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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용진, 나파밸리 와이너리 욕심…나라셀라 영향 줄까

신세계그룹 나파밸리 와이너리 잇단 인수 “우량자산 확보·와인 차별화”
나파밸리 와인 판권 확보 통해 성장한 나라셀라에 ‘부정적 시그널’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이 서울 서초구 aT센터에서 열린 2023 이마트24 상품전시회 딜리셔스 페스티벌에서 주류코너를 살펴보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이코노미스트 마켓in 이승훈 기자] 신세계그룹이 미국 캘리포니아 나파밸리 와이너리(와인양조장) ‘얼티미터 빈야드’(Altimeter Vineyard)를 인수한다. 앞서 쉐이퍼 빈야드·와일드푸트 빈야드 이어 미국 현지 와이너리 인수는 세 번째다. 이번 추가 인수로 신세계그룹이 나파밸리 내 네트워크를 강화해 나갈 것으로 보이면서, 이 일대 와인을 국내에 유통해왔던 나라셀라에게 위협이 될 수 있다는 우려의 시선이 제기된다. 

14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부동산 투자·개발업체 신세계프라퍼티 미국 자회사인 쉐이퍼 빈야드(Shafer Vineyard)가 캘리포니아 나파밸리 와이너리 얼티미터 빈야드를 인수하기로 했다. 인수 금액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수백억 규모로 알려진다. 

얼티미트 빈야드는 나파밸리 내 와인산지 중 하나인 아틀라스 픽(Atlas Peak)에 위치한다. 약 4만제곱미터(약 1만2000평) 규모의 땅을 보유하고 있다. 750㎖ 기준 1병에 375달러(약 48만원)에 판매되는 프리미엄 와인인 카베르네 쇼비뇽(Cabernet Sauvignon)을 제조한다.

이번 거래에는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이 적극 관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 부회장은 와인 감별 능력부터 양조 지식까지 두루 갖춘 와인 전문가로 통한다. 정 부회장은 지난해 2월 약 3000억원을 들여 인수한 쉐이퍼 빈야드 당시부터 사업을 직접 챙겨왔다. 이어 지난해 8월앤 와일드푸트 빈야드(Wildfoote Vineyard)를 약 460억원에 인수하며 와이너리 포트폴리오를 늘렸다. 지난 2008년 와인 수입사인 신세계와인컴퍼니(현 신세계L&B)를 직접 설립한 정 부회장은 지난 4월엔 이마트 와인 전문 매장 ‘와인클럽’도 열었다. 

와인을 수입하는 데 그치지 않고 보유 와이너리에서 직접 생산해 경쟁사와 차별화한다는 게 정 부회장의 전략이다. 직접 생산하면 독점적으로 와인 공급이 가능해지고 부동산 가치 상승에 따른 수익도 챙길 수 있어 일석이조다. 

신세계 프라퍼티 관계자는 “이번 인수는 신세계 와이너리 우량 자산 확보 및 와인 차별화를 위해서다”며 “와인사업과 그룹 사업 시너지가 예상된다”고 말했다. 

신세계의 와인 유통 시장 진출로 국내 중소 업체에게는 위협적인 요인이 될 수밖에 없다. 최근 상장한 나라셀라의 경우도 쉐이퍼 빈야드의 국내 판권을 신세계L&B로 내준 아픈 경험이 있다. 

이는 지난해 2월 신세계프라퍼티가 미국 자회사 스타필드 프라퍼티를 앞세워 쉐이퍼 빈야드를 인수하면서다. 이후 정 부회장이 지난해 6월 현지 사업을 점검하기 위해 미국에 방문했고 그 결과 쉐이퍼 빈야드의 국내 판권이 나라셀라에서 신세계L&B로 넘어가게 됐다. 

와인평론가들 사이에서 ‘쉐이퍼 힐사이드 셀렉트’를 포함한 쉐이퍼 빈야드의 5종 와인은 나라셀라가 수입·유통하는 500여종 와인 중 최고급 상품으로 평가받기도 했다. 나라셀라는 1997년 설립된 와인 수입사로 몬스테스알파, 죠셉 펠프스, 덕혼, 폴 자불레, 킴 크로프드 등 120개 브랜드와 500여종의 와인을 유통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나라셀라가 나파밸리의 와인 브랜드 판권을 확보하면서 성장했다고 분석하고 있다. 나라셀라 매출액은 2019년 469억원에서 지난해 1072억원으로 3년만에 2배 늘었고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36억원에서 120억원으로 3배 이상 증가했다. 

이에 나라셀라는 쉐이퍼 빈야드의 국내 판권을 신세계그룹에 내준 후 즉각 대응에 나서기도 했다. 지난해 나파밸리의 3대 와이너리 중 하나로 꼽히는 ‘잉글눅’의 와인을 새로 들여왔다. 

하지만 신세계그룹이 나파밸리 와이너리를 또 다시 인수하면서 나라셀라의 긴장감도 높아질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신세계그룹이 나파밸리 일대 와이너리를 확보하면서 지역 네트워크를 강화해 나갈 수 있어서다. 나파밸리 지역에서 생산되는 프리미엄 와인의 국내 판권을 확보하기 쉽지 않은 것으로 알려진다. 나파밸리는 높은 가격대의 컬트와인이 생산되는 미국 캘리포니아 지역이다. 그만큼 해당 와인의 국내 판권을 얻기 위해서는 오랜 기간 동안의 두터운 신뢰가 바탕이 돼야한다는 분석이다. 

또한 신세계그룹이 보유 와이너리에서 직접 생산을 통해 경쟁사와 차별화를 목표로 하는 만큼 와인 수입을 전문으로 하는 나라셀라는 한계에 부딪힐 수 있다. 특히 나라셀라는 상장 준비 초기부터 몸값 고평가 논란이 불거기도 했다. 이런 탓인지 지난 2일 국내 와인 유통기업 1호로 코스닥 시장에 상장했지만 주가가 공모가(2만원)을 밑돌며 부진한 흐름을 이어갔다. 

와인업계 관계자는 “나라셀라가 그래도 미국 쪽 좋은 포트폴리오를 많이 갖고 있다”며 “다만 신세계그룹측의 나파밸리 와이너리 잇단 인수가 긍정적인 신호는 아닌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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