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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법 유통하시려고요?’ 네이버웹툰은 미리 안다…학계서 분석한 ‘툰레이더’ 성과

한국미디어경영학회 특별세미나 개최…기술이 만드는 콘텐츠 미래
이건웅 교수 “네이버웹툰 AI 기술, 불법 유통 사전 차단 효과 상당”

이건웅 고려대학교 경영대학 교수가 12일 서울 중구 정동1928아트센터에서 열린 한국미디어경영학회 특별세미나에서 주제 발표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 정두용 기자]

[이코노미스트 정두용 기자] “불법 유통된 웹툰 콘텐츠를 차단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사전에 이를 방지할 수 있는 게 더욱 중요합니다. 불법 유통이 시작되면 이미 피해가 발생했다는 의미니까요. 인공지능(AI) 기술을 통해 ‘웹툰 불법 유통의 사전 방지’가 일부 가능하다는 점을 확인했습니다.”

이건웅 고려대학교 경영대학 교수는 12일 서울 중구 정동1928아트센터에서 열린 한국미디어경영학회 특별세미나를 통해 이같이 발표했다. 이날 세미나는 ‘기술이 만드는 콘텐츠의 미래’를 주제로 진행됐다.

이 교수는 이 자리에서 네이버웹툰이 불법 유통을 막기 위해 개발한 AI ‘툰레이더’의 효과를 학술적으로 분석한 결과를 공개했다. 툰레이더의 정량 성과가 공개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이 교수는 2021년 5월부터 2023년 6월까지 총 2년간 웹툰 불법 유통을 분석해 툰레이더 도입 효과를 살폈다.

이 교수 연구에 따르면 네이버웹툰이 도입한 ‘툰레이더’는 웹툰 불법 유통 시점을 약 25일 지연시키는 것으로 나타났다.

웹툰 플랫폼은 통상 4~6주 정도의 분량을 ‘미리보기’ 상품으로 판매하고 있다. 이용자가 비용을 지불하면 무료 전환 전 웹툰을 볼 수 있는 식이다. 네이버웹툰 관계자는 “‘미리보기’ 서비스에 심각한 피해를 줄 수 있는 불법 유통을 25일 지연한다는 점은 창작자와 플랫폼의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다는 의미”라고 했다.

최신 유료 회차가 무료로 전환되기 전 불법 유통이 이뤄진다면 피해는 걷잡을 수 없이 커진다. 대다수 수익이 발생하는 기간에 작품이 무료로 공개되기 때문이다. 네이버웹툰이 고안한 AI 기술은 이 때문에 불법 유통 발생 시점을 최대한 지연시키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무료 전환 시점과 최초 불법 유통의 시점을 최대한 좁혀 피해를 최소화하겠단 취지다.
이건웅 고려대학교 경영대학 교수가 진행한 연구에 따르면 네이버웹툰이 도입한 ‘툰레이더’는 웹툰 불법 유통 시점을 약 25일 지연시키는 것으로 나타났다. [제공 이건웅 교수]

이 교수는 툰레이더를 도입한 네이버웹툰과 국내 주요 웹툰 플랫폼의 불법 유출 정도를 실증 분석한 연구 결과도 공개했다. 이 교수는 “네이버웹툰과 타 플랫폼에 연재된 총 735개의 웹툰 회차를 대상으로 약 2년간의 데이터를 살폈다. 해당 웹툰들이 정식 사이트에 올라온 날짜와 불법 사이트에 올라온 날짜를 비교하는 식으로 연구를 진행했다”며 “네이버웹툰을 통해 공개된 작품들의 불법 유통의 정도가 타 플랫폼 대비 적었다”고 밝혔다.

이 교수가 2022년 12월 기준 불법 유통 사이트에 올라온 회차와 정식 사이트에 올라온 회차를 비교 분석한 결과, 최신 회차가 즉시 불법 유통되는 작품 비율은 ▲네이버웹툰 16.3% ▲A사 83.6% ▲B사 68.3%로 나타났다. 네이버웹툰의 즉시 불법 유통 작품 비율이 타사 대비 확연히 낮은 점을 확인할 수 있다.

