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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여름 더위 날려줄 삼척의 비밀 폭포 속으로…[E-트래블]

무건리 이끼폭포·이천폭포 등 삼척의 오지 폭포 유명

사람 발길이 거의 없는 이천폭포. 

[글·사진 강경록 이데일리 기자] 경북 울진과 접한 해안도시 삼척. 강원도 동해안의 최남단 도시다. 수도권에서 보면 한없이 멀고 외진 땅이다. 찾아가기 쉽지 않으니 그만큼 덜 알려졌다. 그 탓에 원시의 모습을 자연 그대로 보전하고 있는 곳 또한 많다. 삼척의 주요 볼거리는 대부분 해안가에 몰려 있지만 이번에 소개할 곳은 조금 다르다. 깨끗한 물길과 울창한 숲길을 따라 걷고 쉬며 지친 눈과 귀를 씻고 오기 좋은 곳이다. 물길·산길 두루 아름다운 삼척의 폭포들이 그 주인공. 도계읍 도계리의 이끼폭포, 원덕읍 이천리 호산폭포, 마지막으로 도계읍 삼포리의 미인폭포다. 각종 개발 논란에도 자연 그대로의 모습을 간직하고 있는 곳이다. 아담한 폭포와 깨끗한 물웅덩이, 이끼로 감싸인 바위들과 쓰러져 흙내를 풍기며 삭아가는 고목들을 눈으로 즐기고 싶다면 이곳에서 한적한 외딴 산길 산책에 나서길 권해본다.

오지 중의 오지인 ‘무건리 이끼폭포’

오지 중 최고의 오지로 꼽히는 강원도 삼척의 도계읍 도계리. 여기서 해발 1200m가 넘는 육백산 자락인 두리봉과 삿갓봉 줄기 사이 깊숙한 협곡에 폭포가 있다. 들키면 안 되는 보물처럼 누군가가 꼭꼭 숨겨둔 듯한 비밀의 폭포지만 일부 개념 없는 사진가들이 이끼와 주변 경관을 훼손해 삼척시가 한동안 출입을 전면 통제하며 그 신비함을 더한 ‘무건리 이끼폭포’가 첫 번째 주인공이다.

폭포까지의 여정은 멀고 험하다. 일단 대중교통으로는 접근 자체가 불가능하다. 그렇다고 차를 타고 폭포까지 갈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차로 이동할 수 있는 곳은 이끼폭포로 이어지는 임도까지다. 주차장에서 폭포로 이어지는 임도 끝까지 거리는 대략 4km. 초반 2km 정도는 매우 가파르다. 구시재 고갯길을 오르는 오르막 임도로 시멘트 포장도로다. 나머지는 비포장 흙길로 그나마 걷기가 편하다. 그래도 가파른 산길을 걷는 데만 편도 1시간 30분 거리다. 왕복 3시간 넘게 걷고 또 걸어야 하는 셈이다.

임도 끝에는 길 아래로 표지목을 따라 10여 분쯤 내려가면 무건리 이끼폭포가 있다. 시원한 바람을 일으키는 부채처럼 생긴 폭포와 그 옆의 이끼가 가득한 폭포, 그리고 깎아지른 절벽 사이로 쏟아지는 물줄기가 있는 상단 폭포로 이뤄져 있다. 나무를 짜서 놓은 광장에 세워둔 안내판에는 둥글고 너른 바위 위를 물이 치마처럼 흘러내리는 하단 폭포를 ‘제1이끼폭포’, 바위 위의 깊은 협곡 안쪽에서 길게 떨어지는 상단 폭포를 ‘제2이끼폭포’로 이름 붙여 놓았다.

