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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서울 도심’ 15분 만에…도심항공모빌리티(UAM) 상용화 되려면 [김기동의 이슈&로]

한국 도시화율 91%…수도권 인구밀집도 전 세계 5위
도심항공 모빌리티 주목 “법·제도적 기반 조성돼야”

서울시청 앞 세종대로에서 열린 도심 집회로 교통 혼잡이 빚어지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김기동 법무법인 로백스 대표 변호사] 전 세계가 인구의 도시 집중화로 인한 교통 혼잡 및 환경 오염, 소음 공해 등의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UN은 전 세계 도시화율(도시 거주 인구 비중)이 2018년 55.3%에서 2035년 62.5%에 이를 것으로 전망한다. 우리나라는 2019년 도시화율이 91%로 이미 포화상태이며, 수도권의 인구밀집도는 전 세계 5위 수준이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국내 교통혼잡비용은 연간 38조5000억원에 이른다.

교통지옥에 갇힌 수도권…미래형 교통수단 뜬다 

이러한 도시 집중화에 따른 문제를 해결할 3차원 미래형 교통수단으로 도심항공모빌리티(UAM, Urban Air Mobility)가 떠오르고 있다. UAM은 고도로 자동화된 전기동력 수직이착륙 항공(eVTOL, electric Vertical Take Off & Landing)을 이용해 낮은 고도(300∼600m)에서 승객이나 화물을 운송하는 항공 운송시스템을 말한다. 현재 개발 중인 미국과 독일 선도업체의 eVTOL은 최대 시속 300km, 한번 충전으로 인한 최대 운항거리 300km 정도의 성능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전기동력과 분산 전기추진 등 기술의 발달로 수직 이착륙 할 수 있어 활주로가 필요 없어졌고, 자동차 소음보다는 낮은 60데시벨 이하의 저소음 운항도 가능해졌다. 분산 전기추진은 안전성을 확보하는 UAM의 핵심기술이다. 이는 바람개비 형태의 ‘로터’를 제각각 통제하는 기술로써 로터가 일부 파손돼도 추락 위험 없이 목적지까지 운항하게 한다. 1997년 개봉되었던 브루스 윌리스 주연의 영화 ‘제5원소’를 보면 에어택시가 줄지어 빌딩 사이를 날고 있는 모습이 나온다. 그런 공상과학영화에서나 등장하던 UAM이 눈앞의 현실로 다가온 것이다.

도심항공교통 체험하는 엑스포 실사단. 실사단은 UAM 모형에 탑승해 드론으로 촬영된 현재 부산 북항 일대 전경에 혼합현실(MR)로 덧씌워지는 2030년 미래의 부산 일대 모습을 체험했다. [사진 연합뉴스] 
세계 각국은 UAM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무한 경쟁에 돌입했다. UAM은 기체 양산에서부터 인프라 구축, 인력 관리, 운송 서비스 및 플랫폼 등 다양한 산업 분야가 연결된 거대한 모빌리티 생태계이다. UAM이 상용화되면 비행기나 자동차가 처음 등장했을 때처럼 산업 및 경제구조에 급격한 변화가 초래될 것이다.

글로벌 투자은행(IB) 모건스탠리는 2020년 70억 달러에서 연평균 30% 이상씩 성장해 2040년 전 세계 UAM 시장 규모가 1조5000억 달러(약 2000조원)에 이를 것이라고 전망한다. 

미국, 독일, 영국 등에서는 기체 개발을 상당 수준까지 진행하였고, 후발주자인 우리나라도 대기업을 중심으로 기체 개발에 나섰다. 2025년 전후 UAM 상용화가 시작되어, 2030년 이후 본격적인 궤도에 오를 것으로 전망된다.

국토교통부는 2025년 인천공항과 서울 주요 도심을 15∼20분 만에 오가는 ‘에어택시’를 시범사업으로 시작할 예정이다. 이용 요금은 40km 비행(인천공항-여의도) 시 1인당 12만 원 수준으로 예상하고 있다.

UAM의 상용화를 위해서는 해결해야 할 과제들이 많다. UAM이 기존 교통수단과는 완전히 다른 체계인 만큼 인프라 구축, 기술 개발 등 모든 부분이 새롭게 만들어져야 한다. 기체 개발, 버티포트(Vertiport, 수직이착륙장) 건설, 5·6G 통신망 구축 등이 필수적이다. 무엇보다도 기술적 표준을 새롭게 만들어야 하고, 기존 법령에 따른 규제 문제가 해결돼야 한다. 