또 네이버웹툰 작품은 ‘불법 웹툰 사이트’와 ‘정식 사이트’ 간 최신 회차 차이가 평균 4회로 집계됐다. 다른 플랫폼은 평균 지연이 0회차로, 공개 즉시 불법 유통이 이뤄질 확률이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이건웅 고려대학교 경영대학 교수가 진행한 연구에 따르면 최신 회차가 즉시 불법 유통되는 작품 비율은 ▲네이버웹툰 16.3% ▲A사 83.6% ▲B사 68.3%로 나타났다. [제공 이건웅 교수]

툰레이더 저작권 보호 환산액 연 3000억원

네이버웹툰은 불법 유통을 사전에 차단하기 위해 2017년 7월 툰레이더 시스템을 자체 개발, 플랫폼에 도입했다. 회사가 추산한 툰레이터를 통해 보호된 저작권의 환산 금액은 연간 3000억원에 달한다. 

네이버웹툰은 툰레이더 첫 도입 후에도 지속적인 연구개발을 통해 성능을 고도화했다. 웹툰 이미지에 보이지 않는 사용자 식별 정보를 삽입, 최초 불법 유출자를 식별하고 차단하는 게 핵심이다.

불법 유통은 1차 사이트에 업로드된 후 급격하게 2·3차 사이트로 퍼지는 양상을 보인다. 식별 정보를 AI가 찾아내 신속한 대응이 가능하다. 또 기존 불법 유출자 데이터를 기반으로 유출 경로를 AI가 예측, 피해를 방지하는 기능도 구현됐다. 회사는 툰레이더를 웹툰이 불법으로 최초 공유되는 1차 불법 공유 사이트들을 집중적으로 모니터링하는 데에도 적극 활용하고 있다.

네이버웹툰에 따르면 툰레이더를 적용하기 시작한 2017년 7월부터 2022년 12월까지 국내 1차 불법 사이트의 업로드 중지 및 테이크다운 비율은 97%로 나타났다. 테이크다운은 웹툰을 직접 유포하지 못하는 2차 불법 사이트로 변경됐거나, 서버가 중단된 상태를 의미한다.

네이버웹툰 관계자는 “국내 1차 불법 사이트 32개 중 31개가 업로드 중지 또는 테이크다운 됐다”며 “해외 사이트의 경우 68개 1차 불법 사이트 중 42개가 업로드 중지되거나 테이크다운 됐다”고 밝혔다.

이 교수는 “이미지 인식·머신러닝·딥러닝 등 AI 기술을 콘텐츠 저작권 보호에 접목한 네이버웹툰이 타사 대비 탁월한 불법 유통 사전 방지 역량이 있음을 이번 실증 분석을 통해 확인했다”며 “AI 기술을 효과적으로 활용하면 지식재산권(IP) 보호를 강화, 불법 유통 등에 대한 우려를 낮춰 건전한 K-콘텐츠 생태계를 구축할 수 있는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네이버웹툰의 툰레이더 연구 결과 외에도 ▲K-콘텐츠와 AI 현황 ▲해외의 산업별 AI 활용 콘텐츠 동향 ▲AI를 통한 콘텐츠 생산·홍보 효과 ▲AI를 통한 K-콘텐츠 발전 방향 및 기대 효과 등을 주제로 발표를 진행했다.
한국미디어경영학회가 12일 서울 중구 정동1928아트센터에서 ‘기술이 만드는 콘텐츠의 미래’를 주제로 특별세미나를 개최했다. 사진은 참석자들이 토론회를 진행하고 있는 모습. [제공 한국미디어경영학회]

이날 세미나엔 이 교수 외에도 ▲모정훈 연세대학교 교수 ▲송진 한국콘텐츠진흥원 센터장 ▲조성인 동국대학교 교수 ▲최믿음 동덕여자대학교 교수 ▲최보름 서울시립대학교 교수 ▲한정훈 다이렉트미디어랩 대표 등이 참석했다. 이들은 생성형 AI 등장 등 정보통신기술(ICT) 발전에 따른 미디어 환경 변화에 대한 다양한 시각을 공유했다.

최보름 서울시립대 교수는 “카카오에서 얼마 전 발표한 불법 유통 웹툰 사후 게시 중단도 대단한 일이지만, 더 중요한 것은 사전 차단이라고 생각한다”며 “불법 유통되기 전에 막는 것이 가장 효율적인데, 네이버웹툰이 도입한 AI는 창작자 권리와 이익을 보호했다는 측면에서 생태계에 크게 기여했다고 본다”고 말했다.

최믿음 동덕여대 교수는 “국내 엔터산업은 인력과 자본이 부족한 것이 가장 큰 제약”이라며 “AI 기술을 활용한다면 노동 효율화 등의 효과를 기대할 수 있어 국내 엔터산업 생태계의 제약을 해결하는 요인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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