투명한 옥빛의 소(沼)로 폭포가 부채처럼 쏟아져 내린다. 화사하고 우아한 모습의 제1이끼폭포다. 나무 덱 계단 위쪽에 놓인 전망대에서 보는 제2이끼폭포는 바위마다 뒤덮인 초록의 신비로운 이끼들로 비밀스러운 분위기다. 평소에는 이렇게 물줄기가 이끼를 적시지만 비가 온 뒤에는 협곡의 곳곳에서 비단으로 만든 커튼을 펼쳐놓은 듯 아름다운 물줄기가 퍼져 초록의 이끼에 생기를 불어넣는다. 이 모습에 이끌려 많은 이들이 이곳을 찾는다. 덱이 놓이기 전에는 하단폭포에서 아슬아슬하게 밧줄을 잡고 올라야 했다. 이 과정에서 이끼를 밟을 수밖에 없어 하단폭포의 이끼는 이때 대부분 망가졌다. 이끼는 성장 속도가 매우 느린 편이다. 한번 훼손되면 원상복귀에만 자그마치 20년이 걸릴 정도다. 삼척시는 출입을 통제하려고 했지만 몰래 숨어드는 이까지는 막을 수 없었다. 지금은 산불감시 요원을 두고 더 이상의 훼손을 막고 있다. 이제 전체 모습을 두 눈으로 볼 수는 없지만, 밖에서 그 모습을 조금 엿볼 수는 있다. 아기자기한 이끼폭포와 검푸른 용소가 강렬한 대조를 이루며 보는 사람의 넋을 쏙 빼놓는다. 마치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별천지를 들여다보는 느낌이다.

무건리 이끼폭포를 드론으로 바라본 모습. 


때 묻지 않은 아름다운 이천폭포를 찾아가다

삼척에서 이름난 곳들은 대부분 해안가에 몰려 있다. 십중팔구는 관광객 차지인 곳이다. 다행인 점은 깊은 산중에는 사람의 발길은커녕 입에도 잘 오르지 않는 곳들이 여전히 많다는 점이다. 그중 하나가 호산천이다. 원덕읍 인천리 삼금산 물골계곡 아래 자리한 하천이다. 이 물길을 따라 오르면 사람 발길이 거의 없는 이천폭포가 있다. 물길 아랫마을인 이천리의 지명을 딴 폭포다. 과거에는 마천·가천·오천 등 여러 이름으로 불리기도 했다. 이천리는 일제강점기 시절 행정구역을 개편하면서 마천(마흔천)과 수리, 두 마을을 합쳐서 만들어진 곳이다. 하류에서 중류 족으로 이천 2리와 이천 1리, 이천 3리가 차례로 이어진다.

폭포는 호산천 물길을 끼고 거슬러 올라가는 마지막 마을은 수터에서 사금산 자락으로 더 깊이 들어간 자리에 있다. 계곡의 지형이나 산세는 순한 편. 하지만 물길이 이어지는 계곡의 길이는 꽤 길다. 어림잡아도 20km가 족히 넘는다.

이천폭포는 사금산 임도 차단기 앞에 있다. 폭포를 만나려면 물을 건너 폭포 위쪽의 전망대까지 가야 한다. 다행히 나무 덱이 놓여있어 전망대까지 가는 길은 편하다. 아쉬운 점은 폭포 아래서 물줄기를 감상할 수 없다는 점이다. 이천폭포는 다른 폭포와 달리 위에서 폭포가 떨어지는 모습을 바라봐야 한다. 그래도 전망대에서 내려다보는 폭포의 모습은 상서로운 기운이 느껴질 정도로 힘차다. 믿기지 않을 정도로 장쾌한 물줄기를 토해내는 모습과 폭포 아래로 입을 딱 벌리고 있는 푸른 소를 바라보면 두려움마저 느껴질 정도다.

폭포에 얽힌 옛이야기도 있다. 갓 시집온 색시가 폭포 위에서 빨래하다 빠뜨린 결혼반지를 주우려다 급류에 휩쓸려 폭포 아래로 떨어졌다. 이때 천년 묵은 뱀이 색시를 삼키고 긴 꼬리를 끌고 바위에 기어올라 하늘로 올라갔다는 이야기다. 그때 푹 파인 발자국과 꼬리 자국은 폭포 위 바위에 지금도 선명하게 남아 있다고 한다. 그 뒤로 가뭄이 들면 죽은 색시의 한을 달래기 위해 이곳에서 기우제를 지냈다고 전한다.