항공안전법, 항공사업법, 공항시설법, 항공보안법 등 현행 항공 관계 법령은 항공기의 제작과 운항, 항공기의 이용 등 항공기에 의해 발생하는 법률관계를 광범위하게 규율하고 있다. 승무원의 기내 음주나 흡연에 대하여 형사 처벌하는 규정을 둘 정도로 세밀한 부분까지 법률로써 규제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항공 관계 법령은 워낙 전문적인 영역이라 법 해석상 논란이 적지 않았다. 2014년 소위 ‘땅콩 회항 사건’에서 항공사 대주주 일가가 여객기를 지상에서 17m 이동하도록 하였다고 항공보안법상 ‘항로변경죄’로 기소됐으나, ‘항로’의 해석을 두고 논란이 된 끝에 무죄가 선고됐다.

항공기 사고의 경우, 항공보험에 의한 보상 외 과실의 정도에 따라 어느 정도의 배상책임이 인정되는지도 재판에서 많이 다퉈지고 있다. 따라서 기존 법령에 따른 규제를 넘어설 수 있도록 정부가 도와주지 않으면 UAM과 같은 신산업은 성장할 수 없다.

미국은 백악관을 중심으로 정부와 산업계가 공동으로 UAM 시장을 석권하기 위한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미국 연방항공청(FAA)은 UAM 산업을 위한 법안이 마련되기까지 기다리지 않고 기존 항공법에서 허락하는 범주 내에서 사업자들에게 운영을 허용한다. 이후 필요한 규정을 만드는 탑다운(Top-down) 전략으로 산업체를 지원하고 있다. 미 의회는 UAM 생태계 개발을 위한 법률을 제정했고, 버티포트 인프라 구축을 위한 법률도 상원 통과를 앞두고 있다.

EU도 UAM 인증체계를 가장 빠르게 구축하며 산업체의 요구에 대응하고 있다. EU 항공청(EASA)는 무인항공 시스템(UAS)과 eVTOL를 통합한 UAM 규칙 초안을 금년 내 개발 완료할 예정이다.

서울 남산에서 바라본 업무용 빌딩들. [사진 연합뉴스] 
우리나라는 드론 산업과 관련된 규제를 신속하게 정비하지 못해 기술력에서는 앞섰지만, 드론 산업화에서는 중국보다 훨씬 뒤처졌던 경험이 있다. 선진국에서 드론 이용의 대중화가 본격화된 것은 2010년 이전이지만, 우리나라는 2019년이 돼서야 ‘드론 활용의 촉진 및 기반조성에 관한 법률’이 제정됐다. 이런 실패를 반복해서는 안 될 것이다.

안전이 최우선적으로 고려돼야 하지만, 기술적인 표준도 정해지지 않은 혁신적인 교통수단인 UAM에 대해 추상적인 위험 판단에 따라 사전에 높은 수준의 안전 규제를 요구한다면 UAM의 실현은 마냥 지연될 것이다. 증기기관을 개발한 영국이 자동차 운행에 대하여 과도한 안전 규제를 도입해 자동차산업에서는 독일과 미국에 뒤처진 19세기‘적기(赤旗) 조례’ 사례를 교훈으로 삼아야 할 것이다. 전문가들은 UAM의 안전 수준은 지상교통보다는 높고, 기존의 항공교통과 유사한 수준이 적정하다고 보고 있다. 

새로운 산업을 선도해야하는 입법 특성상 처음부터 내용상으로 완벽한 입법을 기대하는 것은 비현실적이다. 법률이 제정되면 신속하게 하위법령까지 제·개정해 규제를 정비함으로써 산업 발전을 지원하되, 시행과정에서 드러나는 새로운 문제점에 대하여는 법령을 계속 정비해 나간다는 실용적인 정책과 행정이 요구된다.

다행히 근래 들어 우리 정부와 국회가 UAM 상용화를 위해 적극적으로 움직이고 있다. 지난해 하반기 여야 국회의원들이 제출한 UAM 특별법안이 국회 국토교통위원회에서 심도 있게 검토되고 있어 멀지 않은 시점에 UAM 특별법 제정이 이뤄지리라 기대한다. UAM은 아직 전 세계적으로 최강자가 없는 초기 시장 형성단계이다. 정부와 산업계가 힘을 합친다면 UAM이라는 미래 모빌리티 혁명에서 우리나라가 가장 앞서 나갈 수 있다는 희망을 품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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