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스키에 밀리고 하이볼에 치인다…김빠진 ‘수제맥주’
[‘1세대 수제맥주’ 생존법] ①
수제맥주 성장 꺾이고 위스키·하이볼 인기
수제맥주, 지난해부터 매출 성장률 반토막
[이코노미스트 송현주 기자] 코로나19 팬데믹(전염병의 대유행) 시기에 주류시장을 가장 뜨겁게 달군 주종은 ‘수제맥주’다. 사회적 거리두기 확산으로 혼술과 홈술이 트렌드로 자리잡고 꿀이나 과일향, 민트향 등 이색 첨가물부터 이색 협업(콜라보레이션)까지 다양해지면서 수제맥주는 MZ세대(밀레니얼+Z세대)로부터 큰 인기를 얻어왔다.
하지만 엔데믹 시기가 다가오면서 이 같은 열기는 다소 주춤해진 모습이다. 주류 트렌드가 위스키·하이볼·전통주 등으로 바뀐데다, 수제맥주 업계를 이끌어온 마케팅 ‘약발’이 다해가면서다. 더 이상 신제품 효과를 보지 못하고, 경기 침체에 수요마저 줄면서 돌파구 마련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모양새다.
'수제맥주→위스키·하이볼', 변하는 新주류 트렌드
한국수제맥주협회에 따르면 국내 수제맥주 시장 규모는 2013년 93억원에서 2017년 433억원, 2019년 800억원, 2020년 1180억원, 2021년에는 1520억원으로 늘었다. 같은 기간 국내 수제 맥주 제조업체 수는 2015년 72개에서 2021년 159개로 약 2.2배 늘었다.
2021년까지 폭발적으로 성장하던 수제맥주 시장의 규모는 지난해부터 급격히 꺾이기 시작했다. 이는 수제맥주의 주 판매처인 편의점의 매출 신장률에서 볼 수 있다. CU, GS25, 세븐일레븐 등 국내 편의점 3사의 지난해 수제맥주 매출 신장률은 각각 60.1%, 76.6%, 65%로 직전 해 매출 신장률(CU 255.2%, GS25 234.1%, 세븐일레븐 229%)의 절반에도 못 미쳤다. 2020년~2021년 세 자릿수의 성장률을 보이던 것과는 대조적인 모습이다.
수제맥주의 인기가 주춤해진 사이 위스키, 하이볼, 전통주 등 다른 주류의 인기는 증가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국내 위스키 수입량이 역대 최대 기록을 갈아치우며 대세 주류로 떠오르고 있다. 코로나19 이후 뛰어난 보관성을 앞세워 홈술·혼술 시대의 대세 주류로 올라섰고, 최근에는 하이볼 열풍을 타고 힙한 이미지까지 더하며 주류시장 내 입지를 견고히 다져가고 있다.
관세청 무역통계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스카치, 버번, 라이 등 위스키류 수입량은 지난해 동기 대비 78.2% 급증한 8443톤(t)에 달했다. 이는 관련 통계가 있는 2000년 이후 역대 1분기 최고치다.
다양한 술과 음료를 혼합해 만드는 하이볼은 자신의 스타일대로 제조가 가능해 다양한 소비자들을 매료시키며 매출 고성장세를 이뤄내가고 있다. 특히 MZ세대 중심으로 편하게 즐길 수 있는 ‘RTD(Ready to Drink)’ 인기에 하이볼을 찾는 2030은 늘어가고 있다.
실제 편의점 CU의 5월 RTD 하이볼 매출은 첫 상품 출시 초기인 지난해 말 대비 138.4% 급증한 상태다. 지난 1월 RTD 하이볼의 첫 상품을 출시한 GS25는 가장 많은 총 17종의 RTD 하이볼 라인업을 구축했다. 5월 매출은 2월 대비 272.6%나 증가했다. 세븐일레븐 역시 5월 전체 하이볼 상품 매출은 전월 대비 50% 신장했다. 첫 상품을 출시했던 2월과 비교하면 신장률은 7배 성장했다.
재미와 마케팅에만 몰두...수제맥주 정체성 혼란
이 같은 타 주류 시장의 확대로 수제 맥주 시장 확대는 당분간 불가피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수제맥주에 대한 소비자 관심도가 낮아진 데다 기존 제품과의 차별성을 크게 느끼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무엇보다 수제맥주 업체들이 상품력보다 이슈에 집중한 콜라보 상품을 연이어 출시하면서 소비자 브랜드 충성도를 낮췄다는 분석도 있다.
앞서 수제맥주 업체들은 콜라보 맥주의 대표 격이라 할 수 있는 ‘곰표 밀맥주’가 히트를 치자, 앞다퉈 편의점 및 식음료업계와 다양한 협업 마케팅에 나섰다. 당시에는 라면, 치약, 껌 등과 협업한 다양한 이색 수제맥주가 등장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 같은 마케팅은 소비자 관심을 높일 순 있었으나 수제맥주 고유의 맛이 잊혀지고 정체성 혼란만 키웠다는 해석이 나온다.
업계 한 관계자는 “곰표 밀맥주의 성공 이후 소비자들의 수제맥주를 향한 관심사는 커졌지만 유사 상품들이 난립하면서 부정적 인식은 커져만 갔다”며 “상품 경쟁력보다 이슈에 집중하거나 콜라보레이션에만 급급한 상품들이 들어오면서 인기는 더욱 떨어지고 있다”고 꼬집었다. 이어 “소비자의 수제맥주 관심이 점점 수입맥주나 위스키, 프리미엄 소주, 와인, 하이볼 등으로 옮겨가며 매출 성장세는 더욱 떨어져가는 모습”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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