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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년 한국 생활 마침표, 인생 2막을 준비합니다 [C-스위트]

[CXO의 방] 로베르토 렘펠 GM 한국사업장 사장… 終 而 復 始
아버지와 쉐보레 오팔라 기억으로 자동차업계에 뛰어들어
40여 년 버틴 원동력…‘도전 의식’, 회사 제안에 항상 ‘Yes’하는 마인드

로베르토 렘펠(Roberto Rempel) GM 한국사업장 사장 [사진 신인섭 기자]


[이코노미스트 최영진 산업·ICT부 부장] 아이 눈에 비친 아버지는 손재주가 좋았다. 집에 있던 차에 문제가 생기면, 아버지의 손길이 닿으면 해결이 됐다. 정비사 자격증이 없지만, 항상 자동차를 손보는 아버지의 모습이 어린 아들에게는 선망의 대상이었다. 그렇게 그는 아버지의 모습을 보면서 자동차라는 신세계를 어렴풋이 알게 됐다. 아버지가 직접 손을 보고 수리를 했던 차는 쉐보레 오팔라(Opala)다. 

1960년대 말부터 1990년대 초반까지 GM이 쉐보레라는 브랜드로 브라질에서 판매한 중형 자동차다. GM이 브라질에서 만든 최초의 승용차라는 기록도 가지고 있다. 오팔라는 이젠 GM 역사의 한 페이지만 장식한 추억의 승용차지만, 아버지가 직접 수리하는 모습을 봤던 어린 아들은 어느새 자동차업계의 유명 엔지니어이자 경영자가 됐다. 오팔라를 보고 자란 아이는 1982년 GM 브라질에 자동차 디자이너로 입사해 엔지니어와 경영자로 40여 년을 GM에서 보냈다. 그중 8년은 한국에서 GMTCK 사장 및 총괄수석엔지니어 및 한국사업장 총괄 사장 등으로 일했다. 이제 그는 자연인으로 돌아갈 채비를 하고 있다. 로베르토 렘펠(Roberto Rempel) GM 한국사업장 사장이 주인공이다. 

그의 임기는 7월 말이면 끝난다. 한국에서 8년 동안 지내면서 다양한 시도와 혁신에 도전했고, 대표로 취임한 후 수년간 적자를 기록했던 GM 한국사업장을 흑자로 돌려놔 업계를 놀라게 했다.

로베르토 렘펠 사장 집무실. [사진 신인섭 기자] 


그의 사무실은 마치 이별을 준비하는 사람처럼 짐이 별로 없다. 책장도 깨끗하고, 책상에는 오로지 노트북 하나만 놓여 있다. “사무실이 깨끗하다. 벌써 떠날 준비는 하는 건가?”라는 기자의 이야기에 “40년 동안 브라질, 이탈리아, 일본, 한국 등 전 세계 여러 곳에서 일하다 보니 사무실을 깨끗하게 사용하는 버릇이 있다”며 “언제부턴가 사무실에 짐을 만들지 않는 게 편해졌다”며 웃었다. 

눈에 띄는 것은 그가 일하는 책상 뒤편에 주르륵 놓여 있는 자동차 미니어처들이다. 자동차 디자이너와 엔지니어로 평생을 살았기에 자동차 미니어처는 자연스러워 보인다. 그는 그중 하나를 집어 들었다. 바로 그를 자동차업계로 이끌었던 쉐보레 오팔라 미니어처다. “어렸을 때부터 아버지가 오팔라를 수리하는 모습을 보면서 컸다”면서 “아버지와 오팔라가 나를 자동차업계로 이끌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면서 오팔라 미니어처를 열심히 설명했다. 

40여 년을 한 직장에서 살아남은 비결이 궁금했다. 그는 “내 성향은 새로운 것에 도전하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는 것이다. 회사가 내가 모르는 나라, 낯선 분야에 가서 일하라는 제안을 해도 나는 항상 ‘Yes’라고 답했다”면서 “그게 내가 40여 년 동안 GM에서 살아남은 이유라고 생각한다”며 웃었다. 

그가 GM을 떠난다고 했을 때 본사에서도 그와의 이별을 아쉬워했을 정도다. GM 한국사업장의 구성원들도 마찬가지다. 그가 실행했던 도전이 좋은 성과로 이어졌음을 알기에 그와 이별을 못내 아쉬워하고 있다. 그는 “한국에 올 때는 짧은 시간 머무를 줄 알았는데, 계속 연장이 되면서 내가 계획했던 시간보다 훨씬 길어졌다”면서 “이탈리아로 가서 3년 전에 도전했던 대학원 박사 과정도 마칠 예정이다. 먼저 안정을 취한 후에 인생의 제2막을 계획할 예정이다”고 설명했다. 

40여 년의 경력 정리를 앞둔 그의 얼굴은 밝기만 하다. “도전을 좋아했다”는 그의 말처럼 이제 그는 새로운 도전을 앞두고 있기 때문이다. 어떤 도전일지는 렘펠 사장도 아직은 모르지만 말이다.

로베르토 렘펠 사장 집무실. [사진 신인섭 기자]


로베르토 렘펠 GM 한국사업장 사장은_ 브라질 라우로고메스 산업기술학교를 졸업한 후 1982년 GM 브라질 지사에서 자동차 디자이너로 경력을 쌓기 시작했다. 이후 브라질, 이탈리아, 일본 등의 각 지사에서 제품 기획 및 차량 개발 부문에서 역할을 했다. 2015년부터 한국에서 근무하며 신제품 개발 프로그램에 참여했고, 2019년 1월 연구개발법인 GMTCK 사장으로 임명됐다. 디자인, 제품 엔지니어링, 생산기술 부문 등을 책임졌고, 2022년 6월 GM 한국사업장 총괄 사장으로 선임됐다. 한국에서 트랙스, 트레일블레이저, 뷰익 앙코르 등 다양한 글로벌 차량 개발 프로그램을 성공적으로 이끌었다. 

로베르토 렘펠 GM 한국사업장 사장 집무실은 짐이 거의 없어 깔끔하다. [사진 신인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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