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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린이 잡아라”…패션업계, 골프서 테니스로 갈아탔다

백화점 업계, 골프웨어 신장률 큰 폭 하락
2030세대 사이 골프 대체제로 테니스 각광
코오롱FnC·LF·휠라, 테니스웨어 사업 확대

휠라가 4월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2023 화이트오픈 서울'을 진행했다. [사진 휠라 제공]

[이코노미스트 이혜리 기자] “골프 가고 테니스 왔다.”

코로나19 이후 폭발적 성장세를 보였던 골프웨어 시장이 둔화하는 분위기다. 2030 소비자들의 스포츠 트렌드가 골프에서 테니스로 옮겨가고 있기 때문이다. 성장 정체기를 겪고 있는 골프웨어 시장의 대안으로 테니스웨어가 각광을 받고 있다. 유행에 민감한 패션업계는 테니스웨어로 눈을 돌리며 시장을 장악하기 위해 경쟁을 펼치고 있다. 

국내 골프웨어 브랜드 160여개…매출 성장률 둔화, 거품 빠져

백화점 업계에 따르면 신세계백화점의 올해 1분기 골프웨어 매출 성장률은 전년 대비 7.8% 성장한 것으로 집계됐다. 2021년 92.5%, 2022년 45.6% 등 증가율에 비해 올해 성장률은 둔화했다. 현대백화점도 마찬가지다. 올해 1분기 골프웨어 매출 성장률은 15%다. 2021년 65.5%, 2022년 70.3%에 비해 한풀 꺾인 모양새다. 

팬데믹 기간 중 골프 브랜드가 우후죽순 생겨나며 경쟁이 과열된 것도 매출 감소에 영향을 끼쳤다는 분석이 나온다. 업계에 따르면 국내 골프웨어 브랜드가 160여개까지 늘어났는데, 그 중 약 40%인 60여개가 2021년 출시됐다. 올해에도 메종키츠네골프, 에코골프, 보스골프, 쥬시꾸뛰르골프 등 신규 골프웨어 브랜드가 출시됐다. 

업계 관계자는 “골프웨어 시장이 작년 같은 신장세는 아니다. 이미 작년 말부터 거품이 빠지고 있었다”라며 “팬데믹 기간 동안 골프가 워낙 붐업돼 시장 파이 자체가 커졌다. 이제는 골프웨어 시장 안에서 어떤 브랜드가 살아남느냐가 중요하게 됐다”고 말했다. 

메종 키츠네 골프 캡슐컬렉션. [사진 삼성물산 패션부문 제공]

테니스 시장 급성장…“골프보다 진입 장벽 낮아”

반면 국내 테니스 시장 규모는 급성장하고 있다. 2021년 2500억원에서 지난해 3000억원으로 1년 사이 20% 성장했다. 올해에는 3600억원까지 규모가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국내 테니스 인구는 약 60만명에으로 추산된다.

패션업계 관계자는 “테니스는 골프보다 배우거나 유지하는데에 진입 장벽이 낮고, 인증사진을 찍기에도 적합해 MZ세대 사이에서 각광받고 있다”며 “골프와 마찬가지로 테니스도 한 번 빠지면 헤어나오지 못하는 특성이 있어 테니스 인구의 증가와 함께 테니스웨어도 신장세를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MZ세대는 단순히 테니스를 치는 것만이 아니다. SNS상에서는 테니스 치는 모습을 사진이나 영상으로 찍어 인증하는 문화가 발달하고 있다. 주요 패션업체들은 테니스웨어 라인을 강화하거나 테니스 헤리티지를 보유한 글로벌 브랜드를 인수해 재출시하는 사례도 생겼다.

F&F는 지난 4월 프리미엄 테니스웨어 ‘세르지오 타키니’를 론칭했다. 1966년 이탈리아의 테니스 챔피언 세르지오 타키니가 론칭한 브랜드로, 테니스 의류에 처음으로 패션을 도입한 브랜드로 통한다. 테니스 분야 최고 선수였던 피트 샘프러스, 마르티나 힝기스가 착용한 것으로 유명하다. F&F는 지난해 7월 세르지오 타키니 브랜드를 인수하고 지난 1년간 브랜드 재정비를 했다. 

스포츠웨어 브랜드 ‘휠라’도 테니스웨어 사업을 확대하고 있다. 휠라는 지난 4월 서울 광화문광장 한복판에서 테니스대회를 개최했다. 휠라는 지난해 핵심 종목에 테니스를 지정하고 이를 중심으로 상품을 구성해 나가고 있다. 향후에는 지역별 핵심 매장 인테리어를 테니스웨터 콘셉트로 재단장할 계획이다. 

‘헤드’ 브랜드 이미지. [사진 코오롱FnC 제공]

코오롱FnC는 스포츠 브랜드 ‘헤드’를 재론칭했다. 헤드는 1950년 하워드 헤드가 설립한 오스트리아 스포츠 브랜드로 국내에는 1981년 처음 알려졌다. 특히 테니스 라켓의 경우 글로벌 3대 브랜드로 불린다. 헤드는 테니스 라켓과 동시에 용품, 의류를 한 번에 제안하는 토털 스포츠 브랜드로 거듭나겠다는 목표다. 올해 봄·여름 시즌에는 테니스 웨어와 라켓을 주력으로 선보인다. 

헤지스·닥스 등 골프웨어 전문 브랜드를 보유한 LF도 트렌드에 맞춰 테니스웨어 마케팅 강화에 나섰다. LF가 전개하는 스포츠 브랜드 리복은 지난해 테니스 코트화 ‘클럽 C 85 스니커즈’를 테마로 C 85 팝업스토어를 열었다. 또 올해 봄여름 시즌에는 테니스 테마의 의류 라인을 새롭게 출시하고, 테니스 콘셉트의 의류·신발을 묶은 ‘클래식 컬렉션’을 선보였다.

일각에서는 테니스웨어 열풍이 골프웨어와 마찬가지로 출혈 경쟁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는 우려의 시선도 나온다. 한 관계자는 “테니스웨어의 신장세는 골프보다 천천히 이뤄지고 있다. 골프는 코로나라는 특수한 상황 속에서 급성장한 케이스로, 사실 테니스와 여건상 비교하긴 어렵다”면서도 “테니스웨어 또한 시장이 커지는 상황이기에 출혈 경쟁도 있을 것이고, 옥석도 가려지고. 아니면 진입 시기를 놓쳐 빛을 발하지 못하는 브랜드도 있을 것이다. 테니스웨어 시장은 아직 초기단계로, 이제 상황을 지켜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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