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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박·횡령·배임 등에 고액 연봉까지…피해는 기업의 몫?

[이코노미스트 데이터랩 보고서-미등기 오너의 사건·사고]③
다양한 사건 일으켜 사회적 지탄 받아
구속 기소된 기업 오너로 회사 주가 휘청


[이코노미스트 원태영 기자] 국내 주요 130개 그룹에서 미등기임원이면서 작년 한 해 받은 연간 보수가 10억원이 넘은 오너 일가는 이코노미스트 조사 결과 최소 25명인 것으로 파악됐다. 특히 이중 일부 오너 일가는 높은 보수는 물론 사회적 물의를 일으키며 기업의 이미지에 악영향을 끼치기도 했다. 

기업 오너가 높은 연봉을 받는 주요 이유는 책임 경영 차원에서다. 국내 상당수 오너 경영자들은 대표이사를 비롯해 등기임원을 맡고 있는 경우가 많다.

통상 사내이사를 비롯해 대표이사는 이사회에서 참여하는 핵심 경영진이다. 이사회는 기업의 최고 의사결정 기구로 기업의 중요한 문제를 결정한다. 이와 달리 오너라고 해도 등기임원이 아니면 이사회 참석 자체가 불가능하다. 미등기 오너는 이사회 멤버가 아니라는 얘기다. 

아울러 미등기임원은 회사에 문제가 생기면 법적 책임에서도 한 발 떨어져 있을 수 있다. 지분으로 보면 오너 경영자가 실질적인 주인이지만, 이사회 멤버가 아니면 경영과 관련해 발생한 여러 문제에 대해서 직접적인 법적 책임을 지지 않아도 된다. 가령 직원이 회사를 상대로 소송을 하더라도 오너가 대표이사를 맡고 있지 않으면 해당 소송에서 오너가 직접 책임지는 일은 드물다. 도의적인 책임만 질 뿐이다. 

일부 오너는 사회적 물의를 일으키며 회사 이미지에 악영향을 끼치기도 했다. 이에 이코노미스트 데이터랩은 회사 이미지에 악영향을 끼친 주요 오너를 분석했다. 

(왼쪽부터) 장세주 동국홀딩스 회장, 이동채 에코프로 상임고문. [사진 각 사]

장세주 동국홀딩스(舊 동국제강) 회장은 2022년 기준 미등기임원이면서 58억4000만원의 보수를 챙긴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장 회장은 지난 2015년 5월 대규모 회삿돈 횡령과 원정도박 등의 혐의로 구속기소 된 바 있다.

이후 2015년 6월 대표직을 물러났다. 장 회장은 2016년 11월까지 재판을 치렀고 실형을 선고받아 복역했으며 2018년 4월 가석방됐다. 특정경제범죄법에 따라 5년간 취업을 제한받아 경영일선에 나서지 못했던 장 회장은 지난해 윤석열 정부의 광복절 사면을 받아 경영 복귀가 가능해졌다. 이후 장 회장은 지난 5월 동국제강 인적 분할로 지주사가 된 동국홀딩스에서 등기임원에 선임됐다. 8년 만에 이사회 멤버로 복귀하게 된 것이다.

박찬구 금호석유화학 회장도 장세주 동국홀딩스 회장과 마찬가지로 2022년 기준 미등기임원이면서 50억원이 넘는 보수를 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박 회장은 계열사 법인 자금을 아들 박준경 금호석유화학 사장에게 담보 없이 빌려주는 등 130억이 넘는 규모의 배임을 저지른 혐의로 기소돼 2018년 12월 대법원에서 징역 3년·집행유예 5년이 확정된 바 있다. 특정경제범죄법(제14조)에 따르면, 5억원 이상 횡령·배임 등의 범행을 저지르면 일정 기간 취업이 제한된다.

(왼쪽부터)박찬구 금호석유화학 회장, 이해욱 DL그룹 회장 [사진 각 사]

하지만 박 회장은 집행유예 기간인 2019년 3월 금호석유화학 대표이사(등기임원)로 취임했다. 하지만 법무부가 이를 불승인했고, 이후 불승인 취소 소송을 냈으나 패소해 지난 2021년 6월 대표이사 및 등기이사에서 스스로 물러났다. 2심에서는 박 회장이 승소했지만 지난해 10월 대법원에서 파기 환송됐다. 이후 최근까지 미등기임원 회장직을 맡는 등 회장직을 유지해 왔다. 한편 박 회장은 지난 5월 경영진에게 회장직에서 물러나겠다는 뜻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박 회장은 일선 경영에서 손을 떼고 무보수 명예회장직을 수행하고 있다.

