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대형 M&A 보다는 경영효율화…종속회사 정리 집중 [이코노 리포트]
1분기 중 데이코 美 지사 통합…레드벤드 SW는 청산
브랜드 간섭 효과 최소화하고 부실기업은 과감히 정리
불확실성 확대에 인수합병 가능성↓…비상경영체제 돌입
[이코노미스트 마켓in 이건엄 기자] 이재용 회장 취임 이후 대형 인수합병(M&A)에 대한 기대감을 모았던 삼성전자(005930)가 당장의 ‘빅 딜(Big Deal·큰 거래)’ 보다는 종속회사 정리를 통한 경영효율화에 집중하고 있다. 미래 경쟁력 확보를 위한 M&A도 중요하지만 불확실성이 확대되는 상황에서 경영효율화를 통해 위기 극복에 집중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18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올해 1분기 해외 종속회사들에 대한 통합 및 청산 작업을 단행했다. 자사 브랜드 간 간섭효과를 최소화하고 부실기업 청산을 통해 경영 효율화를 꾀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세부적으로 보면 삼성전자는 프리미엄 빌트인 가전 브랜드 데이코(Dacor)와 관련된 2개의 법인을 미국 현지법인과 통합했다. 데이코는 이번 통합 작업으로 모든 법인이 삼성전자 미국 현지법인에 흡수되며 사실상 브랜드만 남게 됐다. 기존 데이코가 보유했던 상표 소유권은 삼성전자 한국 법인에 이전됐다.
데이코는 1965년 설립된 럭셔리 빌트인 주방 가전 사업을 영위하고 있는 비상장사로 지난 2016년 1600억원에 삼성전자에 인수된 바 있다. 삼성전자는 데이코를 통해 미국 내 고급 생활가전 라인업과 전문 유통망을 확보해 북미 주택, 부동산시장에서 가전 사업 기반을 다질 수 있었다.
삼성전자가 데이코를 미국 법인에 통합 시킨 가장 큰 이유로는 자사 프리미엄 가전 브랜드 비스포크와의 간섭효과가 거론된다. 삼성전자가 데이코와 비슷한 성격의 ‘비스포크 인피니트 라인’에 본격적으로 힘을 실으면서 공존 보다는 선택과 집중에 나섰다는 분석이다. 삼성전자는 비스포크 브랜드 출범과 함께 데이코의 사업을 지속적으로 축소해온 바 있다.
삼성전자는 또 지난 1월 19일 하만의 자회사 중 하나인 레드벤드 소프트웨어(Red bend software)의 유럽 지사 청산을 마무리했다. 경쟁이 심화되고 있는 무선 펌웨어 업데이트(OVER The Air·OTA) 시장에서 레드벤드 소프트웨어의 수익성이 크게 둔화되면서 청산을 결정한 것이다. 앞서 레드벤드 소프트웨어는 지난 2019년 한국 법인의 해산을 결정한 바 있다.
레드벤드 소프트웨어는 1999년 설립된 모바일 소프트웨어 관리 솔루션 기업으로 지난 2015년 하만 인터네셔널에 인수된 이후 하만의 자동차용 소프트웨어 관리 솔루션 등을 제공해왔다. 하만이 지난 2017년 3월 삼성전자에 인수되면서 레드벤드소프트웨어 역시 삼성의 종속회사로 자동 편입됐다.
이와 관련 삼성전자 관계자는 “데이코와 하만을 인수한 이수 지속적으로 종속회사 정리를 통한 경영 효율화를 진행해 왔다”며 “이번 통합과 청산도 같은 차원에서 이뤄졌다고 보면 된다”고 설명했다.
2분기 전사적 손실 전망도
시장에서는 지난해 초까지만 하더라도 삼성전자가 대규모 M&A에 나설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었다. 한종희 부회장 등 주요 경영진들이 M&A 나설 것이란 뜻을 지속적으로 내비친데다 반도체 위탁생산(파운드리) 등 미래 먹거리 탐색에 적극적으로 나섰기 때문이다. 특히 이재용 부회장이 회장에 취임하면서 M&A 관측에 힘을 실었다.
하지만 하반기부터 본격화된 경기 침체와 미·중 패권 다툼 격화 등 대내외 불확실성이 확대 됐고 삼성전자의 경영 기조도 기존보다 보수적으로 바뀌면서 ‘빅 딜’에 대한 기대감도 사그라 들었다. 실제 삼성전자의 반도체 사업을 맡고 있는 디바이스솔루션(DS) 부문은 올해 1분기에만 4조5000억원의 손실을 내며 불안감을 키우고 있다.
특히 올해 2분기부터는 전사적으로 대규모 적자가 발생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비상 경영체제에 돌입할 것이란 비관적 전망이 나온다. 실제 하이투자증권은 삼성전자가 올해 2분기 1조2860억원의 적자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했다. SK증권과 이베스트투자증권 역시 각각 6000억원, 4000억원의 손실이 발생할 것으로 전망했다.
IB업계 관계자는 “반도체 업황 등을 고려했을 때 삼성전자가 대규모 M&A에 나서기는 당분간 힘들 것으로 보인다”며 “기존에 진행해왔던 경영 효율화 작업에 더욱 속도를 내는 등 비상경영 체제에 돌입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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