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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펫보험 가입률 1%’는 수의사들 때문?…꼬인 실타래 풀릴까

[왜 ‘펫보험’ 주목하나] ② 펫보험 활성화 방식 두고 보험-수의업계 이견
정부, 진료비 부담 줄이려 TF 가동
“진료기록 공개 어렵다”는 수의업계

[사진 게티이미지뱅크]

[이코노미스트 김정훈 기자] 정부와 보험업계가 펫보험(반려동물 보험)시장 활성화를 노리고 있지만 동물병원 수의사들을 중심으로 한 수의업계와의 이견으로 난관이 예상된다. 보험사들이 펫보험료를 낮추고 보장범위 등을 확대하려면 반려동물 치료 데이터가 필요하지만 수의업계가 관련 내용 공개를 꺼리고 있어서다.

다만 보험업계는 수의업계의 양보를 무조건 강요할 수만은 없어 조심스러운 입장이다. 이에 보험사와 고객, 수의사들이 모두 이득을 얻을 수 있는 구조를 만드는 것이 더 중요할 것으로 보인다.

표준진료체계 없이 ‘펫보험’ 의미없다?

9일 업계에 따르면 반려동물 수는 2012년 약 500만 마리에서 지난해 800만 마리로 늘었다. 이처럼 반려동물 수가 증가하면서 반려인들의 진료비용 고민도 함께 커지는 상황이다. 한국소비자연맹에 따르면 반려인 83%는 ‘동물병원 진료비용이 부담된다’고 응답했다. ‘부담이 없다’는 답변은 2%에 그쳤다. 

업계에 따르면 동물병원 1회 평균 진료비용은 약 8만4000원으로 알려졌다. 매달 1회 동물병원을 방문하면 연간 약 100만원의 진료비용이 드는 셈이다. 차라리 월 3만~4만원대의 펫보험료를 내고 상품에 가입하는 것이 더 이득일 수도 있다.

하지만 국내 펫보험 가입률은 1%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기준 시장규모도 300억원 수준에 불과하다. 미국(3조2000억원), 영국(2조4000억원), 일본(8400억원)과 비교해 시장규모 차이가 크다. 

이는 국내 펫보험 상품의 한계 때문이라는 것이 업계 관계자들의 시각이다. 표준화된 의료데이터가 없어 보험사가 합리적인 보험료 및 보상한도 자체를 산출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동물병원마다 상이한 진료체계를 보이는 점도 문제다. 현재 동물병원에서는 질병코드 및 진료항목이 표준화돼있지 않다. 정부가 2000년대 들어 동물병원간 자율경쟁체계 도입을 이유로 표준수가제를 폐지했다. 이에 동일한 질병인데도 동물병원 마다 상이한 질병코드로 진료를 진행하다보니 진료비 차이가 크다. 많게는 7~8배까지 차이가 난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어떤 병원을 선택해야 할지 난감하다. 펫보험에 가입돼 있어도 병원 진료비가 매우 고가이면 자기부담금을 납부해야 하기 때문에 보험가입 메리트도 떨어진다. 

정부는 반려인이 크게 증가하고 있는 상황에서 펫보험 손질을 통해 국민 진료비용 부담을 줄인다는 계획이다. 지난해부터는 금융당국, 보험업계, 수의업계가 모두 참여한 펫보험 활성화 태스크포스(TF)를 구성했다. TF에서는 보험금 간편청구, 펫보험 전문 보험사 설립, 실효성있는 동물등록제 도입 등이 논의 중이고 조만간 결과를 발표한다. 

하지만 진료항목 표준화가 해결되지 않은 상황에서의 TF 논의 결과는 큰 의미가 없을 것이라는 목소리도 나온다. 진료항목이나 진료비가 어느정도 표준화돼야 펫보험이 힘을 발휘할 수 있다는 얘기다.

수의업계 “우리가 희생양인가” 반발

수의업계는 펫보험 활성화에는 동의하지만 진료기록을 공개하거나 진료수가를 표준화하는 부분에는 반발하는 상황이다. 지난달 보험연구원 주도로 열린 ‘반려동물 헬스케어 산업과 보험의 역할 강화’ 세미나에서 우연철 대한수의학회 사무총장은 정부나 보험업계가 펫보험 비활성화의 원인을 모두 수의계의 책임으로 몰아서는 안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우 사무총장은 “전세계 어느나라도 펫보험과 관련해 표준수가제나 진료기록부 공개를 하지 않는데 왜 우리나라에서만 시장 활성화를 위해 이런 요구들을 수의사에게 하는지 이해하기 어렵다”고 토로했다. 그는 또 “1999년 이전에 동물병원 진료수가 체계가 있었는데 정부가 자율경쟁을 이유로 수가체계를 없앴다”며 “이제와서 표준수가제가 해결책이니 다시 받아들이라고 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이와 관련 수의업계 한 관계자는 “보험업계는 실손보험 손해율 원인도 의료계로 돌리는 상황인데 이제는 자신들의 펫보험 판매를 위해 동물병원 희생을 요구하고 있다”고 불편한 기색을 내비쳤다. 
지난 4월 경기도 고양시 킨텍스에서 열린 2023 서울 캣쇼를 찾은 참관객들이 고양이 용품을 살펴보고 있다.[사진 연합뉴스]

보험업계는 수의업계의 이같은 입장을 이해하고 있어 조심스럽게 이 문제에 접근 중이다. 그러면서 산업적, 소비자 측면 등을 고려했을 때 펫보험을 활성화시키면 장기적으로 모두가 윈-윈(WIN-WIN)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반려인들의 인식이 바뀌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내 반려동물 개체식별 등록률은 지난해 기준 40%대로 하락세다. 개체식별 등록은 펫보험 데이터에도 중요하게 활용되는 부분이라 반려인들의 협조가 필요하다.

또한 펫보험 가입 인식도도 보다 유연해져야 한다는 지적이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가족의 건강보험은 보험료가 비싸도 가입하지만 아직까지 반려동물의 보험가입 비용은 아깝다는 인식이 있는 것 같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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