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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차 왜 사나요?...한때 ‘생애 첫 차’ 왜 고꾸라졌나

[티볼리 재등장, 소형 SUV 다시 뜨나]①
연간 20만대 이상 팔리던 인기 차종의 몰락
높아진 진입장벽·큰 차 선호도 증가 등 원인

2015년 국내 공식 출시된 티볼리. [사진 KG모빌리티]

[이코노미스트 이지완 기자] ‘생애 첫 차’, ‘갓(God)성비 차’ 등으로 인식되며 국내 완성차 업체들의 신제품 출시를 이끌었던 소형 스포츠유틸리티차(SUV)에 대한 국내 소비자들의 시선이 차갑다. 날이 갈수록 높아지는 진입장벽에 출시 초기 가장 큰 경쟁력으로 자리 잡았던 가격 경쟁력이 사라졌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후 레저 및 캠핑 활동이 관심을 받으면서 중형급 이상의 넉넉한 공간을 가진 차를 선호하는 경향이 강해진 탓이다.

소형 SUV는 전장(길이) 4600mm 이하, 전폭(너비) 1700mm 이하, 전고(높이) 2000mm 이하, 배기량 1600cc 내외의 차를 말한다. 공간 활용성은 부족하지만 2000만원 전후의 가격으로 진입 장벽이 낮아 사회 초년생들에게 사랑을 받았다.

침체기 빠진 소형 SUV 시장

국내 자동차 시장에서 소형 SUV가 주목받기 시작한 것은 지난 2015년이다. 그해 1월 KG모빌리티(당시 쌍용자동차)가 가솔린 엔진이 탑재된 소형 SUV 티볼리(TIVOLI)를 공식 출시하면서다. 데뷔 첫 해 티볼리는 국내에서만 4만3000여 대가 팔리며 업계를 놀라게 했다. 2030세대들의 첫 차가 소형 세단 쏘나타, 아반떼와 경차 모닝, 스파크에서 티볼리로 바뀐 것이다.

물론 티볼리 등장 이전에 소형 SUV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르노코리아자동차(당시 르노삼성자동차)는 이보다 한발 앞선 2013년 11월 글로벌 시장에서 캡처로 판매되는 소형 SUV에 QM3라는 이름을 달고 사전계약에 나선 바 있다. 당시 사전 계약 개시 7분 만에 국내 판매를 계획한 물량 1000대가 모두 완판되면서 화제가 됐다. 경차와 소형 SUV 사이에서 경계가 애매했던 기아의 쏘울, 쉐보레 트랙스 등도 존재했다.

그럼에도 티볼리가 시장에서 높은 성과를 거둘 수 있었던 비결은 ‘가격 경쟁력’을 갖췄기 때문이다. 2015년 티볼리의 국내 판매 가격은 최소 1630만원부터 시작했으며, 최고 트림 모델도 2370만원에 불과했다.

티볼리의 성공은 국내 완성차 업체들이 이 시장에 본격적으로 뛰어드는 촉진제가 됐다. 티볼리의 성공 직후 GM한국사업장은 쉐보레 브랜드 동급 SUV 트랙스의 상품성 개선 모델을 곧바로 선보이며 경쟁력 강화에 나섰고, 르노코리아는 QM3의 국내 배정 물량을 추가로 확보했다. 현대자동차도 시장 수요 확보를 위해 2017년 코나를 출시했다. 기아는 2019년 셀토스라는 이름의 소형 SUV로 시장을 뒤흔들었다.

국내 완성차 업체들이 앞다퉈 관련 신차를 쏟아내면서 소형 SUV 시장은 전성기를 맞았다. 국내 완성차 업체의 소형 SUV 판매 실적은 2018년 15만5041대, 2019년 18만4274대, 2020년 21만3349대로 지속 성장세를 이어갔다.


잘 나가던 소형 SUV 어쩌다...

이렇게 잘 나가던 소형 SUV가 주춤하기 시작한 것은 2021년부터다. 직전 해(2020년)에 21만대 이상 팔리며 소형 SUV 광풍이 불었지만, 1년 만에 연간 판매 대수가 14만대 밑으로 뚝 떨어졌다. 지난해에는 13만5000여대 수준으로 판매 대수가 더욱 감소했다.

업계에서는 국내 소형 SUV 시장이 침체기에 빠진 가장 큰 이유로 사라진 가격 경쟁력을 꼽는다. 소형 SUV 시장 성장의 기폭제가 된 티볼리의 경우 시작 판매 가격이 1600만원대였다. 동급 모델인 트랙스도 1900만원대의 가격에서 시작됐다.

코나, 셀토스 등 후발주자도 출시 초반에는 시작 판매 가격이 1800만원대였다. 하지만 상품성 개선을 거치면서 가격이 급등하기 시작했다. 풀체인지(완전변경), 페이스리프트(부분변경)을 거친 코나의 현재 시작 판매 가격은 2400만원 선이다. 셀토스도 2000만원대로 가격이 올랐다. 사실상 준중형 SUV와 큰 격차가 없는 셈이다. 국내 대표 준중형 SUV인 투싼의 경우 시작 판매 가격이 2500만원선이다. 또 다른 준중형 SUV 스포티지는 2400만원대부터 판매가 되고 있다.

큰 차에 대한 선호도가 증가한 것도 소형 SUV 시장이 침체기에 빠진 중 하나로 거론된다. 실제 소형 SUV 판매가 급감하기 시작한 시점에 대형차에 대한 수요가 늘었다. 한국자동차모빌리티산업협회에 따르면 지난 2021년 대형차급의 SUV 판매 대수는 34만489대로 전년 동기 대비 5.4% 증가했다. 반대로 중형급 이하 SUV의 판매 대수는 전년 동기 대비 7% 감소한 42만6385대에 머물렀다.

이 같은 양상은 계속 이어지고 있다. 카이즈유데이터연구소에 따르면 지난해 가장 많이 팔린 차급은 중형급(38만9305대) 모델이었으며, 준중형급(38만7368대), 대형(21만1818대) 순으로 이어졌다.

업계 관계자는 “티볼리 등이 인기를 끌었던 이유는 2000만원 미만의 가격 경쟁력으로 부족한 공간 활용성이라는 단점을 커버했기 때문”이라며 “대형사가 관련 시장에 진입하면서 가격 장벽이 높아졌고, 경쟁사들의 이탈이 더해지면서 시장 상황이 나빠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코로나 팬데믹 이후 레저, 캠핑 등 야외활동에 대한 니즈가 커지면서 작은 차에 대한 선호도가 낮아진 것도 원인 중 하나”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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