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룡 기업’ 현대·기아는 왜 스타트업에 공들일까[이코노Y]
2017년 이후 200개 넘는 스타트업에 1조3000억원 투자
유망 스타트업 발굴 위해 전 세계 5곳에 혁신 거점 운영
“스타트업 생태계와 시너지 기회 지속 발굴하겠다”
[이코노미스트 이지완 기자] 현대자동차와 기아가 오픈이노베이션을 통해 스타트업 육성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관련 활동을 본격화한 이후 굴직한 해외 투자를 제외하고 약 7년간 1조원 이상을 쏟아부었다. 국내 대표 4대 그룹 중 하나인 현대자동차그룹은 왜 작은 규모의 스타트업에 관심을 두는 것일까.
7년간 투자한 스타트업만 200여개
15일 현대차그룹에 따르면 현대차·기아가 오픈이노베이션 활동을 본격적으로 강화한 시점은 지난 2017년이다. 이후 올해 1분기까지 200여개 이상의 스타트업에 1조3000억원을 투자했다. 보스턴 다이내믹스, 모셔널, 슈퍼널 등 대규모 해외 투자는 제외된 수치다.
현대차·기아가 투자한 스타트업들의 사업 분야는 모빌리티 서비스 분야뿐 아니라 전동화, 커넥티비티, 인공지능(AI), 자율주행, 에너지, 로보틱스 등 미래 신사업 영역을 망라한다.
분야별로 보면 모빌리티 분야가 7537억원으로 가장 많다. 이어 전동화 2818억원, 커넥티비티 1262억원, 인공지능 600억원, 자율주행 540억원, 에너지(수소 포함) 253억원 순이다.
현대차그룹은 혁신 아이디어를 지닌 스타트업을 발굴·투자하는 데 그치지 않고 다양한 육성 프로그램 운영과 실증 사업 지원, 기술 노하우 공유 등을 통해 성공적인 시장 안착과 원활한 제품·서비스 개발을 돕고 있다. 그룹의 내부 자원과 스타트업의 아이디어 및 밸류체인을 결합해 급변하는 외부 생태계에 민첩하게 대응할 수 있는 체계를 갖춰 미래 신사업, 신기술 창출 기회를 선제적으로 확보하기 위함이다.
현대차그룹은 국내를 포함한 전세계 수많은 스타트업들과의 협력 관계 구축을 통해 미래 혁신 성장동력을 선점하는 한편, 이들의 글로벌 성장이 원활히 지속될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한다는 계획이다.
현대차·기아 오픈이노베이션추진실 황윤성 상무는 “혁신적인 기술이나 서비스를 통해 인류의 삶에 긍정적인 변화를 이끌 수 있는 스타트업이 바로 우리 그룹이 찾고 있는 기업”이라며 “새로운 고객 가치를 창출하고 협력 과정에서 우리에게 중요한 인사이트를 주는 스타트업에 적극 투자하고 육성함으로써 상호 윈-윈할 수 있는 체계를 갖추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까다로운 기준으로 전 세계 눈여겨본다
현대차그룹의 오픈이노베이션은 목적에 따라 4가지 투자 유형으로 구체화된다. ▲그룹 자체적으로 필요한 기술 및 사업 영역에서 직접 스타트업을 창업하기 위한 컴퍼니빌딩(Company building) ▲변화가 빠른 신성장 사업 영역의 트렌드를 신속하게 파악하기 위한 센싱(Sensing) 투자 ▲즉시 혹은 단기간 내 사업역량 확보를 위한 전략 투자 ▲예상 시너지 효과에 따라 실제 협업을 추진하기 위한 연계 투자 등이다.
현대차그룹은 전 세계에 숨어있는 유망 스타트업 발굴을 위해 미국, 독일, 이스라엘, 중국, 싱가포르 등 5개 국가에 ‘크래들’(CRADLE)이라는 혁신거점을 운영 중이다. 한국에는 오픈이노베이션의 허브 역할을 수행하는 ‘제로원’(ZER01NE)을 설립했다. 또한 전 세계 주요 국가에서 총 19개의 투자 펀드를 운영하며 글로벌 투자 역량을 제고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2018년 설립된 제로원은 매년 ‘제로원 액셀러레이터’(ZERO1NE Accelerator)라는 스타트업 육성 프로그램을 통해 국내 유망 스타트업 발굴 및 지원을 펼치고 있다. 오픈이노베이션의 범주를 예술가로까지 확대해 크리에이터들간 협업을 촉진하는 ‘제로원 플레이그라운드’(ZERO1NE Playground)'도 운영하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임직원을 대상으로 사내 스타트업 제도(H스타트업)를 운영 중이다. 지금까지 총 30개의 사내 스타트업이 분사했으며, 이들의 누적 매출액은 2800억원, 신규 인력 채용은 800명 이상을 달성했을 정도로 시장 가치와 사업성을 인정받고 있다.