이천폭포를 보기 위해서는 주의할 점도 몇 가지 있다. 바위골이 좁고 길어 폭우 때는 낙석 위험과 도로 유실 위험이 상존한다는 점이다. 걸어서 오르는 탐방이라도 장마철이나 태풍 시기, 폭우 직후에는 삼가는 게 좋다. 물길 상류 골짜기에는 민가도 없고, 안내판도 없다. 심지어 휴대전화도 터지지 않는다. 식수와 간식을 준비해 가는 것이 좋다.

이천폭포 위쪽 물골계곡으로는 멋진 비경이 숨어 있는 곳이 많다. 아쉬운 점은 사금산 임도 차단기가 차를 가로막고 있다는 점이다. 차단기 너머로 원시림의 숲속을 흐르는 계곡의 물길을 보며 아쉬움을 달랜다.

비단처럼 우아한 자태의 미인폭포

강원 태백에서 삼척으로 넘어가는 38번 국도인 통리재길. 이 고개를 넘어가면 통리협곡이 있다. 통리협곡은 흔히 미국의 그랜드캐니언에 비유한다. 생성 과정이나 지질학적 특성이 비슷해서다. 두 협곡 모두 붉은빛의 퇴적암으로 이루어져 있어서다. 협곡의 지층이 붉은빛을 띠는 건 강물이 마른 뒤 퇴적층이 건조한 공기를 만나 산화했기 때문이다. 특히 화강암 절벽이 대부분인 우리나라에서 붉은빛 수직곡의 느낌은 낯설다.

통리협곡을 그랜드캐니언에 비유하는 것은 사실 과장한 표현이다. 두 협곡의 크기부터 비교하지 못할 수준이다. 길이 445.8㎞에 달하는 그랜드캐니언과 달리 통리협곡의 길이는 10㎞에 불과하다. 그렇다고 못 한 것만 있는 게 아니다. 바로 미인폭포가 있어서다. 미인폭포는 삼척이 그동안 꼭꼭 숨겨온 곳. 오랜 시간 첩첩이 쌓인 퇴적암의 수직 바위를 타고 쏟아지는 옥빛 폭포다. 비단처럼 우아한 자태의 모습에 붙여진 이름이 바로 ‘미인’(美人)이다. 이름의 또 다른 유래는 남편을 잃은 미인이 이 절벽에서 투신했다는 이야기도 있다.

삼척에서 미인폭포를 찾아가는 길도 쉽지 않다. 우선 자그마한 절집 여래사부터 찾는 게 순서다. 태백에서 38번 국도를 타고 가다 통리삼거리에서 427번 지방도로로 우회전해 왼쪽 소로를 찾아 들어가면 여래사 입구다. 여래사 입구에 차를 대고 협곡 저 아래로 이어진 산길을 따라 한참 내려가면 작고 초라한 절집인 여래사가 있다. 여래사 경내의 요사채를 지나서 만나는 법당 앞이 협곡과 폭포가 한눈에 들어오는 명당자리.

여래사에서 바라보는 미인폭포는 그 이름처럼 여성적이다. 대부분의 폭포가 굵은 물줄기로 우르릉거리며 쏟아져 남성미를 과시하는 데 반해, 미인폭포는 가녀리고 우아한 미인의 자태를 보여준다. 50m 높이의 적벽 협곡 사이를 수직으로 흘러내리는 물이 아래쪽의 바위를 타고 분수처럼 갈라져 퍼진다. 맑은 날이면 벼랑 이곳저곳에는 드문드문 단풍이 반짝여 운치를 더해주고 흐린 날이면 안개나 구름으로 뒤덮여 신비한 모습을 보여준다. 미인폭포에서 가장 인상적인 것은 폭포 아래 고여 있는 오묘한 물색이다. 마치 코발트 물감에다 우유를 부은 듯한 색감이다. 본디 석회암이 녹아 들어간 물색이 푸른빛을 띤다는데 그 색감이 더없이 이국적이다.

삼척 통리협곡에서 만날 수 있는 미인폭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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