이해욱 DL그룹(舊 대림) 회장은 미등기임원 자격으로 지난해 48억100만원의 보수를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이 회장은 지난해 11월 계열사를 이용해 개인 회사를 부당 지원한 혐의로 2심에서도 유죄를 선고받았다. 당시 서울중앙지법 형사항소4-3부는 이 회장에게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1심과 같은 2억원의 벌금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같은 혐의로 기소된 DL그룹에 5000만원, 글래드호텔앤리조트에도 3000만원의 벌금을 각각 선고했다.  
 
이 회장은 그룹 호텔 브랜드 ‘글래드’(GLAD) 상표권을 부동산컨설팅사 에이플러스디(APD)에 넘겨주고, 계열사인 오라관광(현 글래드호텔앤리조트)이 2015년 글래드 브랜드 사용 계약을 맺어 2016~2018년 동안 매달 이용 수수료를 지급하게 했다. APD는 이 회장과 아들이 지분 100%를 갖고 있는 회사다. 검찰은 오라관광이 APD에 지급한 수수료가 2016년 1월~2018년 7월까지 약 31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검찰은 이 회장이 이 같은 과정을 통해 수익을 챙겼다고 판단해 2019년 말에 불구속기소 했다.

이 회장은 오너 일가의 3세 경영인으로, 대림 창업주인 고(故) 이재준 명예회장의 손자이자 이준용 명예회장의 아들이다. 그는 과거 대림산업 부회장 시절 수행 운전기사에 폭언·폭행을 했다는 ‘갑질’ 논란이 일자 성찰과 자숙의 시간을 갖겠다며 용서를 구하기도 했다.    

지난해 3월 내부자 거래 의혹으로 대표이사 자리에서 물러난 이동채 에코프로 상임고문은 2022년 기준 지주회사 미등기 임원으로 재직해 온 것으로 나타났다. 이동채 상임고문은 지난해 32억4300만원의 보수를 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이 상임고문은 지난 5월 회사의 미공개 정보를 이용해 11억원이 넘는 부당이득을 챙긴 혐의가 인정돼 징역 2년에 벌금 22억원을 선고받았다. 아울러 11억원의 추징 명령도 받았다. 당초 원심은 집행유예 판결을 했지만 2심에서 법정 구속됐다. 
김준기 DB그룹 회장. [사진 DB그룹]

김준기 DB그룹 회장은 계열사인 DB하이텍에서 미등기임원으로 재직하며 지난해 31억2500만원의 보수를 챙겼다. 이와 관련해 최근 행동주의 펀드 KCGI는 DB하이텍에 대해 지배구조 개선을 요청하는 주주서한을 발송하면서 오너일가에 대한 공세를 강화하고 있다. KCGI는 김 회장이 과거 가사도우미를 피감독자 간음하고 비서를 성추행해 유죄를 선고받은 사실을 거론하며 “심각한 범죄를 저질렀던 창업회장이 미등기임원으로 재직할 뿐 아니라, 고액의 연봉을 수령하는 등 구태의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성추행 관련 혐의로 처벌받은 기업 오너도 있어 

김 회장은 2016년 2월부터 2017년 1월까지 자신의 별장에서 일한 가사도우미를 피감독자간음하고 2017년 2∼7월에는 비서를 성추행한 혐의를 받았다. 그는 1심과 2심을 통해 징역 2년6개월 집행유예 4년을 선고받았다. 2021년 5월 대법원에 상고취하서를 제출해 원심이 확정됐다

성신양회 최대주주이자 오너 3세인 김태현 성신양회 회장은 지난해 미등기임원으로 22억500만원의 보수를 챙긴 것으로 나타났다. 주목할 점은 지난해 성신양회 영업이익이 급격히 감소했다는 점이다. 성신양회의 지난해 연결 기준 매출액은 1조304억원을 기록하며 전년 대비 23.6% 늘었지만 영업이익은 7억3123억원으로 같은 기간 97.6% 급락했다. 당기순이익은 254억원 손실을 내며 적자로 전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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