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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다퉈 VC 품은 금융그룹들…그들이 VC에 눈독 들이는 이유는

[금융그룹 VC 줌인]①
5대금융부터 지방금융까지 모두 VC 보유
은행 의존도 최대 90%…비은행 확대 필수
전문가 “올해 금융그룹 VC 중심의 투자 활성화”



[이코노미스트 마켓in 김윤주 기자] 국내 주요 금융그룹은 모두 밴처캐피탈(VC)을 계열사로 두고 있다. 금융그룹의 수익이 대부분 은행에서 나오는 구조를 보완하기 위해 비은행 계열사 포트폴리오를 강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VC는 그룹 차원의 신사업 탐색 등 전략적인 부분에서도 활용도가 높은 계열사로 평가받는다.

금융지주, 매년 군침…모두 VC 보유

금융권에 따르면 KB‧신한‧우리‧하나‧NH 등 주요 금융지주는 물론, BNK‧DGB‧JB 등 지방금융지주까지 VC를 계열사로 갖고 있다. 금융지주사들의 VC 계열사 확보 노력은 2019년 이후 수년여간 더욱 두드러진다.

우선 2019년에는 BNK금융지주가 유큐아이파트너스를 인수해 BNK벤처투자로 이름을 바꿨다. 지방금융그룹 중에서는 가장 처음으로 VC 계열사를 확보한 것이다. 당시 BNK금융은 캐피탈·투자증권·자산운용 등 계열사에 흩어져 있는 벤처‧스타트업 투자업무를 VC에 집중해 혁신기업에 대한 투자를 확대하겠다는 포부도 밝혔다.

2020년에는 신한금융지주가 네오플럭스를 인수, 신한벤처투자로 사명을 변경했다. 2021년에는 DGB금융지주가 수림창업투자를 인수해 하이투자파트너스로 이름을 바꿨다. 2022년에는 JB금융지주가 메가인베스트먼트를 인수해 JB인베스트먼트로 사명을 바꿨다. 이로써 지방금융지주 3곳이 전부 VC를 계열사로 보유하게 됐다. 

올해 초에는 우리금융지주가 다올인베스트먼트를 인수했다. 이후 우리벤처파트너스로 이름을 변경하면서 국내 금융지주가 모두 VC를 품게 됐다. 대대적으로 비은행 강화 목표를 밝혔던 우리금융이 증권사보다도 먼저 품에 안은 것 또한 VC 계열사다. 

앞서 KB금융지주와 하나금융지주, NH농협금융지주는 VC를 직접 설립했다. KB금융지주의 KB인베스트먼트의 모태는 1990년 납입자본금 100억원으로 설립된 장은창업투자다.  2008년 KB금융지주 설립 이전부터 이미 그룹 내에서 벤처투자 역할을 도맡았다. 

하나금융지주는 2018년 자본금 300억원으로 VC계열사인 하나벤처스를 설립했다. NH농협금융 또한 2019년 자본금 300억원을 들여 NH벤처투자를 만들었다. 

금융권 관계자는 “최근에는 금융지주가 VC를 직접 설립하는 사례보다, M&A를 통해 확보하는 사례가 많았다”면서 “VC의 경우 인적 자원이 무엇보다 중요한데, 이 때문에 이미 인력 구성이 되어 있는 VC를 사들여 경쟁력 확보에 나선 것”이라고 설명했다. 

4대금융그룹 각 사 전경. [사진 각 사]

VC, 금융지주의 ‘비은행 황금알’ 될까

VC는 금융그룹에겐 매력적인 사업영역이다. VC는 비은행 포트폴리오 확대뿐 아니라, 신사업 탐색 등 전략적인 부분에서도 상당히 활용도가 높은 계열사이기 때문이다. 

올해 상반기 기준 4대 금융지주의 순이익 중 은행 계열사가 차지하는 비중은 60%에서 많게는 90%에 달한다. 은행 쏠림 현상을 해소하기 위해 비은행 육성에 대한 필요성이 더욱 커졌다. 이 가운데 추후 VC 계열사가 유의미한 실적을 낼 수 있다는 기대감도 높아진다. 

금리 상승 여파로 대부분의 기관의 자금 동원력이 부족해졌지만, 금융지주 계열사들의 사정이 그나마 나은 편이다. 지주사가 ‘든든한 뒷배’ 역할을 해 VC 성장 속도를 높일 수 있다는 의미다. 예를 들면 계열 VC가 신규 펀드를 결성할 때 지주 차원에서 출자금을 대는 식이다.

또한 금융지주가 VC 계열사를 확보한 것은 비은행 확대를 넘어 신사업 탐색이라는 의미도 있다. 금융지주는 금융 산업 규제 등으로 보수적으로 운영되는 데다, 변화에 상대적으로 느린 편이다. 최근 디지털 전환 등으로 새로운 사업 기회가 다수 생겨나고 있는데, 금융지주는 VC를 통해 이에 대응할 수 있다.

VC의 경우 벤처 생태계의 정보를 빠르게 접할 수 있어 금융지주 입장에서는 새로운 영역을 탐색할 수 있는 창구다. 게다가 VC를 통해 유망 산업에 간접적으로 투자할 수도 있다.

송재만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연구위원은 “국내 금융그룹은 비은행 계열의 포트폴리오 강화 및 수익 다변화를 목적으로 VC 관련 계열사의 신설‧인수를 추진했다”며 “국내 금융그룹 계열 VC는 그룹 디지털 역량 강화 및 시너지 창출을 위한 전략적투자(SI) 펀드를 조성하고 그룹 주요 계열사가 투자자(LP)로 참여했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는 올해 국내 VC 시장 위축에도 금융그룹 계열 VC 중심의 투자가 활성화 될 것으로 예상했다. 송 연구위원은 “2023년 경기 둔화, 지정학적 리스크 및 통화긴축 지속 등의 영향으로 투자 감소가 예상되며, 특히 VC 시장을 포함한 위험자산시장의 위축이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라고 진단했다. 

이어 그는 “금리인상 추세가 완화되고 중소 VC‧스타트업의 옥석가리기가 마무리될 경우, 전문 VC 외 기업형벤처캐피탈(CVC)과 금융그룹 계열 VC 중심의 벤처투자도 증가할 전망”이라며 “국내 CVC와 금융그룹 계열 VC는 자금력을 바탕으로 펀드를 조성해 벤처투자를 확대하며 기업 역량 제고 및 시장 선점 기회를 모색 중”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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