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실 처리도 제각각…우리은행은 왜 선제 보상 나섰나
[해외 부동산펀드 부메랑]②
미래에셋, 투자펀드 90% 안팎 상각 처리
우리銀, 펀드 판매 진땀…이번엔 선제 조치
[이코노미스트 마켓in 김윤주 기자] 해외 부동산 투자 부실 우려가 현실화 되자 금융사들이 떨고 있다. 해외 부동산 가치가 하락하면서 일부 금융투자회사는 자산 상각에 나서는 등 투자손실을 보고 있다. 이에 증권사로부터 부동산 관련 투자건을 사들인 은행 등 금융사까지 연쇄 손실 우려가 커졌다. 특히 해외 부동산 펀드 판매사 중 우리은행은 투자자들의 미확정 손실 일부를 보상하는 조치에 나서 눈길을 끈다.
홍콩 빌딩에 2800억원…누가 투자했나
30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최근 미래에셋그룹 계열 멀티에셋자산운용은 홍콩 골딘파이낸셜글로벌센터(GFGC) 빌딩에 투자하기 위해 2019년 조성했던 펀드 자산의 약 90%를 상각 처리하기로 결정했다. 부동산값 하락으로 투자원금을 회수할 방법이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상각 처리는 해당 자산의 가치가 떨어질 것으로 간주해 회계상 손실로 처리하는 행위다. 아직 현실화한 손실은 아니지만 앞으로 상황에 따라 실제 손실 규모는 90%보다 작을 수도, 그 이상이 될 수도 있다.
앞서 미래에셋그룹 내 계열사인 미래에셋증권은 2019년 6월 펀드를 조성해 중순위(메자닌)로 해당 빌딩에 당시 환율 기준 2800억원을 대출해 줬다. 하지만 빌딩 매각으로 자금 회수가 어려워졌다.
미래에셋증권은 골딘파이낸셜글로벌센터에 자기자금 300억원을 투자했다. 이밖에 2500억원규모의 펀드를 조성해 다수 금융기관에 재매각했다. 해당 펀드는 멀티에셋자산운용과 시몬느자산운용을 통해 사모펀드 형태로 판매됐다. 시몬느자산운용 또한 해당 펀드 자산 약 90% 상각을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펀드에는 우리은행 765억원, 미래에셋증권 240억원과 기타 VVIP 고객을 포함해 총 1640억원의 VVIP 자금이 유입됐다. 한국투자증권 400억원, 유진투자증권 200억원 등 또 다른 증권사들도 투자했으며, 한국은행 노동조합도 20억원을 넣었다.
당시 이 상품은 만기가 10개월로 짧은데다, 연 5%의 높은 수익을 추구한다는 점에서 주목받았다. 특히 건물주인 골딘파이낸셜홀딩스뿐 아니라 최대주주인 판수퉁 회장까지 보증을 서서 대출 안전성도 높다고 평가받았다.
하지만 2019년 홍콩 송환법 반대 시위, 2020년 코로나19 사태로 홍콩 부동산시장 분위기가 가라앉았다. 고금리 상황에서 홍콩 최고 갑부 중 한 명이었던 판 회장이 파산하고, 빌딩 가격이 급락하자 싱가포르투자청(GIS)과 도이치방크 등 선순위 대출자는 권리를 행사해 빌딩을 매각하고 원금을 회수했다
선순위 대출자가 권리를 행사하면서 중순위 대출자인 미래에셋 등은 투자금 회수가 어렵게 됐다. 추후 해당 자산에 대한 전반적인 회수 절차는 미래에셋증권이 담당할 것으로 보인다.
미래에셋증권 관계자는 “최우선 과제로 해당 펀드가 보유한 중순위채권의 원리금 회수에 모든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며 “미래에셋증권이 대표로 법적 절차 등을 통해 투자자 보호를 위해 노력중”이라고 말했다.
우리은행, 보상 서둘러…“고객피해 방지‧신뢰회복”
이 가운데 해당 펀드 판매사 중 우리은행만 투자자들의 미확정 손실 일부를 보상하는 조치에 서두르고 있어 눈길을 끈다. 우리은행은 해당 펀드를 개인과 법인고객에게 총 765억원을 판매했다. 가입자 수는 약 30명으로 개인당 최소 10억원 이상 투자한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은행은 고객과의 자율조정을 거쳐 투자원금의 40~80% 수준을 지급할 계획이다. 우리은행은 지난6월28일 이사회를 열고 이같은 배상안을 결의했다. 고객과 자율조정 절차를 마치면 운용사인 시몬느자산운용을 상대로 구상권 청구와 중순위 채권 추심을 검토할 예정이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펀드 손실이 우려돼 고객피해 방지 및 신뢰 회복차원에서 사적 화해의 수단으로 자율 조정을 실시하기로 결정했다”면서 “대손비용이 어느 시기에 실적 수치에 반영될 지는 아직 확정된 바가 없다”고 설명했다.
우리은행의 발빠른 대처가 이례적이라는 의견도 있다. 현행법에 따르면 판매하는 과정에서 충분한 설명을 생략하는 불완전판매 등의 극히 예외적인 상황을 제외하고는 금융기관이 자의적으로 고객 손실을 보전할 수 없도록 제한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은행은 손실이 확정되기 한 달 전에 이미 고객 돈을 상당 부분 보상해 주기로 결정했다.
우리은행은 금융감독원 분쟁조정기준안을 준용해 자율조정을 진행한다는 입장이다. 또한 금융투자업규정에는 ‘위법행위 여부가 불명확한 경우, 사적 화해의 수단으로 손실을 보상하는 행위’를 자본시장법이 제한하는 손실보전 금지의 예외로 정하고 있다는 게 사측의 설명이다.
이처럼 우리은행이 고객 손실 보상에 서두르는 것은 그동안 펀드 판매로 곤경을 겪은 전례가 있기 때문으로도 해석된다. 우리은행은 지난 수년간 라임펀드 사태와 독일 국채금리와 연계한 파생결합상품(DLF) 불완전판매와 내부통제 미비 이슈로 물의를 빚은 바 있다.
시장 신뢰가 최우선인 은행에게 ‘신속 보상’이 답이었을 것이란 의견도 나온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전문투자자제도 등이 있는 증권사보다 보수적인 투자자가 많은 은행의 특성상 사태 수습에 빨리 나서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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