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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플랫폼이 언론을 지배하는 시대…‘링크세(link稅)’가 대안? [한세희 테크&라이프]

캐나다 ‘온라인뉴스법’ 제정…플랫폼 기업 기사 대가 협상 의무화
한국의 포털, 언론 가치 결정할 정도로 힘이 집중

지난 6월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비바테크 행사에 참여한 메타의 기업 로고. [사진 AP/연합뉴스]


[한세희 IT 칼럼니스트] 페이스북 피드에 뜨는 온라인 뉴스 링크의 가격은 얼마일까? 구글 검색 결과나 페이스북 피드에 뜬 뉴스로 이득을 보는 쪽은 온라인 플랫폼일까, 언론사일까?

조간신문이나 저녁 TV 뉴스를 보며 세상 소식을 가늠하던 시대는 끝난 지 오래다. 사람들은 검색이나 포털, 소셜 미디어에서 뉴스를 접한다. 뉴스 유통이 디지털 플랫폼으로 넘어가면서, 언론사의 생산물은 이제 기사 단위로 쪼개져 ‘공유’되거나 검색에 ‘노출’된다. 플랫폼에 사용자를 끌어들이는 불쏘시개로 쓰일 뿐이다. 

언론사가 신문 또는 방송 뉴스 프로그램 전체를 하나의 패키지로 보여주지 못하게 됨에 따라 언론의 의제 설정 능력과 광고 매체로서의 매력은 급락했다. 디지털 광고 시장의 절반 이상이 구글과 메타 등 극소수 빅테크 기업에 돌아간다. 반면 언론은 좋은 기사와 심층 취재를 위한 투자 여력을 잃었다. 오히려 클릭을 유도하는 낚시 기사 경쟁에 몰리고 있다. 소셜 미디어와 검색 엔진이 빨아들인 뉴스는 맞춤형 알고리즘과 만나 가짜 뉴스나 필터 버블을 일으키기도 한다. 

문제는 좋은 언론의 기능은 여전히 중요하고, 민주 사회에서 언론의 역할은 다른 방식으로 대체되기 어렵다는 점이다. 자연히 디지털 플랫폼과 언론이 공존할 길을 찾는 고민이 이어질 수밖에 없다. 이런 시도 중 하나가 구글이나 메타 같은 기업이 자사 플랫폼에서 소비되는 뉴스에 대해 언론사에 대가를 지불하도록 법제화하려는 움직임이다. 이른바 ‘링크세(link稅)’다.

구글이나 메타 등의 빅테크 기업이 뉴스 콘텐츠를 사용하는 대가로 언론사에 비용을 지불하는 저널리즘 보호 법안을 발의한 버피 윅스(왼쪽) 미 캘리포니아주 의원 [사진 AP/연합뉴스]


뉴스 링크에 가격표를 붙이다

캐나다가 최근 이 같은 내용의 ‘온라인뉴스법’을 제정했다. 대형 디지털 플랫폼 기업이 캐나다 언론사와 기사 대가에 대해 협상하도록 의무화하는 법이다. 빅테크에 의해 고사 위기에 몰린 언론을 지원하는 게 목표다. 캐나다 정부에 따르면, 2008년 이후 캐나다에서 450곳의 언론사가 문을 닫았다. 이 법을 통해 3억2900만 달러(약 4285억원)의 수익이 언론계에 수혈될 것으로 정부는 기대한다. 

이에 대해 구글은 “이 법이 시행되면 캐나다 언론사의 뉴스 링크를 구글의 검색과 뉴스 서비스에서 제거할 것”이라며 반발했다. 서비스에 불확실성을 초래하고 무제한의 재정 부담을 떠안게 했다는 주장이다.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을 운영하는 메타 역시 “법이 발효되기 전 캐나다 내 모든 사용자에 대하여 뉴스 링크 노출을 중단할 것”이라고 밝혔다. 

법이 발효되기까지는 약 6개월 정도 시간이 남았으므로 캐나다 사람들이 실제로 구글과 페이스북에서 뉴스 링크를 보지 못하게 될지는 아직 알 수 없다. 

