것이 아니다. 일본은 세계 최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기업인 대만 TSMC의 투자 유치를 위해 4760억엔, 우리 돈으로 약 4조6000억원 규모의 보조금을 투입했다. 이는 TSMC가 중국과 미국에 이어 세 번째로 진행하는 해외 투자인데 그 규모가 1조2000억엔(약 11조6000억원)수준인 점을 고려하면 일본 정부가 얼마나 공을 들였는지 짐작할 수 있다. 

실제 일본 경제산업성은 ‘차세대 반도체 전략’을 통해 “일본은 첨단기술에서 한국 삼성전자, 미국 인텔 등에 10년 뒤처졌다”며 “반도체에 뛰어들 마지막 기회로 TSMC 유치와 거점 확대를 통한 ‘캐치업’(따라잡기)에 나서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런 투자 이면에는 일본이 자국의 힘으로 반도체 강국 반열에 오르겠다는 의지가 숨어있다. 지난 2021년에는 도요타, 소니 소프트뱅크 등 일본 대기업 8곳이 함께 차세대 반도체 개발 생산 회사인 ‘라피더스’를 세웠다. 일본 정부는 기존 700억엔(약 7000억원) 지원금에 추가로 2600억엔(약 2조6000억원)을 지원하기로 했다. 이들 기업은 라피더스를 통해 슈퍼컴퓨터와 자율주행, 인공지능(AI), 스마트시티 등 대량의 데이터를 빠른 속도로 처리하는 분야에서 필수적인 첨단 반도체 기술을 개발한다는 계획이다.

라피더스는 오는 2025년 상반기까지 2㎚(나노미터, 1나노는 10억분의 1m) 최첨단 반도체 시제품(프로토타입) 라인을 구축하겠다는 목표를 밝혔다. TSMC‧삼성전자의 경쟁을 보고만 있지 않겠다는 것이다. 지난해 삼성전자와 TSMC는 3나노 반도체 양산에 돌입했는데, 삼성전자는 향후 2025년에 2나노, 2027년에는 1.4나노 공정을 도입한다는 로드맵을 내놓기도 했다.

한편, 일본 정부는 오는 2030년 반도체 산업 매출액을 15조엔(약 148조원)으로 상향 조정했다. 기존 목표치인 13조엔(약 128조원)보다 2조엔 많은 수준이다. 지난 2020년 기준 일본의 반도체 관련 매출액의 3배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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