이외에도 국내외 유망 스타트업을 대상으로 전략투자 및 센싱투자 업무를 진행하는 CVC(Corporate Venture Capital, 벤처투자), M&A 및 JV 등으로 전략적 협업을 지원하는 CorpDev(Corporate Development, 전략투자)팀 등을 운영하고 있다.
황윤성 상무는 “현대차그룹은 모빌리티 산업을 선도하기 위해 스타트업 파트너들과 개방적이면서도 창의적 혁신활동을 통해 새로운 가치와 경쟁력을 창출해 나갈 예정”이며 “전 세계의 유망 스타트업과 혁신 파트너들을 적극 지원하며 그들의 성장 단계에 맞춰 전문적이고 다양한 육성 및 협업 프로그램을 제공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계단 오르내리는 ‘배달로봇’·건물 벽 촬영하는 ‘드론’
현대차그룹은 이 같은 오픈이노베이션 활동의 성과를 공개하기 위해 이날(15일) 오전 10시 서울 마포구에 위치한 호텔 나루 서울 엠갤러리에서 오픈이노베이션 테크데이를 개최했다.
현장에서는 현대차그룹이 직접 투자하고 협업하는 주요 스타트업의 핵심 기술이 공개됐다. 배달로봇이 계단을 오르내리고 드론이 건물 벽을 촬영해 미세한 결함도 척척 발견한다. 또한 AI로 공간에 최적화된 음악을 선곡 받거나 가상 인간의 공연을 본다. 영상 속 공간을 그 현장에 있는 것처럼 탐험하기도 한다.
모두 현대차그룹이 직접 투자하고 협업한 주요 스타트업 ▲모빌(공간과 시간에 제약 없는 라스트마일 배달로봇 서비스) ▲모빌테크(3차원 공간 스캐닝, 디지털 트윈 구축) ▲메타버스엔터테인먼트(AI 기반 버추얼 휴먼 제작 및 시각 특수효과 사업) ▲뷰메진(자율 비행 드론 및 AI 기술 기반 건설 현장 안전 및 품질 검사 솔루션) ▲어플레이즈(공간, 사용자 특성 맞춤형 음악 큐레이션 서비스) 등의 기술이다.
개인적으로 가장 눈에 띈 것은 모빌의 배달로봇이다. 4개의 바퀴가 적재함을 유지하는 단순한 구조였지만 적재함 수평 유지 기능, 전원 차단 시 적재함 위치 고정 기능, 3D 라이다를 이용한 주/야간 3차원 위치추정 기술 등 다양한 첨단 기술이 적용된 것이 특징이다.
현대차그룹뿐 아니라 다양한 기업과 협업이 이뤄지고 있다. 모빌 관계자는 “올해 CU와 검증 사업을 한 달여간 진행했고, 호반건설 계열 리조트에서도 배달을 할 예정”이라며 “내년에는 도로공사와 협업해 교통통제 역할 등도 하게 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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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년간 투자한 스타트업만 200여개
15일 현대차그룹에 따르면 현대차·기아가 오픈이노베이션 활동을 본격적으로 강화한 시점은 지난 2017년이다. 이후 올해 1분기까지 200여개 이상의 스타트업에 1조3000억원을 투자했다. 보스턴 다이내믹스, 모셔널, 슈퍼널 등 대규모 해외 투자는 제외된 수치다.
현대차·기아가 투자한 스타트업들의 사업 분야는 모빌리티 서비스 분야뿐 아니라 전동화, 커넥티비티, 인공지능(AI), 자율주행, 에너지, 로보틱스 등 미래 신사업 영역을 망라한다.
분야별로 보면 모빌리티 분야가 7537억원으로 가장 많다. 이어 전동화 2818억원, 커넥티비티 1262억원, 인공지능 600억원, 자율주행 540억원, 에너지(수소 포함) 253억원 순이다.
현대차그룹은 혁신 아이디어를 지닌 스타트업을 발굴·투자하는 데 그치지 않고 다양한 육성 프로그램 운영과 실증 사업 지원, 기술 노하우 공유 등을 통해 성공적인 시장 안착과 원활한 제품·서비스 개발을 돕고 있다. 그룹의 내부 자원과 스타트업의 아이디어 및 밸류체인을 결합해 급변하는 외부 생태계에 민첩하게 대응할 수 있는 체계를 갖춰 미래 신사업, 신기술 창출 기회를 선제적으로 확보하기 위함이다.
현대차그룹은 국내를 포함한 전세계 수많은 스타트업들과의 협력 관계 구축을 통해 미래 혁신 성장동력을 선점하는 한편, 이들의 글로벌 성장이 원활히 지속될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한다는 계획이다.