다만 앞으로 상황 전개를 예상할 만한 선행 사례는 있다. 캐나다 온라인뉴스법과 거의 같은 접근, 같은 내용의 법이 이미 호주에서 시행되고 있다. 2021년 3월 발효된 ‘뉴스 미디어 협상 규약(News Media Bargaining Code)’이다. 당시에도 구글과 메타는 강력하게 반발했고, 실제로 호주 사용자를 대상으로 언론 기사 링크 노출을 막기도 했다. 이후 호주 정부와 빅테크 기업 간 타협으로 법률 내용이 약간 완화되면서 구글과 메타는 호주 사용자에 다시 뉴스 노출을 시작했다.

당시 법은 구글과 메타를 언론사와 대가 협상을 해야 하는 기업으로 지정하려 했으나, 두 회사가 반발하면서 이를 강제 지정하지는 않는 것으로 변경했다. 이에 따라 두 회사는 자율적으로 30개 이상의 호주 언론사와 대가 지급에 관한 계약을 맺었다. 이 같은 결과를 바탕으로 호주 정부는 작년 말 이 법이 성공적이라는 자체 평가를 내리기도 했다. 현재 영국과 남아프리카공화국, 브라질, 미국 캘리포니아주 등이 비슷한 입법을 검토 중이다. 

입법을 추진하는 정부와 언론계는 언론 기사로 수익을 얻는 빅테크가 정당한 보상을 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반면, 빅테크는 기사 링크가 검색 결과나 소셜 미디어에 노출됨에 따라 언론사가 이익을 얻을 뿐만 아니라, 뉴스가 자신들의 수익에 기여하는 바도 미미하다는 입장이다. 구글은 작년 캐나다에서 뉴스 링크를 제공한 건수가 총 36억회에 달했고, 캐나다 언론사들은 이에 따라 약 2억5000만 캐나다 달러(약 2500억원)의 수익을 올렸다고 주장했다. 콘텐츠 제작자인 언론과 유통망을 가진 빅테크 사이 온도 차가 뚜렷하다.

언론 가치가 빅테크에 더 종속될 위험 커

이 같은 논란은 우리에게도 익숙하다. 사실은 더 심하다. 언론은 네이버에 뉴스를 공급하거나 검색 결과에 걸리는 것만으로 독자를 만나는 것을 넘어 공신력을 인정받는 지경까지 이르렀다. 네이버나 카카오가 뉴스의 수익 기여를 낮게 평가하는 것도 비슷하다. 심지어 우리 주요 언론사들은 이미 포털에 뉴스 공급 대가를 이미 받고 있기도 하다. 

우리나라 포털은 기사 링크를 제공해 독자가 언론사로 넘어가게 하는 구글이나 메타 등과 달리 자체 뉴스 섹션 안에 사용자를 잡아 둔다는 차이는 있지만, 테크 기업이 언론사에 직접 대가를 지불한다는 점에서 현재 캐나다나 호주가 추진하는 바를 앞서 경험했다 할 수 있다. 

우리 경험에 비추어 보면, 대가를 받는 것이 꼭 좋은 결과만 가져오지는 않는다는 점이 문제이다. 뉴스를 공급하고 대가를 받는 콘텐츠 제휴사와 검색 결과에만 기사가 노출되는 검색 제휴사, 뉴스스탠드에 노출되는 언론사 등으로 은연중 등급이 갈리는 것이 현실이다. 등급을 가르는 것은 실질적으로 포털이다. 제휴평가위원회를 두어 영향력을 분산시키려 했지만, 포털 입성이 목표가 되는 이상 포털 줄서기는 불가피하다. 

최근 정부 여당이 네이버 뉴스 알고리즘을 공격하며 방통위가 긴급 점검에 나서기도 했다. 정권 바뀔 때마다 편을 바꿔가며 이어지는 이런 논란은 결국 포털이 언론의 가치를 결정할 정도로 힘이 집중된 것이 본질이다. 

포털 정책에 따라 뉴스 생산의 방향성이 달라지고, 언론사 운영도 포털이 정한 규정 범주 안에서 이뤄지면서 새로운 시도가 나오기 어려워진다. 포털 정책 때문에 기사 중 추가 정보를 줄 수 있는 사이트로 가는 링크도 삽입할 수 없는 것이 국내 언론의 현실이다. 협상력이 큰 대형 언론사와 그렇지 못한 중소 언론의 차이도 벌어지고 다양성은 약화한다. 

이는 호주에서 지난 1년 반 동안 벌어진 일이기도 하다. 언론과는 다른 이해관계를 지닌 빅테크가 언론계의 승자와 패자를 결정해 버리는 일이 벌어진다. 이것 역시 민주주의의 위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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