현대차·기아 오픈이노베이션추진실 황윤성 상무는 “혁신적인 기술이나 서비스를 통해 인류의 삶에 긍정적인 변화를 이끌 수 있는 스타트업이 바로 우리 그룹이 찾고 있는 기업”이라며 “새로운 고객 가치를 창출하고 협력 과정에서 우리에게 중요한 인사이트를 주는 스타트업에 적극 투자하고 육성함으로써 상호 윈-윈할 수 있는 체계를 갖추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까다로운 기준으로 전 세계 눈여겨본다
현대차그룹의 오픈이노베이션은 목적에 따라 4가지 투자 유형으로 구체화된다. ▲그룹 자체적으로 필요한 기술 및 사업 영역에서 직접 스타트업을 창업하기 위한 컴퍼니빌딩(Company building) ▲변화가 빠른 신성장 사업 영역의 트렌드를 신속하게 파악하기 위한 센싱(Sensing) 투자 ▲즉시 혹은 단기간 내 사업역량 확보를 위한 전략 투자 ▲예상 시너지 효과에 따라 실제 협업을 추진하기 위한 연계 투자 등이다.
현대차그룹은 전 세계에 숨어있는 유망 스타트업 발굴을 위해 미국, 독일, 이스라엘, 중국, 싱가포르 등 5개 국가에 ‘크래들’(CRADLE)이라는 혁신거점을 운영 중이다. 한국에는 오픈이노베이션의 허브 역할을 수행하는 ‘제로원’(ZER01NE)을 설립했다. 또한 전 세계 주요 국가에서 총 19개의 투자 펀드를 운영하며 글로벌 투자 역량을 제고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2018년 설립된 제로원은 매년 ‘제로원 액셀러레이터’(ZERO1NE Accelerator)라는 스타트업 육성 프로그램을 통해 국내 유망 스타트업 발굴 및 지원을 펼치고 있다. 오픈이노베이션의 범주를 예술가로까지 확대해 크리에이터들간 협업을 촉진하는 ‘제로원 플레이그라운드’(ZERO1NE Playground)'도 운영하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임직원을 대상으로 사내 스타트업 제도(H스타트업)를 운영 중이다. 지금까지 총 30개의 사내 스타트업이 분사했으며, 이들의 누적 매출액은 2800억원, 신규 인력 채용은 800명 이상을 달성했을 정도로 시장 가치와 사업성을 인정받고 있다.
이외에도 국내외 유망 스타트업을 대상으로 전략투자 및 센싱투자 업무를 진행하는 CVC(Corporate Venture Capital, 벤처투자), M&A 및 JV 등으로 전략적 협업을 지원하는 CorpDev(Corporate Development, 전략투자)팀 등을 운영하고 있다.
황윤성 상무는 “현대차그룹은 모빌리티 산업을 선도하기 위해 스타트업 파트너들과 개방적이면서도 창의적 혁신활동을 통해 새로운 가치와 경쟁력을 창출해 나갈 예정”이며 “전 세계의 유망 스타트업과 혁신 파트너들을 적극 지원하며 그들의 성장 단계에 맞춰 전문적이고 다양한 육성 및 협업 프로그램을 제공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계단 오르내리는 ‘배달로봇’·건물 벽 촬영하는 ‘드론’
현대차그룹은 이 같은 오픈이노베이션 활동의 성과를 공개하기 위해 이날(15일) 오전 10시 서울 마포구에 위치한 호텔 나루 서울 엠갤러리에서 오픈이노베이션 테크데이를 개최했다.
현장에서는 현대차그룹이 직접 투자하고 협업하는 주요 스타트업의 핵심 기술이 공개됐다. 배달로봇이 계단을 오르내리고 드론이 건물 벽을 촬영해 미세한 결함도 척척 발견한다. 또한 AI로 공간에 최적화된 음악을 선곡 받거나 가상 인간의 공연을 본다. 영상 속 공간을 그 현장에 있는 것처럼 탐험하기도 한다.
모두 현대차그룹이 직접 투자하고 협업한 주요 스타트업 ▲모빌(공간과 시간에 제약 없는 라스트마일 배달로봇 서비스) ▲모빌테크(3차원 공간 스캐닝, 디지털 트윈 구축) ▲메타버스엔터테인먼트(AI 기반 버추얼 휴먼 제작 및 시각 특수효과 사업) ▲뷰메진(자율 비행 드론 및 AI 기술 기반 건설 현장 안전 및 품질 검사 솔루션) ▲어플레이즈(공간, 사용자 특성 맞춤형 음악 큐레이션 서비스) 등의 기술이다.
개인적으로 가장 눈에 띈 것은 모빌의 배달로봇이다. 4개의 바퀴가 적재함을 유지하는 단순한 구조였지만 적재함 수평 유지 기능, 전원 차단 시 적재함 위치 고정 기능, 3D 라이다를 이용한 주/야간 3차원 위치추정 기술 등 다양한 첨단 기술이 적용된 것이 특징이다.
현대차그룹뿐 아니라 다양한 기업과 협업이 이뤄지고 있다. 모빌 관계자는 “올해 CU와 검증 사업을 한 달여간 진행했고, 호반건설 계열 리조트에서도 배달을 할 예정”이라며 “내년에는 도로공사와 협업해 교통통제 역할 등도 하게 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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